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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는 핸드폰으로 실시간 뉴스를 계속 검색하는 중이다. 검색을 한참이나 했지만 소장의 통제탓이 컷을까. 탈옥에 대한 기사는 없었다. 어쩌면 그 위로 또 누군가 몸을 사리는지도 모르지.
여름이라 낮이 길어서 앵간히 해가 지지 않는다. 김교위님 일행는 지금쯤 어디까지 갔을까. 원래라면 그들도 연테에서 텐진까지 경유하기로 했지만, 아직도 서울 한복판 산에서 몸을 숨기는 꼴이라니 점점 가슴속에 먹구름이 끼는기분이다.
새벽 세시에 움직이면 세시 삼십분에 공장에 도착할것이고 짐을 날라서 트럭에 옮긴다음 인천 내항까지 가려면 새벽 다섯시를 약간 넘길것이다. 그사이 경찰에 안걸릴 확율은? 우선 최소한 새벽배를 타야할탠대 가능할까. 그들이 타야할 배는 화물선이라 억지로 부두에 잡아두려면 거금이 필요할것이다. 그날 밤배 말고 새벽 배를 수배해야한다. 경호는 이일을 해결한 다음 총명을 재워야겠다고 생각했다.
" 형님 잠깐만 일어나보세요."
" 잠이안와.. "
" 우리 배편을 해결해되요."
" 맞다. 우리 밤배는 날아갔구나. 내일 아침편으로 알아봐야겠지? 우리 중국 브로커한태 물어봐야겠다."
몸을 일으킨 총명은 단축키 오번을 꾸욱 누른다.
" 허음.. 거참 안받네.. 음.. 아 여보세요? 접니다 총명. 오늘 인천항에서 연테로 밤배 타기로 했던, 네네. 그 잠깐만요. 우리가 문제가 쪼금 생겨서요. 내일 아침시간에 탈만한 배로 바꾸고 싶은대. 가능하겠죠? 네? 네네.. 다른 항에는 없나요? 그근처 많잔아요. 네? 확실해요? 아니.. 말이되요?"
" 왜요. 없대요?"
" 잠깐만. 그럼 언제가능한겁니까? 네. 하.... 일단 알겠습니다."
" 뭐래요. 없대요?"
" 다음 연테행은 내일 저녁이라는대 인천내항으로가지는 않고 페리선으로 가야한대내.. "
" 트럭은요.."
" 그건... 모르겠다."
" 그럼 우리 몸만 빠져나갔다가 트럭이랑 짐만 화물로 쏘면 어때요. 일단 우리가 잡히면 곤란하니까 그렇게 하죠."
" 중국측 직원을 공장으로 가라고 한다음 배에 적재시키라고 하야겠다."
" 그게 좋겠어요 그럼 우린 오늘 안으로 공장까지 갈필요없이 바로 인천으로 갑시다."
" 찝찝하네.. 거참.. "
" 다른수가 없어요. 지금 당장 전화해서 사람좀 보내라고 하세요."
내일 저녁까지 도망다니는게 가능하느냐 마느냐와 중국에서 재시간에 이곳 공장까지 올수 있느냐를 생각하면 암울했지만 자신만큼은 절대로 잡히지 않을거라는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총명의 통화내용을 엿듣는다.
저녁시간을 훌쩍 넘겨 이제 아홉시 반. 총명은 깊이 잠들어 모기들에게 아낌없는 수혈중이다.
경호는 인천까지 최단거리이면서 검문소가 없을것 같은 경로를 생각하느라 골머리를 썩히는 중이었다. 경인고속도로는 안중에 없으며 목동과 부천을 경유한다음 부평과 구월동을 지나 동인천역방면으로 갈 수 있는 왕복 사차선 이하의 도로를 욕심내는 모양이다.
아무리 머리를 써도 그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하는 경로를 만들지 못하면서 슬슬 지처갈때 즘. 문득 허기가 강렬히 경호의 신경을 때린다.
" 김밥이나 빵이라도 사먹어야겠어.."
경호는 총명을 살살 깨운다
" 형님 먹을거 사올게요. 혹시 근처에 누구 오는소리 들리면 아무말 하지 마시고 가만히 계세요. 제가 저 호경이에요 라고 하면 저인거고 그외에라면.. 아시죠? 도망가세요"
"하암... 어디로..."
" 첫번째는 우리 차 있는대로 가시구요. 가는길이 여의치않다 보이면 바로 인천항 여객터미널로 가서 기다려주세요."
" 그래. 그러자. "
총명이 다시 자리에 누워 잠잠히 자는 모습이 내심 불안했으나 왔다갔다 삼십분이면 족한 거리 안에 뭔일이 일어날까 마음졸이는 자신이 더 불쌍해보여 과감히 산 허리를 질러간다.
보통 야산을 걸어간다면 내려가기는 커녕 눈앞의 잔가지 하나 피하지 못할 환경이겠으나 만만치않게 주변이 밝아 수월하게 산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비탈을 내려온후 주택가를 지나 도로에 다다른다.
오십미터마다 있다고 하면 안믿겠지만 편의점이 흔해서 선택의 고민따위 없이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 들어간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눅눅했던 경호의 등과 엉덩이로 흘러들어와 경호는 산에 앉아있기보다 여기서 시간을 때우다가 가는게 어떨까 하는 좋은 발상을 고려해본다.
음료와 즉석 식품이 모여있는 곳에 가서 가장 평범한 참치마요 삼각김밥 두개와 흰우유 두개를 집어든다. 딱집어 뭐를 사와라 한게 아니니까 불만없이 먹었으면 했다. 그것만 가지고는 배가 안차니까 치킨맛 샌드위치를 하나 더 고른다. 느긋하게 편의점 한바퀴를 돌아 계산대로 향하던 도중 라디오의 디제이? 아니 아나운서의 격양된 음색이 상당히 거슬리게 느껴진다.
( 금일 오후 발생했던 삼인조 탈옥 사건의 용의자가 경찰 수사에 의하여 소재파악이 완료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자세한 위치까지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서울 여의도 부근인것으로 밝혀저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대요. 경찰 수사국에 나가있는 리포터 연결해보겠습니다.)
꿈이었으면 하는 상황들이 정말 꿈일때가 있었고 현실일때가 있었지만 오늘은 정말 꿈에서 깨고싶은 하루중 생에 최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말라가던 땀이 신기하게 다시 송글송글 등을 흐르는게 느껴진다. 저 여자의 말이 사실이면 이근처 어딘가 경찰들이 매복해 있는거 아닐까. 한가하게 삼각김밥이나 뜯을 판국이 아니로구나. 하는 판단에 계산을 자연스럽게 마친다음 산으로 뛰어 올라가야 겠다 생각한다.
경호는 한숨을 크게 쉰다음 담배를 정리중인 여아르바이트직원에게 다가간다.
" 계산해주세요."
" 네 잠시만요."
박스와 종이들을 발로 차서 한쪽 구석으로 몬 직원이 뒤를 돌아 물건을 들고 바코드를 찍는다. 경호는 반지를 끼지않은 손을 보고 남자친구가 없는 여직원이로구나. 얼굴이나 한번 봐볼까? 하는 마음으로 얼굴을 본다.
" 어? 저기."
" 네? "
쫒기는 와중에 이런 정신머리가 다있나 자책할 틈이 없었다. 몇일전 핸드폰 수리비를 가로채간 그 여자가 경호의 눈앞에 서있는대 정말 그럴 틈이 없을만 했다.
" 은선씨? 맞죠?"
" 네? "
경호의 눈에 보기에 그녀도 분명 경호를 알아보았지만 모른척 하는게 딱 보였다.
" 왜 저번에 안양쪽에서.. 영화관 앞에 지나가가 핸드폰 망가뜨린.. 기억안나세요?"
" 핸드폰이요?.. 아.. 그랬었죠? 맞아요 생각났어요."
" 이런대서 다시 만날줄을 몰랐네요.. 경기도에 사시는줄 알았는대 서울이셨네요?"
" 그게아니라, 여기가 저희 언니 편의점이가든요. 오늘 잠깐 도와달라고 해서 온것뿐이에요. 원래 여기서 일하지는 않았어요."
" 그랬군요. 학생이라고 하셨었나요?"
" 제가 그랬어요? 학생은 아니고..공부중이에요."
" 아 그래요? 자격증 준비하시는건가요? "
" 공무원 준비하고 있어요. "
" 그럼 얼마 안돼셨겠네요. 저도 이년전엔 공시생이었거든요. "
" 지금은요?"
" 지금은.. 교도소에서 일하고있어요. "
" 오~ 붙으셨구나.. 부럽다.."
은선과의 대화가 의외로 잘 풀리는 것을 느낀 경호는 갑작스럽게 후회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탈옥이고뭐고 평범히 지냈으면 은선에게 좀더 진지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다가갔을탠대. 은선과 오늘만 같은 대화를 세번만 아니 두번만 더 했었더라면.. 분명히 김교위고 조신철이고 내가알게뭐냐 하며 모른척 했을탠대..
" 은선씨 저번에 잠깐 뵜었을때보다 오늘은 왠지 더 달라보이는것 같아요."
" 어떻게 달라보이는대요?"
" 그때 봤을때는 굉장히.. 어디 아프신것 처럼 혈색이 좋지 않아 보였는대 오늘은 피부도 하얗고 매끄럽고.. 뭐랄까 이목구비가 뚜렸해 졌달까요? 그때 제가 자세히 보았다면 앞뒤 안가리고 전화번호부터 물어봤을 거에요."
" 제 전화번호 아시잔아요?"
" 음.. 그쵸? 그치만 정식으로... 물어보는거랑 틀리잔아요.."
그녀는 아무런 적대감 없이 편안히 웃으며 경호를 바라본다. 핸드폰 수리비를 물어줘서 그런걸까. 아니면 부모님께 오늘 용돈을 받아서 너그러운걸까?
" 땡그랑~"
편의점 입구 문이 여닫힐때 나는 소리가 그들의 대화진행에 지장을 주고만다.
" 어 언니왔어?"
" 야야 에어컨 온도좀 약간 높여봐. 얼어죽겠다."
" 난 딱 좋은대"
" 은선씨 반가웠구요. 나중에 또 뵈면 좋겠네요."
은선은 목례로 대답을 대신했으나 긍정의 의미라고 느끼지는 못했다. 경호는 왔던길로 다시 가기위해 주택가를 올라간다. 그러나. 아까와는 달리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은것과 주차된 차량이 눈에띄게 늘었다는 점이 아까의 유쾌한 대화를 싹 잊게하였다.
경찰이 미쳤다고 싸이랜 요란하게 울리며 몰려들지 않았을 것이다. 사복 경찰이나 형사들, 그리고 사복 교도관들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들의 눈에 띄느니 편의점에 뛰어들어가 은선에게 결혼해 달라고 하는편이 덜 떨릴것이다.
경호는 아까전 총명과 함께 숨어있었던 장소 맡은편 도로로 가서 산을 올라가는게 나을것이라 판단하고 산밑 주택가를 멀리 빙 돌아 도로한쪽 인도 비스무리한 길로 서둘러 걷는다.
대충 감으로 이쯤이겠거니 싶어 주위를 살핀다음 개나리 나무와 잡넝쿨이 마구 엉킨 산비탈을 네발로 기어올라기기 시작한다. 야식으로 먹을 김밥따위 어디있는지 잊은체로 계속 기어올라가다가 자신이 일으키는 소음이 너무 크다싶어 잠시 멈춘다. 거칠어진 숨소리까지 이 고요한 산에선 기차경적 못지 않게 큰소리로 들릴수 있기에 이를 악 물고 비탈바닥에 몸을 누인다.
가만히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있다니 정말 안타갑게도 멀리서 사람의 대화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주머니 목소리라면 아니 나이 지긋한 아저씨 목소리라면 야산에 운동하러 온 사람일 수 있겠으나 젊은 남자의 목소리. 그것도 낮은. 여러사람의 목소리였다.
경호는 길게 생각할 겨를없이 왼쪽으로 슬슬 기어가기 시작한다. 오르막쪽에 등을 돌리고서 핸드폰 연락을 시도하려 했으나 총명이 실수를 할 것 같아 포기한다. 슬슬 기어갈때마다 나는 소리를 적게 내는 방법이라도 익힌듯 이제는 과감히 포복을 이용해 걷는속도만큼 이동이 가능해졌다.
약 20여분. 팔꿈치가 얼얼해서 걷자고 마음먹은 뒤. 몸을 낮춘후 자신과 총명이 누웠던 자리를 기억해내며 헤매다가 멀지 않은곳으로부터 숨이차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기척까지 들릴것을 우려한 경호는 그자리이 풀썩 누워서 그소리의 정체가 밝혀지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이젠 숨소리 뿐만 아니라 마른 나뭇가지와 잎사귀 으스러지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린다. 근원지는 점점 다가와 경호의 코앞 2미터까지 이른다. 그대로 간다면 틀림없이 경호의 등짝을 밟고 난리가 나겠다 싶어 몸을 살짝 아래쪽으로 돌려 참사를 면해보려 한다.
"사그락. 사그락. 우두둑."
경호의 옆을 간신히 지나간 그자는 비틀거리며 지나간다. 경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러 볼까 했지만 모험을 하기 싫어서 총명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낸다.
( 형님 어디세요)
경호 앞에 있던 남자는 자리에 멈추더니 쭈그려 앉아 핸드폰을 손으로 가리며 확인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불빛을 아무리 가려봐야 캄캄한 바다의 등대같은 밝기였다. 경호는 총명의 뒤를 바짝 쫒아 낮은 목소리로 소근거렸다.
" 형님 저 호경이에요."
" 어이씨?!"
깜짝 놀란 총명이 신음을 밷었다.
" 조용히하세요.. 근처에 경찰이 쫙 깔렸어요."
" 알아. 나도 봤어. 나름 도망친다고 돌아다녔는대 그만 길을 잃었네그려.."
" 아직 우리 위치가 발각된거는 아닌거 같으니까 도로가로 내려갑시다."
두사람은 다시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한바퀴 둘러보는대, 멀리서 불빛과 사람들 말소리가 뚜렸이 들려왔다.
" 야야 몸을 낮춰"
황급히 다시 몸을 낮춘 두사람은 두방망이 치는 가슴을 나무라며 대책을 강구한다.
" 지금 도로로 가면 뻔히 보이니까 산허리를 한바퀴 돈다음 주택가로 가슬러 갑시다."
" 산을 또 돌자고? 여기저기 쫙 깔린거 못봤어?"
" 경찰이 산을 순찰하는게 확신을 가지고 수색을 하는건 아닌거같았어요. 이 근방 어딘가 있다는 막연한 제보때문이었겠죠."
" 역에서 봤을려나?"
" 갑시다."
아까와는 달리 갑자기 캄캄해 보이는 산길 때문에 부득이 소음을 적지않게 내버린다. 작은 동산 정도로 우습게 보던 이곳이 지금 생각해보면 태백산맥을 따라 유리하는 피난민의 신세가 된것처럼 거대하게 느껴졌다. 호흡을 절제하려고 애쓰던 경호마저 이젠 입에서 나온 거친 숨소리를 막지 못한다.
캄캄한 숲을 손으로 더듬던 손에선 긁힌 상처때문에 쓰라리고 등과 얼굴은 흙과 땀으로 범벅이 됐다.
" 어이 저기. 뭐있는대?"
" 어디. "
뒤, 그리고 위에서 들리는 불길한 대화가 엄청 가깝게 들리는 듯 하다. 그들의 심증에 확신을 주고싶지 않았지만 계속 숲을 헤집으며 나갈 수 밖에 없는 두사람은 결국 어느세 뒤를 잡히고 말았다.
산허리를 가로지르다가 등산로를 지나가게된 두사람의 모습이 고스란히 뒤쫒던 두팀의 수사관에게 목격된 것이다.
" 삐익!!"
무슨 학교 담 넘는 고등학생들 단속하는 것도 아닌대 호루라기를 불다니 기분이 굉장히 거북하게 느껴진다. 동시에 걸렸다는 사실로 가슴이 철렁하다.
" 거기누구야!!"
" 산신령이다. 썩을.."
다시 냅다 산속으로 뛰어들어간 두명은 다음 산행로까지 뛸 각오로 무섭게 숲을 헤친다.
" 형형! 길까지 가지말고 주택가로 내려갑시다."
" 어디? 어디로.!"
좀더 들어간 두사람은 주택이 밀집된 산 아래로 뛰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마구 때리고 몸 여기저기 뭔가에 걸려서 옷이 찢어지는 것 같다. 그와중에 총명은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저 버린다.
" 형님! "
" 아씨! 다리 부러진거 아니야?"
" 일어나봐요"
" 아야야.."
멀쩡히 일어난 총명의 팔목을 잡아 다시 산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 야야 천천히!"
" 네!"
거의 주택가 단지 위. 콘크리트로 쌓아올린 벽에 다다랐을때 그들은 잠시 멈춰 추격자의 추격이 진행중인지 확인하려 한다.
" 후우...무슨 소리 나요?"
" 허어허어..아니? 안나는대?"
두사람의 거친 숨소리와 거지같은 몰골을 보고있는이가 다행이 없어보였다.
" 계속 내려갑시다."
빌라단지 내 주차된 차들 사이사이를 지나 골목 입구에 쪼그려 앉는다.
" 잠복 경찰이 있으면 큰일이에요. 골목으로 가지말고 저쪽으로 가죠."
빌라와 이층짜리 주택 사이 담을 훌쩍 넘어 다시 다음 주택 사이사이 담을 차례로 넘는다.
" 흐아..야 천천히좀.. 너 왜이렇게 익숙하게 잘뛰냐."
" 조용히해요. 사람들한태 걸리겠어요."
동네 일반주택가의 막바지 지점을 넘도록 달린 두사람은 불이 다꺼진 원룸밀집 지역이 들어선다. 건물이 띄엄띄엄 서있는 바람에 숨어가기 힘들것 같다.
" 다리 풀렸어.. 잠깐만 쉬자.."
" 이쪽으로와요."
원룸건물 일층 주차장쪽으로 다다간 두사람은 주차된 차량 뒤쪽 어두운 구석에 쪼그려 않는다.
" 오분만 쉬었다가 차로 갑시다."
" 우리.. 내일저녁까지 버틸수 있겠냐? "
" 형님이 지치만 않으시면 가능할지도."
" 나 안지쳤어.. 그냥.. 익숙치 않아서 그래. "
" 그럼 다행이구요. 다리좀 주무르세요. 산비탈 내려오느라 근육이 뭉쳤겠어요."
" 다린 괜찮아. "
" 그럼 어디가 문젠대요?"
총명은 조용히 자동차 아래를 주시한다. 아주 멀리서 드믄드믄 지나다니는 행인들의 웃는소리와 성내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공기를 때리고 등뒤에선 도둑고양이의 은밀한 걸음걸이가 느껴지는것 같다. 그때 차량 세대가 연속으로 그들이 숨은 차량 앞을 지나간다.
" 우릴 못찾아서 포기한건가.."
"긍정적이시네요."
" 그게아닌대? 정말 그런게 아닌가 생각한것 뿐이야."
오분이 훨신 지났을것 같은대 두명은 자리를 털고 일어날 생각을 못했다. 나갈까 마음먹을 때즘엔 누군가 지나가고 이제 가야지 싶으면 차가 지나다녔다.
" 야 안가냐?"
" 보는 눈이 없어야죠. 우리 꼴을 보세요."
" 우리꼴이 어떤대. "
" 때낀 얼굴에 꼬질꼬질한 옷하면 생각나는게 뭔대요."
" 거지?"
" 쫒기는 사람이죠."
" 이근처 아는사람 없냐? 좀 숨어있을만한."
경호는 순간, 한명의 아리따운 얼굴이 생각났다. 그러나 그사람이 자신을 받아줄 사람인지 확신이 없거니와 무엇보다도 쪽팔렸다.
" 글세요.. 형님은요?"
" 난 .. 없다.. 도통 외출같은걸 안해서 말이야. 넌 있을것 같은대? "
" 저 안양에서 온걸 잊으신것 같은대요?"
" 집은 어딘대."
" 김포요.."
" 거참.."
그자리에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애초 출발하려 했던 시간이 넘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골적으로 골목을 활보하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많아지고 이젠 경찰차까지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 나가긴 글렀다. 아침까지 기다렸다간 사람들한태 걸릴거야."
경호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아랫 입술을 앞니로 깨문다.
" 어떻할까. 자수해? 뛸까?"
" 자수라니요.. 우리 할아버지가 될때까지 하얀 천장 바라볼일 있어요?"
" 그럼? 뛰자고?"
" 아니요... 조금만 기다려봐요.."
" 경호는 한숨을 쉬고는 핸드폰을 켜서 어디론가 문자를 보낸다. "
첫댓글 오늘 처음 읽었는데 의미있는 주제를 담고있는듯 하네요. 시간 될 때 첨부터 읽어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