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맹산(誓海盟山) - 바다와 산에 맹세하다, 충무공의 비장한 맹세에 산천이 응답하다.
[맹세할 서(言/7) 바다 해(氵/7) 맹세 맹(皿/8) 메 산(山/0)]
굳은 의지로 실천을 다짐할 때 ‘하늘을 두고 맹세한다’고 흔히 말한다. 성어로 指天爲誓(지천위서)다. 우리의 맹세라 할 때 맹세할 誓(서)는 ‘세’로 굳어져 읽힌다. 전장에 나갈 때 승리를 다짐하며 나무를 꺾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데서 나왔다고 한다.
하늘에 비유하거나 堅如金石(견여금석), 金石盟約(금석맹약)이란 말대로 돌과 쇠와 같이 단단한 것에 비유한 것은 언약이 변하지 않겠다는 것도 있지만 그만큼 지키기 어렵다는 것도 포함한다. 서양 격언에 ‘혀 쪽은 맹세하지만 마음은 맹세하지 않는다’, ‘인간은 죽어서야 맹세하지 않는다’는 것이 있을 정도이니 알 만하다.
쇠와 돌에도, 하늘에 대고 한 맹세는 못 믿더라도 바다에 맹세하고(誓海) 산에 맹세하는(盟山) 것에는 믿어야 한다. 조선 宣祖(선조)때 왜군이 물밀듯이 쳐들어와 반도를 쑥대밭 되기 직전 수군의 진로를 틀어막아 절체절명의 고국을 구한 忠武公(충무공) 李舜臣(이순신) 장군의 우국충정이 절절하기 때문이다.
1592년 4월 왜적이 東萊(동래)를 유린하고 보름 만에 서울을 위협하자 왕은 義州(의주)로 몽진하는 등 일촉즉발이었으니 장군이 나라를 지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국을 구하겠다는 의지가 비장한 장군의 시 ‘陣中吟(진중음)‘은 李忠武公全書(이충무공전서)에 수록되어 있고 의병장 趙慶男(조경남)의 亂中雜錄(난중잡록)에도 같은 구절이 전한다.
五言律詩(오언율시)로 된 전반 4구에서 왕의 피란 행차는 멀어져 나라가 위태로우니 신하와 장수가 공을 세워야 할 때라며 피 끓는 심정을 토한다. 후반 頸聯(경련)에 성어가 나온다. ‘바다에 맹세하니 물고기와 용도 감동하고(誓海魚龍動/ 서해어룡동), 산을 두고 맹세하니 초목도 알아보네(盟山草木知/ 맹산초목지).’ 그러면서 비장하게 맺는다.
‘원수 왜적을 모두 멸할 수 있다면(讐夷如盡滅/ 수이여진멸), 죽음이 닥쳐도 굴하지 않으리라(雖死不爲辭/ 수사불위사).’ 이 결의대로 장군은 1598년 露梁(노량) 해전에서 왜을 쫓다 적탄을 맞아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勿言我死(물언아사) 말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하늘에 맹세한다고 하면 너무 거창해서인지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반신반의한다. 바다와 산에 맹세한다는 이 성어는 정치인들이 신년각오나 큰일을 앞두고 곧잘 인용한다.
예전 검찰개혁을 앞두고 이 의지를 피력한 법무장관도 자신의 과오로 흐지부지되는 등 거의가 충무공의 ㅡㅅ誓言(서언)만 더럽힌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일찍부터 성경에서 남겼나보다. ‘서원하고 지키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서원하지 않는 것이 낫다.’ 誓願(서원)은 신이나 마음속으로 하는 맹세로 舊約(구약)의 傳道書(전도서)에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