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初心 -법진 징역형과 추종 무리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2018.10.22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便正覺)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 품었던 마음을 일관되게 유지하면 마침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초심(初心)이라고 말한다. 처음 뜻을 품었다고 해서 초심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시류에 물들지 않은 곧은 마음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일본의 유명한 선승 스즈키 순류는 “선심초심(禪心初心)”이라고 가르쳤다. 수행자로서 첫발을 디뎠을 때 가졌던 싱그럽고 투명한 마음, 그 자체가 바로 선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초심을 잃어버린 뒤의 결과는 혹독하다. 비리로 파국을 맞은 공직자나 정치인, 최근 재판거래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법관들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초심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가장 아픈 비판이기도 하다.
선학원 법진 이사장의 성추행 관련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형이 선고 됐다. 1심의 징역형 선고 이후에도 온갖 변명과 논리를 갖다 붙였지만, “왜 야밤에 멀리 강원도까지 여직원을 데려갔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된 논거를 대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사과하지도 않았다. 법진 이사장 또한 출가할 때의 초심은 지금의 모습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눈 푸른 납자로 부처님의 길을 따라 성불하기를 열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징역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일 뿐이다. 1심에서 이미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부끄럼도 없이 대중들 앞에서 법문을 하고, 선학원 이사장직 또한 내놓지 않았다. 여전히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거짓으로 현 상황을 모면하려하고 있으니, 초심의 역풍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법진 이사장만 초심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 것 같다. 스님들의 범계 운운하며 툭하면 조계사 앞에서 시위를 이어갔던 몇몇 교수들이 법진 이사장이 발행하는 선학원 기관지에서 버젓이 논설위원으로 활약하며 세상을 향해 쓴 소리를 쏟아내는 코미디 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 그들이 입만 열면 외치는 윤리와 정의, 화쟁의 의미가 무엇인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