“선의의 경쟁 파트너로 클래식 퀄리티 훨씬 업그레이드시킬 계기되길”
최근 1-2년내 서울 클래식 공연장의 풍경은 서울시향 공연에는 관객으로 꽉꽉 차는 인기가 넘쳐나는 반면, KBS교향악단의 공연에는 다소 인기가 떨어져 청중수가 적은 그런 양상을 보여왔다. 그래서 외국의 유수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 이후에도 서울시향 보다 공연내용이 더 좋았냐 하는 비교 얘기가 나올 정도로 클래식 고어 사이에서도 서울시향 주도의 오케스트라 클래식 공연의 분위기가 형성되었던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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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스턴 심포니의 음악감독인 한스 그라프가 서울시향과 말러교향곡 제 10번의 연주를 마치고 관객의 환호에 답하는 모습. (사진 서울시향) | 하지만 지난 1월 23일과 1월 24일 양일에 걸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서울시향의 한스 그라프 지휘 말러교향곡 제10번과 요엘 레비 지휘의 KBS교향악단의 말러교향곡 제1번 연주회 이후에는 새로운 동향이 감지됐다. 미국 애틀랜타 심포니와의 말러 음반으로 세련된 해석과 균형잡힌 연주로 평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말러 작품해석으로 정평이 나있는 것으로 알려진 요엘 레비의 세련되고 섬세한 지휘가 악보 보는 것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활달한 스타일과 어울려 이틀간의 서울시향과 KBS교항악단의 연이은 말러 연주에서 가장 돋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휴스턴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창의적인 프로그래밍과 폭넓은 레퍼토리로 명성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진 한스 그라프는 전날 서울시향과의 말러교향곡 제10번 지휘에서 너무 악보 보는 것에 치우치면서 많이 경직된 느낌을 주며 흡사 지난 2013년 6월 성남아트센터에서 로테르담필과 내한공연을 가졌던 야닉 네제 세겐의 경직된 지휘모습을 연상케해 창의적인 자유로운 지휘모습이 다소 아쉬웠다. 말러도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악보에 없다"고 말했다고 하지 않던가. ‘내딛는 힘찬 발자국…교향악으로 승부하다’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요엘 레비가 상임지휘자로 첫 정기연주회를 가진 KBS교향악단은 말러교향곡 제1번의 연주를 통해 전체 4개 악장이 하나의 유기적 통일체로 연주되는 느낌으로 올해 신년부터는 KBS교향악단도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요엘 레비의 지휘아래 새 날개를 펴며 서울시향과 본격 경쟁구도를 펼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특히 요엘 레비는 향년 80세로 지난 1월 20일 타계한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베를린필의 사이먼 래틀도 참석한 2009년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의 말러교향곡 제1번 실연 연주에서 무척 수척해진 말년의 모습으로 맨손의 열정의 지휘를 불사르는 감동과 더불어 아바도의 자유롭고 활달한 지휘를 연상케해 더욱 인상깊었다. 시종 확신과 자신에 찬 말러지휘로 요엘 레비는 한스 그라프보다 더 말러 전문지휘자다운 후한 점수를 줄만했고 말러교향곡 제1번 ‘거인’의 1악장과 2악장에서의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연주와 인상적 마무리, 더 응집된 사운드로 가열되는 모습을 보인 4악장 (Stuermisch bewegt-Energisch)에서의 활화산 타오르는듯한 느낌에서의 지휘와 연주는 말년의 나이임에도 포효 터질듯한 아바도의 폭발하는 듯한 열정의 지휘를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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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종 확신과 자신에 찬 말러지휘로 요엘 레비가 한스 그라프보다 더 말러 전문지휘자다운 후한 점수를 줄만한 세련되고 섬세한 지휘로 KBS교향악단과 말러교향곡 제1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 KBS교향악단) | 서울시향도 지난해 7월 19일 매혹의 말러교향곡 4번 연주에 이어 음악전문가 12명이 뽑은 2013년 최고연주에 사이먼 래틀의 베를린필 내한공연(2013 11월 11-12일)과 함께 국내 교향악단 수준의 약진을 보여주는 공동 2위로 선정된 8월 30일의 말러교향곡 제9번 연주로 말러리안들 사이에서 이번 1월 23일의 한스 그라프의 말러교향곡 제10번 연주도 놓칠 수 없는 큰 관심사였다. 하나의 꽃을 피워내기 위해 무진 노력하는 심혈을 기울이는 지휘를 보인 한스 그라프의 지휘하에 서울시향은 1악장 Adagio와 2악장 Scherzo에선 두툼한 풍성한 선율의 질감을 다소 빚어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보였다. 3악장 Purgatorio에서 다채로움과 절묘한 마무리까지 선보인 서울시향은 두번째 스케르초 악장인 제4악장에서 점입가경의 연주를 들려주는 느낌이었고 연주의 아름다움과 완성도에 있어선 마지막 악장이 최고였다. 아니나 다를까 죽어가듯(sterbend) 마지막 악장의 선율이 종결되자 관객의 휘파람과 계속된 열띤 청중의 커튼콜로 서울에서의 새로운 말러 스페셜 연주단체로서의 서울시향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게 하는 벅찬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이틀간의 연주를 총평하면 서울시향의 인기는 여전해 연주의 열기나 청중의 환호는 서울시향의 말러교향곡 제 10번 연주가 더 뜨거웠으나 KBS교향악단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으려는 말러교향곡 제1번도 “멋지다 멋져”하며 앵콜을 연발하는 관객의 서울시향 못지않은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내 올해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과의 본격 경쟁 행보가 주목된다. 이번 1월 하순의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의 잇따른 말러교향곡 연주 실연을 접하며 생각케된 것은 서울에서도 유럽에서의 베를린필과 암스테르담콘서트헤보우가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처럼 서로 자극을 주는 선의의 경쟁 파트너가 돼서 클래식 공연의 퀄리티를 훨씬 업그레이드시킬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음주 1월 28일에는 코리안심포니가 최희준 상임지휘자의 마지막 고별무대로 역시 말러교향곡 제1번 ‘거인’이 연주될 예정이라 코리안심포니도 인상적 연주로 답한다면 서울에서도 기존의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의 쌍두마차가 아닌, 새 3강 구도의 삼두마차 오케스트라 체제로 펼쳐진다면 올해 클래식 팬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금상첨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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