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난 아이를 둔 직장 여성입니다. 자아실현을 위해 박사과정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싶은데, 제 공부하고 싶은 것과 아이와 시간을 보내줘야 한다는 것 사이에서 중심을 못 잡고 있습니다. 오늘 여기 올 때도 빨리 집에 가서 아이랑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마음과 제가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갈등했습니다. 둘 다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심리 닮아가 낳았으면 보호·사랑해야 제 욕심 챙기면 삐뚤어져 부처님 마음으로 보살펴야 엄마가 중심을 못 잡으면 아이도 나중에 중심을 못 잡는 사람이 됩니다. 아이를 돌보는 것과 공부가 병립이 안 되는 것이 아니에요. 그러나 모든 것에서 아이를 우선시해야 돼요. 우리가 어릴 때 시골에서 엄마는 밥하고 빨래하고 밭도 매야 했기 때문에 아이를 항상 품에 안고 돌볼 수는 없었지요. 애들끼리 그냥 마당에서 닭똥도 주워 먹고 그렇게 컸지만 우리한테 상처가 안 됩니다. 엄마가 자기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우리를 팽개친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지금 우리는 못 먹고 살아서가 아니라 직장에서의 지위를 생각한다거나 더 잘 먹고 살려는 겁니다. 아이를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비싼 기저귀를 사준다든지 비싼 분유를 사 먹이지만 그것은 강아지를 염색해서 이발 시키고 옷 해 입히는 것과 같아요. 비싼 기저귀 운운하는 것도 아기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한 겁니다.
아이를 낳았으면 사람이 되도록 키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권리를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여권이 우선이 아니라 아이의 권리가 우선입니다. 아이로서는 당연히 제 엄마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사랑받을 권리가 있어요. 닭도 병아리가 어릴 때는 어미 닭이 목숨을 걸고 병아리를 보호합니다. 병아리가 크고 나면 잡아먹혀도 어미닭이 신경 안 써요. 이것은 자연의 원리예요.
제가 항상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남편한테 순종해야 되고 공손해야 되고 ‘네’ 해야 된다고 했지요. 왜 그럴까요? 부부관계 때문이 아니고 아이 때문에 그렇습니다. 엄마가 아빠를 미워하면 아이한테도 미운 마음이 형성되어 버립니다. 아이는 엄마의 심리를 그대로 받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아이의 생명만 목숨 걸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심리가 안정되고 온전하게 형성되도록 해야 할 더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왕자로 태어났는데 하인이 유모가 되어 키웠다면 왕자는 하인의 심성으로 큽니다. 심성은 하인으로 컸는데 왕자로 대우 받으니까 대부분 나중에 성격 이상이 됩니다. 안과 밖의 상황이 안 맞으니 마음이 불안하고 불균형이 형성되지요.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세 살 때 까지는 무조건 엄마가 키워야 합니다. 직장을 그만두고라도 키워야 합니다.
사회적으로도 사람들의 심성이 안정되도록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금 어린 청소년들의 우울증 비율이 13%입니다. 갈수록 심해질 것입니다. 앞으로 육체의 병은 병도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하루에 46명이 죽습니다. 20대는 자살하는 비율이 전체 사망자의 40%입니다. 이 얼마나 무섭습니까? 그런데도 이런 것이 사회적으로 방치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 20년 후를 생각해서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들의 문제에 지원을 해야 합니다.
지금 아이가 네 살이라고 했지요? 이미 핵심 시기는 지났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학업을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이런 것을 가지고 망설이지 말고 우선적으로 아이를 돌봐야 합니다. 아이를 이 때 방치하면 심성이 잘못 형성됩니다. 심성을 안정시켜야 무엇을 하고 살든 그가 사람이 되고 행복하게 삽니다. 중요한 것은 재주가 아니에요 . 관점을 분명히 가져야 됩니다. 그저 아이한테 시간만 많이 들이고는 ‘너 때문에 내 공부 못 한다’고 성질내면서 공부할 거면 안 하는 것이 훨씬 나아요. 남편이 아이를 돌봐 주니 마니 이런 생각하면 안 돼요. 그것은 전적으로 엄마의 책임입니다. 남편이 도와주면 그건 좋은 일이지요.
지금 제가 남자 여자 문제로 여자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엄마의 문제를 얘기하는 겁니다. 아기 엄마가 아기를 향한 마음은 보살의 마음이고 부처님 마음입니다. 그런 보살의 마음, 부처님 마음을 조금이라도 맛 본 건 엄마입니다. 그게 여자와 엄마의 다른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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