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TV프로그램 중 가장 선호하는 장르는 오디션과 의학드라마다.
비견 겁재 양인이 득세한 탓도 있겠지만
그 만큼 인간의 내면,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극적인 소재도 없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생사와 그에 얽힌 희로애락이 롤러코스터 타듯 펼쳐지는
의학드라마 중에서도 더욱 마음을 뺏기게 되는 건
'하얀거탑' 같이 치밀한 기술성의 바탕에서 강한 캐릭터가 펼치는 투쟁과 극복의 드라마다.
정말 오랜만에 정주행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든 피디와 작가의 작품이라 전작의 여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2000년대 20대를 보낸 이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과거씬과 당시의 노래들,
전작처럼 조연까지도 악인 하나 없는 설정, 그리고 우정과 사랑 사이를 줄타기하는 묘미까지 유사하다.
주요 스토리는 관인 소통이 잘 된 착한 청년들, 다섯 친구가
재성과는 거리를 둔 40대 의대교수가 되어 활약하는 이야기.
이들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40대가 되었지만 철들지 않고 세상에 물들지 않은 피터팬들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의학드라마에서 판타지물이 된다.
각설하고 3회차에서 드러난 코믹 담당 이익준 교수의 현실적인 에피소드가 결국 과제였다.
명리에서 죽음과 이혼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범부필부에게 죽음의 시기는 식상 입고, 자자입묘. 하지만 내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생 추구하고 그를 살게 한 지향점이 바로 그 사람을 사망으로 이끄는
아킬레스건이라는 점이었다.
일생 관보다 식신의 흐름에 행불행을 걸었던 모친은
아들이 꺾였을때 돌이킬 수 없는 병으로 빨려들어갔고
평생 상관별을 바라봤던 부친은 상관이 입묘하며 졸하셨다.
사업을 크게 이룬 사람은 편재 입고에, 관을 중히 쓴 사람은 관이 떨어져나갈때
존재감을 잃고 지상의 인연을 거두게 된다고 한다.
결국 추구가 허망하게 사라졌을때, 한 낱의 희망이 흩어져버렸을때
정체성을 잃고 휘청이다 꺾여버리는 운명.
그리 갖고싶었던 성취, 행복, 욕망이 결국 무덤이었다.
아내가 다른 남자까지 데려와 이혼을 요구하는 현실 앞에서 명랑소년의 가면을 벗어버린 이익준 교수
이혼의 문제를 명리로 단언하는 건 내게는 더 복잡하고 힘든 경지다.
남녀는 공히 자기 시각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불만을 갖기 때문에
누구 하나의 문제로 몰아갈 수 없고 여기에는 특히 자식이란 매개 변수가 작용한다.
하여 각종 충형파해와 생자별부, 정편재 입고, 정관 입고 등 팔자 구조에 드러나는
배우자 자리를 흔드는 시그널이 모두 부부가 갈라서는 현실로 마무리 되진 않는다고 본다.
이혼의 문제는 그 분란의 출발점이 각자의 어떤 팔자 구조에서 기인한 것인지,
내 그릇의 분인지, 먼저 챙겨보아야하지 않을까.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각각 다르다.'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처럼 다종다양하게 불행한 가정의 발단은 결국 나에게서 비롯되었다.
하여 명리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며 나와 세상을 여는 열쇠...
수단이나 용도가 아니라 새롭게 자각하는 시각이며 세계관이라고 한번 더 되새겨 보았다.
첫댓글 우와~~같은 드라마 본거 맞는거지요?
내가 왜 이렇게 작아 보이는건지....ㅎ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결론만 공통점으로 발견했네요
다ㆍ행ㆍ이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