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날아간 뒤
새가 날아간 뒤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그 외,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불안하고
또 심심하기도 하다.
늙으신 어머니가 전화해 물었다.
얘야, 아무 일 없니?
아무 일 없다고 하자 그럼 됐구나, 했다.
꿈을 꿨어요.
전깃줄이 어머니 몸에 달라붙어 불꽃을 내며
지직지직 타들어가는 것 아니겠어요?
제가 발길로 팍 차버리니까 뚝 떨어져 나갔어요.
그랬구나. 잘했다, 잘했어.
네가 그 전깃줄을 차는 바람에 이 엄마가 살아났구나.
틀니를 해야 하는데 걸 곳이 없어 임플란트를 해야 한단다.
턱뼈에 구멍을 내고 쇠못을 박다가 그만 기절을 해서
다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
어머니는 기뻐하셨다.
꿈에서 아들이 당신을 살렸다고,
아들이 아무 일 없다고.
그 외,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간다.
노무현이 죽고 김대중이 죽고
그 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을 쩔떡쩔떡 씹어보지만
떠난 날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머리털을 검게 물들인 한 무리의 짐승들
꿈에서 차낸 전깃줄이나 거기 달라붙으면 좋으련만
연말에 십대 뉴스로 추억되어도 눈물 한 방울 없겠지.
그렇게 추억은 다시 또 가고, 묻히고
새가 날아간 뒤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아주 잠시.
그뿐. ♧
학교 다닐 적 내가 다녔던 성당.
지금도 예전 모습 그대로다. 앞의 계단 모양만 조금 바뀌었을 뿐...
성당 뒷길로 조금 내려가면 어머니가 살고 계신 집이 나온다.
어머니는 오늘도 전화를 하셨다.
첫댓글
그렇지요
옛날엔 꿈에 대해서
어른들께선 그 하루를 점시 하시기도요
요즘엔 꿈이 안 꾸워지대요 ㅎ
산행의 맛은 저 숲길에서 얻는 것이 얼마나 마음에 살찌우는 힐링이 될까요?
위에 정선 오일장도 보이네요
언젠가 다녀온 정선 오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