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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追跡者)-33
24.
따스한 늦가을의 휴일이라서 많은 사람이 쇼핑몰에 몰렸다. 힐 크레스트 몰은 리치몬드 힐 지역 안에 있으며 주변에 살고 있는 많은 중국사람과 새로 온 이민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이들은 주로 중산층 이상이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사람들이다. 넓은 주차장에는 메르세데스와 에큐라 비엠더뷸류 등 고급 차들이 이미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주차장에는 약속시각보다 20 분 일찍 도착하였다. 티디뱅크앞 주차장에는 경찰차를 비롯한 특별히 주의하여야 할 차는 보이지 않았다. 주차장 중간쯤에 주차된 럭서스 SUV 옆에 다크블루의 에큐라 SXT 가 주차되어 있었다. 1 번은 나보다 더 일찍 왔음이 틀림없었다. 나는 한 바퀴 더 돌고 나서 주차장 끝 부근 공간에 주차하였다. 1 번은 티디뱅크 맞은 편 커피숍의 한구석에 앉아 있었다.
1 번은 나를 보자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손을 올렸다 내리며 빙긋 웃었다. 멋진 넘. 역시 든든하였다. 나는 내가 마실 커피를 주문하여 들고서 그 자리로 갔다.
“주문한 대로 다 됐어요. 여기 휴대폰과 전화카드 1 장. 그리고 여권과 스케쥴을 프린트 아웃 해 왔어요. 모든 것은 다 현금으로 지불했어요. 이 몰 안에 유럽과 러시아 전문여행사가 있어요. 상세한 스케쥴은 여기에 다 있으니 읽어 보시면 알 거예요. 비자는 3 달 동안의 체류를 위한 여행은 필요없어요. 오늘 오후 3 시에 출발하여 모스크바에서 1 시간 기다렸다 움스크에 도착은 캐나다 같은 날 밤 11 시 55 분. 움스크의 시각으로는 전날 오전 10 시 55 분. 시차는 10 시간이고요. 온도는, 모스크바는영상 1-3 도이고 움스크는 몬트리얼과 비슷한 영하 1 도에서 3 도 사이에요. 지금 입고 계시는 옷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돌아오는 시각은 같은 날 22 시. 토론토 도착은 다음날 11 시입니다. 휴대폰은 어디에서 든 통화가 가능하고 이 메일도 가능해요. 전화카드는 현지에서 사용하시려면 현지에서 구입하셔야 하지만, 직접 통화하시는 것이 더 편리할 것 같아요. 전화요금은 국제 요금이지만, 300 불을 디파짓(deposit)해 놓았어요. 아마도 제 생각에는 한국과 토론토와 교신할 것으로 생각해서 그 정도 디파짓 했는데,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남는돈은 찾을 수 없어요. 그리고 발신자는 추적 불가능 해요. 마지막으로 이 지도는 구글에서 프린트 아웃 한 움스크의 상세 지도인데, 참고 될 겁니다. 특히 조심하여야 할 것은 러시아에는 옴스크란 도시가 있어요. 자칫 착각할 수가 있으니 잘 기억해 두셔야 해요. 아빠가 도착하여야 할 도시는 움스크란 것을요. 그리고 여기 이 봉투에는 러시아 화폐 1 만 루블입니다. 여행사에서 커미션을 좀 더 주고 교환했어요. 아 참. 이 모든 비용은 아버지 가방 속의 것을 사용했습니다. 이상입니다. 아버지.”
놀랐다. 이렇게 치밀하게 준비를 할수 있다니. 경험 많은 전문가를 능가하는 준비였다. 완벽하였다. 무서운 녀석이다. 내가 조심해야 할 녀석을 가까이 두고 살고 있었다.
“That’s a beautiful! It’sperfect!”
1 번은 전혀 동요 없이 나를 바라봤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침착하였다. 첩보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가하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그가 캐나다군의 정보부서에서 파트타임으로 군 복무를 위한 근무를 했다 하여도 결코 그것은 아니고 그래서도 안되었다. 이 고정관념마저 고루하고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권과 현금 그리고 휴대폰을 챙겼다. 그리고 1 번을 보았다.
“아버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깊이 개입하신 것 아니에요? 저도 대강의 줄거리를 정리해 보았어요. 움스크는 제정 러시아 때 러시아 황실의 비밀 조직이 반정부군을 섬멸하기 위한 준비를 하며 새로운 무기를 연구하던 곳이라고 되어 있어요. 더 상세한 것을 알려고 하면 알 수가있어요. 조경순 아주머니가 살해된 집 원주인이 1940 년대 중간 쯤 러시아에서 이민 온 사람이라고 신문은 썼어요. 아버지는 그런 사실들을연관 짓고 확인하려고 하시는 것 아니에요? 그래서 너무 깊이 개입하신 것 아니냐고 물었어요.”
비록 파트타임이지만, 군 생활을 제대로한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 더 이상 알려고 하지마라. 너가 하는 것은 거기까지 이고, 필요할 때 내가 다시 부탁하겠다.”
“예. 아버지. 그렇게 하겠어요. 그러나 저도 내공이 아버지만큼 갖추진 못했지만, 얼마든지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아버지를 능가하는 것도 있어요.”
“알고 있다. 고맙다.”
세대는 발전적으로 변화하며 성장을 빠르게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25.
비행기는 캐나다 동쪽 섬이자 13 개주의 하나인 P.E.I.(Prince Edward Island)를 지나서 검푸른 대서양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바다는 거칠었다. 흰 물결이 대부분의 바다를 덮고있었다. 과거와는 달리 장애위험을 제거한 첨단 기술로 비행기 안에서도 인터넷과 휴대폰을 사용할 수가 있었다. 나는 쎄지로에게 내가 받을 수 있는 이 메일 주소를 날려 보냈다. 모스크바에 도착하기 전에 회신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박인혜. 그리고 내 할머니이신 권아지. 그 관계의 추적은 어디가 끝일까. 아직 박인혜의 유골을 찾지 못하고있다. 조경순의 죽음은 또 무엇을 말하는가. 움스크는 이 사건의 어디에 서 있으며, 과연 연결되어 있는가?
러시아는 처음 방문한다. 한국에서 수출을 위하여 수많은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러시아는 공산권 국가라 해서 작은 회사의 사장으로서는 입국할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러시아의 바이어와 신발 수출은 했었다. 르젠스키. 그는 그 당시 40 이었다. 유고의 내전에도 참여했던 전투경력을 가지고 있다 하였다. 그와는 서울과 부산의 해운대 호텔에서 만났었다.
그는 나이키 신발을 필요로 했었고, 우리는그가 소지한 달러를 필요로 했었다. 그는 현금을 가져왔다. 나이키도 러시아 로의 수출에는 관대하였다. 브랜드 인지도를 광고비 없이 확장하고자 애썼던 때이다. 그는 라이센스 아래 리박과 아디다스를 전문으로 모스크바에서 취급하고 있었다. 우리의 거래는 아무런 국제상법적 제재없이 몇번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나를 믿었으며, 그는 나와 함께 더 나아가 멕시코를 경유 튜산을 근거지로 하여 미국까지 진출하려고 하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한번 만났다. 시나리오 확인을 위하여. 그러나 그 비즈니스는 불법이었다. 그 다음 회합에는 내가 거절하고 만나지 않았다. 그것으로 그와 헤어졌다.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다. 단 한 번. 캐나다로 이민 오기 전에 그와 연락하였으며 그는 캐나다 토론토의 친구를 소개해 주었지만, 만나지 않았고... 지금은 잊어버렸다. 그런 그 르젠스키가 아직 있을지도 모르는 모스크바에 곧 도착하게 된다. 과거전화번호는 내가 가지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11 월의 러시아는 회색빛이었다. 이제 30 분이면 모스크바에 도착한다는 안내가 영어와 러시아어로 번갈아 텔레비전 화면과 기내 방송으로 알려주었다.
휴대폰에서 드디어 진동이 느껴졌다. 쎄지로에게서 온 이 메일이었다. 올가 미카엘. 여성. 38 세. 움스크 도서관 부관장. 이미 연락되었으며, 만나면 협조해 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좋았다. 아주 좋았다.
모스크바 공항도 많은 인파로 붐볐다. 서울이나 홍콩 뉴욕의 J.F.K. 공항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모든 안내 표지판이 영어를 병기하고 있어서 움스크행 비행기를 찾기는 쉬웠다. 휴대품이 없어서 입국절차는 간단하였으며 친절하였다. 코리안과 캐나다인에게는 비교적 호의를 보여주는 것을 느꼈다. 나는 둘 다 해당되었다. 내가 바라보게 되어 있는 그의 컴퓨터 모니터 뒷면에는 LG 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턱으로 그 로고를 가리켰다.
“Thanks for using LGcomputer”
내가 웃으며 말했다.
“Oh! Yah. My car is Elantra, too. Thanks are mine. Have a nice trip. Sir”
그도 역시 웃으며 인사했다. 입국관리는 친절하게도 움스크행 비행기 시간과 게이트까지 잘 알려주었다. 또 한 번,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란다는 인사와 함께. 러시아에서의 출발이 좋았다. 통로를 따라 걸어가며 혹시나 해서 르젠스키의 과거 전화번호를 눌렀다.
“Can I talk to Mr. 르젠스키? I’m his friend came from South Korea.”
전화를 받은 여성은 영어가 되지 않는 듯하였다. 잠시 후 다른 여성이 전화를 받았다.
“Do you want to talk 르젠스키?”
그녀의 영어는 좋았다.
“Right. Is there 르젠스키?”
“His is not here. Who are you?”
“James. James Lee. I’m his old friend. Can I get him?”
“Can you give me your number?
“Impossible.”
“After 10minutes, call me again.”
“I got it. I’m here Moscow. You got it?”
“Yes. After 10 minutes.”
“No problem. And then, can I get your name?”
“Sara Elisa”
그는 역시 비즈니스맨이었다. 아직 살아 그곳 어딘가에 있었다. 특별히 계획된 것은 없었지만, 반가웠다. 그를 만나서 어떻게 하자는 것은 아니고 그저 목소리만 들을 뿐인데도, 과거의 기억을 살아있게 하는 것 같이 가슴이 두근거렸다. 러시아 국내선 32번 게이트. 움스크행 비행기가 준비하고 있었다. 많은 시간이 없었다. 다시 번호판을 눌렀다. 1 분 정도 로밍이 된 후연결이 되었다.
“James. Sara Elisa?”
“Yes. I am. James? Do you want to talk 르젠스키 now?”
“I hope so. If possible”
“I will give you his number and then you can touch him by yourself. Okay?”
“I got it. Thank you so much and have a good time.”
왼손의 손목시계를 봤다. 10 분 정도 여유가 있었지만, 게이트에는 움스크행 승객들이 이미 줄을 서고 있었다. 나는 세라 엘리사가 준 번호를 두드렸다. 두 번 벨이 울리자 기다렸던 것 같이 통화 연결이되었다.
“제임스! “
수신자는 주저 없이 내 이름을 불렀다.
“르젠스키? 제임스요. 제임스 리.”
“아하~ 제임스. 정말 오래간만이오. 어떻게 지냈오? 어떻게 여기까지?”
그는 속사포같이 막 쏴대었다. 주저없는 화통한 성격이 과거의 나와 일맥상통하였지만, 이제는 내공이 정리되어 그러한 감정들을 나는 다룰 수 있었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서로의 반가운 감정을 나누었다.
“내 고향이 움스크에서 동쪽으로 100km 정도떨어진 퍼엄(perm)이라는 곳이라서 움스크를 조금은 알고 있오. 내가 곧 출발하면 3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으니 만나서 점심을 같이 하도록 합시다. 그러면 점심은 비워 놓는 거고. 이 기회에 당신도 만나고 고향에 계신 어머님도 뵐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지금 나도 출발하겠오. 오후 1 시에 만나 움스크 샬랴핀 호텔 옆 궁탄바투르 식당에서 특별한 식사를 합시다. 제임스.”
우리는 움스크의 보만 스트릿 80 번지에 있는 샬랴핀 펠리스 호텔 라비에서 오후 1 시에 만나기로 하였다. 결국은 나도 그 호텔에 머물러야 했다. 움스크까지의 여행은 순조로웠다. 아침햇살을 받은 러시아 대륙은 옅은 안개로 덮였다. 그 자락을 하나씩 벗어내며 시야에 시린 벌판의 차가운 아름다움과 경이를 드러냈다. 낙엽송과 러시아산 파인 트리 그리고 자작나무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검푸른 산들과 황량한 들판과 눈 덮인 고원들을 지나며 캐나다의 원시림과는 또 다른 광활함을 보았다. 샬랴핀호텔은 비교적 깨끗하였다. 타타러스탄 정통 양식으로 지어진 훌륭한 건물이었다. 그 뒤로는 14 세기 프레스코 건축양식으로 지은 러시아 정교 건물이 높다란 탑을 좌측에 두고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주변 역시 청소를 잘한 듯 깨끗하였으며 비록 오래된 주택들 일지라도 짙은 브라운 색깔로 벽을 칠해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새로 지은 듯한 집들은 밝은 흰색이었다. 브라운과 흰색의 조화로 작은 도시 분위기는 묘한 고전적 유채화 같은 전율에 빠지도록 하기에 충분하였다. 나는 카운트에서 이 호텔에서의 1 박을 위하여 르젠스키 엔톤 (AHNTOHN) 으로 등록하고 케쉬로 지불하였다. 물론 케쉬의 위력은 어느 곳이나 같았다. 나는 US 5 Dollars 1 장을 팁으로 그 위에 올려놓았다. 케시를 선불로 받은 그들은 나에게 요구할 것이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내가 다른 가방이 없음을 알자 작은 크레딧 카드 크기의 빨간 봉투 겉에 룸 번호를 쓰고 카드키를 넣어서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주었다. 305. 삼 층이었다. 여행의 피로에 샤워부터 하고 잠깐이라도 쉬고 싶었지만, 올가 미카엘을 먼저 만나야 했다. 아직 점심 때가 되려면 좀 더 있어야 했다.
“Good morning. Can I talk to Olga Michael?”
“Who are you, sir?”
“James Lee came fromToronto, Canada.”
“안녕하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요?”
맑고 밝은 반가운 목소리가 거침없이 들려왔다. 기분이 좋았다. 잘 풀리려는 예감이 들었다.
첫댓글 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