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 6세 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예수 성체 제자 수녀회 순례단의 만남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교황
교황, 예수 성체 제자 수녀회에 “포용의 길을 도모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25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예수 성체 제자 수녀회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수녀회 가족 회원 순례단 참가자들을 만났다. 예수 성체 제자 수녀회는 트리카리코교구장 라파엘로 델레 노체 주교가 빈곤과 제1차 세계대전으로 고통받는 교구민을 위해 창립한 수도회다. 교황은 이 수녀회의 특징을 언급하면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멸시받고 가장 소외된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Tiziana Campisi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25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예수 성체 제자 수녀회 창립 100주년을 맞아 수도회 가족 순례에 참여한 100여 명의 참가자들을 만나 “수세기에 걸친 빈곤”과 “제1차 세계 대전으로 인한 상처” 그리고 “스페인 독감”이라는 세계적 감염병으로 고통받는 현실에서 창립된 수녀회임을 상기했다. 예수 성체 제자 수녀회는 1923년 10월 4일 루카니아 지역(현 바실리카타 주) 트리카리코교구장 라파엘로 델레 노체 주교가 두 명의 젊은 여성 린다 마치나와 실비아 디 솜마와 함께 ‘경배하고 봉사하고 보상하라’는 사명을 실천하고자 창립한 수도회다. 교황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델레 노체 주교가 자기 교구민의 “수많은 요청”에 응답하기 위해 창립한 수도회의 역사를 재조명했다. 교황은 델레 노체 주교가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함께 일할 남녀 수도회를 찾을 수 없었지만 낙담하지 않고” 비오 11세 교황의 제안을 받아들여 “가난한 이들을 섬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수도회를 직접 창립했다”고 설명했다.
예수 성체 제자 수녀회의 몇몇 수녀들
델레 노체 주교의 “행동전략”
교황은 예수 성체 제자 수녀회 수녀들이 “가난한 이들의 가난한 종들”로서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그들의 인간적이고 종교적인 회복을 촉진하는 예언자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자비의 성사이고 일치의 표징이고 사랑의 끈”(Sacrosanctum Concilium, 47항)이라고 정의한 성체성사가 수녀회 삶의 중심에 있었다며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성체 안에 오랫동안 머물며 인간과 사회가 저지른 죄로 인한 상처와 적나라함을 온유한 사랑으로 채우는 것”이 그들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델레 노체 주교가 영적으로 메마른 순간에 “세상의 기준에 따르면 어리석어 보이는 행동 전략을 권고했다”며 “수많은 요청에 직면하고 가용 자원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녀들에게 무릎을 꿇고 ‘경배하고 보상하라’는 권고가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하고 되물었다. 그러나 교황은 이러한 길이 결실을 맺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 용감한 여성들의 기도는 커다란 영향력을 일으켰고, 이내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물질적, 문화적, 영적 회복활동을 착수하고 촉진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이 여성들은 가정과 본당 공동체의 신앙과 헌신을 새롭게 일깨웠고, 다양한 유형과 여러 수준의 학교를 설립했으며, 비인간적인 삶의 상황과 주변 세계의 멸시와 무관심으로 너무 자주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억압돼 사회에서 버려진 존재로 비친 많은 사람들, 남자와 여자, 젊은이, 어른과 노인에게 헌신과 자기 존엄성의 의미를 되살렸습니다.”
빈곤과 불의와의 전쟁 그리고 사랑의 전염병
교황은 오늘날에도 사회에서 버림받은 이들이 있다고 개탄하면서 수도자들에게 이러한 “버려진 이들” 한가운데로 가까이 다가간 창립 초기 수녀들의 활동을 이어가라고 격려했다. “창립 초기 수녀님들은 지금과는 다른 ‘전쟁’, 이를테면 빈곤과 불의에 맞서는 전쟁을 일으켰고, 일반 전염병과는 다른 전염병, 곧 사랑의 전염병을 퍼뜨렸습니다. (…)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가야 할 길입니다.”
성체성사의 빛으로 포용과 회복의 길을 장려하십시오
교황은 오늘날 예수 성체 제자 수녀회 수녀들이 트리카리코 지역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여성들의 업적의 증인이자 상속자, 계승자라고 말했다. 또한 다섯 대륙에서 성체신심센터, 학교, 선교단체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앞서간 수녀들처럼 오늘날의 도전에 직면하라고 요청했다.
“쪼개진 빵이시며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스승이신 성체 안의 예수님 앞에 머물면서 여러분은 성체라는 돋보기를 통해 형제자매들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모든 그리스도인 시야를 ‘흐리게도 하고 밝히기도 하는 초점’인 성체성사는 델레 노체 주교님과 젊은 여성 린다와 실비아에게 벌어진 일처럼 특히 가장 가난하고 가장 멸시받고 가장 소외된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여러분에게 맡겨진 사도직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포용하고 회복하는 여정을 증진하도록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예수 성체 제자 수녀회의 한 수녀가 교황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가장 가난한 이들을 하느님께로 이끌면서 환대하는 성작이 되십시오
교황은 델레 노체 주교의 권고를 상기하며 가난한 이들의 겸손한 예물을 받아 하느님께 바칠 수 있는 “성작과 성반”이 되라고 요청했다. 또한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열려 있는 넓은 ‘그릇’이 되어 모든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모든 이를 하느님 앞에서 마음속에 담아 모든 이가 저마다 차례로 자신의 삶을 예물로 바칠 수 있도록 도우라”고 격려했다.
“수녀 여러분, 주님의 그릇인 ‘환대하는 성작’이 되십시오! 감실 앞에 무릎을 꿇고 형제자매들을 향해 언제나 두 팔을 활짝 벌리십시오! 성모님께서 여러분을 항상 이 길로 인도하시고 저의 사도적 강복이 여러분과 함께하길 빕니다.”
번역 안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