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백운산은,
30개 정도라고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는 곳이,
역술가 "백운산"씨이고... ㅎㅎ
그다음으로 유명한 곳이,
바로 광양 백운산입니다.
그동안,
찾아가려고 여러 번 시도는 했으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일정을 맞추기가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여기를 찾아왔습니다.
산행하기 좋은 계절은,
우리 고향의 산수유가 피는,
이른 봄이 최고인데...
이번에는,
때를 맞추지 못했지만,
올 수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3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논산 부근을 달리고 있고...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이 오지 않아서,
수면제를 펼쳤습니다.
아무리 수면제를 읽어봐도,
버스는 더디기만 해서...
책을 덮고,
창밖을 바라보니,
광활한 평야에는 어느새 푸른 벼들이...
6시에 출발해서,
도착한 시간을 보니,
오전 11시 40분입니다.
정말,
멀고도 먼 여정이라,
죽을 듯한 고통을 참아가며 왔는데...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하고...
구름이 많은,
백운산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안타까움이...
참고로,
여기는 광양 진틀마을인데,
타고 온 버스는 여기가 종점이라고 해서,
나의 산행 출발지인 논실마을까지,
이런 길을 한참을 더 걸었습니다.
길을 걷다 보니,
민들레가 두 번째 꽃을 피우고 있고...
처음 노란 꽃도 보기 좋은데,
두 번째 핀 흰 꽃도,
결코 뒤지지는 않네요.
암튼,
잠시 해찰도 하면서,
논실마을로 갑니다.
논실마을 입구까지는,
2차선 길이 있었는데...
마을 입구를 지나고 나서는,
가파른 임도가 반겨주고...
여기를 찾은 이유는,
광양에서 구례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서...
임도 주변에는,
커다란 호두나무가 열매를...
만일,
가을이면,
지나는 길에,
떨어진 호두 하나쯤...
힘들게 농사짓는데,
그럼 안 되겠지요. ㅎㅎ
아스팔트 길을 따라서,
한 시간 남짓 올랐는데,
산속에 물고기가 가득하고...
무지개송어가,
하늘에서 폭탄처럼 떨어졌는지,
여기에만 떼로 모여 있고...
지나는 시간이,
점심때를 막 지나고 있어서,
몇몇 손님이 송어를 먹고 있는데,
군침이 얼마나 돌던지...
속으로,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먹는다 하면서,
군침만 꿀떡꿀떡... ㅠ.ㅠ
아침은 먹지 못했고,
점심은 때가 지나고...
허기를 달래려고,
초코과자 하나 꺼내 먹었지만,
조그만 과자는 간에 기별도 안 가고...
하는 수 없이,
나무에 올라가서,
잣을 하나 땄는데...
잣 알맹이는 이제야 생기려고 하고,
시간 낭비와 더불어,
나무를 오르느라고 헛심만 썼네요.
여기는,
광양과 구례를 이어주는,
한재의 정상입니다.
시멘트로 포장도 되어 있고,
중간에 쉼터도 많아서,
차를 이용해서 여기까지 오는 사람도 제법 있고...
여길 오기 위해서,
버스에서 내려 넓은 포장길을 걷고,
한 시간 동안 포장된 임도를 힘들게 올랐습니다.
날도 더운데,
여기까지 힘들게 온 이유는,
맞은편으로 내려가는 길이,
구례라고 하는 지역입니다.
다른 산이면,
굳이 찾아올 이유도 없지만,
구례라는 이유로 여기에 왔는데...
참고로,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광양이고,
맞은편 길을 중심으로,
좌측만 구례입니다.
아무런 표시도 없고,
어떤 사람도 살지 않지만,
구례 땅을 밟아 보겠다고,
3.5Km를 더 걸었습니다.
구례와 짧은 만남을 정리하고,
다시 광양 백운산으로 갑니다.
지금까지는,
온통 포장된 길이였으나...
이제는,
산길을 따라서,
산행이 마무리될 때까지...
오르는 동안,
사진 속 계단 몇 개가,
제일 힘든 구간이었고...
고도를 기준으로,
백운산은 1200미터이지만,
버스에서 내린 곳이 400미터,
포장된 길이 해발 850미터까지,
그럼 남은 높이는 300미터 남짓만 올라가면 되고...
즉,
산이 너무 쉽다 보니,
이 정도 경사가,
제일 힘든 구간이었고...
백운산 능선은,
나무들이 많아서,
주변을 조망하기가 쉽지 않네요.
그나마,
조금 트인 공간에서,
걸어온 능선을 바라보니,
산세가 완만합니다.
딱 하나의 문제는,
백운산(흰 구름을 품은 산)이라서,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는 점...
드디어,
능선에 올라섰는데...
길이,
너무 한적하고,
평화롭기만...
오늘 등산로는,
이런 모습이 절반이 넘었고...
흐릿하지만,
구름 뒤로,
지리산과 섬진강이...
아직도,
구름이 많은 것을 보니,
오늘 산행은,
구름과 함께할 듯...
드디어,
신선대와 백운산 정상이 눈앞에...
등산로와 다르게,
신선대는 커다란 암벽이 자리하고...
암튼,
지루한 능선을 지나서,
갑자기 나타난 바위는,
나름 산행의 묘미가 되었고...
신선대라고 부르는,
커다람 암봉에 올랐습니다.
사진 찍는 방향을,
구례를 향해 셔터를 눌렀으나,
그곳은 자욱한 안갯속에만 존재하고...
그래도,
마음속에는,
그곳의 경치가 선하고...
신선봉 정상에는,
이런 물질들이 가득했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산객이 올린 사진에도,
백운산 염소똥이라는 글도 많고,
흑염소 사진도 종종 있네요.
암튼,
신선이 사는 곳이라 찾아왔는데,
신선이 흑염소로 둔갑하여,
염소똥과 똥 냄새만 가득했고...
정상 부근에는,
이런 꽃이 한가득 피었는데...
나무의 생김새는,
진달래와 거의 동일한데,
꽃만 흰색이고,
피는 시점이 진달래와 다르네요.
암튼,
신기해서 찾아보니,
'흰참꽃 나무'이고,
남부지방 고산지역에서 살아가는,
진달래 종류라고 합니다.
드디어,
백운산 상봉에 도착했는데...
여기에도,
구름과 염소똥이 가득하고...
내가 원하는,
지리산과 구례는 요원하기만...
이제는,
억불봉까지 두 시간을 걸어야 하는데...
가는 길은,
구름에 쌓여서,
보이질 않네요.
암튼,
이 계단을 지나면,
억불봉에 도착해야 계단이...
준비한 점심은,
편의점에서 파는 샌드위치 한 개...
맛보다는,
허기를 달래는 것이 목적이라,
이마저도 허겁지겁...
한 가지 진실은,
허기가 심하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맛없는 것은 없다는 것...
조그만 공터에서,
허기를 때우고 나서,
다시 산길을 걸어가는데...
등산로가 이런 풍경이라서,
마치 집 주변을 산책하는 느낌이었고...
즉,
양탄자가 깔려 있는,
오솔길을 걸어가는 느낌 정도...
봄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어서 그런지,
의외로 꽃들이 많지는 않았고...
그래서,
길에 있는 조그만 녀석들도,
눈에 잘 띄어서,
사진으로 담아왔습니다.
이름이 '민백미꽃'이라 하면,
어떤 사연이 있을 듯한데...
걷는 길은,
커다란 도토리나무와,
그늘에는 사초 풀들이 한가득입니다.
발목을 살살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사초 풀은,
일부러 발로 건드려 보기도...
암튼,
평균 고도가,
천 미터가 넘는 구간인데,
산책코스로는 최고인 듯...
산책로는,
끝없이 이어지는데...
이 구간에는,
참나무를 대신하여,
철쭉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수풀은 적어도,
걷기에는 충분한 만족감을...
바람이 불어오면,
나풀거리는 풀들과,
바스락거리는 나뭇잎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구름 많은 백운산의 능선은,
주변을 조망할 공간이 없지만,
풀과 나무들이,
빈자리를 채워주었고...
여기가,
등산로 임을 다 알고 있지만,
행여 하는 마음에,
친절하게 안내 표지를...
암튼,
한 시간이 넘도록,
이렇게 편안한 길을 걸어본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덕분에,
좋은 기운을 받아가며,
즐거운 산행을...
드디어,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에 왔는데...
하늘은,
구름에 가려서,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없었으나...
푸르른 수풀 사이로,
고즈넉이 이어진 오솔길이,
부족함을 채워주고...
구름에 가려서,
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두 시간 가까이 걸었습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정말 평온한 능선이었네요.
암튼,
앞으로도 그랬으면 하는데...
길이 너무 편안해서,
조금 지루하다 생각했는데...
고요함 속에,
불쑥 찾아온 억불봉은,
이름에 걸맞게,
억세고 거친 모습으로 다가오고...
더구나,
편안한 산이라고 방심하고 있다가,
구름과 함께 훅 치고 들어오는 것이,
사람을 많이 놀래키네요.
이 봉우리는,
사람을 두 번째 놀라게 하는데...
억불봉 정상에는,
찾는 사람도 없고,
주변 상황을 전혀 볼 수가 없도록,
커다란 나무들이 가로막았고...
정상에 오르면,
주변을 조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700미터나 되는 난코스를 정말 힘들게 왔는데...
가파른 암봉 세 개를 올라서,
억불봉 정상을 찾았으나...
억불봉은,
정상을 오르는 산이 아니라...
산 아래에서,
편안하게 사진만 찍는 곳입니다.
난,
그것도 모르고,
멀리 보이는 암벽을 올라서,
구름 속 정상까지 왕복을... ㅠ.ㅠ
억불봉을 지나고,
노랭이봉에 도착을...
가지 말았어야 하는 억불봉에는,
아직까지 구름모자가 쓰여있고...
암튼,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남은 거리와 시간을 보니,
나의 소소한 실수가... ㅎㅎ
나의 실수는,
내려가는 길이,
지금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노랭이봉에서 내려가는 구간은,
경사도 가파르고,
자갈도 많아서 쉽지 않았고...
모르는 길이,
조금 어렵다고 해서,
실수까지야 하겠지만...
길이 편할 거라 예상하고,
중간에서 해찰을 많이 했더니,
남은 거리는 3Km인데,
버스 시간이 한 시간 남짓 남았다는... ㅠ.ㅠ
산행의 마지막은,
동동 마을 입구인데,
아픈 다리를 이끌고서,
산악 구보를 했네요.
덕분에,
40분이 소요되어,
2Km 남짓 내려왔고,
이제는 20분이면 동동 마을에 도착하는데...
소소한 욕심이 생겨서,
조금 더 속도를 내서,
마을 입구로 달렸습니다.
마을은,
워낙 깊은 산속에 자리하고 있어서,
손바닥만 한 밭뙈기에,
이런저런 산나물만...
그리고,
마을 어귀에는,
지천으로 밤나무가...
덕분에,
수컷인 내가,
밤꽃 향기에 취해서 내려왔네요. ㅋㅋ
마을은,
산비탈에 자리해서,
앞집과 뒷집 사이에도,
높은 돌담이...
내 눈에는,
정겨운 곳이지만,
이 마을을 처음 찾는 사람에게는,
매일매일 등산하는 느낌일 듯...
돌담 너머로,
살구나무가 삐져나와서,
열매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조금도 노래지면,
하나쯤 땄을 텐데...
아직은 덜 익어서,
사진으로만...
하산을 시작하고,
버스가 출발하기 13분을 남겨놓고서,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을...
가파른 비탈길을,
죽어라 달려온 이유가,
바로 이 녀석 때문에... ㅋㅋ
애초 목표는,
정말 멀리 왔는데,
광양 막걸리 한 사발을 먹으려 했으나...
길이 너무 편해서,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막걸리는 사라지고,
시원한 맥주로... ㅋㅋ
간단하게 땀을 식히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한병 더 먹고 싶었으나,
화장실 갈까 봐서,
먹지도 못하고 버스에 탑승을...
그리고,
다른 볼일이 있어서,
서남원 IC에서 하차하여,
걸어서 남원으로...
====================
산악회 일정은,
12Km 만 걸으면,
전체 일정이 마무리되는데...
구례 땅을 밟아보겠다고,
4Km를 더 걸어서,
구례에 발을 디뎠고...
다음에 시간이 된다면,
고향 친구들과,
백운산 송어 한 마리 했으면!!
물론,
주님도 함께... ㅎㅎ
====================
첫댓글 그 좋아하는 무지개 송어가 하늘에서 폭탄처럼 떨어져 있는데 못먹고 왔다니 안타깝네.대한민국 산을 안가본데가 있나?
언젠가는 먹을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