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렸던 경매시장 다시 기지개
집값 하락 전망에 낙찰가율 낮아져
“매물 1년새 2배… 실수요자 관심”
“개찰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이달 15일 오전 서울북부지법 경매법정 101호. 법정 안 100개에 육박한 좌석에 빼곡하게 앉은 사람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경매 집행관의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미처 자리를 못 잡은 10여 명은 곳곳에 서 있었다. 대부분 집값 하락기에 시세보다 더 싼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이들이었다.
이날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린 매물은 서울 중랑구 면목동 아파트(전용면적 60m²). 지난해부터 3차례 연속 유찰되며 인근 실거래가보다 1억 원 낮아진 상태. 지난달 경매에서는 응찰자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19명이 몰렸다. 낙찰은 60대 조모 씨 부부가 받았다. 이들은 “노후에 거주할 아파트를 찾던 중 시세보다 싸서 경매에 나섰다”고 했다.
고금리 여파로 움츠러들었던 아파트 경매 시장이 부동산 규제 완화와 시중 아파트 급매물 소진 등으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2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는 8.1명으로 2020년 6월(8.1명) 이후 가장 많았다.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는 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보였던 지난해 10월(2.6명) 이후 4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낙찰가율은 전달(75.8%)보다 1.2%포인트 떨어진 74.6%로 2012년 8월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전망으로 낙찰가율이 낮은 상황이라 일부 실수요자가 경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날 경매법정에서 만난 권부숙 씨(59)는 “결혼을 준비 중인 자녀를 위해 경매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모아둔 전세자금에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아 살 수 있는 4억∼5억 원대 중저가 아파트를 찾고 있다”고 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경매학원을 다니거나 유튜브 영상 등을 찾아보며 ‘경매 열공’에 나선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친동생과 함께 법정을 찾은 직장인 조모 씨(33·서울 중랑구)는 “6개월째 경매 관련 유튜브를 보며 공부 중”이라며 “운 좋게 ‘가성비 아파트’를 낙찰받을 수 있단 희망을 품고 이달부터 틈틈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경매법정에 사람들이 대거 몰리는 것은 연초 급매물이 소진된 영향도 한몫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8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50건에 그쳤다. 거래 신고 기간 30일을 고려해도 2300건을 넘어선 지난달 거래량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매매시장에서 급매물이 소화되고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반면 경매 매물은 1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 장시간 관망했던 실수요자 위주로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이 늘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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