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이 사다오 특파원의 도쿄 통신] 지진의 나라, 그래도 '어쩔 수 있다'는 일본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아소나 오이타현 벳푸, 유후인에 여행왔던 한국분들이 다들 잘 귀국하셨을까. 잘 아는 분이 지난달 14일 첫 번째 강진이 발생했을 때 벳푸에 머물고 있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고 놀랐다. 후쿠오카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알아본 결과 여행자 중 이번 지진으로 다친 사람이 없었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연쇄 지진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미나미아소무라(南阿蘇村)의 한 피난소를 23일 방문해 피난민의 손을 잡고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일본 관련 뉴스는 뭐니뭐니해도 구마모토현을 강타한 대규모 지진을 첫째로 꼽을 수 있겠다. 사망자 49명, 가옥피해는 일부 파손을 포함해 무려 5만 채에 달했다고 하니 한숨이 나올 수밖에. 2011년 동일본대지진은 센다이 앞바다 70㎞ 지점에서 발생해 해일로 인한 피해가 컸다. 반면 이번 지진은 내륙직하형이어서 해일피해가 없는 대신 건물 가옥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무너진 가옥에서 미쳐 빠져나가지 못하거나 산사태 때문에 발생했다.
여진이 계속되는 바람에 피난자들이 대피소가 된 건물 내에 머무는 것을 꺼려서 자동차나 야외 텐트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이번 지진을 상징하는 풍경이 된 듯하다. 일본이 지진의 나라임에 틀림없다. 지진 천둥 불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를 일컫는 일본말이다. 아버지는 4위 자리에서 떨어진 지 오래지만, 지진은 부동의 1위이고 그 자리를 더욱 단단하게 다진 것 같다.
이번 지진과 관련한 '어쩔 수 없다는 일본, 어쩔 수 있다는 한국'이란 제목의 기사가 어떤 한국 신문에 실렸다. 기사는 '일본 구마모토에서 또 엄청난 소식이 들려왔다. 지진, 그 이후 이야기다. 가족 8명이 죽 두 그릇을 받아가고도 더 달라고 줄 선 사람이 없었다. 한 이재민은 이 정도라도 먹을 수 있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급수대 앞에 줄이 엉키자 서로 먼저 받으라며 양보한다. 어느 하나 앞서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 쑥대밭 속에서도 누구를 원망하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라는 게 요지다. 그렇게 소개하면서 또 일본의 종교나 정치상황을 예로 들면서 일본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한국사람들은 어쩔 수 있다는 의식이 강하고 그것이 한국의 장점이라고 결론지었다.
한국사람들이 어쩔 수 있다는 의식이 강하다는 데에 이의가 없다. 그것이 어떤 곤경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닌가 본다. 그러나 일본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어쩔 수 있다는 생각일 것이다. 물론 지진이 일어나는 것 자체는 피할 수 없다. 그래도 대비는 할 수 있고 사후대책도 튼튼히 하면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예부터 '치산 치수'가 행정의 첫째가는 과제이고 현재도 '안심, 안전'이 정부, 지자체의 기본업무이다. 지진처럼 때로는 큰 피해를 입히는 자연이 동시에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것을 일본사람들은 말을 안해도 피부로 알고 있는 게 아닐까. 풍부한 온천도 지진의 나라 일본의 한 표출이기도 하다.
지진 사태는 이제 가라앉게 될 것이지만, 피해를 당한 사람의 어려움은 계속된다. 응급단계를 지나면 가설주택이나 임시로 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무너진 집과 생활의 재건이란 무거운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지진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하루 빨리 일상생활을 되찾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sm62j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