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왕 아리아 - 엘리슨 발솜
중학교때 학교에서 1인 1악기라는 수업방침에 따라 관악기를 연주한 적이 있다.
물론 그때 악기를 고르는 1학년 초반에 내가 트럼펫이라는 악기가 얼마나 매력적인
악기인지 알았더라면 내가 호른을 고르는 일은 없었을 듯 싶다. 난 호른을 3년간 배
웠고 어려운곡이 아니라면 악보를 보고 불 수 있을 정도도 되었다. 하지만 항상 트럼
펫을 선택하여 배우는 친구들을 부럽게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내가 호른을 선
택한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악기가 원체 비싸서 ... 차라리 개인악기가 어느정
도 구입 가능한 트럼펫 같은 것을 배웠으면 지금도 개인악기로 쓸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개인악기를 가질 수 있는 것만 부러운게 아니라 트럼펫은 소리가
우렁차서 멜로디를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화음을 넣어주던 호른 보다는 매력
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같은 관악기고 마우스피스크기도 비슷한데 저건 어떻게 저렇게
힘찬 소리가 날 수 있는지... 부러웠다.
우리중학교에서 한번은 구세군에 초청을 받아서 서울에 광화문 거리에서 악기연주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한참 서울이 -18도 까지 내려가서 악기가 얼고 악기안의 침이
얼어서 제대로 불진 못했지만 내 인생에서 잊지못할 날이 되었던 적도 있다. (잠시 뻘소리)
이번 감상곡인 밤의여왕 아리아는 어려서부터 클래식음악을 좋아하시는 우리 어머니
덕에 여러번 들어본 친숙한 곡이었다. 하지만 현악기들이 트럼펫 독주와 연주하는 것은
생전 처음들어보는 조합의 연주였다. 중간에 발솜의 호흡이 부족해서 약간 빨라진것을
제외하고는 아주 환상적인 연주였다. 관악기중 금관악기에서는 트럼펫과 호른이 불기
어렵다고 한다. 마우스피스가 작아서 입술 엠보싱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나도 호른을
불면서 고음을 내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불고 목에 힘줄이 서도록 불어도 전공하신 선생
님들의 고음에는 발도 못 디뎠다. 더군다나 세계적인 연주가일 것인 발솜은 얼마나 이겠
는가. 솔직히 감상을 하면서 어떻게 저런 고음이 편안하게 날까 하며 감탄한 때가 많았다.
나는 죽어도 안되던게 발솜의 연주를 들어보니 내가 힘들어하는 고음역대에서 편안히 놀고
(?)있었다. 처음에는 현악기 + 트럼펫 독주라는 조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
만 듣다 보니깐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듯는 재미가 있었다. 지금까지 현악기로만 들어왔던
밤의여왕 아리아를 이렇게 트럼펫이 독주 멜로디를 맡아 하니 색다른감이 없지않아 있었다.
불어본 것이라곤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아프리칸심포니. 같은 곡밖에 없는 나로서는
이러한 곡을 부르는 것은 .... 아마 연습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악기를 자연스레 그만두고 예전에는 불었던 것을 지금은 많이 못불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금관. 목관악기 소리가 들리면 왠지 모르게 반갑다. 지난 3년간 주말에 악기시간
마다 지겹도록 들었고 악기선생님의 호령이 지금은 왠지 모르게 그리워진다. 이렇게 관악기로하는
연주를 들으면 나도 다시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기회는 흔치 않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번 밤의여왕 아리아는 혼합조합의 매우 생소하면서도 어울리는 적절한 조화인것 같고
밤의 여왕 아리아라는 곡을 다시 다른 악기로 들어볼 수 있는 좋은계기였으며
지난 3년간의 나의 악기에 관한 추억을 다시 되살려주는 정말 좋은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