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5. 21 화요일
(2215 회)
- 어머니의 흰머리 -
오늘도 어김없이 夫婦는 七旬 老母가 차려주는 저녁상을 받습니다.
맞벌이를 시작(始作)하면서~
자연(自然)스럽게 집안 살림은 통째로 눈 침침하고 허리 굽은 칠순(七旬) 老母의 차지가 돼 버린 것입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노모(老母)가 차려준 저녁상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서 食事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때, 노모가 불쑥 말을 꺼냈습니다.
"나 돋보기 하나 사야 할 것 같다"
生前 당신 입으로 뭐하나 사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다 신문(新聞) 한 장 볼 수 없는 까막눈인 어머니가 돋보기를 사달 라니~
웬일인가 싶었지만 아들은 이내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저녁 먼저 퇴근(退勤)한 아내가 막 현관(玄關)에 들어서는 男便에게 다가와 호들갑을 떱니다.
"여보 아무래도 어머님 늦바람 나셨나 봐~!!!
어제는 안경(眼鏡)을 사내라고 하시더니~
오늘은 염색(染色)까지 하셨지 머야?
아내의 너스레에 아들은 볼멘소리를 던집니다.
어머님은 갑자기 왜 안 하던 일을 하신데?
아들 內外의 대화(對話)를 우연히 들은 노모는 멋쩍으신지...
모른 체 하곤 부엌으로 갑니다.
그리곤 언제 장만했는지 돋보기를 끼고 쌀을 씻습니다.
며느리는 그런 노모(老母)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男子 親舊가 생겼나 싶어 눈치를 살폈습니다.
식탁(食卓) 앞에 아들 내외가 앉자 어머니가 먼저 침묵(沈默)을 깹니다.
"안경은 내가 장만했으니 인자 됐다."
"엊그제 느그 아들 밥그릇에~
흰머리가 하나 들어갔나 보더라.
애가 어찌나 화(火)를 내던지...
인자 안경도 끼고 머리도 염색(染色)
했으니 그럴 일 없겠지....."
아들은 그제야 어머니가 왜 돋보기를 사달라고 하셨는지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왜 염색(染色)하셨는지 알게 됐습니다.
죄송(罪悚)함에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숙인 아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늘 바라기만 했을 뿐 어머니의 머리가 온통 白髮이 된 것도 아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우리들의 자화상(自畵像)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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