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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황이 2분기에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정작 삼성전자의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연초 5만5000원선에서 지난달 초 7만3000원선까지 주가를 끌어올렸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둔화되면서 주가도 상승 탄력을 잃고 다시 6만원선으로 밀린 모습이다.
11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500원(0.74%) 내린 6만75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9거래일 중 6거래일 동안 하락마감, 지난달 말 대비 3.30% 하락하는 등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주가가 기업의 미래 가치를 선반영하는 지표라는 측면에서 보면 최근의 주가 부진은 다소 의아하게 받아들여진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이 2분기에 저점을 찍고 하반기부터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10조8520억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분기 4조3060억원으로 급감했고 올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6400억원, 669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3분기 5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던 반도체 부문이 올 1, 2분기에는 4조원대의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Fn가이드 기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8918억원, 4분기는 4조3545억원이다. 이렇게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면서 내년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다시 10조원대 수준으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3분기 실적 기대감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감산에 따른 재고소진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반도체 부문의 손실 규모도 예상보다 적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9000억원 수준이지만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던 지난달 27일 이후 한국투자증권(4조430억원), 한화투자증권(4조960억원), 현대차증권(4조1390억원) 등에서 4조원대 전망이 나왔다. 또 지난 9일에는 키움증권이 5조330억원의 영업이익 예상치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실적 전망이 밝아지고 있음에도 주가는 오히려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수급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견인해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둔화되는 조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 상반기에만 삼성전자를 12조788억원이나 순매수했다. 외인 순매수 1위임은 물론 2위인 SK하이닉스의 1조5332억원과도 상당한 격차가 났다. 하지만 7월에는 7920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이달 들어서도 2262억원에 그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매수세 둔화가 환율 등 일시적인 요인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중순 1270원선까지 밀렸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320원선까지 올랐다. 올 상반기 국내증시에서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지난달에는 순매도로 돌아섰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연말 환율 전망치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상태”라며 “원/달러 환율의 안정은 결국 외국인 투자자의 회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인 7월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한 IT와 경기 소비재 업종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