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문화 답사 기행 ***

[김왕회]

강릉 문화답사 기행

- 강릉문화원 가는 날 -

 설악에서 내려온 오색단풍이 백두대간을 타고 지리산까지 활활 타오르는 만추의 계절이다.

 이틀 전까지 문경새재 등산과 단양 여행으로 여독이 풀리지 않았지만 산청문화원 가족들의 강릉 문화답사 여행에 마음이 설레었다.

 나에게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삶을 재충전하는 보약이다.

 노익장의 임원들에게는 여섯 시간 넘게 걸리는 여정으로 다소 힘들지만 모두 쌩쌩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차에 오른다.

 한반도 등줄기를 끼고 달리는 7번 국도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망망대해에 밀려오는 동해바다의 푸른 파도와 모래사장에 부딪치는 포말, 한 구비 돌아갈 때마다 나타나는 작은 포구와 마을의 평화로운 풍경들이 이어져 지루하지 않고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영덕 강구항에서 오징어 물회로 점심을 먹고 대게 구경은 눈으로만 했다.

 망향휴게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쪽빛 바다에 해안선을 따라 해수욕장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갯바위에 붙어있는 해조류가 너울너울 춤을 춘다.

 버스는 해안도로로 방향을 틀어 정동진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새해 첫날이면 해돋이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명소로 자리 매김 했다.

 모래시계 모형과 객차를 활용한 박물관보다 남쪽 언덕 위에 있는 썬크루즈리조트에 시선이 머문다. 저 곳에서 편안하게 자고 맛있는 회를 먹으며 내일 아침 동해안에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하면 좋겠다.

 강릉문화원으로 향했다. 오후 4시가 넘으니 해가 벌써 기울기 시작한다.

 강릉문화원은 예향과 문향의 고장답게 시설, 관리운영, 문화활동이 돋보였다.

 강릉시 왕산면 목계리에 있는 예맥아트센터가 오늘의 숙소다. 칠흑 같은 밤중에 깊은 산중으로 차를 모니 최전방 비무장지대로 끌려가는 느낌이다. 이름이 멋있어 기대하고 왔는데 폐교된 학교를 개조하여 교육센터로 활용하는 곳이었다. 학생들 수련장 같은 시설에 수학여행 온 기분이 들 정도로 숙소와 식사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문화원 직원들이 준비한 삼겹살과 생선 숯불 바비큐가 푸짐하여 맛있는 성찬이라 기분이 좋았다.

 화장실이 부족하였지만 방바닥이 따끈하여 잠도 푹 잤다.

 영동지방 여행에는 황태국이나 초당두부를 먹어야 속이 풀리는데 아침 식사로 멀건 씨레기추어탕이다. 밥 한 공기 국에 말아 뱃속을 채우고 떠났다.

 - 경포대와 경포해수욕장 -

 경포해수욕장을 찾는 사람은 많아도 문화의 향기와 서정적인 운치를 즐길 수 있는 경포대를 오르는 사람은 드물다.

 관동팔경 중 제1경인 경포대가 좋아 나는 여러 번 이곳에 올라보기도 하고 그 옛날 선비 시인 묵객들의 유유자적했던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해 뜨는 이른 아침이나 달 밝은 가을밤에 경포대에 올라 경포호를 굽어보거나 호수 넘어 동해의 푸른 바다를 대하면 속세는 간데없이 온통 선경이라고 표현했던 옛사람의 시가 생각난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등이 수문장처럼 둘러쳐진 이 곳은 낮은 언덕 위에 자리를 잡았으나 시야가 확 트였으며 호수물이 거울같이 맑다고 하여 경호라 이름 하였다.

 경포대에는 달이 다섯이 뜬다고 읊었으니 하늘, 경포호수, 동해바다에 뜬 달과 술잔, 임의 눈동자에 뜬다고 하였으니 얼마나 로맨틱한 표현인가!

 경포해수욕장은 과거에는 젊은이들의 낭만과 사랑과 추억의 장소로 유명했지만 고속도로가 뚫리고 마이카시대가 열린 후에는 동해안의 수많은 해수욕장과 관광지가 많아 여행객이 많이 분산되었다.

 늦가을이라 그런지 모래사장에도 바닷가 숲속에도 관광객이 보이지 않고 저 멀리 고기잡이배 몇 척만 한가로이 떠 있다. 젊은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백사장에 해수욕장 상징탑이 찬바람을 맞으며 외롭게 해변을 지키고 있다.

 - 참소리 박물관 -

 참소리 축음기, 에디슨 과학박물관의 출발은 손성목 관장의 개인적 호기심과 열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안에 들어가니 넓은 규모와 꽉 들어찬 수많은 소장품에 놀랐다. 발명왕 에디슨의 현대 문명생활에 공헌한 발자취를 볼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 1992년 개관했다고 하니 2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정확한 명칭은 ‘참소리 축음기, 에디슨 과학박물관이다.

 두 동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계단과 화랑으로 서로 이어져있어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었다.

 축음기 발명 전의 다양한 뮤직박스부터 시작하여 에디슨 최초의 축음기인 틴포일, 세계에서 하나 뿐인 아메리칸포노그래프, 17개국에서 만든 축음기 1400여점, 음반 15만장, 8000여점의 음악 관련 도서들이 들어차 있다. 100년 소리의 역사를 한 곳에서 볼 수 있고 탄소전구, 전기자동차, 영사기, 계산기, 커피포트, 재봉틀, 타자기, 선풍기, 다리미 ......등 에디슨이 생전에 발명한 각종 생활용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참소리 축음기박물관에 2500여점, 에디슨과학박물관에 2500여점의 방대한 소장품을 모두 손성목씨 개인이 수집한 것이라니 입이 딱 벌어진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 위대한 발명가 에디슨과 평생에 걸쳐 귀한 자료들을 수집한 손성목 관장의 혜안과 집념에 고개가 숙여졌다.

  - 오죽헌 -

 오죽헌은 겨레의 어머니 신사임당과 민족의 스승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으로 강릉지방의 대표적 성지다.

 烏竹軒은 조선 초기의 건축물로 보물 제 165호로 지정되었으며 별당 건물로 이곳 몽룡실에서 이이가 태어났다.

 경내에는 오죽헌을 비롯하여 문성사, 사랑채, 어제각, 율곡기념관, 강릉시립박물관 등이 있다.

 文成詞는 율곡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文成은 1624년 인조대왕이 율곡 선생에게 내린 시호로 ‘도덕과 학문을 널리 들어 막힘이 없이 통했으며 백성의 안정된 삶을 위하여 정사의 근본을 세웠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정을 바라보니 온화하고 기상이 호탕하며 도량이 넓은 학자의 용모로 존경심이 우러났다.

 문성사 현판은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로 힘차고 강직한 서체가 마음에 든다.

 오죽헌 옆의 수령 600년 된 홍매화(율곡매)와 문성사 계단 오르기 전 뜰에 있는 누워있는 노송과 굵직하게 뻗은 배롱나무가 율곡의 인품을 닮아 잘 어울렸다.

 御製閣은 율곡의 저서 격몽요결(擊蒙要訣)과 율곡의 유년기에 사용하였던 벼루(용연)을 보관하기 위한 유품 소장각이다.

 조선 성리학은 이황이 기틀을 쌓고 이이가 완성을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격몽요결은 1577년(선조 10) 이이가 학문을 시작하는 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편찬한 책이다.

 이 책에서 율곡은 몸가짐에는 아홉 가지 태도(九容)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고, 배움에 나아가고 지혜를 더하는 데에는 아홉 가지 생각(九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요즈음 글로벌 리더나 세계무대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알아야 할 덕목이다.

 九容은 頭容(머리를 똑바로), 目容端(눈을 바르게), 氣容(숨소리는 맑게), 口容止(입을 신중하게), 色容(얼굴빛은 장엄하게), 手容(손은 공손하게), 足容(발은 무겁게), 立容(서있는 모습은 의젓하게)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九思는 視思明, 聽思聰, 色思溫, 俛思恭, 言思忠, 事思敬, 疑思問, 忿思難, 見得思義의 생각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自驚文도 눈에 뛴다.

 立志 寡言 定心 謹獨 讀書 掃除慾心, 盡誠 正義之心 感化 睡眠 用功之效다.

 율곡기념관은 율곡의 저서와 신사임당의 유작을 비롯하여 매창, 옥산 이우 등 율곡 일가의 유품 전시관이다.

 이이는 강릉에서 태어나 유년시절과 벼슬하던 시절 파주 율곡리에서 보냈다.

 내가 인천에 살 때는 임진강을 끼고 자유로를 달려 문산 파주 연천 포천 등 경기 북쪽 지방을 많이 여행하였다. 파주에는 花石亭이라는 정자가 임진강변 언덕에 있으며 이곳에 가면 율곡이 여덟 살 때 지었다는 八歲賦詩가 바위에 새겨져 있다. 율곡은 어려서부터 천재 시인이었던 것 같다.

林亭秋已晩   숲속 정자에 가을이 이미 깊어드니

騷客意無窮   시인의 시상이 끝이 없구나.

遠水連天碧   멀리 보이는 물은 하늘에 잇닿아 푸르고

霜楓向日紅   서리 맞은 단풍은 햇볕은 향해 붉구나.

山吐孤輪月   산 위에는 둥근 달이 떠오르고

江含萬里風   강은 만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머금었네.

塞鴻向處去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날아가는고.

聲斷暮雲中   울고 가는 소리 저녁 구름 속으로 사라지네.

 九度壯元公(아홉 번의 과거시험에 모두 장원급제함)인 이이는 당쟁의 조정, 10만 대군의 양성, 대동법, 사창 실시 등에 노력하여 성리학자이면서도 경세가로 우리나라의 정신문화사에 지대한 업적을 남긴 분이다.

 한 가족이 둘씩이나 화폐에 등장하는 일은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하니 얼마나 위대하고 자랑스러운가.

 안채와 사랑채를 둘러보고 기념관 뒤쪽으로 돌아가니 오죽을 둘러 심어 시선을 차단하고 장독대가 햇볕을 받아 반짝이며 굴뚝은 사대부집 종가의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를 듯 넉넉하고 평화롭다.

 경내에 있는 강릉시립박물관은 관동지방의 선사유적을 비롯한 역사, 민속자료들이 진열되어 있어 선사시대부터 오늘까지 강릉지방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시, 그림, 글씨, 자수에 뛰어났던 예술가이며 현모양처였던 신사임당 동상 앞에서 위대한 어머니상을 되새기고 묵상을 한 다음 가을 단풍의 환송을 받으며 오죽헌 문화재 단지를 나와 속초항으로 가서 오징어와 반건조 북어를 사고 푸짐한 회로 배를 채운 다음 귀향길에 올랐다. 

[박균서]

잘 보고 ,잘 느끼고 갑니다..... 지리산 導士 김왕회 친구 덕분에 관동 팔경 ,구경 잘 했습니다.
우리 그렇게 그렇게 건강하게 하로 하로를 잘 보내다가 .....멋지게 왔던 곳으로 돌아갑시다...正覺居士 박균서.

[김왕회]

흰눈섭 휘날리는 正覺居士님 연말에 얼마나 바쁘십니까?
통천의 총석정, 고성의 삼일포는 북한에 있고
청간정(고성), 경포대(강릉), 죽서루(삼척), 낙산사(양양), 망양정(울진), 월송정(평해)이
관동팔경에 들어가는데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亭子, 樓臺, 寺刹을 돌아보면
눈이 즐겁고 입이 즐거우며 가슴이 뻥 뚫리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다리 힘 있을 때 더 많이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