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퇴계 이황, 정조, 다산, 처칠, 헤르만 헤세까지
500년의 관통하는 12명의 세계적인 명사들의 자연에서의 삶.
서울대 성종상 교수의 15년의 고찰
인간은 자연에서 모든 치유의 힘을 얻었으며 인류의 문화, 정치, 역사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긴 명사들에게 생명력을 제공해 왔다. 이 책은 환경설계에 거장으로 주목 받는 서울대 성종상 교수가 세계적 지표로 평가받는 업적을 이룬 명사들이 집의 형태 속에 함께 공존해 온 정원(마당,텃밭)에서 어떻게 그 힘을 얻었는가를 다룬다.
저자는 지난 15년 동안 책에 소개된 각 명사들의 실제 정원을 두루 찾아가 현재 또는 과거의 정취를 사진으로 담았다. 태어나 여러 부침을 겪었지만 결국 현세대가 기억하고 기릴 만한 발자취를 남긴 그들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정보를 담아 역사와 인생 희로애락의 발자취를 맞대 독자의 읽는 정보의 폭을 넓힌 책이다.
집을 먹고 자는 곳을 넘어 한 인간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드러내고 그 안에 깃든 내면의 힘이 융합되고 창조되는 공간으로 확대해 보는 저자의 시선에서 획일화된 주거문화 속에 거주하는 개인의 사고를 더 넓은 범위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엿 볼 수 있다.
평생 쉴 곳을 찾아 헤맨 헤르만 헤세가 정착의 꿈을 만끽했던 가이엔호펜 농가를 들여다보며 그 영혼의 안식을 위로하고, 신생국 미국 건설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이 이상적 국가의 표본으로 들어내고자 했던 버지니아 대학교의 아카데미컬 빌리지를 통해 그 정신적 통찰을 고찰할 수 있다.
용기와 의지로 2차 세계대전 속 인류를 구한 영웅으로 남은 처칠과 그 용기의 원천이 돼준 처칠의 유명한 정원인 차트웰에서 평화의 귀중함을 되새겨 볼 수 있다. 비운의 왕자로 기억되지만 그 풍류와 문화적 혼이 탁월했던 안평대군의 집 수성궁과 무게정사에서 그의 예술인다운 삶 역시 조망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알려지지 않은 다채로운 이야기꺼리들을 통해 지적 정보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을 기대하도록 고안된 책이다. 이 책은 조선과 해외 12명의 명사 들의 정원과 삶, 그리고 생을 빗대 볼 수 있는,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300여 장의 사진이 함께 실렸다.
목차
글을 시작하며
PART 1
1. 사랑도 기쁨도 영원한 것은 없었다. 평생 쉴 곳을 찾아 헤맨_ 헤르만 헤세
그의 영혼의 안식처였던 정원들
2. 18년의 유배 생활, 최고의 실학자이자 개혁자로 평가되는_ 다산 정약용
그가 꿈꾸었던 이상적인 거처의 면모
3. 고요함 속에서 조용히 사색과 명상을 즐겼던 독일 최고의 문호_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충동과 열정을 탁월한 성취로 이끌어내 준 그의 정원들
4. 태어난 지 오십 년 만에 이제야 겨우 반 쪽 집을 지었네
외진 곳에 있으니 찾아오는 이 드물고 산 깊어 해 빨리 져서
쉬이 저녁 된다네_ 퇴계 이황
5. 신생국 미국의 국가이념을 마련한 건국의 아버지_ 토머스 제퍼슨
그의 꿈과 이상의 공간적 표상으로서 정원
6. 진지한 환경운동가, 지속가능한 자연순환 생태의 중요성을 평생 따른_찰스 3세
영국 국왕. 남다른 철학과 삶의 실천 현장으로서의 정원
PART 2
7. 불굴의 용기와 의지로 나라를 지켜낸 위대한 영국인_ 윈스턴 처칠
용기와 인내의 원천이었던 그의 정원
8. 조선 왕 중 꽃과 나무를 가장 많은 심은_ 정조대왕
평생 슬픔으로 남은 아버지를 그리며 궁궐 후원에서 정치적 위상을 드높이다
9. 빛과 바람, 시간에 따라 변하는 꽃과 나무에서 최고의 화가로 탄생한 사람_클로드 모네
꽃과 나무와 빛으로 땅에 그림을 그리다
10. 열일곱, 좌절된 벼슬의 꿈을 버리고 죽을 때까지 운둔자의 삶을 지켜낸_ 소쇄옹 양산보
곧은 선비의 강인함을 오늘날까지 지켜낸 사대부 정원 소쇄원
11. 분분한 인간 세상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늙은 가짜 어부’를 자처한_ 고산 윤선도
이루지 못한 출사의 꿈을 산수 간 원림에서 예술로 승화시키다
12. 조선 최고의 금수저이자 문예부흥가로 짧은 삶을 살았던_ 안평대군
아버지의 유언과 형의 권력욕 사이 그를 숨 쉬게 했던 산수풍경
글을 마무리하며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저 : 성종상
서울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한 이래 연구 및 설계 실무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 역사와 설계를 가르치고 있다. 대통령자문 건축문화선진화위원, 한국조경설계연구회장,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장, 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 환경계획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ICOMOS Voting Member 겸 한국위원회 집행이사,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전통생태학 1, 2』, 『조경·미학·디자인』, 『텍스트로 읽는 조경』, 『Pungsu: A Study of Geomancy in Korea』, 『식재디자인 핸드북』, 『한국조경의 새로운 지평』, 『세계유산의 새로운 해석과 전망』, 『The Routledge Handbook of Cultural Landscape Practice』(이상 공저), 『고산 윤선도 원림을 읽다』 등이 있다.
설계 작품으로는 [인사동길], [국립중앙박물관], [호암미술관 한국정원 희원], [선유도공원], [용산공원 기본구상],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천리포수목원 입구정원]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 풍토 속 장소와 풍경의 의미를 읽어내고 그것을 토대로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위한 조건으로서 조경 공간이 지닌 가능성과 효용을 실현하려 애쓰고 있다.
책 속으로
평생 방황과 좌절, 방랑과 정착, 현실과 이상 사이를 오가며 살았던 헤세에게 정원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었다. 정원을 ‘영혼의 안식처’라고 했던 헤세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을 때마다 정원일에 몰두하면서 견뎌 냈다. 어릴 적에는 신경쇠약, 학교 무단이탈, 퇴학, 자살기도 등으로 정신요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장년이 된 후에도 정신적 고통을 심하게 겪어서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힘든 삶을 살았다. 그러나 전쟁의 광기가 삶의 평온과 인간성을 파괴하는 와중에도 꽃을 심고 나무를 가꾸고 주위 풍경을 그렸다. 그렇게 헤세는 마음의 평화를 찾고 순수 인간성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지켜 나갔다.
--- p.43
쓰임새로 보자면 그 손익의 차이는 꽤 클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산은 논으로 넓혀 거둘 곡식보다는 연을 키우며 심성과 정취를 기르는 일이 훨씬 중요하고 그래야 비로소 삶이 깊어지고 여유로워진다고 한 것이다. 실용을 누구보다도 중시했던 다산이지만 삶에 있어서 맑고 고상한 격조와 운치만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지고한 가치였다.
--- p.73
괴테에게 자연은 언제나 탐구 대상이었던 것에 반해 정원은 일상에서 더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순화된 자연이었다. 사실 한 인간으로서 그만큼 호사와 영광을 누린 이도 별로 없을 것이다. 타고난 재능으로 누구보다 폭넓고 다방면에 걸쳐 활동했던 그의 생애에서 정원은 인간으로서 가장 순수한 감정을 한껏 확인하고 교감하는 장이었다.
--- p.104
제퍼슨은 “땅의 경작만큼 즐거움을 주는 것이 없으며, 문화로서 정원과 견줄만한 것도 달리 없다”라며 정원의 가치를 주창했다. 전 생애로 봐도 개인적 자질과 취향에서부터 국가적 이상에 이르기까지 정원을 통해 그가 이룬 것은 결코 적지 않다. 미국 역사상 가장 지적이고 창조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그가 남긴 업적과 성과들도 정원 생활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 p.170
찰스가 꿈꾸고 걸어 온 길은 어찌 보면 현대 기술문명의 대안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첨단 기술, 국제 기업, 거대 자본의 힘이 주도하는 이면에 매몰되거나 잊히기 쉬운 가치에 주목했다. 대체로 그의 주장은 빠름 대신에 느림, 거침 대신에 세심함을 근간으로 한다. 그의 이런 생각은 자칫 사라져 버리기 쉬운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되찾으려는 이들의 큰 힘이 되고 있다.
--- p.194
어릴 적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던 처칠에게 정원은 가족사랑 실현을 위한 장이었다. 그가 룰렌덴이나 차트웰을 각별하게 생각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구가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룰렌덴 정원 숲에서 동생 자녀들을 포함해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며 즐겼다. 차트웰 정원 안에 자녀들을 위한 놀이용 나무 위 집과 벽돌집을 직접 지어주기도 했다.
--- p.223
정조에게 정원은 개인적으로는 내면의 상처를 달래고 타고 난 본성을 일깨워 준 청정 회복소였다. 천재적 재능과 취향을 발휘하고 향유하는 무대였다. 화성과 용주사, 경모궁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조경을 부모님께 효도하는 방편으로 활용하려 했던 정조의 속내가 담겨 있다. 공적으로는 신하들과의 학문과 사상을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왕으로서의 권위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장이기도 했다.
--- p.267
고산이 집을 떠나 본격적으로 정원 생활에 들어간 것은 나이 쉰이 넘은 인생의 중후반 때였다. 고산은 51세 때 보길도에서 처음으로 정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 출발은 순전히 자기 뜻만은 아니었다. 병자호란으로 조선이 청나라에 굴욕적으로 항복하게 되자 “부끄러워 하늘을 볼 수 없어 탐라(제주)에라도 들어가 은거하겠다”고 결심했다. 가던 길에 풍랑을 만나 잠시 머물렀다가 아예 정착하기로 마음먹고 정원으로 만든 곳이 완도의 보길도다.
--- p.324
출판사 리뷰
현재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주거유형은 단연 아파트다. 전체 주거유형 중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은지 오래다. 오죽하면 어떤 외국인은 『아파트 공화국(2007년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쓴 한국에 관한 책)』이라는 이름으로 책까지 썼을까?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아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농촌 지역까지 아파트가 여기저기 들어서는 걸 보면 한국인의 아파트 사랑은 대단하다. 젊은 층일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아파트를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아파트가 주요 주거지 자리를 쉬 내려놓지는 않을 듯하다.
주거 정체성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현재 한국인들은 주거에 관한 한 각자의 개성이나 기호를 찾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열과 줄을 맞춰 늘어선 대규모 단지일 뿐이기 때문이다. 커다란 닭장 속에 한 칸을 차지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이에 자신만의 취향은 물론 참된 삶의 멋과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이 환경의 동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런 획일적인 환경에서 어떻게 개성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을까? 그런 경직된 공간질서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오랫동안 집이라는 존재와 그 가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우스(house)는 있지만 홈(home)은 잃어버린 셈이나 다름없다. 삶의 환경이 그러한데 어떻게 개성을 찾고 창의적 사고를 기대할 수 있을까? 더 안타까운 것은 그런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는 점이다.
집을 보는 시각이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을 넘어 남과는 다른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이제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닌 ‘사는(live)’ 곳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정원은 이런 자기표현을 구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철 따라 변화하는 정원은 시간과 함께 흐르는 삶의 깊이를 더해준다. 주거에서의 개성과 정체성 확립을 지지하며 필자가 지금부터 말하려는 것은 명사들의 정원 생활이다. 한 인물의 삶의 면모를 살펴보는 것은 여러 통로가 있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명사들의 삶과 생각을 정원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정원이 가진 고유의 가치가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할 거라는 생각에서다. 지난 반세기의 급격한 성장을 거치며 우리 사회는 현재 깊은 후유증을 앓고 있다. 어느 정도 잘살게 되었지만 과밀해지고 삭막해진 풍경 속에 우리 삶도 그만큼 피폐해진듯하다.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인 자살률이나 이혼율, 낮은 출산율은 힘든 우리 삶을 냉정하게 드러내고 있다. 기술 발달로 늘어난 정보량만큼이나 욕망과 갈증은 타오르기만 하는데 유혹과 자극은 어디서나 넘쳐난다. 그 와중에 나를 찾고 지키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 돌보기가 아닐까?
명사들의 정원 생활을 보려는 두 번째 이유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로서 정원의 면모를 확인해 보고 싶어서다. 특별히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유명인사들, 영향력 있는 이들의 글을 시작하며 12명의 명사들의 정원 생활을 엿봄으로써 삶에서 정원이 갖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려는 것이다. 그들의 삶에서 정원의 의미, 가치와 역할을 엿보며 우리 자신의 삶에도 적용해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적인 심미 취향(아름다움에 관한 개인의 기준)이 담기기 마련인 정원은 한 인간의 은밀한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기에 유용한 거울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들의 정원이 얼마나 ‘아름답고 볼만한가’ 보다 ‘정원 속에 펼쳐진 인물들의 삶’에 집중하고자 한다. 정치, 철학,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발자취를 남긴 그들이 평생에 걸쳐 이룬 이상이나 신념은 물론 일상에서 맛본 정원에서의 즐거움이 어떻게 키워지고 실현됐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들이 정원을 바라본 시각과 그 속에서 펼쳐 나간 꿈과 생각들, 소소한 일상을 살펴봄으로써 나의 삶과 비교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정원 생활의 의미를 찾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