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게장 먹어보기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게요리를 매우 즐겼다고 하는데, 이같은 사실은 조선시대 식생활과 요리법 등이 상세히 담긴, 유중림(17 05∼1771)이 쓴 ‘증보산림경제’에 잘 나타나 있다.
게장은 밥도둑?
우리 근해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꽃게는 암적색이나 황갈색 마름모꼴로 생겼고, 다섯째 다리가 납작한 게 특징이다. 산란기는 6∼9월이고, 1∼4월이 제철이다. 예전엔 민물 게로 게장을 많이 담갔지만, 워낙 귀한데다 디스토마에 감염될 우려도 있어 지금은 꽃게를 많이 쓴다.
요즘엔 흔히 벌겋게 버무린 게장을 밑반찬으로 쓰지만, 오래전부터 게장은 간장이나 소금으로 염장해 먹었다. 게를 물에 담가 하룻밤 두면 밤새 찌꺼기를 토해낸다.
솔로 깨끗이 씻어 항아리에 담아두고, 날 쇠고기를 잘게 썰어 넣으면 게가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닭이나 두부, 수수를 먹이기도 한다. 끓였다 식힌 청장을 붓고 따라내고 다시 끓여 붓기를 거듭하면 삭으면서 맛이 든다.
게장에 대한 맛을 형용하라면 百人百色의 풍미가 나올 것이다. 그만큼 친숙하고 맛있는 음식인데. 이 게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널리 사랑받는 음식의 재료가 되겠다. 어느 나라를 가도 바다가 있으면 게가있고 게가 있으면 게요리가 있는데 그만큼 흔한 물산이고 요릿법도 다양한 음식이다.
다른 나라의 게 요리
중국음식 중에는 산라탕이라는 것과 천부기라는 게요리가 있는데 천부기는 튀기는 음식으로 소스를 첨가하는 경우와 탕수육처럼 튀기는 음식, 면에 전분을 끓여서 걸쭉하게 만드는 요리로 나뉜다. 산라탕은 기본적으로 스프의 형식을 띈 탕종류라 보면 되는데 버섯등 온갖 야채와 함께 끓이는 음식이다.
일본의 게요리는 주로 찜이나, 초밥, 샐러드등이 발달했고 다른 나라의 경우도 대부분 게요리는 찜이 대세인데 탕을 끓이는 경우는 지중해 연안, 특히 포루투갈, 스페인, 프랑스 남부지방, 이탈리아, 그리이스등에서 제법 발달했다. 동남아쪽에는 구워먹는 조릿법이 발달했고 그 이상의 요릿법은 세계적인 대세와 다르지 않다.
게 요리가 주로 스프와 찜등의 요리로 발전해오는 동안 우리는 저장하는음식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역시 우리 게요리도 찜이나, 탕이 있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인류의 입맛에 크게 다르지않은 기본적인 요릿법이고 게장의 경우는 아주 독특한 우리만의 요릿법이라 보면 거의 틀림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젓갈문화가 발달한 곳인데 오죽했으면 종갓집 큰 며느리는 36가지 젓갈을 담글줄 알아야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게장은 원래 간장으로 담궈먹은 젓갈류인데 근래에는 빨간양념으로 만든 게장도 게장의 반열에 들어가니 이제는 젖갈류라 부르기도 무색하다. 이제 게요리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듯 싶다.
게장이란 것이 워낙 엽기적인 음식이라 가만히 들여다보면 담그는 것과 먹는 것이 다같이 엽기적인다. 살아있는 게를 끓은 간장에 담그거나 마디 마디를 잘라서 양념장에 무쳐서 만드니 게에게는 참으로 혹독한 시련이고, 고난에 찬 생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직 삶의 질긴 여운이 남아있는 게다리를 잡고 각질을 부수고 속살을 발라먹는 것이 가만 생각하면 게에게는 참으로 못된 일을 하는 것이다.
이 게장을 흔히들 밥도둑이라 하는데 그만큼 우리네 밥상과 잘 어울리는 음식인 까닭이다.
게장은 간장 게장과 양념 게장으로 나뉘는데 간장 게장은 전통의 음식이고 양념 게장은 비교적 근래의 음식이다. 물론 예전부터 있었지만 그것이 일반적으로 먹을만큼 보관할 방법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근래에와서 대중화된 음식이다. 마치 일본의 스시라는 초밥이 낸장고의 보급과 더불어 내륙까지 퍼진 것과 같은 이치다. 역시 스시라는 일본의 초밥이 대중화 된 것이 60년대 이후라니 전통의 음식은 아닌 셈이다.(이건 진실이다)
일반적인 게장은 주로 바닷게를 재료로 하지만 민물게를 가지고 만드는 게장도 맛이 일품이다. 특히 한탄강에서 잡히는 민물게로 만든 간장 게장은 그 맛이 게장중 으뜸이라해도 손색없다.
자..우리집의 게장을 소개한다.
어머니가 예전부터 음식을 잘 만드신 까닭에 본의 아니게 미식가가 되어버렸는데 고유의 남도음식에 정통하신 분이다.
이 어머니가 담그시는 게장은 남도에서는 흔히 쓰는 방법인데(요즘은 일반적으로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먼저 신선한 활게를 사오신다. 간장게장은 반드시 암게로 해야한다. 국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인데 암게의 알은 국물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간장 게장
전래의 옹기항아리를 창호지로 불을 붙여서 내부를 깨끗히 소독을하고, 바닷물을 채운다. 그 채운 바닷물에 게를 넣고 일주일간 기르시는데 활게의 경우는 이동중의 움직임으로 인해서 속살이 많이 빠지게 되는데 이 상태로는 맛있는 게장을 담그기가 어렵다.
다음은 항아리에 매일 정기적으로 쇠고기를 다져서 게의 먹이로 쓴다. 대략 일주일 정도면 게가 언래의 게보다 더욱 튼실한 상태가 되는데 이때 준비한 간장과 기타 양념을 첨가해서 간장게장을 담그는 것이다. 맛은 상상에 맡기기로 한다. 밥도둑이 아니라 밥 차떼기 도둑이 되겠다.
양념게장의 경우는 일반적인 수순을 따르지만 우리집 특유의 양념 게장은 아주 특별한 손님에게 어머니가 준비하시는 그야말로 특선요리가 되겠다. 이 음식을 대접받은 사람은 붉은노을의 아주 절친한 벗들이나 굉장히 어려운 손님들의 경우에 한정되는데, 붉은노을의 친구들은 이 음식이 먹고싶으면 지금도 상당한 금액을 각출해서 일단 어머니께 아부성 선물을 미리 올리고 날짜를 잡아서 오게되는데, 요즘은 어머니가 연로하신 관계로 내가 하거나 아내가 하게된다. 물론 맛은 과거에 비해 형편없다.
양념 게살무침
먼저 활게를 사온 다음에 간장게장의 경우와 똑같이 일주일을 지낸후에 아주 엽기적인 요리를 하게된다.
살아있는 게를 마디 마디 절단하고 몸체는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따로 보관한다.
냉장고에 약 7시간 정도 보관한 다음에 아주 번거롭게도 일일이 게살을 발라낸다. 아주 지루하고 고된 작업인데, 알뜰하고 잔혹하게 발라낸 게살을 모아서 갖은 양념에 무쳐서 한 접시 만드는데 대략 게 20마리 정도의 분량이라야 쐬주 한잔 마실 그런 정도의 양이 되는 것이다. 비용이 무척 비싼 관계로 부탁을 사절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아직도 아들이 조르면 할 수 없이 고개를 절레 절레하면서도 기어이 만들어 주시니 아마도 게맛보다 어머니의 사랑의 맛이다.
흔하디 흔한 게요리가 젓갈로 분류된 것은 우리음식이 귀한 음식을 오랫동안 보존해서 먹으려는 시대상과 일치된 것이라서 그 안에는 질박한 서민들의 먹거리에 대한 기본적인 애환과 소박한 음식문화가 녹아있는 것이다.
우리 음식에서 이와같이 보존 음식이 많은 것은 물산이 귀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더욱 귀하게 여기는 습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먹을 것이 넘처나는 시대에 음식을 가벼이 여기는 일부의 풍속에 대한 거부감에서 그려보는 게장에 대한 추억이다.
첫댓글 엊그제는 보신탕으로 약을 올리더니 오늘은 게장이라....쩝..그건 그러코, 부산에서는 구경도 하기 힘든 게를 게시판에서라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내가 가장 좋아 하는 음식 간장게장...
서울 가면 장안동 게장집을 꼭 들르는데 참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