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비닐하우스의 아침 작업은 천장에 모여 있던 물방울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시작된다. 밤새 닫혀있어서 기온차로 인해 응결된 물방울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빗소리처럼 온 하우스 안에 공명을 일으키며 토도독토도독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쇼팽의 전주곡 24개 중 15번째 곡인 빗방울 전주곡을 듣는 것 같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매달린 물방울들이 어느 순간에 뛰어내려야 할지 지휘를 기다리는 것처럼 몸피를 부풀리고 있다.
쇼팽이 빗방울 전주곡이라고 명명하지는 않았다. 왼손으로 연주하는 부분이 빗방울소리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음악을 들은 사람들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다. 빗방울 전주곡은 비교적 느리고 음울하고 잔잔하다가 빨라지기도 하는 곡으로 자주 들어서 그런지 익숙해서 저변에 깔린 사랑이 느껴지는 듯하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님의 연주는 내가 듣기엔 조금 밝고 힘차게 느껴진다. 빗방울 전주곡은 전체 24개 곡 중에서는 가장 길이가 길다고 한다. 전주곡은 어떤 곡의 도입부 역할을 하는 짧은 형식의 악곡이기 때문에 빗방울 전주곡도 5분여의 길이로 연주된다.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별칭을 가진 쇼팽은 피아노에 뛰어난 재주와 열정을 갖고 있어서 피아노 위주의 곡을 많이 작곡했다. 피아노의 새로운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의 전주곡들은 녹턴(야상곡)과 함께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쇼팽의 녹턴은 전곡을 다운로드하여 운전할 때 듣거나, 카페에서 글쓰기 할 때 최고다. 녹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쇼팽은 심한 폐결핵으로 요양차 스페인에 있는 섬 마조르카로 간다. 그의 연인이었던 여류 소설가 조르주 상드와 함께한 겨울, 비 오는 날에 외출한 상드를 걱정하며 작곡한 곡이다.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낯선 곳에 적응하느라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더해 우울한 상황이었다. 마음속에서도 응결된 슬픔들이 물방울처럼 고여서 비가 내리고 있었을 위대한 작곡가는 그 마음을 곡으로 만들어 우리에게까지 전해 주고 있다.
블루베리 하우스에서 아침에만 들을 수 있는 물방울 연주곡은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보다 더 빠르고 힘차고 명랑하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빗방울 전주곡이 연상되었다. 난 블루베리 하우스에서 물방울 연주곡을 듣는다.
[반짝이는 집 완성]
바닥까지 마무리하고, 열반사 필름을 붙이니 9평짜리 반짝이는 집이 완성되었다. 울퉁불퉁한 부분도 어렵지만, 중간에 있는 창문과 가운데 선에 목각을 부착할 곳에 철띠가 있어서 그 부분을 오려서 붙여야 해서 복잡했다. 반사 필름 붙이는 작업에서는 뜯기 좋아하는 둘째가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 서서 비닐을 떼어냈다. 그 위에 두툼한 합판을 올리는 작업이 또 이틀이나 걸렸다. 규격이 맞지 않는 부분을 재단하고 그라인더로 잘라서 올리고, 못으로 고정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블루베리 연합회 총회가 있었고. 오늘은 오후만 작업해서 실제 일하는 시간은 하루였다. 남편이 드릴로 구멍을 뚫어 주면, 그 위에 나사를 끼운다. 남편은 드릴을 바꿔서 못을 고정한다. 화장실 배관이 올라온 부분이 동그란 모양의 배관을 따로 깎아내고 끼워야 해서 작업이 어려웠다. 모든 일은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배웠다.
바닥에 난방을 어떻게 할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이 상태에서 각목 구조물이 설치해야 되는데, 사흘 이상 걸릴 것 같다고 한다. 블루베리 이파리를 따 주는 작업이 급해서 쉼터 만드는 작업은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둘째와 일하기]
블루베리 나무의 이파리 따기를 함께하면 좋겠는데, 둘째는 일하기 싫어한다. 토, 일 양일간은 함께 농장에 오기 때문에 종일 놀릴 수도 없다. 무언가 둘째도 참여할 수 있는 작업을 알려 줘야 한다. 나무의 끝부분에 달려 있는 꽃눈이 다칠까 봐 조심스러워 일을 시키기도 겁이 난다. 어떻게 하면 엄마보다 키도 크고, 기운도 좋은 둘째와 함께 일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묘안이 떠오른다.
가지의 끝부분, 꽃눈이 생기고 잎눈이 만들어지고 있는 부분을 내가 따고, 굵은 줄기 쪽 통통한 부분의 이파리들을 둘째에게 따도록 했다. 몇 차례 오라고 불러도 꿈쩍도 안 한다. 엄마의 바쁜 사정 따위는 제게 별상관이 없다는 듯 유유자적이다. 열심히 일하면 치킨을 사주겠다고 말했더니 금방 일어선다.
이파리들이 점점 말라가고 있어서 따기는 수월하다. 높이가 높아서 내가 위쪽까지 따려면, 의자를 활용하기도 하고, 화분의 테두리 위로 올라가 작업해야 할 만큼, 키가 큰 나무도 있다. 키가 큰 나무들도 열매가 열리면 무게 때문에 아래로 내려오기 때문에 수확에는 지장이 없다. 이파리를 따는 방법을 배운 둘째는 큰 어려움 없이 이파리를 따내고 있다.
https://youtu.be/pCx5g4FnAXU?si=xAgeVlqBmyzm9JJ9
피아니스트 조성진 님이 연주하는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검색해 올립니다.
첫댓글 '물방울 연주곡' 너무 멋있는 장면이 떠올라 더불어 청량감이 드네요.
완성된 '반짝이는 집'을 보면서 사람의 힘, 가족의 힘은 위대함에 다시 감탄했어요.
블루베리 이파리 따는 작업도 상상이 되어 둘째 행동을 떠 올려 봤어요.
농원의 멋진 하모니가 시인 엄마를 통해 묘사되는 장면이 더해져서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네요.
회장님! 건강하신지요? 저도 농원의 일감이 많아져서 힘을 내고 있습니다
봄의 기운이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목표지향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어서 일이 있다고 생각하니 부지런해져야 겠습니다.
건강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합니다.
회장님께서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