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의 증거를 말해보자, 노래해 보자
우리 강산은 도처에 산을 품거나 돋우고 있지만, 새들이 깃들만하고, 시제가 깃드는 산은 곱아 볼만 한 정도라 생각합니다.
만 번의 준비가 없으면 나서지 마라, 하는 선인들의 말씀을 무릅쓰고 이리 아슬한 2012년 가을에
'정심'을 모을만한 깃대가 천태산에 나부끼고 있음으로, 마음이 먼저 나서고 있습니다.
회심의 거리는 천리가 넘다한들, 마음의 거리는 우리 모두 지척입니다.
회원분들과 선배분들이 만드신 문집을 탐독하는 내내, 아름다운 노랫말과 사설이 저를 설레게 했습니다.
마치, 뭘 모르는 아이같은 마음으로 일단의 작품에서 건방지기도 하고 겁도 없이 마구 골라 보았습니다.
근심은 접어두고 즐거움으로 습관대로 뒷장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운율이 담긴 작품들 중에서 행사에 안성맞춤인 구구절절을 겁없이 옮겨봅니다.
너르신 마음으로 해량하옵고, 문집을 노랫말 또는 사설로 축약하는 무모한 일을 도모합니다.
모자라기는 한참 아득하지만, 천태산 생명의 원력으로 겁없이 두루 무늬만들기를 하고 있습니다.
작사가가 이리 많은 노랫말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강태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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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부처님의 가피가
한 알 한 알의 은행으로
매달려있음을, 영국사 은행나무/황태면
천태산에서 천년도 더 살아오신
은행나무를 찾아뵈오니
가랑 가랑 가랑비 속 한밤이 되었다
샛노란 이파리들이
빗소리를 지상으로 흘려보내면서도
어느 잎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허형만
서러워마라 지상의 나무들아
뼈마디 꺽이고 흐느끼는 것이 어디 너뿐인가
언제 우리 환한 꽃 한번 피워낸 적 있더냐
천 년이나 살아온 나도
꽃 필 때마다 핀 듯 만 듯, 그 꽃들
세상에 왔다 가기나 한 건지 천태산 은행나무/최순섭
천태산 영국사에
오래 묵운 은행나무가
가지가지 황금 이파리를 달고 있으니까
천태산이 저렇게 높구나 천태산 은행나무/최기종
천년을 살아온 은행나무 앞에
나는 서 있네, 옷깃 사이로
목덜미를 깨물고 바람이 지나가네
예사랑은 가슴보다 살갗이 먼저
서늘하게 기억하는 걸까/
여기, 천태산 은행나무처럼
천 년을 이어가는 사랑 있을까 천 년의 사랑/ 차승호
허공에/못하나 치고/꽃이 핀다/
환/하/다 낙관 / 조경순
온몸에 굳은살 배기도록
바람앞에 오체투지하다 보면
사리로 쏟아지는 햇살 영국사 은행나무/ 정선희
묻지 말아야 한다. 천 년의 말을 피워내고 있는 것이 어찌 신비가 아니랴.
영국사 천 년 은행나무/정목일
천년 은행나무 곁을 끙끙 거닐 때면
지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둥글게 익어간다 은행나무 끙끙 /전건호
노랗게 물들여놓은 종소리에 휩싸여 바람이 머물다 간 소리
한 잎 쥐어보면 은행나무 범종이 밟아온 축축한
뒤안길이 저릿하다 종소리 한 잎 / 장상관
시간은 소리 없이 저 산 너머 가고 있는데
나는 은행잎 떨어지는 모습만 쳐다보네요 슬픈 들길/ 임석
노란 나비떼들, 하늘로 날아오른다
푸른 시간의 내력을 견딘 천 년의 시간
은행나무는 나비의 노란 집이다 나비의 집/임미리
저기 천년사랑 펄럭이며
할머니 걸어오시네 영국사 은행나무1 /이현실
내몸에도 밝기가 있다면 꼭 그만큼의 밝기로
당신 곁에 켜지고 싶습니다 내 몸에도 밝기가 있다면/이해리
은행나무가 견뎌온 인고의 세월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리라는
노란 축문, 그 빛에 물들어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아프고도 환하네요. 노란 빛에 물들다/이애란
샛노란 눈망울에 너울너울 소리쳐 오던 그 마음과
막막한 세상을 내치던 한 자락 목소리를 껴안아다오 천태산 은행나무님께/이승철
어? 은행나무도 퍽 오래 앉아있다. 영국사도 아직 내려가지 않고
있다. 편한 모양이다. 천태산 부스럼/이승진
가지마다 노오란 제 몸을 끌어안고
조용히 낡은 외투 벗어놓을 모양이다
한 생에 저문 흔적도 저 잎처럼 고왔으면 은행나무/이덕주
누구든 세상일에 지치거들랑
와서 나의 너른 품에 한번 안겨보시게 은행나무의 한 말씀/유영옥
마음 속의 관음
종소리 아닌 종이 운다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양문규
등댈 곳 없는 이들에게 스스럼없이
몸과 마음을 내어주는
그대의 무릎 그 아래에 나의
허기진 생각 한 조각을 걸어두고
술빵 같은 위로를 받습니다 천태산 은행나무/송옥선
어린 동자승 구름이 자전거 바퀴에다 하늘을 감으며
조용히 내게로 온다
허공이 울퉁불퉁 패이며 아, 아, 아, 천태산/송시월
가슴 가슴 만져놓은
가을의 눈시울이 노랗다. 천태산 은행나무/서지희
누가 매달아 놓았나
수천수만의 눈부신 알들 영국사 은행나무/서지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커다란 발
얼마나 못생겼나 숨겨두고 사는 발
신발을 신어야 언젠가 도솔천에 갈텐데 천태산 은행나무의 신발/서범석
한자리에 서 있는다는 것 얼마나 쉬운 일입니까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천 년 등불/박현웅
끝까지 가야하는 내 마음의 숲
그 숲 물결에 뒤섞여 반짝이는 잎이 되어버린 사원
나는 천태산 한 귀퉁이에
오래오래 서 있고 싶은 한 그루 나무 천태산은 내 마음의 숲/박정이
나무로 살아 천년 사는 나무를 보네
천년을 살면서 티끌 많은 세상에
티끌 하나 없이 살아
저렇게 사람들 구름처럼 불러들이네 장엄한 노래/ 박은숙
가슴에 물컹거리던 그리움 모두 버리고
저녁 바람 우글거린 가지로 날아든다
천 년을 그렇게 나라들다 나이테가 되었다 천태산 은행나무/박선영
나무는 그 많은 것들을 나에게 가르쳐주려고 먼 길을 걸어왔다
나무에게 절하다/맹문재
천 년을 바라보며 여기 서 있소/
오늘도 나는 하늘 향해 두 팔 벌려 힘차게 서 있소 천태산 은행나무/도종훈
노랑구두를 신고
눈부시게 번지점프! 흔적 /나금숙
꽁꽁 언 시절에도
나무의 숨결은 따뜻해
희디흰 눈송이들은 제 몸을 녹여
나무의 뿌리에까지 가 닿았다 광배/김은령
아득한 우주의 바람 한 점
울음 대신 알알이 맺힌
방울방울들 은행 한 알을 줍다/ 김윤환
(시작부문 사설조로)
구장집 마누라 맹키로
방뎅이를 깔고 앉아서
키가 더 커야제 더 커야제
누가 못 크게 하였당가
나무여 나무여 천 삼백살 은행나무여 천태산 은행나무/김영수
고개 들고 나무의 끝을 바라본다
세상의 한 모퉁이가 툭 하고 떨어진다 천태산 은행나무/ 김숙
수천 개의 눈을 뜨고 있다
수천 개의 손바닥 안에 환한 등불로 켜 있다 벚, 꽃나무 아래/김선미
서로 알 수 없는 곳에서 와서 몸을 합쳐
알 수 없는 곳으로 멈춘 듯 흘러가는 강물에
지나온 삶을 풀어놓다가 그만 뚝!
나뭇잎에 눈물을 떨어뜨리고 말았지요 수종사 뒤꼍에서/ 공광규
묻힌 짐승들의 울음도 쟁쟁할 텐데
내 업보는 여전히 가을이어서
들리지 않는다 도피안사가 멀다/ 강태규
첫댓글 수고가 많습니다. 아름다운 삶의 노래, 천년 은행나무와 함께하는 기쁨 큽니다.
선생님의 "정심"으로 천태산이 뜨거울 것 같습니다.
다시 반으로 줄였습니다. 행사용으로 5분 이내의 시노래로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