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기업들을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근무 시간'과 '노조'에 관련한 문제입니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1987년 창사 이래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파업은 상상 속의 단어에 불과합니다.
아무튼 TSMC는 현재 전 세계 12곳의 공장을 운영하고 임직원 숫자가 8만명에 달하는데,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인 DS 부문보다 임직원 숫자가 많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노조가 없다고 합니다.
참고로 반도체 공장은 파업에 대해 매우 취약합니다.
같은 제조업일지라도 자동차나 가전 공장보다 반도체 공장은 공정을 멈췄다가 재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기 때문입니다.
또 공장을 멈추면서 쓰지 못하게 되는 웨이퍼(반도체 원판)나 재료도 버려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늘어납니다.
그래서 TSMC가 계속적으로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현재 TSMC를 비롯해 엔비디아 같은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들은 AI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주 7일은 기본, 새벽 2시까지 연장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반면 국내에선 주 52시간을 넘기면 불법이기에 정반대인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외국기업들과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미국·일본·영국 등이 업무 성격에 따라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전(全) 업종에 대해 주 52시간을 일괄 적용하면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고연봉으로 뒷받침되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이미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워라밸을 추구하며 오후6시가 되면 칼퇴근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TSMC와 엔비디아처럼 근로자들이 고강도로 업무를 맡게 될 경우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 업계에선 '반도체 경쟁력은 얼마나 오랫동안 집중력 있게 연구개발(R&D)에 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런 ‘축적의 시간’ 없이 반도체 초격차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워라밸을 원하는 근로자들과 초격차 기술을 원하는 회사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죠.
한편 TMSC가 있는 대만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80.3시간으로, 지난해 한국 월평균 근로시간(1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인 157.6시간보다 22.7시간 많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만은 노동 유연성을 막는 경직적인 근무 제도가 없다고 합니다.
대만은 주 40시간제를 채택했지만, 노사가 합의하면 하루 근무를 8시간에서 12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AI를 두고 반도체 초격차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52시간 근무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다수의 국내 반도체 기업이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