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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면 끓여먹을거 다 챙겼어?"
" 네.. "
" 너도 씻어 이건 엄연히 비지니스니까 깔끔하게 바이어를 맞이해야지."
" 이게 다 비지니스죠?"
" 그럼. 물건을 개발해서 공개하면 사겠다는 사람이 나오고 우린 합리적인 가격에 파는거야. 테러리스트나 뭐 저기 북쪽 사람들이나 이런대다가 팔지만 않으면 되잔아. 빨리 씻어."
" 있다가 할말있어요."
" 그래 있다가 해."
경호는 화장실문을 잠그고 옷을 홀랑 벋는다. 샤워기의 물을 약하게 틀어서 물의 온도가 적당한지 손가락으로 살살 만진다음 거울 옆 높이 달린 고정대에 샤워기를 끼운다.
머리 꼭대기로부터 발등까지 촉촉이 흘러내리는 물이 중간중간 가슴속까지 흘러들어가 뜨겁게 달궈진 쇠를 쓔욱 하며 식혀주는것 같다가도 아까의 충격과 죄책감이 무섭게 그 쇠를 다시 달군다. 몇번이고 식었다가 뜨거워졌다가. 샴푸와 비누칠을 한다음 아까보다 좀더 샤워꼭지를 파란색쪽으로 아주 약간만 돌려서 행구 시작한다.
차갑다고 느낄만큼 바뀐 온도도 이 쇠를 식히기엔 충분치 못한것 같다. 자꾸만 경호의 눈앞에 은선의 상반된 두 얼굴이 떠오른다. 수건으로 온몸의 물기를 닦고 머리를 단정하게 빗질한다. 씻기전에 입었던 옷을 다시 입고 캄캄한 침실로 나온다. 공장과 침실 불 모두 꺼진 곳엔 트럭의 전조등만 환하게 앞을 밝혀주고 있다. 경호는 이미 운전석에 탑승한 총명의 옆 보조석에 앉는다.
" 형님. "
" 그래 출발하자."
" 아니요. 잠시만요. 아까 뉴스소식 보셨죠?"
" 끝부분만 잠깐 봤어. "
"어제 우리 숨겨줬던 자매 두명 기억나요?"
" 응 기억나."
" 오늘 아침 영등포 구치소에 잡혀들어갔대요. 우리때문에요."
" 어떻하려고."
" 제가 예전에 잠깐 거길 방문할 기회가 있었어요. 최신식 빌딩 건물이고 옥상은 수용자들이 운동할 수 있도록 탁 트여 있었죠. 참 인상적이었어요."
" 그랬구나 그래서?"
" 아마 외관은 콘크리트나 강화 유리로 되어있겠지만 이 트럭으로 들이받으면 쉽게 깨어질 정도로 약해요. "
" 들이 받으면 말이야."
" 우리가 그 자매를 구해야 해요. 우리때문에 그 자매의 인생을 망쳤으니까요."
" 니말이 맞아. 우린때문에 그렇게 됐어. 그치만. 우리가 가서 구한다고 그들이 반길까? 아니 구하는게 가능해? 어차피 그 자매는 우리가 수배자인지 모르고 도와준거잔아. 혐의 없다고 풀려날 가능성이 높아."
" 풀려나면요. 그 자매는 이제 평생 아무도 믿지 못하며 살거에요. 남자는 특히요. 우리가 책임을 져야해요."
" 교도관이라고 윤리타령하는거냐.. "
" 윤리라니요. 이건 사람으로서 기본이에요. 그리고. 그 언니분이 형님 맘에 들어하는거 같았어요. 형님이 자세히 봤는지 모르겠는대요. 엄청 이뻤던거같은대. 솔직히 형님도 맘에 들었잔아요."
" 허허 그분이 나를 마음에 들어했다고?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 형님 이름 물어봤어요. 뭐하시는 분인지두요. 그래서 제가 공학 박사고 중국에 스카웃 된 분이라고 했죠. 그랬더니 눈이 커지건대요?"
" 나는 니들 모르는 사람인척 손님 연기를 했는대.. 다 말했구만? 민망하네.. 니가 한 말이 사실인지 가서 한번 물어본다? "
" 네 물어봐요. 이렇게 가만히 음식맛을 상상한다고 배가 부르진 않잔아요. 가서 인연을 만들어 보자구요."
" 내가 그 언니분 때문에 이러는거 아니야. 사실 나도 양심에 걸리는 일은 싫어. 하...그래! 마지막 까지 모험이다 이거지?"
" 구속 첫날이니까 수용자 명부 만들고 씻기고 방 배정하느라 심문까지 하진 않을거에요. 방 배정 위치만 알면 그 벽을 들이받아서 꺼내옵시다."
" 미친. 그렇게 간단할거같냐? 외관이 손상되면 안된다고 했잔아. 총도 막 쏘면 어떻해? 기체 강화를 해야지."
" 그래요 안전이 최고죠. 저는 그럼 방위치랑 오늘 일과표 받아볼게요."
캄캄한 공장이 다시 환히 밝아졌다. 총명은 트럭의 외관을 강판으로 두르고 하부의 주요 중력발생기까지 보강한다. 네시간이 훌쩍 지나 마무리가 되자, 자신과 나머지 세명이 입을 방탄 헬맷과 조끼까지 급조해서 만든다.
" 경호야 어떻게 됐어? "
금속 절단용 버너로 한참 금속을 지지면서 경호에게 물어보는 통에 잘 듣지 못한다.
" 야!!"
" 네?"
" 잘 돼가냐고"
" 네. 제 관용 아이디가 아직 살아있어서 알아볼 수 있었어요. "
" 언제 어디로 가면되?"
" 있다가 네시부터 체육활동 한시간 있으니까 그때 옥상으로가서 지붕을 때리 부수면 되요."
" 지붕을? 어떻게?"
" 햇살이 투과되도록 강화유리같은걸로 마감했을거에요. 무거운걸 떨어 뜨리든지 그거로 자르든지 하죠?"
" 이건 금속절단용 버너야...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이걸로 거길 뚥고 자매두명을 거기 매달아서 끌어올리면 끝이냐?"
" 미리 연락을 한다음 특정 위치에서 대기를 하라고 하면 참 좋겠는대.. 면회나 연락은 오늘 힘드니까 .. "
" 어떻해?"
" 변호인을 통해서 우리 메시지를 전달해볼까요?"
" 그럼 걸리지않을까.."
" 그럼... 명의 도용을 좀 해야겠군요."
" 어떻게."
" 우리 소에있는 과장 아이디로 공문을 보낸다음 구치소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는거죠."
" 그게 먹히나."
" 해보는거죠 안되면 그냥 처들어 가는거구요."
경호는 공장에 널부러진 노트북을 가져와 즉석으로 수사협조 공문을 만들어 구치소로 보낸다.
" 뭐 먹자.."
" 짜장면 시킬까요."
" 그래 난 짬탕면."
" 기괴한걸 시켜드시네요."
" 혼자 짜장면 시켜먹을때 일인분은 중국집 사장님이 싫어하거든. 약간 비싸지만, 혼자 먹을만큼 배달할 수 있는 음식이 흔치않아"
경호는 총명과 같은걸 시키고 구치소에 전화를 건다.
" 네 여긴 안양교도소 임시수사과장입니다. 오늘 아침 구치소에 구속된 자매 두명 있죠? 담당 계장님과 통화 가능하겠습니까?"
" 내 잠시만요."
"띠리라리~ "
" 네 전화받았습니다."
중년 남자의 목소리에 위압감을 느낄뻔 했으나 과장이라 자신을 소개했으니까 쌔게 나가려고 한다.
" 여기는 안양교도소 임시수사팀 과장입니다. 탈옥조력자 구속담당 계장님 되십니까?"
" 네 맞습니다."
" 다름 아니라 아까전에 보내드린 공문과 같이 저희 수사에 협조를 구하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
" 아.. 네 공문 받았고. 내용을 봤는대, 통화로 몇가지 물어볼게 있으시다구요?"
" 네 맞습니다. "
" 무슨 질문을 할건지는 공문에 나와있지 않던대 공개해주실 수 있습니까?"
" 접촉한 탈옥 가담자와 어떤 관계인지. 어떤 대화를 했는지. 탈주 경로나 차후 계획에 대해서 아는게 있는지 간단한 질문을 할겁니다."
" 제가 동시 녹춰를 해도 상관 없겠습니까"
" 안됩니다."
" 안된다구요? 비공개 해야할 특별한 사유가 있습니까?"
" 소장님 지시 입니다. 이번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최대한 빠르고 비밀스럽게 마무리 지으려 했었습니다. 마음대로 안된게 사실이지만, 저희 소가 다른 기관에 의지하지 않으면서 자체적인 힘으로 해결해야할 책임감도 있지 않습니까? 좀 양해 해주십시오."
" 그럼 차후에 녹취 내용이 담긴 서류를 제출해주십시오. 우리도 뭔가 남겨야 하니까요. 일단 과장님께 보고를 드린다음 이 번호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전화를 마친 경호는 박스를 바닥에 깔아 눕는다. 총명은 여전히 아까 그 물건들을 뚝딱 거리느라 분주하다.
" 삐오오옹!"
" 야 왔다. "
" 나가요!!"
공장입구 문 밖에 서있는 배달 직원 외 다른 사람이 없나 살핀다음 문을 열어 계산해준다. 그 배달원도 이곳이 익숙했는지 돈만 맏고 쌩하니 엘리베이터로 올라간다.
" 밥왔어요 밥먹어요."
" 어 먼저 먹고있어. 이것만"
기다릴 생각은 없다는듯 박스를 바닥에 깔아 먼저 먹기 시작한다. 삼십분 넘게 만지작 거리던 총명이 경호쪽으로 갔을땐 그는 그릇을 정리하고 엉덩이를 긁고있었다.
" 언제출발하냐."
" 거기서 연락 오면요. 아니면 밤에 가도 되구요."
" 밤에?"
" 근무자가 별로 없을때 가면 좀더 수월할태까요."
" 내생각엔 그게 그거일거같은대 그 자매들 방이 어딘지도 모르잔아."
" 있다가 전화 오면 물어보죠뭐."
" 말해줄거라고 생각하냐.."
" 안해줄 이유는 없잔아요?"
" 긍정적이네.. 좋아. "
" 천천히 드세요 그놈들도 밥은 먹겠죠."
총명이 만들어놓은 것들을 이것저것 만저보다가 울리는 전화를 받는다.
" 네 말씀하세요. "
" 네 영등포구치소 계장입니다. 자매들중 언니분 모셔왔으니까 지금 통화 하시죠?"
" 지금요? "
" 그게... 아닙니다. 이것도 어렵게 만든 기회니까 최대한 조사해 보십시오. 오후 점심 이후는 통화하기 영영 힘들겁니다."
" 음..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대방의 목소리가 잠시 들리지 앉는다.
"여보세요?"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꺼저가는 성냥개비처럼 가날프게 들려온다.
" 네 여긴 안양교도소 임시조사과장입니다. 혹시 지금 통화중 주변에 감청을 하거나 지켜보는 사람이 있나요?"
" 네.. 제옆에 어떤 교도관아저씨가 앉아있어요."
" 그럼 작게. 말할태니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듣기만 해주세요. 흥분하거나 울면 큰일납니다?"
" 네.. 말해요."
" 저 어제 아침, 신세를 졌던 경호입니다. 저희 때문에... 그렇게 되신거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책임을 지려고 전화드렸습니다."
"후우.. 어떻게요."
" 거기서 빼내드리고. 저희랑 같이 중국으로 이민을 갈 생각이에요. 그냥 맨몸으로 가는건 아니고 백억 이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거든요. 중국 현지에선 우리 혐의나 전과 전부 없는것으로 치고 새로 시작하는거에요. 수사공조니 뭐니 없이 깨끗하게 살 수 있습니다. 언니되시는분은, 여기 제 옆에 계신 나총명씨가 직접 책임 질 거구요. 총명형님은 거기 중국 본사 기술 책임자로 계속 있을거니까 더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 거에요. 거짓말이나 미친게 아니라는걸 있다가 보여드리겠습니다. 단지, 그쪽이랑 은선씨가 협조를 해주셔야해요."
"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되는대요."
" 있다가 네시쯤. 수용자 체육활동 시간에 옥상에서 우릴 기다리면 됩니다. 우리가 옥상벽이나 지붕을 부순다음 그쪽 일행을 태우고 중국으로 뜨면 끝이에요. 간단하죠? "
" 그말을 믿으라구오?"
" 네. 정 못믿으시겠으면 그냥 그시간에 두분이서 옥상에 계시기만 해주세요. 나머진 우리가 다 알아서 할게요."
" 알겠어요. 딱히. 어딜 갈대가 있는것도 아닌대 그러죠."
" 정말 죄송해요.. 반드시 오늘 밤엔 우리 모두 맛있는 저녁 먹으며 웃고있을거에요. 믿어주세요.. 그럼 있다 뵙겠습니다. 은선씨 한태도 미안하고 그리고 반드시 대리러 가겠다고 말씀좀 전해주십시오."
" 할말 다 하셨나요."
" 네.. "
조금 있다가 계장이 전화를 이어받는다.
" 뭐좀 건지셨습니까?"
" 아니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 저는 볼수있을태만 용의자들은 못보실겁니다. 오늘 오후 늦게라도 공소장 끉는다고 난리거든요. 방문할거면 오늘 빨리 오시는게 좋을겁니다."
" 최대한 노력해보죠. 감사합니다. 이만 끉겠습니다."
" 네 수고하세요."
통화를 마친 경호는 조끼와 헬맷을 두드리며 총명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 애쓴다."
" 뭘요. 빨리드세요."
" 시간 넉넉하잔아. 밥먹는대 불편하게 하면 체한다."
" 이건 총알을 막을수있나요?"
" 못막으면 맨몸이 났지 그걸 왜 만들어서 입으라고하갰어."
" 다른 기능은 없어요?"
"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지."
" 진짜요? 다른건요?"
" 약간의 보온효과?"
" 아이양반이.. "
" 몇분만에 뚝딱 만든것 치곤 방탄효과는 장담한다. 그보다 아래 부유장치 강판을 더 대놔야겠어. 그게총맞아 고장나버리면 낙사아니냐? 차라리 자수하는게 낫지."
" 그래요. 지붕 뚥고 내려갈 방도는 있는거죠?"
" 간이 역중력 발생기가 있으면 간단하겠는대 그게 없잔아. 트럭으로 해결해야되."
" 어떻게요?"
" 너말대로 그냥 철제프래임과 강화유리라면 100미터 이상 상공에서부터 출력을 줄이다가 접촉면에 닿는순간 다시 출력을.. 아니다. 있다가 하는거봐. 찌릿할거야. 너 멀미를 한다거나 겁이 많다거나 하진않지?"
" 전혀요."
" 그래. 그렇다면 내가 걱정이다... 내가 기절해버리면 안돼는대.. 혹시 모르니까 너도 조종법을 배워."
" 그러죠. "
경호에게 간단한 수직 이착륙과 속력가감법을 속성으로 가르처 주는 와중 시간은 이제 움직여아할 때가 다가온다. 아까못했던 정리를 다시 마무리 짓고 모든 도구와 장비들을 트럭에 올린다. 전기를 내리고 그간 정들었던 숙소의 문을 닫는다.
총명과 경호는 나란히 좌석에 앉은다음 일층 주차장까지 이어진 통로의 문을 리모컨으로 연다. 캄캄한 공장과 통로를 보름달 같이 환한 트럭의 전조등으로 밝혀 빙글빙글 돌아 나가기 시작한다.
아무말 없이 그 캄캄한 통로를 달린다. 시선 멀리 밖의 늦은 태양 빛줄기가 그 통로의 끝을 알린다. 점점 다가갈수록 통로가 환해진다. 완전히 통로를 빠저나온 트럭이 육중하고 긴 몸체를 유연하게 돌려 외소한 소형차와 용달차 사이를 슥슥 헤처나온다.
만들어지고나서 두번째 햇빛을 본 트럭은 누런 태양빛을 한껏 반사하며 빛난다. 으릉으릉 대는 엔진음을 토하며 도로로 다가간 트럭은 차들의 빈틈을 노리며 천천히 머리쪽부터 들이민다. 마침내 도로에 몸을 맏긴 트럭은 감시자들을 비웃으며 강변북로를 타고 마포대교를 목표로 달린다.
" 저기.. 우리 트럭 너무 튀는거 아닐까요? "
" 안튀어. 저기 저쪽에도 있네."
" 저건.. 국산 보급형이잔아요. 도색을 좀 캄캄하게 하지 그려셨어요."
" 괜찮아. 아 차 더럽게 막히네."
" 이건 차가 커서 갓길로 빠지지도 못할거에요."
" 빠질일 뭐있어 날아가면 되지."
" 최대한 구치소 가까이 가서 날아가요. 자매들이 옥상에 안전히 올라갈때까지요."
" 우리 안전이 최우선이라는걸 잊지마.. "
왼편 한강물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며 막힌 도로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감상을 젖게 한다. 반대편 차로쪽은 차가 뻥 뚤려 시원히 달리고 있고 가끔 순찰차가 심심찮게 지나다닌다.
" 그 택시기사가 우리 꼰질렀나본대?"
" 그건 아닌거같아요. 우리 공장에 있을때 아무일 없었으니까 터미널 근처 누군가가 우리 봤다고 신고했겠죠? 그 근처 수색해보겠다고 꼬이는거 아닐까요."
" 우리가 구치소로 가고있다는걸 누가 예상했겠어? 구치소 계장이 확인전화를 한번이라도 했다면 우리가 가짜였다는걸 알았을탠대.."
" 안한걸 다행으로 여겨야죠.. "
차량 행열이 슬슬 원활해 진다. 시속 60 킬로는 무난하게 밟으며 나갈 수 있는 도로상황은 앞에 검문소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것을 의미 하기도 했다. 불길한 미래의 상황을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여행하듯 달린다. 잠시후 경호의 오른쪽 허벅지에서부터 진동이 느껴진다. 경호는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을 꺼낸 후 받기전 번호를 확인한다.
" 누구야?"
" 애인은 아니네요"
" 니 애인은 지금 깜빵에 있으니까 "
" 형님의 미래 배우자도 그렇구요"
" 누구맘대로."
" 형님은 무조건 그분 잡으셔야되요 그분 아니면 형님 맘에 든다고 이름 물어보는 사람 평생 없을태니까요?"
" 아씨 그걸 니가 어떻게 아냐고"
" 누가봐도 알죠.. "
" 전화 누가걸었어?"
" 모르는 번호이긴한대 눈에 익숙하네요."
" 답나왔네. 받을거야?"
경호는 총명의 눈을 한번 마주치고 전화를 받는다
" 네 전화받았습니다."
" 경호야 나 교정관이다. "
" 그런대?"
" 말은 까지말고.. 내가 너보다 나이는 한참 많잔아.. "
" 그래서?"
" 아니. 이새ㄲ"
전화상으로 마찰음이 잠깐 들리더니 다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 경호야 나야 윤경이다. 지금 어디야. "
" 왜요? 한건 하시게요? "
" 무슨말이야 정말? 너도 알지? 우리가 손쓸수 있는 기간은 오늘까지인거. 니가 무슨 생각으로 자폭을 한건진 모르겠는대, 이제 그만두고 어디있는지 말해. 니손으로 스스로 수습하라고. 멀쩡히 좋은 직장 다니다가 이게 무슨 미친짓이야? 자수하면, 그래도 양형에 자비가 있을태까 지금이라도 마음 고처먹고 돌아와."
" 양형에 무슨 자비가 있어요 법대로 하는거죠. "
" 야! 정신차려! 증거조사할때 우리가 잘 증언해줄게. 그 사람들이 너랑 김교위님이랑 꾄다음 이용해먹고 도망갔다고 말이야. 그냥 너넨 이용당한거까 단순 가담 이상은 아닐거라고. 교정관님이랑 우리 모두 말을 맞추기로 했어. 너가 다른대 안가고 우리한태 자수만 하면 길어야 한.. 오륙년 썩겠지. 경비일도 잘 알아봐줄게. "
" 아이고 그렇게나 우리 사정을 봐주시다니... 전 기대도 안했어요. 솔깃하긴 하네요. 우린 지금 경부고속도로 타고 내려가는 중이에요. 어디까지 가는진 정하지 않았는대.. 솔직히 전과자로 찍혀서 감옥살이 하긴 싫어요. 정말로... 윤경선배님깨만 말씀드릴게요. 조신철씨는 부산에서 비행기타고 일본으로 가신다고 했구요. 저희는.. 부산에 도착하면 여기저기 도망다니다가 잡힐때즘 죽으려구요. 죽기전에. 문자로 우리 위치 알려드릴태니까 시신 수습 부탁드릴게요."
경호는 전화기를 끉고 총명의 눈치를 다시 살핀다.
" 뭐"
" 저 아무말 안했는대요."
"얼마나 더 가야되냐."
" 네비게이션은 삼십분 남았대요."
" 한시간은 더 가야겠네."
순탄한 도로는 수많은 자동차들을 소화해내며 두사람을 마포대교 까지 이끈다. 경찰들은 정말로 경호의 말처럼 터미널 주변을 수색하느라 여념이 없었는지 도통 보이지 않았다. 긴장을 놓고 이제 드라이브 하듯 목적지까지 달리고있던 두사람과는 달리 구치소 안에서 전화통화를 마친 은선의 언니는 끝없이 자신을 추궁하느라 침튀는것도 아랑곳하지않는 수사관의 괴롭힘을 힘겹게 버텨내고 있었다. 취조실의 답답한 공기와 테이블위에 올려진 찬물한잔이 그 묵직함을 부추긴다.
" 모르는걸 어떻게 말해요? 지어내기라도 하란거에요?"
언니의 진심어린 눈빛도 수사관의 의구심을 달래주지 주지 못하는 상황. 심증이 꼬리를 무는 심정을 대변하듯 반문한다.
" 그러세요? 수배 쫙 퍼진 범죄자들을 숨겨주기까지 하신분이 그 수배사실을 몰랐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처음본 사람이다. 라고 줄기차게 주장하시는대. 상식적으로 믿어지겠냐 이거에요? 여자 두분이 모르는 남성 두명과 밤세.. 같있으면서 말이죠. "
" 저는요! 아침에 처음 봤다구요! 뉴스 일일이 챙겨보는 사람이 또 어디있어요! "
" 일일이 챙겨보는 사람이 많지 않죠. 그치만, 길거리 다니다보면 우연이라도 들을수 있는거 아닙니까? 그렇게 방송을 내보냈음에도 못들었다는건 귀가 먹은거에요."
" 아무튼 제가 아는건 다 말했어요. "
" 그게 아는게 다라면 그쪽이 불리하신거라 생각하세요. 공범이든 아니든 수배자를 숨겨준 사실은 변함 없으니까."
" 내가 숨겨줬나요? 동생년이 멍청해가지고! 하루 묵게 해준게 다인대! 제가 무슨 혐의가 있냐구요!"
" 그 편의점 소유주시죠?"
" 네."
" 변호사선임 하실때 알려드리세요. "
수십분간 더 취조하던 수사관이 시간을 보고서 자리를 정리한다.
" 오늘 취조가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저녁때 또 있으니까."
" 변호사는요?"
" 언젠가 오겠죠."
교도관의 인솔로 다시 감방에 갖힌다. 먼저 수사를 마친 은선이 쭈그려 앉아 머리를 두 무릎사이에 푹 숙이고 있다.
" 내가 아주 못살겠다. 그냥 여기서 날 죽여라 죽여. 응? 이게다 뭐야? 뭔대? 너 무슨짓을 한거야?"
어제도 그 말을 지겹게 들었을 은선은 더이상 할말이 없었던것 같다.
" 그 썅 경호라는 인간한태서 전화 왔었어. 책임지겠다고 어쩌구 저쩌구 하든대."
" 뭐라는대.."
자세를 그대로하고 물어본 은선을 쏘아보며 소리지른다.
" 이것아!!!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네? 니년 입 막으려고 잠깐 안심시킨거잔아! "
가슴을 팍팍 치며 언니는 울먹이기 시작한다. 손소매로 찔끔 떨어진 눈물을 닦은 언니는 바닥에 이불을 피고 눕는다.
" 저녁에 또 조사한댄다. 너도 잠좀 자둬."
" 응.. 근대 뭐랬는대."
" 우리 대리러 온댔어."
" 정말? 어떻게?"
" 그걸 믿냐고... 빨랑자!"
그러나 한시간도 안되는 시간. 어렵게 눈을 붙이던 자매들을 교도관이 깨우는 바람에 피곤함이 더 밀려온다.
" 한시간 체육활동 있으니까 나오세요."
" 운동 안해도 되는대..저녁은 언제 먹어요?"
은선의 물음이 답답했던 언니의 표정이 더욱 찡그려진다.
" 다섯시부터 먹을거에요. 밖에 줄서서 따라가세요."
주위에있는 다른 수용자들이 모두 자매를 구경하는것 같은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들을 처다볼 용기가 나지않아 앞사람 발을 바라보고 묵묵히 걷는다. 복도끝 계단을 한참 올라가다가 옥상의 넓직한 인조잔디 운동장과 여러가지 기구들이 놓인 체육활동장에 다다른다.
뭘 하라고 지시 받은건 아니었으나 이곳 여성수형자들은 익숙하게 각자 모여서 열심히 운동중이다.
" 언니..."
" 일로와."
언니는 경계가득한 눈빛으로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자리가 비어있는 벤치를 발견한다.
" 저기 앉아있자."
은선의 손을 잡고 그쪽으로 걸어간다. 벽에 가까이 설치된 벤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안전해 보여서 은선을 앉히고 언니는 벽에 기대어 서있는다. 여자수감자가 많은것 같지않아서 운동장은 전체적으로 한산하게 보였다. 제발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으면,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자매가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야기를 하던 8명의 수형자 무리가 언니의 심경을 요동치게했다.
입구 근처 여성 교도관이 있는 곳으로 가면 안전하겠다 싶어 은선을 일으키려는 순간. 미처 못본 근처의 여성 수감자 3명이 그 앞길을 막는다.
" 와. 어제 tv에서 봤던 자매들이네?"
" 이야.. 유명인을 여기서 다 보다니"
" 당신들 뭐야?"
언니가 용감하게 바로앞에 서있던 아줌마에게 맞선다.
" 으응? 이거봐라? 드센에가 하나 있었네? 난 이런애가 더 좋드라 헤헤."
" 개소리하고있네 비켜."
그 아줌마의 어깨를 손으로 밀었지만 그 뒤로 아까 신경쓰였던 8명의 수감자들이 막아서서 빙 둘러버렸다.
" 이야. 뒤에 동생년 진짜 이쁘다. 애기네 애기."
" 흐흫 난 저 얼굴에 줄하나 그어주고 싶은대?"
" 무슨소리야? 맛떨어지게? 거기 동생. 이름이 뭐야?"
언니는 벽쪽으로 은선을 뒤로 밀어내고 그녀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려 애쓴다.
" 누가 니들같은 더러운 년들한태 동생 준댓어? 저리 안꺼저?"
그 소란을 눈치챈 교도관이 호루라기를 불며 그쪽으로 다가온다.
" 거기! 뭣들하십니까!"
무리사이에 들어온 교도관이 호통을 치기시작한다.
" 무슨일이냐고 물었습니다"
" 아 저기 언니 우리 그냥 신입이 들어와서 반겨주느라 모인거야. 너무 오랜만에 들어온대다가~ 유명하잔어 "
" 애들도 어려서~ 아이구 어쩜 저렇게 이쁜지 안아주고 뽀뽀해주고싶네 그냥!"
" 꺼지라고 미친 아줌마들아."
언니는 여전히 공격적인 자세로 금방이라고 달려들듯 허리를 낮춘다.
" 제는 왜저렇게 드세나몰라. 좀 친해저볼라고 그랬드만? 아주 오~ 랫동안 볼 사이인대 가까워 지면 좋잔아?"
은선은 이미 눈물콧물 다 빼가며 언니의 뒷 옷자락을 잡고있다.
" 소란부리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죠? 보호실 들어가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운동이나 하고 계세요? "
" 우리가 무슨 깡팬가 ? 걱정하지말고 근무 계속 서시와요~"
교도관은 주워를 둘러보고 다시 자기 자리로 간다.
" 아이씨? 고분고분 대해주니까 우리가 동네 아줌마로 보이냐? 이걸그냥 머리카락을 다 뽑아버릴라."
그패거리는 당장 자매를 놔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웅웅웅."
" 야 근대 저기 왜저렇게 시끄럽냐?"
" 싸움났나?"
둘러싼 그녀들의 시선이 잠깐 다른곳으로 돌려질때 언니는 이마로 앞에있던 아줌마의 얼굴을 들이받는다.
" 아악!"
가장 오른쪽에 서있던 당황한 수감자를 밀어서 넘어뜨린 언니는 그쪽으로 은선을 끌고 달려간다. 강단이 있던 동료 수감자 세명이 눈에 핏대를 새우고 그 자매를 뒤늦게 따라간다.
" 잡히면 죽는다!!"
그말에 은선과 언니는 더욱 안잡히려고 안간힘을 쓴다. 사각형 모양의 체육실을 돌아봐야 거기서 거기인 탓에 먼저 옆으로 돌아간 두명에게 잡혀버린다. 언니는 근처에 있는 교도관에게 도움을 청하려 소리를 지른다.
" 끼아아!!!"
" 이것들이!"
언니의 머리채를 잡고 마구 흔들자 은선도 눈이 뒤집혀 그언니를 괴롭히는 수감자의 목을 잡고 조른다.
" 아아아!!"
"콰과광"
어디선가 시작된 지진이나 폭탄 터지는 소리가 운동장 전부를 흔들었지만 이곳엔 수용자 세명과 자매들이 둬엉켜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허나 교도관이 그들을 뜯어말리기는 커녕 어디론가 급히 모여들기 시작한다. 교도관들 뿐만 아니라 다른 수감자들까지 그곳으로 모여들어서 구경하기 바쁜거같다. 웃옷과 머리가 산발이 되어서 코피를 줄줄 흘리던 언니가 우연히 팔꿈치로 머리를 잡고 따귀를 때리던 수감자의 턱을 가격하여 그자리에 풀썩 쓰러지고 옆에 거들던 한명이 그 모습을 보더니 언니의 웃옷자락을 잡고있던 손을 놓는다.
" 너 이리와봐 이씨?"
기세등등한 모습에 눌려 그 수감자는 도망을 가고, 이제 한명남은 수감자가 은선과 함께 서로 머리카락을 쥐어가매 뒹굴고 있다. 언니는 서서 발로 수감자의 등과 허리를 걷어차며 은선에게서 때어내려고 애를 쓴다. 성공적인 타격을 옆구리에 넣은 언니는 배를 움켜쥐고 옆으로 구르는 수형자위에 올라타 확실한 인상을 남기려 주먹으로 뒷통수를 마구 때린다. 은선은 완전히 지친 몰골로 그자리에 그대로 드러누워 천장을 보고있다.
" 아주 그냥! 제대로 걸렸어 니네! 나잇살 처먹고 쪽팔린줄 모르고 말야? 오늘 아주 피똥을 싸게 해줄게!"
비명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앙증맛게 휘두르는 주먹에 맞아 지르던 소리가 사그러 드는 중, 언니도 지쳐서 손을 놓고 거친 숨을 내쉬며 둿통수를 노려본다. 그러나 뒤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움이 그칠줄을 모른다.
" 이게 무슨 냄세야? 콜록.."
어디선가 스믈스믈 하얀 연기가 매운 기운을 담아 언니의 뒷편에서부터 피어나간다.
" 은선씨!"
언니의 오른쪽 어깨를 덥석 잡은 괴한에 놀라 언니는 기갑을 한다
" 끼아악!"
왼쪽으로 나자빠진 언니를 내려다보는 남성의 모습이 뿌연 연기때문에 잘 보이지 않지만 은선을 찾는걸보면 아는사람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 누구세요!"
" 아 아니구나.. 저 경호에요! 이거 입고 방독면은 얼굴에 쓰세요.!"
방독면과 요상한 것들을 몸에 치렁치렁 입은 괴한이 언니를 내려다 보고있었지만 아까의 전화 내용이 생각나기도 했고 정말 동생의 남자친구라면 믿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 거추장스러운 보호장비를 흔퀘히 덥석 받아 경호를 견본삼아서 천천히 입는다.
" 어 진짜? 뭐야!"
" 다 쓰셨으면 마스크 쓰세요! 은선씨는 어딧어요!"
" 콜록.. 저기 앞에 자빠졌는애있죠 "
" 아! 언니분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기다리세요."
경호는 은선이 드러누워있는 곳으로 뛰어가 팔로 상체를 일으킨다.
" 은선씨? 저 경호에요! 빨리 이거 입어요!"
경호는 은선의 한쪽 팔에 조끼를 끼우고 다른 한쪽 팔도 끼우려한다.
" 이거 놔! 나쁜놈아! "
" 아.. 은선씨! 이거 입어야해요! 방탄 조끼에요!"
" 필요없어! "
손쉽게 방탄 조끼를 착용시킨 경호는 방독면을 씌우다 긴 머리에 걸려 아파 하는 은선의 신음에 잠깐 멈짓 한다.
" 이거 안쓰면 눈이랑 코 엄청 매워요. 머리를 뒤로 다 쓸어 올려봐요."
눈물콧물을 한참 빼고있는 은선의 귀에 그말이 안들리는듯 연신 눈을 비비다가 엉킨 머리를 풀다가 정신을 못차린다. 보다못한 경호
는 주머니에 있던 커터를 꺼내 방독면과 엉킨 머리카락 몆줄 잘라버린다. 겨우겨우 씌운 경호가 은선을 등에 업고서 언니쪽으로 다가간다.
" 일어나세요! 저 연기속으로 들어가야해요."
" 저길왜요!"
" 가보면 알아요! "
언니의 왼손을 잡고 일으킨 경호는 낮은 자세로 힘겹게 연기속으로 뛰기 시닥한다. 방독면을 쓰고 달리는 바람에 숨이 더 막혔지만 주변에서 들리는 교도관들과 수감자들의 고함을 들으니 쉬엄쉬엄 달릴 여유가 없다.
" 콜록... 숨막혀요.."
" 조금만 참아요. 숨을 너무 많이... 하아하아.. 들이쉬지.. 말아요."
언니는 경호의 손에 이끌려 고분고분 잘 따라오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 형님!!! 어디에요!!"
" 여기!!!"
소리가 제법 가까이서 들린다. 뛰던 경호는 멈춰서서 언니의 손을 자신 상의 옷자락을 쥐게 한다음 노는 손을 앞으로 더듬더듬 가늠하며 걷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심히 전진하던중 앞에 따듯하고 물렁한 뭔가를 느낀다.
" 우아아!!"
여성 교도관이 연기에 질려 절뚝 거리던걸 경호가 그녀의 등을 더듬었다. 경호는 놀라서 그녀를 밀어 넘어뜨린다. 조용해진 교도관을 지나 다시 한손으로 앞을 더듬으로 걸어간다.
" 형님! 안보여요!"
" 앞으로 좀만 더 와봐! 가까이서 들린다!"
조금더 다가가니까 딱딱한 철판이 만져졌다. 그 벽을 따라 오른쪽으로 가던 경호는 트럭의 화물칸 옆에 나있는 문에 이르러 총명과 마주친다.
" 이리 올려!"
경호는 언니를 먼저 화물 문으로 인도한다. 계단이 따로 없어서 총명이 그녀의 양손을 잡아 들어올려 안으로 넣어준다.
" 총이나 몽둥이로 맞은대 있어요?"
" 손으로 맞았어요.. 아닌가? 총맞을라나?.."
" 그렇리가요 ... 저쪽 구석에 앉아 계세요. 문근처에 있으면 위험해요. 있다가 약 발라드릴게요."
그다음 경호는 업혔던 은선을 두발로 세운다음 양손으로 눕혀 들어서 화물칸 바닥에 올려준다.
" 형님 문 닫아요!"
총명은 화물칸 문을 닫는다. 경호는 운전석으로 뛰어 올라가 문을 잠그고 트럭의 수직 이동 레버를 천천히 당긴다. 트럭의 바닥에서 약한 밀림과 웅웅 거리는 소리가 간이운동장의 매퀘한 연기를 살살살 밀어내기 시작한다. 이제 점차 떠오르는 트럭은 연기 위로 완전히 떠올라 모습을 노출한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그 트럭을 목격한 교도관들이 기회를 놓히지 않으려 뛰어들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하지만 역중력과 높이때문에 다다르지 못한다. 뒤늦게 총기를 들고 뛰어올라온 교도관들이 권총을 트럭에 겨누어 쏘기 시작한다. 쾅쾅 소리가 트럭 외관에서부터 울리고 운동장 곳곳에서 수감자들이 비명을 질러댄다.
" 으아! 형님 총소리 같은대요?"
" 그럼 뽁뽁이소리겠냐? 후딱 안올라갈래?"
" 우리 방탄 되는거 맞죠?"
" 나도몰라! 빨리 올라가!"
" 뭐라구요? "
레버를 좀더 올리자 트럭은 건물 먼지와 잔해를 흩뿌리며 완전히 지붕 위로 떠오른다. 곧바로 가속 패달을 밝은 경호는 트럭의 차체 앞부분이 살짝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느낀다.
" 이제 벋어나요! 형님 운전석으로 오세요."
" 잠깐만 !"
총명은 언니의 방독면과 조끼를 조심스럽게 벋겨주고있었다.
" 동생분 조끼좀 벋겨주세요 저는 약을 찾아볼게요."
화물칸 천장까지 꽉꽉 채운 곳을 능숙하게 헤처다니며 박스 하나를 챙겨나온다. 붕대와 연고를 꺼내 언니가 완전히 은선의 보호장비를 벋겨줄때까지 기다린다. 유치원생 관복 벋겨주듯 세심하게 다루는 모습에 총명이 넋을 놓고 언니를 구경한다.
" 많이 놀래셨죠?"
" 별로.. 그닥이요.."
" 어어.. 혹시나 놀라셨을까봐 청심환도 챙겨왔는대.. "
" 그럼 줘봐요."
" 안놀랐다면서요."
어의없다는듯 보는 언니의 시선이 어색해 바지 주머니에 있던 하얀 종이 뭉치 네개를 한꺼번에 꺼낸다.
" 우리 하나씩 먹을려고 사왔어요."
" 언니 나 하나 줘."
" 이거 먹는다고 배 안부를걸?"
총명은 약통을 가만히 들고 자매가 냠냠 먹는 모습만 가만히 바라본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 형님!!"
" 왜!"
" 겁나 멀리 바다가 보여요!"
" 알았어."
구급상자를 그자리에 두고 운전석으로 간다.
" 비켜봐."
" 그말을 기다렸어요."
경호는 화물칸에 있는 구급상자를 가지고 언니의 다친부위에 약을 발라준다.
" 우린 이제 어쩌죠?"
언니의 손에 연고를 발라주는 경호에게 뭍는다.
" 중국에서 살아야죠. 저희랑 같이요."
" 뭘 믿구요?"
" 이제까지 인생이 얼마나 험난하셨으면 이래도 못믿으세요?."
" 어제 오늘 겪은일만 해도 충분하지 않아요? 지금 어디로 가는건대요?"
" 중국 기업에서 우릴 마중나올게에요. 중국영해까지 가야하니까 편히 누워계세요."
" 또 갈아타야겠네요?"
" 그렇필요없어요. 운전석 쪽으로 가보세요."
언니는 허리를 두둥기며 트럭의 보조석에 앉는다.
" 은선씨 약발라줄게요."
은선은 경호를 보지않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있다. 경호가 그쪽으로 다가가 앉아서 연고를 얼굴에 난상처에 바르려하자 손으로 거칠게 경호의 손을 밀처낸다.
" 끼아악!!!"
운전석으로부터 언니의 비명소리가 들렸으나 화물칸의 두사람은 아무말 없이 구석에 나란히 앉아서 누가먼저 말할지 기다린다.
" 속인것 미안해요. 만약 편의점에서.. 사실대로 이야기 하면 신고할거 같아서.. 차마 말 못했어요. 그리고.. 은선씨가 절 범죄자로 보는걸 원치 않았어요."
은선은 그래도 아무말 없다.
" 저 사실.. 하.. 은선씨 좋아해요.. 은선씨 처음 봤었을땐 잘 몰랐는대..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연락 하고싶고.. 잘난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고... 왜냐하면, 은선씨는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특별해 보였거든요.. 일년에 한번 있는 정기 휴가 같달까요? 아니면 크리스마스? 하하..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 전 거짓말 하는 사람 싫어요. 경호씨는 나쁜사람이에요."
" 아... 그렇게 생각 하실.. 수도 있겠네요. 돈에 눈이 멀어서.. 그래도. 제가 나쁜 사람이래도 은선씨는 제 인생을 걸고 꼭 지켜드리고 싶어요. 진짜로 나쁜 짓을 해서라두요."
" 이미 나쁜짓 많이 했잔아요."
" 은선씨가 구속됐다는 말 듣고서 전 이것저것 따질 틈이 없었어요. 저 때문에 험한일을 당하게 한거니까. 무슨짓이든 해서 빼내고 싶었다구요. 아무튼.. "
" 앞으로 어떻게 하나 볼거에요? 오늘 당장 무슨 대답을 듣겠다는 기대 버리세요."
경호는 옆에서 은선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연고를 손가락에 바른다음 얼굴에 난 상처에 발라준다.
" 아뜨..."
" 소독되느라고 그러는거니까 좀만 참아봐요."
얼굴와 팔목, 종아리에 난 상처까지 꼼꼼이 발라준 경호는 밴드와 거즈를 붙인다.
" 중국에 도착하면 병원에 같이가봐요."
" 병원까지 안가도되요. "
옆에 계속 앉아 있던 경호는 왼쪽에 앉은 은선의 손을 티안나개 힐끔힐끔 훔처본다. 그러다가 은선의 중지 손톱을 왼손검지로 살살 만진다. 은선은 손에 느껴지는 감각때문에 경호의 눈을 보고 경호도 그 시선을 의식해서 은선의 눈을 본다.
" 왜요."
" 네? 뭐가요?. 어 여기도 상처가 있나? "
경호는 왼손으로 은선의 오른손을 덥석 잡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유심히 관찰하는 척 한다.
" 거긴 안아픈대?"
" 안아파요?"
운전석에 있던 언니가 화물칸을 슬그머니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 에헴.."
애정행각을 어른에게 걸린 학생들마냥 허겁지겁 각자의 육신을 각자에게 되돌리는 중 경호는 구급상자를 수습한다.
" 하늘을 나는 기분이 어때요? 신기하죠?"
" 그쪽 기분보단 덜 할지도?"
" 총명이 형님이 만드신건대 대박 날거같죠?"
" 뭐... 쓸만 하겠네요."
" 흐흠.."
경호는 다시 운전석 쪽으로 건너가 보조석에 앉는다.
" 폭격기가 우릴 쫒아오면 어쩌죠?"
" 못쫒아와. 만약 오면,, 더 높이 뜨면되."
" 확실해요? 근대 왜이렇게 낮게 날아요?"
" 레이더에 안걸릴려고."
" 무슨얘기 하셨어요?"
" 얘기는 무슨... 신기해 하길래 이것저것 설명해줬는대 반응이 시원찮더라고. 나중에 중국에서 뭐하고 싶냐 물어보니까 "
" 물어보니까?"
" 편의점 하고싶다던대?"
" 그놈의 편의점..그래서 뭐라고했는대요?"
" 내가 하나 차려주겠다고 했더니 좋아하더라. 밤에 일끝나면 간간이 도와주겠다고 했어. 중국은 워험하잔아."
" 간간히라뇨 평생 같이 있겠다고 해야죠."
" 무슨 벌써.. "
" 은선씨가 저보고 나쁜사람이래요."
" 잘됐네 여자들은 나쁜남자가 끌린다잔아."
" 누가그래요. 그리고 저는 한번 빠지면 영혼까지 바치는 주의라 힘들어요. 아 근대 우리 얼마나 더 가야되요?"
" 보채지마... 이삼십분 걸리겠지."
" 바다가 처음볼땐 시원하고 신기하지 계속 보면 졸려요."
" 한숨자. 아 아니다. 전화넣어봐."
" 전화할대가 어디있다고.."
" 먼저 간 사람들한태 해봐 아니면 화물선에 연락해보든지."
" 불안해가지고.. 일이 잘못됐다 할까봐 못하겠어요."
" 아이고.. 무슨일이 있었으면 연락이 오지않았겠어? 그노인내가 얼마나 영악한 사람인대. 만약 그쪽에 무슨일났으면... 러시아쪽으로 튀자."
" 하이고, 언제 또 그쪽으로까지 판로를 내놓으셨대요?"
" 내가 내놓진 않았는대 거기서 먼저 연락이 왔었어. 노인내는 몰라."
뒤에서 듣고있던 언니가 그들사이에 서서 물어본다.
" 왜요 무슨일 생겼어요?"
" 아니요 아직요."
" 아직?"
" 전화해 볼게요."
" 누구한태 하려고."
" 교위님이요."
총명은 알수없는 웃음을 지으며 눈앞에 펼쳐진 망망대해에 집중한다.
" 김교위님은 누구에요? 노인은 또 누구구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으려 가만히 있었으나 경호는 통화음을 기다리고 있었고 총명은 머리를 만진다. 언니가 총명의 오른쪽 어깨를 손으로 턱턱 두드려서 대답을 종용한다.
" 그게.. 누구냐 하면.. 노인은.. 예~에전에 확기적인 발명을 했다고 세간에 알려지다가 사기로 판명나서 지원금 횡령으로 감옥살이 하신 제 선임 박사님이구요. 교위님이란 사람은 경호 교도소에 같이 일하던 선임이래요. 이 두사람이 짝짝꿍해서 일이 이렇게 된거죠."
" 진짜 사기친거 맞아요? 그런사람을 어떻게 믿어요?"
" 우리가 지금 타고있는 트럭을 설계한분이 그 노인네, 아니 박사님이니까요. 아 이거 입에 붙으면 안돼는대 자꾸 이러네."
" 이 트럭은 총명씨가 만든거에요?."
" 맞아요. 감옥살이 하시는 동안에 중국이랑 한국에서 받은 연구비로 제가 어렵게어렵게 만들었어요. 사실 아.. 진짜 그 설계도 대로 만들면 이렇게 중력장이 안정적이지 않았을 탠대. 제가 약간 손을 봤죠. "
" 어쨌든 직접 만든건 총명씨라는거잔아요."
" 그렇죠. 제가 거의 다한거죠. 이걸 중국 바이어에게 말해야겠네요."
" 말해야죠. 원래 마지막에 손본사람이 다한거 어니에요?"
경호는 통화음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대 멋적은 웃음으로 회색 하늘을 올려다 본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