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명 정도라더니 족히 이백 명은 되겠다. 퇴임식 겸 출판기념회가 성황이다.
내빈을 소개하는 교감 샘이 긴장한 듯 숨차고, 호명순대로 일어서는 객들이 분주하다. 그 분들이 누군가 싶어 목을 꼰다. 권 샘과 그 가족석을 초청객석 옆에 배치한 발상이 돋보인다. 차려놓은 다과가 동화책만큼이나 잘 팔린다. 앞자리 안동주부문학회장님 과자 심부름은 이용섭 샘이 도맡는다. 장효식 직전회장님은 역시나 사진박기에 진력하고, 심 국장님도 폰 몇 컷으로 소임을 다한다. 편안한 가운데 행사 전반이 정연한 것은 교편생활 42년의 관록이겠다.
밴드 공연에 이어 대금 연주가 무대를 채운다.
인생은 60부터요 퇴임은 새로운 출발이라고들 하는데, 대금소리는 요단 강 건너듯 처연하다. 회색빛 연주가 구슬프게 들린다. 남자는 83세까지, 여자는 87세를 살겠단 기사를 보고 남은 세월을 꼽아 본 기억이 난다. 퇴임식에 대금연주는 생각해 일이다.
아하~ 교육장님은 군수님 서열에 앞서는구나.
교편의 존심이 살아있음이다. 그에 걸맞게 김창호 교육장님 축사가 멋지다. 인생은 청바지라,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타이어 갈아 끼고 잘 달리시란다. 마라토너답다. 이용섭 샘의 축사는 길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은 건, 권 교장 샘과 함께 문협 일군 얘기며 앞날을 권고하는 마음이 진정하였기 때문이다. 리플렛 끝장 축시는 단시간에 완성하셨다니 그야말로 즉흥시다. 그만큼 내공이 깊으시다.
권 샘에 대한 약력 소개가 타이트하다.
한정된 시간에 42년을 압축하려니 그럴 거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화면과 함께 탄성이 터진다. 사진 속 소싯적 모습이 정겹고, 그 숱한 자료를 어찌 관리해 오셨을까 싶은 게다. 퇴임사와 잘 어우러진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기념패들이 줄을 잇는다. 저 많은 것들에 켜켜이 앉을 먼지는 감당이 불감당이겠다. 전별금으로 대치한 건 괜찮은 발상일 텐데, 이 샘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시다.
오시란 손님들에게 한 끼 밥은 정이다.
황춘기 시인님은 언제 갔을까, 7천포기 고추 일이 바쁘신가 보다. 뷔페 접시를 들고 우린 함께 앉았다. 권기남 김금숙 김은수 심진광 오상태 님이다. 심 국장 고추 판 얘기며, 권 작가님 소 키우는 일상을 소곤거리며 밥을 먹는다. 한배에 두 마리 낳은 일하며, 따님 박사 따고 취직한 경사에 박수를 보낸다. 이런 일들은 김금숙 시인님이 내 귀에 슬쩍 넣어줘서 알게 되었다. 조곤조곤 말씀을 잘하시니 여전한 듯해서 마음이 놓인다. 부디 마당 어딘가 묻었다는 빈독에 엽전 냥이나 가득 찰 것을 응원해 바라마지 않는다. 많이 드시라며 좌석을 누비시는 권 샘 부부는 혼주와 흡사하다. 그래서일까, 미역국이 참 맛있다. 오상태 님은 입이 쓴가 보다. 신성한 초등학교에 소주 없는 건 당연하다. 장터 술집에 가잘 텐데, 태워주고 돌아서기 어렵게 생겼다.
김상순 샘, 이용섭 샘과 장효식 직전 회장님은 한 다리 건너에서 식사하신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우리는 찬에 숭을 더한다. 사람 나름이긴 하겠지만, 선생들은 대부분 짜다는 것이다. 대접받은 세월을 살았으니 그럴 거라는 얘기에 동조한다. 설마하니 인천의 짠물에 비할까마는, 학부모 된 심정이 이심전심이다. 그런들 무슨 소용이랴, 동전 몇 닢 만 원 한 장에 자유롭지 못한 건 너나 없는데, 객쩍은 소리가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권 샘은 나의 중학교 선배님 되신다.
그러기에, 인생의 획을 긋는 퇴임에 붙여 한 말씀 남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읍내목욕탕에서 뵈곤 하는데, 알몸 악수로서 정을 나눈다. 건강하신 그 모습 그대로 42년의 종착역에 안착하심을 감축 드린다. 홀가분한 그만큼 문협의 버팀목이자 울타리로서 오래도록 함께하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봄을 당기는 아이’보다 ‘봄을 땡기는 아이’가 좋다는 분이 계신다.
토속적이면서 왠지 땡기는 제목 같기도 하다. 귀가 얇아 탈일지 모르지만.
▶ 학력/경력/취득자격/포상 및 상훈/각종 활동이 너무 많아 벅차다.
첫댓글 이렇듯 상세히 올려주셔서
현장에 간듯 훤합니다.
감사합니다
심심풀이 땅콩 삼아 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ㅋㅋ자랑질 제대로 하셨네요.^^(실례)
퇴임을 축하드립니다.
요즘은 자기 홍보의 시대랍니다. 그러긴 해도 나 잘 났다 자랑질하는 건 군자의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이 살짝 듭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