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일은 결코 녹록치 않다. 특히 휠체어에 의지해 몸을 움직여야 하는 장애인의 경우 집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냉혹한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보도블럭으로 조성된 인도는 진동이 심해 전동휠체어가 다니기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차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아찔한 순간이 매번 반복된다.
무엇보다 이동권에 제약이 크다. 교통약자를 위해 최근 들어 콜택시를 운영하고 있지만 수용자에 비해 운행되는 콜택시의 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교통약자를 위해 최근 도입된, 계단 없는 저상버스가 대안으로 꼽히지만 광양시의 경우 광양읍과 중마동을 연결하는 9번 노선버스가 유일한 저상버스다.
그나마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정류장 설치로 인해 장애인의 경우 정류장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상악화로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광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달 30일 장애인 이동권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저상버스 체험활동을 전개했다. 소속 장애회원이 직접 전동휠체어를 타고 광양읍과 중마동 순환 9번 노선버스를 타보기로 한 것이다.
버스를 타기 직전까지는 위에서 밝힌 대로다. 9번 저상버스가 와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버스가 멈추고 인도와 버스를 연결하는 다리가 놓이면 휠체어가 천천히 버스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버스의 통로가 좁아 전동휠체어가 움직일 공간이 부족한 탓이다.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버스의 기존 의자를 접어야 비로소 휠체어를 창에 붙이고 고정하는 작업이 가능하다. 그제야 한 숨을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은 지금부터다.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게 정류장 일대를 점령한 불법주정차량이다. 정류장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있을 경우 승하차가 아예 불가능한 것이다.
광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민숙 자립생활 서포터는 “현재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저상버스의 도입취지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류장 일대를 점령한 불법주정차량”이라며 “저상버스와 인도를 연결해야 탑승이 가능한 상황에서 정류장 일대를 불법주정차량이 장악할 경우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저상버스 노선 확대도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중요한 복지정책이지만 시민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정책시행 방법을 마련한다고 해고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가장 기본적인 질서를 지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그 지점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