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의 이기론
이기론은 성리학에서 이(理)와 기(氣)의 원리로서 모든 우주 현상과 사물의 생성 및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理)는 모든 사물의 생성과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필연적 이치이며, 기(氣)는 이(理)를 원리로서 생성되는 사물의 현상적 요인이다.
성리학을 확립한 주자(朱子)는 이와 기가 서로 떨어져 있을 수 없으면서도[不相離] 서로 섞일 수도 없는 것[不相雜]이라고 하였다. 모든 만물은 이를 토대로 기의 모임과 흩어짐에 따라 생성 소멸하고 각각의 차별성을 가지며, 기의 운동 법칙에 따라 변화 발전하는 것이다. 이는 기에 의존하여 구체적 존재로 나타나고, 기는 이를 근거로 존재하고 운동한다.
이러한 논리는 인간 본연의 성(性)은 선한 천리(天理)를 지니고 있으나 기에 의해 형성되는 욕망과 악의 본능을 가지게 되므로, 수행을 통해 인간을 도덕적 실천으로 이끌어 본래의 성을 되찾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라는 도덕 정치론으로 이어졌으며, 유교적 윤리 의식과 신분제, 가부장제의 사회 질서의 근간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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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 이기론의 등장
고전적 유학에 없었던 이기론이란 개념이 왜 송대의 신유학인 성리학에 와서 정립되었는가?
송대에 와서 선진(先秦) 유학을 재해석하는 신유학이 등장하게 된다.
주자(朱子)는 신유학을 집대성하여 유학을 다시 부흥시키고자 하였다. 그런데 당시의 사람들은 이미 도교와 불교의 우주론과 인간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유학의 부흥을 위해서는 공맹(孔孟)의 유학과 같은 옛 것만을 외칠 순 없었다.
단지 수양(修養)과 위정(爲政)을 위한 학문을 넘어 당시의 지배적 사상인 도교와 불교에 대응하는 형이상학적 우주론이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당시의 어지러운 사회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형이상학적 우주의 근원뿐만 아니라 절대적 가치로서의 잣대와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확립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우주 만물의 질서를 근원적 실재(實在)로 파악하는 유교적 관점의 이(理) 개념이 정립되었고, 사물의 현실적 변화와 움직임인 기(氣) 개념과 결합되어 이기론이 확립된 것이다.
⑵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
이와 기의 차별성을 강조하여 이가 기보다 우선하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재라고 보는 이론이다.
이기이원론을 완성한 주자(朱子)는 이와 기를 서로 떨어져 있을 수 없으면서[不相離], 또 서로 섞일 수도 없는[不相雜] 것이라고 하면서도 이선기후(理先氣後)를 강조하는 면을 보여 주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성리학이 도입되면서부터 이기이원론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특히 이황(李滉)을 중심으로 하는 수양 철학에서는 존재의 본질을 회복해야 하는 입장 때문에 이를 중시하고 이에 능동성, 우위성을 강조하면서 이존기비(理尊氣卑)를 주장하는 주리론(主理論)이 확립되었다.
⑶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
이와 기의 상호 의존성, 동일성을 강조하는 이론이다. 이가 기보다 먼저 존재하며 기를 낳는다는 이기이원론과 달리, 이와 기는 어느 하나가 우선하거나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존재로서 단지 각기 상이한 양상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현실 개혁에 중심을 두는 실천 철학에서는 이와 기의 서로 떨어져 있지 않음의 입장에서 기를 중시하는 가운데 이기일원론이 발전한다.
한국 성리학에 있어서 이기일원론의 입장은 서경덕이나 이이에게서 찾아 볼 수 있다.
서경덕은 ‘기밖에 이가 없으며, 이는 기를 주재하는 것’이라 하여 이기일원론적 입장을 취하였다.
이이는 기본적으로 이기이원론을 계승하면서도 “이와 기는 혼연(渾然)하여 사이가 없고 서로 떨어지지 않으므로 다른 것이라 할 수 없다.”하여 이기일원론적 입장에 비중을 두었다.
이는 이를 객관적 실재라기보다는 기의 법칙성으로 이해하여 이와 기의 통일성을 강조하는 주기론(主氣論)의 입장이다.
이 이를 중심으로 하는 주기론은 이황의 주리론과 더불어 한국 성리학의 두 흐름으로 계승 발전되었다.
⑷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 논쟁
사단칠정론은 퇴계 이황이 주장한 인생관의 논리적 학설이다.
사단이란 맹자가 실천 도덕의 근간으로 삼은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을 말하며,
칠정은 예기와 중용에 나오는 희(喜), 노(怒), 애(哀), 구(懼), 애(愛), 오(惡), 욕(慾)을 말한다.
이황은 이기이원론의 입장에서 사단은 이(理)에서 나오는 마음이고, 칠정은 기(氣)에서 나오는 마음이라 하였다.
이에 기대승은 이황에게 질문서를 보내어, 이황이 인간 심성을 지나치게 이원화한다고 지적하면서 이와 기는 관념적으로는 구분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마음의 작용에서는 구분할 수 없지 않느냐고 하여 그 유명한 사단칠정론쟁이 시작되었다.
이황은 정지운의 천명도설(天命圖說)에서 ‘四端發於理, 七情發於氣’라 한 표현을 ‘四端理之發 七情氣之發’이라 정정했는데, 理氣同時의 共發性을 주장한 기대승과의 오랜 기간의 왕복 서신을 통한 논쟁을 거쳐 자기 학설에 수정을 가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四端理發而氣隨之 七情氣發而理乘之[사단은 이가 발하여 기가 따르는 것이요, 칠정은 기가 발하여 이가 타는 것이다.]’의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이다.
이이는 이기의 특성과 관계에 중심을 두고 이황의 호발설을 비판하였다.
이는 무형무위(無形無爲)하며, 기는 유형유위(有形有爲)한 것으로 발(發)하는 것은 기(氣)요, 발하는 소이(所以)가 되는 것이 이(理)이므로 이가 발한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그리하여 理發而氣隨之를 부정하고, 氣發而理乘之만이 옳다는 기발이승일도설(氣發理乘一途說)을 주장하였다.
이이는 사단과 칠정의 관계를 ‘七情包四端[칠정은 사단을 포함함]’으로 보고, 사단이란 칠정 중의 선한 면을 이르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며, 선악의 문제는 결국 기질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것으로 기질을 잘 다스릴 때 인간의 선한 본성이 드러날 수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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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리학의 이기론에서 이기 일원론과 이기이원론의 차이를 간략하게 설명하라.
2. 중국 성리학이 본체론(=우주론)을 중심으로 발전되었다면 한국 성리학은 사단칠정론을 계기로 심성론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사단칠정론이란 무엇이며, 그 이후 전개된 한국 성리학의 주된 두 흐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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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론(理氣論)의 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