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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1년 5월 4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10504수] 대한민국 먹칠한 외교관의 상아 밀반입
외교통상부의 추문 시리즈가 끝이 없다. 이번에는 상아다. 상아로 유명한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주재 박윤준 전 대사의 귀임 이삿짐 속에서 수출입 금지품목인 상아가 적발됐다. 일반인도 아닌 고위 외교관이 야생 보호 차원에서 거래가 엄격히 금지된 물품을 밀반입한 행위는 이만저만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도 보통 망신이 아니다. 경위를 철저히 밝혀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관세청이 제보를 받고 박 전 대사의 이삿짐 컨테이너에서 찾아낸 상아는 가공되지 않은 원형 상태 6개와 조각된 상아 10개 등 16개나 된다. 공식 거래품이 아니어서 가격을 매기기 어려우나 밀거래 시장에서 1억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박 전 대사는 아내가 친하게 지냈던 현지 고관 부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인데 인부들이 이삿짐을 쌀 때 실수로 함께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우리도 대한민국 외교관이 금전적 이득을 노려 상아를 밀반입했다고는 보고 싶지 않다. 과거 어려운 시절 외교관들이 귀임하면서 이런저런 물건을 들여와 상당한 득을 봤다는 얘기는 있었다. 지금은 외화난에 시달리는 북한 외교관들이나 밀수를 하다 발각돼 국제적 망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사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이해되지 않는 바가 많다. 외교관이 귀임 이삿짐을 싸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물건을 점검하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공직자 윤리법에는 외국인으로부터 10만원 상당 이상의 선물을 받은 경우 반드시 신고하도록 돼 있다. 이런 기본 중의 기본을 태만히 했다면 결국 공직자로서의 자질부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외교부가 이번에는 또 어떻게 국민에게 사과할지 궁금하다. 지난해 유명환 장관의 딸 특채 파동 이후만 해도 벌써 몇 번 째인가. 특히 나라 안팎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 파문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외교부의 공직기강 해이는 이미 구제 불가능한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어떻게 해보라고 주문을 하기조차 민망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10504수] 한-유럽연합 FTA, 졸속 심의에 졸속 비준 안 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표결처리할 예정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중소상인 보호 장치 강화 등 정부여당의 대폭 양보를 표결 참여 명분으로 내세웠다. 어차피 한나라당 단독으로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할 예정인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합의처리에 동의해주되 실리를 챙기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칫하면 명분도 실리도 다 잃을 수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약속한 대가는 크게 두가지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출점 제한 규정을 강화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을 비준안 처리 뒤 곧바로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며, 오는 7월1일 협정 발효 뒤에는 국내 중소상인 보호를 아예 협정문에 담도록 유럽연합 쪽과 추가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하더라도 협정 발효에 따른 부작용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는 중소상인 보호 입법의 무력화를 막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유럽연합과의 협정은 국내 법률과 같은 효력이 있기 때문에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의 투자자와 기업은 협정에 따른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받게 돼 있다. 협정문에는 유럽연합의 경우 도심 내 영세상인 보호법을 예외규정으로 뒀지만 한국 쪽에는 인정하지 않고 소매업을 전면 개방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이는 국회가 지난해 11월 진통 끝에 마련한 두 법률(유통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또 우리나라가 1980년에 가입한 ‘조약법에 관한 빈협약’에 따르면, 조약과 충돌하는 특정 국가의 법률 조항은 상대국 국민에게 적용할 수 없다. 즉 중소상인 보호법은 아무리 강화해봤자 국내용으로만 유효한 셈이다.
민주당은 비준동의안 표결에 참가하기 전에 야당과의 연대도 고려해야 한다. 4·27 재보선 직전에 야4당끼리 맺은 정책연합 합의문에는 ‘협정문을 국회에서 전면 재검증을 해 독소조항을 고칠 때까지 비준을 공동 저지한다’는 내용이 있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은 교역과 투자만 아니라 환경, 보건, 교육 등 국민 일상생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국회는 이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지금은 협정문에 어떤 독소조항이 들어 있는지 재검증하고 완벽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비준안 동의는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조선일보 사설-20110504수] 北의 사이버 테러 앞에 발가벗은 대한민국
지난달 발생한 농협 전산망 장애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3일 "이번 사태는 2009년 7월과 지난 3월의 디도스 공격을 감행했던 동일한 집단이 적어도 7개월 이상 치밀하게 준비해 실행한 것으로 북한이 관여된 사이버테러"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해 천안함을 공격했던 북한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이버공격은 '총성 없는 전쟁'이라 불린다. 대한민국은 전자(電子)정부를 표방하고 컴퓨터를 앞에 놓고 국무회의를 하며, 국가안보에서부터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통제에 의존하고 있다. 농협 사태는 사이버 보안에 구멍이 뚫리면 전자정부가 단번에 위험천만한 정부로 굴러떨어지고 만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번 농협 전산망 장애로 피해보상 요구가 1378건에 달했고, 신용카드 업무 복구가 지연되면서 고객들이 카드로 결제한 7만3500건이 5일 늦게 가맹점주들에게 입금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대한민국 전자정부가 지금 북한의 사이버 공격 앞에 발가벗은 상태로 노출돼 있지 않은지 걱정스럽다.
농협은 3000만명의 고객을 가진 금융회사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시스템 관리용 노트북이 아무런 통제 없이 외부로 드나들었고, 매달 바꾸게 돼 있는 최고관리자 비밀번호는 2010년 7월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으며, 그마저도 유지보수업체 직원에게 누설됐다. 고도의 전문기술을 지닌 북한 해커들에게 이런 농협은 손쉬운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대기업들은 외부인은 전산실에 들어갈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주요 부서에서는 PC에 USB를 꽂는 구멍이 없고 DVD드라이브도 없는 먹통 PC를 업무에 사용하고 있고, 현대차는 외부인의 노트북 반입을 일절 금지하고 USB나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도 통제 대상이다. 그런데도 국가보안법 전과자가 합동참모본부 전산센터를 수시로 드나들며 군 기밀을 빼내가는 것이 전자정부의 한심한 실상이다.
북한은 1000명 이상의 세계 최정예 해커 부대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작년에 뿌린 악성코드와 해킹 프로그램에 감염된 좀비 PC 200개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작동되고 있을지 모른다. 만약 북한이 작심하면 은행들끼리 연결해놓은 금융전산망은 물론, 원자력발전소 등 전력망, 지하철·공항 등 교통·통신망 등 주요 기관의 시스템을 망가뜨려 이 나라를 백주(白晝)의 암흑천지로 만들어버릴지 모른다.
[경향신문 사설-20110504수] 검찰의 농협 해킹 ‘북한 소행론’ 의문점 많다
검찰과 국정원이 지난달 발생한 농협 전산망 마비가 북한의 소행이라고 어제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2009년 7·7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및 지난 3·4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집단이 장기간 치밀하게 준비해 실행한 것이라며 “북한이 관여한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테러”로 규정했다. 해킹명령의 발원지이자 농협 전산망 관리업체인 한국IBM 직원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81개 악성코드를 분석한 결과, 지난 디도스 공격 때와 수법이 비슷하다는 것이 그 근거다. 또 해킹 공격에 활용한 좀비 PC를 조종하기 위해 이용한 IP(인터넷 프로토콜) 1개가 지난번 3·4 디도스 공격 때의 것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번 해킹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중대한 사건이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북한이 개입했다는 직접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전 두 차례의 디도스 공격이 북한에 의한 것이라는 것 자체가 검증되지 않은 추정인데, 그 추정을 토대로 북한 소행이 확실시 된다고 한 것이다. 전문해커들이 해킹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여러 경로를 거치거나 위장하는 것을 감안할 때 같은 IP를 썼다고 북한의 소행으로 보는 것은 말 그대로 추정에 불과하다. 2년 전 디도스 공격 때 썼던 IP를 다시 해킹에 이용한 점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은행의 개인정보·거래정보가 유출된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볼 때 전문해커들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정도 규모의 사이버테러라면 상당한 인적·물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 말고는 누가 이런 일을 벌이겠느냐는 검찰의 설명이지만, 사실에 근거해 혐의를 입증해야 할 수사기관이 할 말이 아니다.
수사기관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 범죄자를 처벌하는 곳이다. 확인된 사실과 추정되는 부분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 생명이다. 그래야 권위와 신뢰를 인정받아 불필요한 혼란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검찰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추가 증거를 찾아내 확실한 결론을 내렸어야 옳았다.
설사 검찰 발표대로 북한의 소행이 맞다 해도 보안당국의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IT강국을 지향한다면서 디도스 공격이 시작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또한 이번 사건은 컴퓨터에 보안프로그램을 깔지 않는 한국IBM의 회사 방침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컴퓨터 보안을 위한 대대적인 점검과 대책 마련을 이번 사건은 새삼 촉구하고 있다. 모든 사이버테러에 대한 대비책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10504수] 금감원 권한 모자라 저축銀 부실 방치했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그제 발표한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사의 불법과 탈법행위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2006~2010년 5개 계열 저축은행에서는 고객 예금 4조 5942억원을 대주주와 임원 명의로 된 특수목적법인(SPC) 120곳에 빌려줬다. 최근 2년간 2조 4533억원 규모의 분식(粉飾)회계도 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는 고객들이 맡긴 예금은 대주주의 사(私)금고나 다를 게 없었다. 손실은 줄이고 이익은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일삼았으니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도 엉터리였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BIS 비율이 당초에는 5.13%로 알려졌으나 영업정지 후 금융감독원이 재검한 결과 -50.29%였다.
금감원 출신의 일부 감사들이 불법대출과 분식회계에 가담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모든 저축은행의 불법과 탈법 실태, 대주주의 사금고로 이용된 실태를 수사해야 한다.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사들의 불법과 탈법의 1차적인 책임은 대주주에게 있겠지만 감독을 제대로 못한 금감원에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금감원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감사로 내려간 상태에서 감시는커녕 불법을 방관·방조했으니 금감원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무슨 염치가 있는지 이참에 ‘포괄적 계좌추적권’을 갖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대로 일도 못하면서 참 뻔뻔하다. 소도 웃을 일이다. ‘포괄적 계좌추적권’이 없어서 저축은행의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을 검사하는 기간에도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한다. 금감원이 알면서 봐준 게 아니라면 무능한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날에는 영업시간이 끝나면 전산을 장악하는 게 기본 매뉴얼인데도, 현장에 파견된 감독관들은 이렇게 하지 않았다. 대규모 ‘특혜 예금인출 사태’를 야기한 내막이 뭔지 검찰이 밝혀내야 한다. 할 일도 못하는 금감원에 권한을 더 줘서는 안 된다. 금감원 출신을 금융회사의 감사로 내려보내는 것을 막는 구조적인 장치 마련이 더 급하다. 그래야 금감원과 금융회사의 유착 고리를 끊을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10504수] MB 발언으로 경제정책 견해차 정리되었나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경제5단체장들과 만나 "대기업 · 중소기업 상생은 법이나 제도로 강제한다고 되지 않는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해야 좋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동반성장 얘기를 시작할 때부터 일관했던 지론"이라고 부연 설명까지 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초과이익공유제를 꺼낸 이후 정부 정책의 이념적 기조가 친시장에서 반시장 · 반기업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이라는 점에서 주목하게 된다. 이 대통령이 재계의 오해를 풀겠다며 마련한 자리에서 "기업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새삼 강조한 것은 정부의 기본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회동만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해소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당장 청와대와 정부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권력집단 내 의견차이를 말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초과이익공유제,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등이 제기될 때마다 충격과 혼선이 일어났지만 고위 공직자 어느 누구도 이를 제어하지도,교통정리에 나서지도 않았다. 심지어 청와대 참모진 간에도 이견이 표출됐다. 이제 와서 그저 특정 인물의 잘못된 처사요, 돌출 발언이었을 뿐이라고 책임을 떠넘길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같이 이미 진행중인 일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 총선 · 대선을 치러야 하는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앞으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책기조를 흔들어대는 일이 많아질 것은 자명하다. 이런 마당에 정부까지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나 살피고 이런저런 편법으로 기업에 압력을 넣는다면 어떤 기업이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 자발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중소기업과 협력해 일자리를 만들려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겠는가. 정부가 혹여라도 밀어붙여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오판이요,자만이다. 이 대통령은 어제 자리에서 "정부는 기업을 잘 되게 하는 원칙을 지켜나간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켜 볼 일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홍찬식 칼럼/홍찬식(수석논설위원)-20110504수] 조용기 이후의 한국 교회기사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제 할 일은 끝났다”며 은퇴 의사를 밝혔다. 조 목사는 한국 교회의 고속 성장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의 목회 활동은 전도사 시절인 1958년 5월 18일 서울 은평구 대조동 산기슭의 작은 주택에서 시작됐다.
‘첫 예배에 다섯 사람이 우리 교회에 나오기로 철석같이 약속했다. 조용기 전도사에게 전화를 걸어 설교를 부탁했다. 보리쌀 한 되를 사다가 밥을 짓고 조 전도사를 기다렸다. 저녁 7시 전에 오라고 했더니 조 전도사는 6시도 되기 전에 땀을 흘리며 뛰어 올라왔다. 그러나 8시가 다 되어도 약속했던 사람들은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조 목사의 장모이자 함께 교회를 개척했던 최자실 목사(1989년 작고)가 자서전에 기록해 놓은 첫 예배 모습이다. 어쩔 수 없이 최 목사의 세 자녀와 함께 예배를 먼저 시작했다. 뒤늦게 한 사람이 도착했다. 그의 첫 설교를 들은 사람은 식구를 포함해 5명이었다.
이렇게 출발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오늘날 75만 명의 교인이 출석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로 성장했다.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일찍부터 역(逆)선교에도 눈을 돌려 세계 곳곳에 복음을 전파했다. 브라질 예배 때는 150만 명의 인파가 집회장소를 찾았다. ‘데이비드 용기 조’ 목사는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됐다. 그의 퇴장은 한국 교회의 한 시대를 마감하는 의미를 지닌다.
한국의 개신교 인구는 1950년 6·25전쟁 직전 60만 명에 불과했지만 1985년 인구센서스에서는 648만 명으로 급증해 있었다. 1960, 70년대 한국 개신교의 경이로운 성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경제 상황과 맞물려 있다. 많은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오던 시기였다. 낯설고 살벌한 도시의 삶은 불안하고 힘들었다. 교회는 이들의 등을 다독여주는 정신적인 안식처 역할을 했다.
종교사회학자인 이원규 감리교신학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급성장한 교회는 두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면 된다’는 적극적 사고방식을 교인들에게 심어주면서 철저하게 물질적 축복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경제가 한참 발전하던 시기에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 교회에는 교인들이 증가했다. ‘물질적 축복’이란 교회에 나오면 잘살 수 있게 됨을 뜻한다. ‘잘살아 보세’라는 당시 표어와 일치하는 성공 비결이었다. 그 시대에 맞는 종교적 역할을 통해 교회 역시 빠르게 성장했던 것이다. 순복음교회와 조용기 목사는 그 모델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한국 교회의 양적 성장은 1990년대 이미 한계점에 도달해 있었다. 개신교의 위기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5년 876만 명이던 국내 개신교 교인은 2005년 861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개신교를 포함한 한국의 종교는 과거와 같은 성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유럽에서는 종교가 날로 쇠퇴하고 있고 미국에선 정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소득이 늘어나고 경제가 여유로울수록 종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한국 역시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 개신교계는 잇따라 비상등이 켜지고 있었는데도 일부에서는 기존 성장의 틀에 매몰되는 오류를 범했다. 갑자기 돈이 많아진 곳에서 흔히 나타나는 권력 다툼이 추악한 단계까지 이르러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나님에게 바쳐야 할 교회를 세습하려는 움직임도 벌어졌다. 교세 확장을 위한 공격적인 전도 방식은 비종교인의 거부반응을 양산했다.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성도 도마에 올랐다. 개신교인인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은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개신교의 부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되면서 종교의 생명인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다.
조 목사 역시 전부터 가족경영 등 교회 사유화 논란에 휩싸였으며 ‘대통령 하야(下野)’ 발언 등이 겹치면서 매끄러운 은퇴가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의 시대적 역할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 그를 따랐던 교인들은 대부분 가난한 계층이었다. 어려웠던 시절에 교회를 찾아온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었고, 세계 속에 한국을 널리 알리는 ‘선교 한류’를 일으킨 주역이었다. 마지막 순간에는 평생 쌓아온 세속의 가치들을 깨끗이 버리는 용기와 겸허함을 보여주었다.
조 목사의 퇴장은 한국 교회의 성장 신화가 막을 내렸음을 알려준다. 동시에 한국 교회가 새로운 소명을 떠맡아야 하는 과제도 일깨워주고 있다. 모두가 돈과 물질을 좇는 시대에 정신적인 안식과 평화를 선사하는 개신교 본연의 역할이 절실하다. 최근 논란을 부른 개신교의 모습은 전체의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개신교와 교인들의 긍정적인 역할이 훨씬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잘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조 목사의 은퇴 선언이 개신교 쇄신과 위기 극복의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박종권(선임기자·논설위원)-20110504수] 수장
네팔 카트만두의 파슈파티나트 사원은 힌두교 4대 성지 중 하나다. 파괴의 신 시바를 모신다. 성스러운 ‘어머니 강’인 갠지스의 상류 바그마티 강변에 있다. 여기서는 연일 노천 화장(火葬)이 이뤄진다. 타고 남은 골회(骨灰)를 갠지스에 뿌리면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나 영생을 얻는다고 믿는 것이다. 승화된 수장(水葬)이랄까. 강은 자연히 반쯤 탄 장작더미와 불완전 연소된 시체로 가득하게 됐다. 이에 2000년 ‘바그마티의 친구들’이란 환경단체가 조직돼 강변 정화에 나섰다고 한다.
문무대왕릉은 승화된 수장(水葬)의 대표 격이다. 화장 후 유골을 동해에 묻으면 용이 돼 국가를 평안하게 지키겠다고 지의법사에게 유언해 장사를 지낸 곳이 대왕암이다. 만파식적(萬波息笛)은 바로 용으로 변한 문무대왕을 부르는 피리다.
해양민족에 수장은 보편적이다. 폴리네시아에선 사자(死者)를 통나무에 실어 먼 바다에 가라앉힌다.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내륙지방에서 수장은 ‘관계의 단절’을 뜻한다. 티베트에서는 질병에 걸려 죽은 경우 가죽에 싸 강에 던지는 풍습이 있다. 물에 넣으면 사악한 망령(亡靈)이 인간세상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믿음에서다.
그래서일까. 섶에 누워 복수를 꿈꾼 ‘와신(臥薪)’의 주인공 오왕 부차는 자결한 오자서를 말 가죽에 싸 강물에 던진다. 꿈에서도 보기 싫었던 모양이다. 또한 시묘(侍墓)를 막아 후손과 단절까지 꾀한 셈이 됐다. 그런 부차도 쓸개를 맛보며 복수의 칼을 간 ‘상담(嘗膽)’의 주인공 월왕 구천에게 지고 후회하지만.
9·11테러의 배후 오사마 빈 라덴이 아라비아해에 수장됐다. 묻을 경우 혹시라도 테러리스트의 성지(聖地)가 될 가능성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쿠바 산타클라라의 체 게바라의 묘지처럼 말이다. 더불어 ‘테러의 망령’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도록 한 셈인가.
‘창랑(滄浪)이 깨끗하면 갓끈을 씻고, 더러우면 발을 씻는다’는 어부의 노래를 뒤로 멱라수에 몸을 던진 굴원을 사람들은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물고기가 뜯지 못하도록 댓잎에 찹쌀을 쪄 고깃밥으로 던진 것이 ‘종자(粽子)’다. 중국인들이 매년 5월 5일 대통이나 댓잎 종자를 먹는 풍습의 유래다. 또 그를 기려 ‘용주(龍舟)’ 놀이도 생겼다. 그런데 어복(魚腹)에 장사를 지낸 빈 라덴에겐 종자도 용주도 없다. 그저 아픈 기억에 악명(惡名)만 새겼을 뿐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이승철(논설위원)-20110504수] 열광과 광기 사이
‘9·11 테러’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 워싱턴 특파원으로 있던 2001년 9월11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봤던 미국인들의 눈이다.
테러 발생 4시간여 뒤 펜타곤(국방부 건물)이 내려다보이는 알링턴 국립묘지 옆 언덕을 올랐다.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항공기가 충돌한 펜타곤에서는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꽃이 여전히 치솟고 있었다.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언덕을 메웠다. 너무 조용했다. 모두들 입을 꽉 다문 채 핏빛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펜타곤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들의 눈에서 분노를 보았다. 동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친절하기 그지없던 이웃집 사람들의 눈에서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노를 느꼈다. ‘광기’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저께도 그랬다. 한밤중임에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소식에 많은 미국인들이 워싱턴의 백악관 앞 광장과 또 다른 9·11 테러 현장인 뉴욕의 이른바 ‘그라운드 제로’에 운집했다. TV 화면에 나타난 이들은 “USA”를 연호하면서 환호했다. 테러 희생자의 친·인척이나 참전용사, 그리고 당시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젊은 학생들이 많았다. 남녀노소, 피부색의 구분이 없었다. 미국은 또 하나가 됐다. 열광하는 그들의 눈에서 ‘광기’를 문득 느꼈다.
‘열광’은 집단적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창출할 때의 사회 심리상태를 가리킨다. 이 말에는 긍정적이라는 함의가 담겨 있다. 반면 사회 심리상태가 파괴적이고 분열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때는 ‘광기’라는 단어가 붙는다. 이 단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열광과 광기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어느 순간 열광이 광기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독일인들의 히틀러에 대한 열광이 광기로 변해 제2차 세계대전을 불러일으켰다. 또 종교적 열광이 집단자살이나 마녀사냥과 같은 광기로 발전한 것은 부지기수다. 열광과 광기는 심리적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공통점 때문에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열광과 광기는 사촌쯤 되는 셈이다.
9·11 때 미국민의 광기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열광적 지지를 거쳐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으로 발전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빈 라덴 사살에 대한 미국민의 열광이 지구촌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 광기로 발전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디지털3.0/김상헌(NHN 대표이사 사장)-20110504수] 나를 말해주는 온라인의 흔적들
`레퍼런스 체크`라는 말이 있다. 혹시 이 표현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직을 생각해본 직장인일 가능성이 높다. 회사에서 통상적으로 경력사원을 채용하기에 앞서 그가 어떤 평판을 받았는지를 체크하는 것을 `레퍼런스 체크`라고 한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가 훌륭하고, 면접에서 높은 점수까지 받았어도 레퍼런스 체크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이직이 힘들어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동료들과의 협업이나 업무 면에서 괜찮은 성과를 보일 수 있는 경력자를 뽑아야 하는데, 이력서와 면접만으로는 한 사람의 온전한 평소의 태도와 생각을, 동료의 평판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레퍼런스 체크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평판 관리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배경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온라인에서의 평판을 관리해주는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이제 직장 동료들의 한마디로는 부족한 것이다. 블로그, 카페, SNS 등 인터넷에 올렸던 글과 사진 그리고 동영상도 평판 관리의 중요한 대상이 된다. 온라인에서 한 사람의 정체성은 점점 다양한 형태로 저장되고 또 검색되는 추세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한 사람이 속한 네트워크, 관심을 두고 있는 사회적 현안, 몰입하는 취미 등이 고스란히 대중에게 드러나기 쉽다. 문제는 대체로 사생활에 속할 수 있는 장면과 관계까지도 평판 관리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좋지 않게 헤어진 사람들이 일방적인 험담을 올릴 수도 있고, 본인이 블로그에 무심코 술 취한 사진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본인에게는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일 수도 있지만, 온라인 평판 관리가 정교해질수록 개인의 사생활이 드러나기 쉽다. 바로 이런 지점을 평판 관리 업체는 파고든다. 즉 본인이 보기에 부끄러운 게시물이 검색될 경우 삭제요청을 하거나 다른 게시물을 좀 더 눈에 잘 띄게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은 모두 일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이루어진다. 평판 관리 업체 중에는 돈을 내면, 그 사람이 개설한 인터넷 계정을 찾아서 일부 혹은 전부의 삭제를 대행해주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업체의 이름은 `나를 지워줘(delete me)`라고 한다. 내가 가입한 계정, 내가 쓴 글, 내가 찍은 사진을 삭제하는 데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은 일견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 가입한 사이트를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게 마련이며, 어디다가 무슨 기록을 남겼는지도 망각하기 쉽기 때문에 내 정보를 타인이 삭제해주는 일이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 사실 본인이 아닌 다음에야 본인의 정보를 삭제한다는 것이 그렇게 용이한 일은 아니다.
자칫하면 법적인 리스크를 질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삭제 권한을 위임하려면, 그 전에 선행돼야 할 것은 분명한 본인 확인이다. `내가 분명한 나`라는 것을 입증하고 나를 지워 달라고 의뢰해야 한다니, 문득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소설의 제목이 생각났다. 나를 거쳐갔던, 내가 망각했던 나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나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 누구나, 인터넷 공간에 거리낌없이 올리는 각종 사진과 게시글과 댓글, 동영상에 익숙하다. 당시에는 자랑이 되고, 또 스트레스 해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바로 이런 게시물들이 시간이 흐르고 관계가 변하다 보면 사회 생활에서 생각지도 못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러니 온라인에서도 여러 가지로 신중한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진 하나를 올리더라도, 공개 설정의 범위를 꼼꼼하게 살피는 버릇이 중요하다. 또 한 줄 댓글에도 작성자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