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분 누님
나에게 두 분의 누님이 계시다
한분은 올해로 99세이시고 아래로는 92세이시다
이따금 그분들이 생각이나면 "세월아 멈추어다오" 하소연이라도 하고싶다
세월아 너는 어찌 쉬어갈줄 모른다더냐
구름도 높다란 나무 꼭대기에 앉아서 잠시 쉬어가고 흐르는 물도 계곡에서 잠시 물장구 치더라
너는 평생을 두고 어히해 고장도 나지 않는단 말이냐
요지음 잔뜩 유행하는 유행가 고장난 벽시계를 불러본다
고장난 벽시계
세월아 너는어찌 돌아보지 않느냐
나를 버린 사람보다 네가 더욱 야속하더라
한두번 사랑땜에 울고났더니 저만큼 가버린 세월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세월은 고장도 없네
청춘아 너는 어찌 모른척 하고 있느냐
나를버린 사람보다 네가더욱 무정하드라
뜬구름 쫒아가다 돌아봤더니
어느새 흘러간 청춘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느데
저세월은 고장도 없네
99세 누님은 충청도 보령에서 커다란 텅빈집에서 홀로 계시고 92세 누님역시 강원도 인제 에서 커다란 별장안에서 덩그라니 혼자 계신다
이럴때 홀로되신 자매간이니 왔다갔다 하면서 이웃할수 있는 가까운곳에 계시다면 서로가 위로도 되고 말벗도 되는것이 어떨가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것은 한낱 나혼자만의 공상이다
오늘은 또 어떻게 지내시고 계실가?
일찍 일어나야 특별히 할일도 없으시겠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누어 있을수없어 날이 훤하면 눈을 비비고 일어
나실것이다
새벽일찍부터 잠에서 깨어 있지만 온몸이 뻐근하고 무거워 꼼작 거리기 조차 싫어 이리뒤척 저리 뒤척이다 겨우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가본다
문밖으로 나가면 앞에도 산이요 뒤를 봐도 첩첩산이다
어쩌다 함박눈이 내리기라도 하는 겨울날이면 온통 하얀 세상속에 점하나 같은 오직 나혼자 뿐이라는 생각이다
이게 이른바 고려장이 아닐가하는 생각에 오싹하는 느낌이 나면 얼른 머리를 흔들어 지운다
이렇게 누군가와 쓸데없는 대화조차도 끈킨채 고독한 삶의 한축을 이어가고 있다
얼굴에 화장 할일도없고 거울 처다볼일도 없겠지만 오랜세월 살아 오면서 스스로 몸에 습관화 되어 삐죽히
거울을 보지만 자신이 보아도 보고싶지 않은 몰골을 들이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슬며시 한숨만 나온다
세월이 야속하고 세상이 원망스러워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 할곳도 없으니 그저 그러녀니 해도 여전히 한숨만나온다
천정을 바라보고 누워 있을라 치면 옛날 생각만이 떠오를 뿐이다
한때는 동네 총각들의 이목을 한몸에 듬뿍 받고 그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도 하던 때도 있었다
세월이 뒤집어 지어 옛날로 다시 돌아 갈수만 있다면 기가 막힌 로맨스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지만 또다시 어디 그런세상이 오겠나 !
왜 그리 구질구질하고 힘들게 살아 왔는지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저 내릴것만 같다
마음 먹기에 따라 그리 살지 않아도 될것을 그냥 허송세월속에서 묻혀진것이다
거울속에 빼꼼히 드러난 찌그러진 자신이 처량스러워 슬며시 거울을 깨부수고 싶은 심정이다
혹여 꿈속이 아닌가 하다가도 엄연한 현실이라는 사실에 기가 막히다
그래도 죽지 않으려면 먹어야한다
아~니 때가 돌아오니 먹기싫어도 억지로라도 한술이라도 때워야 그나마 거동할수있지 않은가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 기우뚱 거리며 부억을 찾아 들어가 이것저것 찾아 상도 차릴것 없이 되는대로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한술 찾아 먹는다 입맛이 있을리가 없다
때가되니 그냥 넘길수 없어 때에 점만 찍을 뿐이다
무엇을 먹어도 꿀맛같고 먹어도 금새 배고파 먹을것을 찾아다니던 시절이 마냥 그리울뿐이다
애궂은 텔레비젼 채널에 매달리어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면서 한나절을 보내고 점심은 아침에 먹고 남은것을 물에 말아서 반찬하나 꺼내놓고 대충 때운다
행여 누가 찾아 오기나 하려나 대문을 항시 활짝열어 놓고 밖을 내다 보지만 인적은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어김없이 시간은 머물줄 모르고 어느덧 해가 저물기 시작이다
앞마당의 조그마한 텃밭 한귀퉁이에 아픈 허리를 억지로 추스리며 심어놓은 푸성가리가 때가되니 너울너울
자라있다
시들고 말라빠진 떡잎들이 볼상사납고 여기저기 풀들이 우후죽순 돋아나 을씨년 스러워 호미를 찾아 들고나간다
누구라도 와서 넘처나는 푸성가리 잎을 뜯어다가 먹으면 좋으련만 찾아 주는 사람도 없다
애띠고 싱싱하던 것들이 떡잎되는 잎사귀를 바라보니 자신을 보는것 같아 그냥 안타까울 뿐이다
가까이에 살고 있는 며느리가 와서 좀 가저 가면 좋으련만 마른땅 콩나듯 이따금 슬며시 왔다가 무에그리
바쁜지 푸성가리에 손대기는 커녕 잠시도 앉지도 않고 곧장 가버린다고 푸념하든 이웃집할멈생각이 떠오른다
그 할멈의 얼굴도 이미 잊혀진지 오래다
그래도 행여 누가 오기라도 하면 나누어 주려나 하고 먹을만한 연한 잎사귀들을 남겨놓고 몇잎파리 뜯어들고
들어가 씻는둥 마는둥 고추장 발라 저녁밥 한술뜬다
이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고 도는 일상생활이다
밤이오면 사방은 온통 어둠의 적막으로 휩쌓이고 텔레비젼 혼자서 떠들지만 여전히 저혼자 잘낫다고 떠들어대는
정치꾼들이 나오면 아수라장같아 아예 채널을 돌릴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전화 한대가 머리맡 웃목 구석에 덩그라니 지키고 있지만 벨소리가 난지 오래이다
이따금 소식주던 이들도 목소리를 잃어버린지 오래고 며칠건너 한번씩 자식 손자들의 확인 전화만이 올뿐이다
어릴적 큰집에 다니며 성황당 고개를 넘나들때 무심히 보아오던 길가 언덕 양지 한구석에 페허된 텅빈 고려장터가 눈에 어른인다
한평 크기에 사방으로 커다란 돌로 벽을치고 있고 겨우 숨공기만 뻥뚫린 고려장 !
먹거리는 자유스러울지 몰라도 여기저기 아픈곳 투성이다
이게 현대식 고려장이 아니고 무엇일가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겨우 낡고 세월지난 소설책을 구해다 읽고 또읽기를 번복하면서 유일한 낙으로 삼고있다
소설책이라도 몇권 구하고 싶지만 아이들 손을 거처야하니 그것 또한 여의치 못하다
어쩌다 전화한번 할라치면 전화요금 많이 나온다며 자기 할말만 하시고 먼저 전화를 끈으신다
자매들끼리야 전화통 한번 잡으면 별아별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라도 넋두리로 시간을 채운다지만 남매간인데도 여전히 이야기거리가 흉년들어 애궂은 전화요금으로 핑게 삼는것을 왜 모르랴
두분 내누님은 젊어서 한결같이 자태가 곱고 부지런 하였으며 솜씨가 출중하다고 온동네에서 소문이 자자 하였다
세월을 잘못 만나고 세대에 익숙하지 못한 부모님 잘못 만난것도 운명이 아닌가
여기저기 중매장이가 빗발 치지만 가난한 중에서도 양반이라는 자존심 하나로 버티면서 부자집 첩의 자식은 서족이라 않되고 허우대 잘생기고 든실하게 생겼어도 지체낮은 쌍놈은 어림도 없고 이것저것 핑게대면서 고르고
고른것이 밑이 째지게 가난한 양반을 찾아나선 무능한 부모님들이 지금와서 생각하니 조금은 원망스럽다
잘생기고 똑똑하기만 했던 사람이건만 서족이 무슨 죄라고 아예 무시하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부모님
부지런하고 힘이좋아 온동네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투정부릴줄 모르는 떡쇠같은 총각이 상놈이라 여기시던 부모님 서족이고 상놈이라 냉대받던 그들은 떵떵거리며 출세도 하고 잘만살아가고 있다
마음속에는 두었지만 이리저리 반대만하시는 부모님의 뜻에따라 자신의 일생이 부모님 입맛대로 좌지우지
되다가 결국은 마음에 차지않은 신랑 만나서 두리뭉슬 살다가 그것조차 복이라고 먼저가신 분이지만 그래도 못잊어 하신다
지금은 그 옛날의 그 고운 모습은 전혀 찾아볼수없는 앙상 그자체이다
꽃들도 아름답게 피어 있을때에 나비와 벌들이 찾아오지만 시들어 떨어저 땅바닥에 나딩굴때에는 그냥 밟고 지나친다
인간은 거대한 자연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한낱 하잘것없는 존재일 뿐이다
잘살아 보자고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고 쓰지 못하고 아등바등 살아오면서 없는 살림에 자식새끼공부 시키고
먹여 살리느라 뼈빠지게 일만해온 지난날을 뒤돌아 보느라면 그저 허무할 뿐이다
그토록 쥐어짜면서 살아온 지금에와서 남은것이 무었인가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 상처만이 있지 않은가
천만금이 있다손 치드라도 지금와서는 단지 한조각 휴지와 무엇이 다르랴
그토록 애지중지 키웠던 자식들도 각자가 자기만의 삶의 우리로 돌아가 어느새 힌머리를 듬성듬성 날리며 가을의 뜰에서 저들만의 가을걷이 하기에 여념없다
반포지효反哺之孝란말도 한낱 공맹의 세월 이야기인것 같다
집앞 미류나무 꼭대기에서 가마귀가 "가악 가악" 울고있다
가마귀가 울면 재수없고 동네에서 초상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나자 덜컥 겁이 난다
가마귀를 효조孝鳥라고한다
비록 금수에 불과하지만 늙은 에미를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오직하면 못된 인간을 가리켜 금수보다도 못된놈이라 하였을가
그래도 탓하지 않고 탓할수도 없어 아침저녁 탈이나 없는지 걱정뿐이다
늙은에미 하나 돌보기에도 힘겨워하며 지내고 있는 너희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입을 닫고 살고 있다
늙으면 죽어야지 하는 이들을 공감하면서도 그래도 아프고 쑤시고 힘들어도 전분쇄락轉糞世樂이라고 개똥밭에
딩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세상이 즐겁다고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따금 생각이 나면 전화한통을 걸어본다
반가워 하시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린다
- 다음에나 한번 찾아뵐게요 -
매번 전화뿐이지 제대로 이얘기 저얘기 나누면서 밥한술 같이 못 나누고 또한 하룻밤을 같이 못하고 어느새
몇년의 세월이 지났다
요지음은 코로나로 해서 찾아 뵙지 못한다는 핑게를 거듭하며 전화를 끊는다
- 그래 나중에 한번 오너라 -
왜이리도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고 쓰릴수 있을가
괜히 혼자서 흉물떨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거울을 본다
나도 어느새 백발의 머리가 된지 오래다 거울을 바라 보고 있노라니 자신 또한 아프다
역시 마음뿐인 세월이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다
나는 누구이지 ! 어떻게 살아야 하지 !
외로움은 두분 누님만이 아니고 어느샌가 나에게도 눈앞에 다가와 있는 현실이다
요지음 날씨도 춥고 코로나로 외출 한번 제대로 못하여 지처있고 답답하기만 하다
이럴땐 옛친구들 불러내어 점심 한그릇 막걸리 한잔 사주면서 답답한 마음을 달래면서 이얘기 저얘기 나누면서 목젓이 보이도록 억지로라도 크게한번 웃고 싶다
돈몇푼 아까워 주저주저하다가 친구를 잃을가 걱정되는 순간 나의 존재는 없는것과 마찬가지이다
가진것 70%를 허물지 못하고 고작30%도 않되는 부분을 되색임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네 현실을 탓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따금은 어여뿐이 들을 불러모아 거하게 밥한끼 술한잔 하는것이 무에 그리 힘들가
밖에서는 힌눈이 소리없이 내린다
온세상이 하얗고 나또한 하얗다
참으로 서글픈게 세상사가 아닌가 싶다
첫댓글 참 잘도 쓰십니다. 나는 몇줄 쓰다보면 생각이 끊겨 더이상 쓰질 못하겠더군요.
타고난 글쟁이(좋은 의미에서) 부럽습니다. 많이 기대할게요.
나에게도 87세된 누나가 멀리서 혼자 살고 있는데 2~3년 전에 우리집에서
하루 쉬어 간적이 있는데 아침에 화장하던 모습을 나에게 들켜 (?)
겸연쩍었던지 '80넘어도 여자는 여자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