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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에서는 먼저 절대적인 신이 있어서 그 신이 맨 처음 천지를 창조하고 혼돈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혼돈에서 빛과 어둠을 나누면서부터 만물(萬物)이 창조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서는 천지창조가 먼저 일어나고, 그 속에서 신이 탄생한다.
태초에 신이 아닌 허공이나 카오스가 있었고, 그 속에서 만물이 자연 발생적으로 나타나며 그 이후에 신이 생긴 것이다.
이런 면들만 보아도 그리스인들에게 신은 기독교의 신에 비해 그리 절대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이 믿고 따르던 올림포스 신들은 인간처럼 생겼을 뿐 아니라, 인간과 똑같이 사랑과 질투, 실수 등을 저질렀다. 그리스인들에게서 인간 중심적인 사상과 자연철학을 엿볼 수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닌것이다.
💥 천지창조의 시작, 카오스
그리스신화에서는 모든 것이 카오스(chaos)로 부터 생겨났다고 말한다.
카오스는 본래 '거대한 무한 공간' 또는 '공허'를 의미한다. 그러나 오비디우스가 쓴 <변신이야기>에서부터는 그 의미가 바뀐다.
즉 카오스는 무질서 속에 산재되어 있는 '혼돈'을 의미하게 된다.
하늘과 땅의 구별이 없고, 물질과 에너지가 분리되지 않아 모든 것이 뒤엉켜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 카오스(chaos)에서 신들이 탄생한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은 아직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다. 인간의 형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자연의 모습, 즉 신격화된 자연이다.
먼저 어둠의 신 에레보스(Erebus)와 밤의 여신 닉스(Nyx)가 생겨났다.
에레보스는 암흑을 뜻하며, 닉스는 밤을 뜻한다. 결국 남녀 한 쌍의 어둠이 먼저 탄생한 것이고 이들에게서 아이테르(Aither)라는 남신과 헤메라(Hemera)라는 여신이 탄생한다.
이들은 각각 '창공'과 '낮'의 뜻을 가진다. 창공(蒼空)이란 가장 밝은 빛이 비추는 곳을 말하는데, 결국 밝음을 뜻하는 남녀 한 쌍이 그 뒤를 이은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이처럼 어둠에서 빛이 태어났다고 보았다.
카오스에서는 또 가이아(Gaia)와 타르타로스(Tartaros) 그리고 에로스(Eros)가 생겨났다.
이들은 각각 '대지' '명계의 가장 깊은 곳' '사랑'을 의미하는데 이들 역시 인간의 형상이 아닌 자연 또는 개념의 신이다.
이 중 가이아만 여신(女神)이고 타르타로스와 에로스는 남신(男神)이다.
여기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에로스는 아프로디테의 아들이 아닌가? 분명 그리스신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에로스는 아프로디테의 아들이 맞다.
그러나 천지창조 부분에서도 동명(同名)인 에로스가 있다. 여기서 에로스는 개념의 신이다. 아직 인격화되지 않은 신이며, '생식'의 의미를 지닌 모든 것들을 결합시켜 생성하는 근원적인 힘을 나타내는 것이다.
참고로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모든 신들은 분명한 성별을 갖고 있다.
인격화된 신뿐만 아니라 개념의 신조차! 단지 예외가 있다면 만물의 근원인 카오스뿐이다. 물론 카오스가 신으로 불리는 것도 아니다.
💥 최초의 인격화된 신, 티탄 족
태초의 신들 중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는 혼자 몸으로 우라노스(Uranus), 오레(Ore), 폰토스(Pontus)를 낳는다. 이들은 각각 별로 뒤덮인 하늘인 '천공'과 '산맥' '바다'를 뜻하는 신이다. 이로써 하늘과 땅, 바다가 갖추어진 것이다.
그리고 아들인 우라노스가 감사의 뜻으로 비를 내려 땅속에 잠자던 씨앗들이 생명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가이아는 이후 모든 신과 인간의 시초로서, 고대 그리스인들이 제우스(Zeus)를 최고로 숭배하기 이전에 모신(母神)으로서 받들어졌다.
(가이아 - 카오스로부터 나와 모든 만물을 생성시키는 자연의 어머니)
가이아(Gaia)는 다시 아들 우라노스와 관계하여 신들을 낳게 된다.
바로 여기서부터 신격화된 자연이 아닌, 비록 거인 족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형상을 가진 신(神)이 탄생한다.
이들은 남신 6명과 여신 6명으로, 티탄 신족 12남매이다.
가이아는 이어 키클롭스(Cyclops)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르(Hekatoncheir) 삼형제를 낳았는데, 이들은 모두 끔찍하게 생긴 괴물 모습인 데다 수시로 싸움을 일삼았다.
이에 우라노스는 이 괴물 신들을 가이아의 몸속 깊숙한 곳, 빛이 닿지 않는 땅속 깊은 곳인 타르타로스(Tartaros)에 가두어버렸다고 한다.
문제는 이 커다란 괴물들이 요동칠 때마다 가이아가 고통스러워했는데, 이 때문에 가이아는 아들이면서 동시에 남편인 우라노스에게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티탄 신 중 막내아들인 크로노스(Cronos)를 시켜 복수를 돕게 했다.
어느 날 우라노스(Uranus)가 가이아에게 다가오자 크로노스는 몰래 침실에 잠입해 있다가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잘라 멀리 던져버린다. 이로써 우라노스는 왕좌에서 쫓겨나고 하늘과 땅이 영원히 갈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우라노스는 쫓겨나며 "크로노스 역시 자식에 의해 쫓겨날 것이다."라는 저주를 남긴다. 이에 왕위를 차지한 크로노스는 폭정을 휘두를 뿐 아니라 자신의 부인이며 누이인 레아(Rhea)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을 모두 낳는 즉시 집어 삼켜 버린다.
(자식을 삼키는 크로노스 - 크로노스가 자식을 삼키는 것은 시간의 속성을 나타낸다. 즉 시간은 모든 것을 태어나게 하고, 세월이 흐르면 그것들을 죽게 한다)
자식을 잃는 슬픔을 계속 맛보아야 했던 레아는 참다못해 어머니인 가이아를 찾아간다. 가이아는 그런 레아의 마음을 통감하고도 남았다. 가이아는 크로노스 몰래 레아를 크레타 섬으로 데려가 남자아이를 출산하게 하고, 자신이 직접 양육한다. 이 아이가 자라 신들의 왕 제우스(Zeus)가 된다.
🎓 다음은 제우스 패밀리가 이어집니다.
< 출처 :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