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 무장반란 후폭풍]
“푸틴 대화 거부당한 프리고진,
가족 인질로 잡히자 철군”
회군 배경 놓고 외신들 잇단 보도
와그너그룹 군사 지원 부족도 한몫
벨라루스 대통령 중재에 협상 물꼬
러, 대테러작전 해제에도 적막감만
벨라루스 택한 프리고진 행방 묘연
“국제사회 왕따 신세이던 루카셴코
중재자로 선전… 이미지 변신 시도”
반란 하루 만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코앞까지 진격했던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이
갑자기 전격 철수하면서 어떤 협상이 있었는지와
반란 주동자인 와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거취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친(親)야당 매체와
소식통을 인용해 프리고진이 전날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모스크바를 향해 북진하는
동안 러시아 대통령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과의 대화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러시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 AP뉴시스 >
프리고진은 이후 와그너그룹의 반란에 대한
광범위한 군사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생각을 바꿨다.
그러자 크레믈궁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안톤 바이노 러시아 대통령 비서실장,
보리스 그리즐로프 주벨라루스 러시아 대사가
참여하는 협상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날 자국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와그너그룹의 모스크바 진격 포기 직전 러시아
정보 기관이 와그너 수뇌부의 가족을 해치겠다고
위협했다”
고 보도했다.
프리고진이 가족을 인질로 삼은 러시아
정부의 협박에 못 이겨 철수를 선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반란 사건과 관련해 모스크바와
인근 지역에 발령했던 대(對)테러 작전 체제를
해제했다고 26일 밝혔다.
반란 사태는 이렇게 정리됐지만 이날도
러시아에는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협상 타결로 인해 벨라루스로 가기로 한
프리고진의 행방을 알 길이 없고,
집권 최대 위기를 맞은 푸틴 대통령의
입도 굳게 닫혀 있다.
그동안 비교적 활발히 자신의 입장을
텔레그램을 통해 표명한 프리고진은
전날 철수를 알리는 텔레그램 음성 메시지를
공개한 이후 소식이 없다.
그가 벨라루스에 도착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반란에 파손된 도로 보수**
----러시아 로스토프주 로스토프나도누의 러시아군
남부군관부 본부 건물 앞에서 25일(현지시간) 인부들이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전날 철수한 러시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이 몰고 온 탱크 등이 지나가 파손된 도로를
보수하고 있다----
< 로스토프나도누=타스연합뉴스 >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벨라루스 관리들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서 어떤 지위를
가질지 자세히 알지 못하며, 그가 이미 현지에
도착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이득을 본 것은
루카셴코 대통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벨라루스의 독재자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서 가장 의외의 승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1994년 집권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헌법을 고쳐 가면서까지 장기 집권하며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고 민주화 시위를 폭력
진압하는 등 악명이 높다.
NYT는 국제사회의 왕따 신세이던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기회로 중재자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벨라루스는 그간 러시아의 경제적 원조에
의존하며 루카셴코 대통령 역시 푸틴 대통령의
부하 정도로 여겨졌는데, 이번 위기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전적으로 위임받은 데 따라
권력 균형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
< AFP연합뉴스 >
NYT는 그럼에도 여전히 두 정상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분석했다.
벨라루스의 전직 외교관으로 현재 망명 중인
파벨 라투슈카는 이들을 두고
“샴쌍둥이 같은 존재”
라며
“한쪽의 몰락은 남은 한쪽의 정치적 죽음을
의미한다”
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출처 :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