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 속 사랑은 거의 예쁘고 잘난 사람들의 몫이었다. 그래서인가? 나이가 들어갈 수록 사랑을 할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이 문득 문득 들어서 겁이 나곤 한다. 내가 세상서 제일 부러운 모습은 나이가 들어 한 걸음 옮기기도 힘들만큼 내 몸이 약해져있을 때, 서로에게 의지하여 두 손 꼭 잡고 길을 천천히 걸어가는 부부의 모습이다. 머리는 하얗게 변했어도, 여전히 처음 만났던 그 때처럼 상대를 향해 웃어보이며 손에서 손으로 서로의 체온을 나누고 그렇게 속도를 늦추어 같이 걸어가는 모습으로 그렇게 늙고 싶다고 늘 빌고 있다. 햇볕 좋은 날이면 손에 책 한 권씩 들고,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좋은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틀어두고, 시간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사람이 내 사랑이었으면 좋겠다고 늘 빌고 있다. <늙은 부부 이야기>가 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서로 아끼고, 서로 위하고, 서로 의지하며... 젊은이들이 빨간색 사랑이 아니라 파스텔톤의 아주 연하디 연한 핑크빛 사랑.. 나이가 들어서도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이번에서야 하게 되었다. 그걸 바라면서도 그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내 몸에도 대한민국 그 보수적 피가 흘렀던 건가? ^^;; 그래도 결론은!! 사랑은 꼭 빨간 색일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