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 들녘에서
주말 이틀 산자락과 바닷가를 누비다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어 일상으로 복귀한 시월 중순 둘째 월요일이다. 그제 토요일은 의림사 계곡으로 들어 인성산 비탈로 난 임도를 따라 부재고개로 올라서면서 제철에 피는 야생화를 완상했다. 어제 일요일은 경전선 열차로 낙동강을 건너 부산으로 내려가 도심 쇼핑몰 옥상 전망대에서 바다를 조망하고 자갈치에서 생선을 사 왔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과 토요일은 하루 시차를 두고 택배 두 건이 와 송신인에게 감사와 함께 남은 의문은 후일에 어떻게 풀리지 않을까 싶다. 문학 동인 자제 예식을 식장에서 뵙고 축하드리지 못함도 송구한데 마음으로 전한 답례로 되돌아온 고구마에 뒤이어 검정콩 두유까지 와 고마우면서 부담되었다. 한 건은 발신을 의뢰한 분이 혼주가 아닌 제3 인물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월요일 아침 이른 시각 자연학교 등굣길에 나섰다. 해가 점차 짧아져 현관을 나설 때 어둠이 가시지 않은 때였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첫차 운행 시내버스를 타려면 어시장으로 가는 노선을 기다리는 한 할머니와 약간의 장애가 있는 아들을 뵙는데 근래 못 만나 무슨 사정이 있는 듯하다. 근교에서 생산된 푸성귀를 도매로 떼어와 반송 저자에서 파는 모자인데 근황이 궁금하다.
월영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창원역 앞에서 내려 동읍을 거쳐 대산 강가로 가는 1번 마을버스를 탔다. 이즈음 비닐하우스에는 일거리가 별로 없는 때라 일손 지원을 나선 부녀들은 뵐 수 없었다. 이른 아침 이동하는 승객들은 대부분 기사분에게 신상 정보가 입력된 상태지 싶다. 어디서 내려 무슨 일을 하는지, 일과를 마친 후 퇴근은 언제쯤 하는지도 훤하게 알지 싶었다.
주말 휴일을 제외하고 평일이면 무척 이른 시각 마을버스를 탄다. 30번 대나 40번 대를 타거나 다른 노선을 교통편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마을버스를 자주 타는 편이다. 그런데 승차 지점은 창원역 출발지거나 소답동 정류소인데 하차 지점은 들쭉날쭉 종잡을 수가 없다. 주남저수지 근처이거나 들판에서도 내렸고 제1 수산교 근처나 마지막 손님으로 남아 신전 종점에서도 내렸다.
이번에 타고 간 마을버스는 대산 일반산업단지 거리에서 내렸다. 혼자가 아닌 둘이 더 있었는데 한 아낙과 등에 가방을 맨 젊은이는 각자 입구가 다른 회사 건물로 향했다. 나는 가촌에서 대방으로 가는 찻길을 따라 걸었다. 노변에는 노천에서 밤을 보낸 덩치 큰 싸움소 예닐곱 마리가 보였다. 정식 이름은 ‘민속 힘겨루기 소’로 주인이 다른 이들이 한 곳으로 모아 사육하는 듯했다.
추석 쇠고 며칠 동안 마금산 온천장에서 열린 소 힘겨루기 대회가 열렸더랬다. 지역에서 사육된 소가 백두급 우승을 차지해 가술 거리에는 아직 축하 펼침막이 걸려 있다. 소 임자 성함과 함께 ‘무진’이라는 이름의 소로, 씨름판으로 치면 백두급에서 천하장사를 차지한 격이었다. 싸움소를 훈련 시키던 장면에선 쇳덩이를 목에 걸거나 무거운 돌을 채운 타이어를 끌게 하기도 했다.
대방마을에서 죽동마을 앞 들판으로 나가자 양곡 창고를 겸한 정미 시설과 대형 축사를 지나 들판이 펼쳐졌다. 벼들이 익은 논은 추수가 시작되어 콤바인이 굴러간 탈곡을 마친 구역이 보이기도 했다. 드넓은 들판 사계절 비닐하우스단지에는 풋고추나 가지를 심어 연중 일손이 바쁜 농부도 있었다. 죽동천을 건너 모산마을 근처로 가니 강 건너편 수산엔 엷은 안개가 번지고 있었다.
제1 수산교 근처까지 나갔다가 발길을 되돌려 들녘을 걸었다. 죽동천 천변을 따라 걸으니 봄날에 화사한 꽃을 피웠던 산수유나무에는 붉은 열매가 달렸는데 예년보다 촘촘하지 않았다. 지난여름 워낙 더워 결실이 부실한 듯했는데 나뭇가지로 둥근 잎 유홍초가 넝쿨을 감고 올라 꽃을 피웠다. 가술에 닿아 마을도서관으로 들어 개인 서재가 되다시피 한 열람석에서 책을 펼쳐 읽었다. 24.10.14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10.15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