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급성 백혈병) 투병 팔백쉰다섯(855) 번째 날 편지, 4 (이슈-issue, 정치) - 2023년 1월 9일 월요일
사랑하는 큰아들에게
2023년 1월 9일 월요일이란다.
외할아버지가 사시는 전남 목포 시내버스가 도시가스 공급사가 밀린 연료비(가스비) 23억 원을 내라며 연료 공급을 끊으면서 멈춰선지 한 달여째라 23만 목포 시민의 발이 꽁꽁 묶였지만, 업체가 경영난을 호소하며 사실상 운행 재개에 손을 놓고 있어 애꿎은 시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버스업체는 목포시에 경영난 타개를 위해 연료비 인상분의 일부 보전을 요구하지만, 시는 당장 밀린 가스비부터 내고, 운행 재개가 먼저라며, 업체를 압박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5일 오후 2시께 전남 목포시 상동 종합버스터미널~한국병원 앞대로. 목포에서 교통이 혼잡하기로 유명한 도로에는 승용차와 인근 무안과 신안 군내버스만 간헐적으로 지나갈 뿐 평소 거리를 종횡무진 누비던 목포 시내버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그 많던 시내버스는 다 어디로 간 걸까?
목포에서 때아닌 시내버스 품귀현상을 빚고, 도로에서 퇴장당한 버스들은 목포 초입에 있는 석현동 차고지에서 마치 폐차처럼 생기를 잃은 채 잠자는데, 승객을 잃고, 바람에 흙먼지만 잔뜩 뒤집어쓴 버스정류장 또한 을씨년스럽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반면 거리의 비난성 여론은 요동쳤는데, 비난은 대부분 버스를 철수시킨 업체를 직격했는데, 목포 시내 주요 간선도로 길목에는 '도로 위를 달리지 않는 버스는 필요 없다. 목포시는 태원유진 운수 면허권 회수하라.', '목포시는 태원여객, 유진운수에 버스 운행 개시 행정명령 즉시 발동하라.', '이XX가 멈춘 버스 목포 시민이 달리게 합시다.' 등 버스업체와 경영진에 공분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목포시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 하루 4400만 원을 들여 전세버스 등 비상수송 차량 58대를 전체 22개 노선 중 11개 노선에 투입했지만, 배차시간은 두 배 이상으로 늘면서 시민들은 한파 속에 총성 없는 출퇴근 전쟁을 벌이기 일쑤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그나마 배차시간이 출퇴근 시간에 집중되면서 한낮에는 버스를 한 시간 이상씩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구르며, 좀처럼 보이지 않는 버스를 애태우며 기다리는 일이 일상화된 비정상적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목포 시내버스 운행을 멈춘 것은 12월 12일부터로, 목포 시내버스가 멈춰 선 것은 이번뿐만 아닌데, 태원여객·유진운수는 작년 10월 18일부터 시내버스 노조가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 29일간 운행 중단사태를 맞았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당시 목포시가 경영개선안 제출을 조건으로 임금 등을 지원하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1월 16일 정상화했지만, 정상화된 지 한 달도 안 돼 다시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됐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이처럼 시내버스가 상습적으로 멈춰서자 불만을 넘어 운행 회사 교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양상이라, 지역에선 이번만큼은 고충과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목포시가 운행 명령이나 면허취소 등의 특단의 조치로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하는 분위기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이번 목포 시내버스 운행 발목을 잡은 것은 가스비 체납으로, 버스회사 측은 연료 공급사 쪽에 차고지 등을 담보로 조달한 연료비를 체납 중이고, 충전소와 버스회사가 도시가스 공급사에 추가 채권 담보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연료 공급 자체가 끊긴 상황이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12월 연료비 23억 원을 체납한 상황에서 목포도시가스 측이 요구한 공증이나 담보는 제공하지 못했고, 그 뒤 연료 공급이 중단된 것이라 목포시와 업체는 체납 연료비 정산을 두고, 책임 떠넘기기식 공방을 벌이고 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이번 목포 시내버스 운행중단 사태를 바라보는 여론은 차가운데, 비단 시민들이 이동 불편을 겪고 있을뿐만은 아니라 문제의 태원여객·유진운수의 대표가 지역경제계의 얼굴인 목포상공회의소 회장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공분이 커지는 모양새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이한철 대표는 2018년 2월부터 목포상공회의소 23대 회장직을 맡고 있는데, 목포상의 회장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지역의 대표적인 경제단체장이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목포 시내버스는 태원여객·유진운수의 150여 대가 23개 노선을 운행 중인데, ㈜태원여객·유진운수는 1965년 5월 16일 설립돼 사실상 60년째 독점체제로, 시민들의 피땀 어린 돈과 성원으로 성장한 토착기업으로. 이한철 대표이사는 두 회사에서 모두 급여를 받는데, 이들 업체는 법인만 다를 뿐 사실상 한 몸이고, 버스 20여 대를 보유한 무안교통도 이 대표 소유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이 대표 부인은 CNG버스 연료를 공급하는 가스충전소를 운영하며, 태원여객·유진운수에 가스를 독점적으로 공급해왔는데, 7월부터 남편이 운영하는 버스회사가 외상으로 연료를 충전하다 대금이 밀리고, 충전소로부터 대금을 못 받은 목포도시가스가 가스공급을 중단해서 이번 일을 두고 '버스왕 부부'가 목포 시민 발을 멈춰 세웠다는 냉소적인 평이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그런데도 이 대표는 아직 노조 파업에 따른 운행중단에 이어 이번 시내버스 운행중단 사태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유감 표명이나, 사과 등 해명과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12월 30일 목포시에 경영개선안을 제출했으나, 버스 중단의 핵심인 연료비 체납금 해결 방안은 담지 않아 목포시 요구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목포시도 책임을 면할 수 없는데, 일부 시민들은 목포시의 업체 달래기식 대처 방식에 "답답하다."는 반응인데, 앞서 노조 파업에 따른 운행중단 당시 수능을 하루 앞두고, 목포시가 3.2% 임금 인상액과 만근일 수 6개월 보전분 등을 지원해 주는 조건으로 파업이 타결되는 등 목포시가 버스업체와 협상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화를 키웠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시가 미납 가스비를 일부라도 지원해줘야만, 버스 운행이 재개될 것을 우려인데, 목포시가 작년 태원여객·유진운수에 지급한 보조금은 118억 원이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임시방편식 뒷북 행정도 화를 키웠는데, 대표적인 것이 대중교통 정책으로 시내버스 운행중단 사태를 맞을 때마다 특단의 조치가 아닌 응급조치 격 대응에 그쳐 목포 시내버스 체계 개편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뒷전에 밀려 대중교통의 난제를 풀기보다는 피하기에 급급했다는 평가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목포시는 2025년 준공영제 시행을 목표로 진행 중인 연구용역이 7월께 나오면,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공론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지만, 일각에선 이번 사태와 함께 완전 공영제 전환 목소리도 커져 투명성과 공공성이 강화된 목포 대중교통 체계가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전망이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아무튼, 오늘 오후 편지 여기서 마치니, 오늘 하루도 안전하고, 건강하고, 늘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며, 주님 안에서 안녕히…….
2023년 1월 9일 월요일 오후에 혈액암 투병 중인 아빠가
핸드폰에서 들리는 배경음악-[외국곡] Irish Waltz-Charlie Landsborou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