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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단편 옴니버스 식으로 이야기 하나하나 풀어나가보려합니다.
단편이라면 단편이고 연재라면 연재인데.. 어디에 올릴지 고민하다 장르소설에 올립니다.
게시판 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면 운영진분들 연락좀 주세요.
암튼 잘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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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나무바닥위에 깔린 붉은 양탄자위 바로크 시대의 양식에 오크나무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아 따뜻하게 타오르고 있는 벽난로를 바라보며 나는 십년지기 내 친구와 같이
홍차를 찻잔에 담아 홀짝이고는 간간히 눈을 감고 LP로 틀어놓은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들으며 나란히 앉아 있다.
고딕양식에 맞춰 지어진 창문 넘어로 달은 둥글게 떠있고 달빛은 창가를 지나
우리를 비춰주고 있다
친구의 이름은 얀이다.
세계에서 알아주는 피아니스트로 각종 콩쿠르 대회에서 최연소 연속 우승 타이틀을 거머지었고
세계 순회공연으로 그의 인지도는 21세기의 쇼팽, 리스트 등으로 불리우며 각종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하며 앞다투어 보도하고 추앙받고있는 그였다.
그런 그가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그의 고향 독일 프랑크프르트로로 돌아왔다.
나도 그가 연락이 와서 알았다. 그가 귀국후 몇달동안은 가끔 전화나 문자로 안부만 주고 받았다.
그도 그지만 나도 사실은 직장생활하랴 짧은 신혼 이후 빠른 출산으로 일찍 육아를 시작하게 되어
정신이 없기도 했다.
어느날 그는 나를 그의 집으로 초대 했다.
어쨌거나 바쁜 일상에 이리저리 치이며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타던 나는 십년지기의 초대가
그렇게 반가울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따뜻한 차 한잔과 베토벤, 그리고 달빛, 친구.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고귀했다.
친구는 나의 방문에 밝은 미소로 문을 열어주었다.
"안녕 미하엘!"
"안녕 얀! 오랜만이야!"
나는 얀이라 불리는 그 녀석의 손을 꼭 붙잡고는 서로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살짝 웨이브진 금발단발에 푸른빛을 띈 눈동자.하얀얼굴에 유난히 붉은 입술.
여린몸매와 팔다리.처음보는 사람이면 누가 이녀석이 남자라고 말해주기전까지는 아마 절대 남자라고 생각을 못할것이다.
아무튼 3년만에 만난 달빛에 비친 내 친구 모습은 남자인 내가봐도 아름다웠다.
"자 들어가자 미하엘!"
그녀석은 싱긋 웃으며 나보다 앞서 들어갔다.
그의 안내로 2층 큰 거실방으로 올라와 찻잔에 홍차를 따르고 LP를 틀고 나랑 나란히 앉아 벽난로만 지긋이 쳐다보고 있다.
아마 그도 몇년만에 만난 나와의 시간을 소중히 느끼고 있으리라.
그러던중 침묵을 깬건 나였다.아무래도 계속된 침묵이 부담이 되던 터다.
"월광..소나타네..? 달빛에 조용한방에 분위기 좋군"
그는 입으로 가져가던 찻잔을 멈칫하더니 한모금을 조용히 마셨다 그리고 가만히 찻잔을 내려보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너에게는 베토벤인 모양이네"
나는 살짝 울컥했다.. 내가 아무리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정도를 못알아맞출정도로 교양이 없지는 않는 터였다.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1악장 도입부분 막지나갔자나. 아니야?맞는데?"
그는 당황한듯. "아 그렇지 아 미안 딴생각하느라 말이 헛나왔어"하며 얼버무렸다.
그리고는 다시 찾아온 침묵.. 다시 서로 벽난로를 쳐다보며 말없이 차만 홀짝였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이번에 침묵을 깬건 그였다.
"미하엘"
"응?"
"너는 신의 언어가 어떤 형태일꺼 같니?"
나는 나직하면서 다소 철학적인 그의 질문에 당황을 하며
"신의 언어? 하하. 느닺없이 왠 철학적인 질문이냐?"
그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를 지긋이 바라보다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흐음.. 미안 너의 안부를 먼저 물었어야 하는거였는데 말이야. 내가 이기적이였네"
그 '이기적' 이라는 말이 묘하게 내가슴에 이질감으로 다가왔다.
"너희 부모님들은 잘 계시니? 고등학교 친구들은? 직장생활은 좀 어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러 와인과 양주들이 있는 창잔을 열며 물었다.
"뭐 다 괜찮아. 마냥 좋다고는 할수없지만. 가족이든.. 친구들이든..열심히 살고있어
넌 독일로 돌아와서는 친구들 좀 만나봤니?"
"응, 몇사람 우리집에 다녀갔어. 다들 잘 살고있더라 "
그는 양주 병을 하나 들고 휙돌아보며 물었다.
"위스키?"
"거기 블랙러시안 병도 보이는데? 난 블랙러시안으로 하나줘."
나는 대답하면서 싱긋 웃어주었다.
그는 찬장옆 테이블위에 엎어져있던 컵두개를 곧세우고 얼음박스에서 얼음은 꺼내 잔에 담기시작했다.
"갑작스럽겠지만. 내가 널 부른 이유가 바로 내가 한 질문의 답 때문이야"
"응?내가 보고싶어 부른게아니고?"
그는 하하 웃으며 "물론 그런것이 크지"하고 맞장구 쳤다.
그는 컵에 블랙러시안를 반쯤 담아들고는 내게 건냈고 나는 찻잔을 테이블위로 올려두고 그의 잔을
건내받았다.
"아까 니 질문 말이야. 철학적 질문인거야 아니면 넌센스퀴즈야?"
"음.. 아니아니. 철학적이지도 않고 넌센스는 더더욱 아니지. 나는 진실을 말하는거야"
그는 위스키를 한모금 마시고는 깊은 한숨과 함께 의자에 풀썩 주저앉아 몸을 깊게 파묻었다.
얼마간 위스키를 홀짝이며 벽난로를 쳐다보다가 말을 이었다.
"신의 언어는 음악이야. 정확히는 선율로 이루어져있지. 마찬가지로 악마의 속삭임도 선율이야"
그는 조용히 또박또박 말했지만 왠지 말 속에는 떨림이 있었다.
나는 대화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주제로 흘러가자 살짝 혼란스러웠지만
아무래도 그가 음악을 하고 있고, 게다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피아니스트이기에 자부심에서
본인의 직업에 대한 우회적인(?) 자랑이라도 하려는거겠거니 하며 맞춰주기로 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아담과 이브 부터. 카인과 아벨,아브라함과 야곱 등등 후 예수를 거쳐 현대시대까지
신의 음성을 선율로서 기록하고 전파하는 이들이 있었어."
그는 잔에 남은 위스키를 한번에 털어넣고는 나에게 잔을 흔들며 물었다
"더?"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한잔 더하지 그래? 너의 밤은 긴데말야.."
나는 아까부터 묘하게 그의 말속에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피식 웃으며 내 남은 잔의 술을 입안으로 흘려보내 마시고는 잔을 내밀었다.
그는 나의 잔을 되받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술병들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 두잔을 마저 채웠다.
"뿐만아니라 그들은 다시 선율로서 신의 목소리에 화답을 하게됐지. 뭐 대표적으로 현대에 카톡릭의 찬송가 정도?로 예를 들면 되겠군"
"음악은 국경없는 언어라는 말도 있잖아? 서로 문화와 언어가 다르더라도 음악이 주는 감동은
인간이라면 어디든 통하는법이지. 신과 인간도 마찬가지야. 아니. 음악의 시작부터가 신과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생됐다고 볼수있지."
"음.. 음악가는 그럼 신과 소통할수있는 사람이군?"
나의 질문에 그는 가지런한 하얀이를 드러내며 싱긋 웃곤 대답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어떤게 맞고 어떤게 틀렸지?"
"구체적으로 말해서 모든 음악가가 다 그런게 아니란거지. 신과 소통할수 있는 음악을
할수있는 자는 극히 소수야."
그는 말을 이어갔다.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슈베르트,브라함, 파가니니,차이코프스키 등등 세기를 넘어
많은 음악가들의 음악들이 그 경계점에 닿기위해 하늘을 해치고 나아갔지.
하지만 그 경계점까지 근접한 자는 있어도 그것을 넘은 자는 없어"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
"차라리 그들에게는 그 경계점을 못넘은것이 불행중 다행이야.
만약에 그 경계점을 넘었다면... 그들은 역사에 이름을 새기지 못했을꺼야."
그는 얼음이 다 녹아버린 위스키 잔을 한번에 털어넣고는 말했다.
"그 경계점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에게 사랑 받을수있었던거지.
적당히 아름답고 적당히 감동을 주는.. 인간이 이해할수있는 그 영역 .
그 안에서의 음악이기 때문에 그들은 이 시대까지 음악의 거장이라는 칭송을 받을수 있었던거지"
한숨과 같이 넋두리 하듯이 하는 그의 말에는 어딘가 씁슬함과 서글픔이 묻어있었다.
"아! 그들을 비하하는게 아니야.그들의 능력은 더할나위 없이 훌륭했어. 다만 딱 한가지 그들에게 없는게 있었지.이것은 신과 소통하기위한 필수적인 요소야."
몸속에는 어느덧 알콜의 훈훈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어느덧 나는 이 이야기에 어느정도 흥미가 생겼다.
내가 든 잔을 다 비운 뒤 테이블위로 올려놓고는 자세를 바로 잡고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뭐지?"
그는 내 얼굴을 마주보고는 떨리는 음성으로 나직히 말했다.
"신의 선택"
"흠?"
왜 예술가들은 다들 반쯤은 미쳐있다고 하지 않던가.
이 친구 역시 피아노에 너무 몰입하다보니 정신이 약간은 어긋난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시작했다.
하지만 난 그의 맘을 언짢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나도 모르게 어느덧 내 마음의 일부는 그의 말에 흥미를 느끼며 동조하고 있는것도 사실이였다.
그는 그런 내표정을 찬찬히 살펴본뒤 말을 이어갔다.
"신의 선택은 누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가 재능이 있든 없든, 어느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생각지도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그 선택이 가문에 따라 유전이 되어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문의 대를 잇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그럴경우에는 임의의 일인이 지정되는 경우도 있지.대신 여기에도 단 한가지 조건이 있는데 어떠한 경우도 전수자와 계승자사이에는 사랑이 있어야해. 부모자식간의 사랑이든, 연인간의 사랑이든"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서로 사랑해야한다라.. 하하.. 고리타분한 전제조건 이지만 역시 신 다운데?"
그도 나를 마주보며 생긋 웃었다
"그렇지? 아무튼 그런식으로 세대를 아우러가며 선택받은 자들은 그들의 '임무'를 수행하게되"
" '임무'?"
" 그래. 음.. '임무'라기 보다 '사명'이라고 말하는게 더 정확하겠어."
"구체적으로 어떤?"
"이 땅에 흩어져있는 버림받은 꿈들,고통에 허덕이는 이들의 한숨들을 모아 신에게 전달하는 역활이지"
"뭔가 감동적이군.. 그럼 그런 역활의 댓가는 있는건가?"
"흠.. 댓가라..신의 선택을 받으면 그는 음악을 했든 안했든 음악에 관한 소질이 비약적으로 상승해 못보던 음표도 읽어내리고 어느 악보를 가져다놔도 모든 악기로 다 쳐내지.마음만 먹으면 시대의 최고 걸작을 작곡해 내놓을 수도 있어.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애초에 가진 재능따위는 신은 관심이 없는거지.재능으로 고를 필요가 없었던거지 그래서 세기의 작곡가들이라 해도 그 영역에는 발을 디딜수조차 없었던거야.인간의 재능으로는.."
"그것을 극복해내기 위해 사거리 교차로에서 악마를 불러 영혼을 판 로버트 존슨이나
꿈속에서 악마의 연주를 듣고 악마의 소나타를 작곡한 타르티니같은 부류도 있지.
로버트 존슨은 그의 부정한 거래의 댓가로 생애 말미가 좋지 못했고 타르티니 같은경우는 악마의 선율을 한음절밖에 기억해내지 못했기때문에 꿈속에서의 감동을 그대로 표현해내질 못했어.
그밖에 말할수 없는 많은 음악가들이 영혼을 매개로 경계점을 뛰어넘기를 시도했지만 결국 다 실패했지"
그는 조용히 한숨을 쉬며 말을 이어갔다.
"어쨌든 그게 댓가라면 큰 댓가지.그 재능으로 돈과 명예를 쥘수있으니 말이야. 대신에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지, 신에게 음악을 올리는것은 인간의 대리자로 지정된 이후 십년안으로 끝내야해."
"십년? 그 기간을 넘으면?"
"나도 잘몰라. 다만. 듣기로는 창세기 이후 현재까지 신에게 음악을 올리지 않은 경우는 딱 한번 있었대."
"그 한번이 언제인데?"
"노아의 방주..."
나는 술이 확깨는 기분이였다.
"그럼.. 십년안에 임무를 수행하면?"
"인간의 대리자 한명의 죽음으로 인류는 다시 십년을 살수있지.."
"뭐? 기껏 대리자 어쩌고저쩌고하더니 다쓰고는죽여버린다는거야? 신이?그게 신이야?"
그는 고개를 살짝떨구고는 씁슬히 웃으며 대답했다.
"선택받은자.. 그들은.. 인간의 대리자라기 보다 정확히는 인류의 사제이자..제물이야."
그리고는 벌떡 일어서서 창가로 다가서 창문을 열었다,
가을날의 쌀쌀한 공기가 낙엽내음을 품고 방안으로 몰려든다.
그는 한껏 그 공기를 품어 마신뒤 나를 돌아보곤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아까부터 말하는거지만 그분이 기브앤 테이크가 확실한 분이거든"
나는 뻐근한 목덜미를 붙잡고 고개를 좌우로 꺽었다.
우두둑 거리는 소리와함께 밀려오는 시원함에 몰려오는 잠을 약간은 쫓아낼수있었다.
"아까부터 묻고 싶었던 말인데 그럼 도대체 그 신의 선택을 받는 경계점을 넘어갈수있는 그 '소수'라는 자들이 도대체 누구야?"
그는 내표정을 다시 한번 찬찬히 살피더니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았는데 웃는 미소와는 달리 달빛에 비친 그는의 하얀 얼굴에는 슬픔이 배어져있었다.
"... 이렇게 까지 말했는데 아직 눈치 못챈거야?"
".....?!"
그는 나를향해 똑바로 서서 뒷짐을 지고는 가슴을 한껏 폈다.
그리고 턱을 살짝들어올리곤 나를 향해 당당한어조로 또박또박 말했다.
"고통에 허덕이는 자들의 대변인이자, 버림받은 이들의 목소리 전달자, 인류의 대변인이자
대리권한의 소유자이며 마지막 생존자는 바로 지스카드 가문 19대 손, 얀.K.지스카드.바로 나야.."
나는 잠시 그을 빤히 쳐다보다가 "풋"하고는 실소가 나왔다.
일단 나보다 한참 작은 키에 소녀같은 조그만한하고 이쁘장한 얼굴을 거만하게 뜨고는
나에게 말하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게다가 아무리 21세기의 쇼팽이나 리스트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너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건
아닌가 싶었다.본인이 바흐같은 세기의 명장들을 뛰어넘는다고 하고 싶은건가?
게다가 그는 단 하나의 곡도 작곡하지 않았다 그는 작곡가가 아니라 피아니스트이다.
순간 얀은 불쾌한듯 얼굴을 잠시 찌푸렸지만 짧은 한숨과 함께 곧 원래표정으로
돌아와서 말을 이어갔다.
"정확히 말해서.. 우리 가문이야.. 이제 신에게 올릴 음악을 만들수 있는 가문은 우리 밖에 남질 않았어."
나는 무언가 대꾸를 하려했으나 순간 아까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던 기운이 갑자기 뒷덜미를 타고 뇌로 솟구치며 졸음이 왈칵 쏟아져왔다.
나는 잠을 깨기 위해 뒷덜미를 주물러 댔지만 소용없었다.
"음?... 어... 이상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흐려져가는 시야속에서 얀이 달빛을 받으며 창가 앞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것이 보였다.
정신을 차렸을때 나의 손발은 다 묶여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얀은 피아노 앞에 앉아 나를 보며 씁슬히 웃고있었다.
달빛에 비친 그의 금발은 하얗게 보일정도로 빛나고 있었고 그의 파란눈은 왠지 푸른빛이 더 선명하게 멤도는듯했다.
내가 깨어난것을 확인한 얀은 조용하지만 분명히 들리는 어조로 말했다.
"나의 사명을 깨달은건 내가 18살때였어. 그날은 내가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날이였지.아버지는 몇달은 혼자 방에 틀어박혀서 미친듯이 피아노만 치면서 작곡에만 몰두하셨다.그리고는 그 마지막날에 조용히 나를 작곡실로 부르셨어. 평소에 보이던 광기어린눈 대신 많이 침착해지신 눈빛이더라고.. 그리고는 아무말 하시지 않고 본인의 작곡한 곡을 내게 들려주셨지."
"그 곡은 정말 천상의 소리였어. 그건 단순한 피아노소리가 아니였어. 어떨때는 바이올린,어떨때는 하프,어떨때는 오보에,어떨때는 그 모든것이 이루어져 교향곡처럼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모든 음표들은 살아움직이며 내 몸을 휘감았었어. 나는 환희의 극치에 몸을 떨어야했지. 내 앞에는 천상이 펼쳐졌었어. 단호하게 말하는데 그건 환상이 아니였을꺼야. 난 진짜 천상의 계단을 올랐다구. 음표들이 올라가면 내 몸도 천상을 향해 날아올랐고 천사들이 내주위를 멤돌며 환하게 웃었어. 반면에 음표들이 내려가면 나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괴로움과 두려움으로 몸부림 쳤고 악마들이 나를 가르키며 낄낄거리며 웃었지.그 음악을 들으며 동시에 나는 내가 선택되었다는것과 가문의 사명이 대를 이어 나에게 흘러들어오는것을 알수있었어. "
잠시 회상에 젖는듯 창밖의 달을 한번 처다보고는 한숨을 짧게 내쉬며 말을이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자신의 작곡한 곡을 아들과 함께 신에게 바쳤고 다음날 목을 메어 자살하셨어."
"그리고 십년뒤 오늘. 나도 내가 마무리한 나의 곡을 오늘 신에게 바치려해"
나는 놀라움반 두려움반으로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자..잠깐.. 무슨 말이야?? 아니.. 돼..됐고.. 그래서 뭐 어쩌자는거야"
그는 피아노에서 일어나 서서히 나에게 다가오며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을 했다.
"이제 내차례라는 이야기야. 난 오늘밤 떠나야해. 사명을 완수하고"
그는 잠시 눈을 내리깔고 머뭇거리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너에게 나의 사명을 , 아니 인류의 운명을 넘겨주려해."
"계승자는 반드시 전수자의 마지막곡을 들어야해. 그래야 사명의 인수가 마무리 되지.. 나의 곡을 똑바로 들어주길 바래"
나는 온몸에 피가 빠지는것 같았다. 술기운은 이미 온데간데 없고 머리가 하얘지고 구역질이 났다.
나는 의자에 묶여있는 내 손목과 발목을 풀어보려 발버둥 쳤지만..
애초애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를 않는다. 혹시 내가 마신 블랙러시안이....
나는 속박에서 벗어나려 다시 한번 발버둥을 쳤다.
"제발 이것 좀 풀어줘!!얀!! 너 미친거같애!! 왜..왜 나야?? 선택은 신이 하는거라며!! 니가 신은 아니잖아?!!"
"넌 선택을 받았어."
"무슨소리야 난.. 난 아무것도 보지도 느끼지도 아니 애초애 아무짓도 하질 않았다고!"
"너 이방에서 음악소리를 들었지?"
나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들려오던 음악이 들리지를 않는다.
"무..무슨.... 음악?.그게 뭐 어쩌라고. 같이 들었잖아.?! 그 LP는 니가 틀었잖아!!."
그는 다시 슬프게 웃으며 고개를 떨군다.그의 금발이 찰랑거리며 그의 표정을 가려준다.그는 말했다.
"이방에는... LP가 없어.."
"뿐만아니라 라디오,TV,하다못해 핸드폰도 이방에는 없어"
나는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소리를 낼수있는것은 창가 앞에 있는
클래식 대형 피아노 하나뿐이였다.
이럴수가. 나는 분명 베토벤의 월광을 들었는데??
"내가 말했지? 선택은 생각지도 못한곳에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여러방식중 하나가 음악이 들려올수가 없는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생히 음악이 들려올때거든..
어떨때는 쇼팽.. 어떨때는 모차르트.."
내 앞까지 가까이온 그는 허리를 숙여 내눈을 마주쳐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니면.. 베토벤."
그리고서는 그 가녀린 몸을 내 다리위로 올라타 앉고서는 내 목덜미를 껴안으며 귓가에 얼굴을 가져다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그의 품안에서 쟈스민 향기가 퍼져나왔다. 그의 온기를 느끼자 나의 마음은 어느덧 진정이 되었다.
"오랬동안 기다려왔어. 계승자가 나타나기를.두려웠어. 오늘이 나의 마지막 밤인데.
혹시나 너를 강제적으로 약을 먹이고 무력화 시킨다음 너에게 나의 음악을 들려주면
사명이 계승되지 않을까 ..그게 안된다면 어쨌거나 오늘 나의 음악을 바치면 인류는 십년은
더 살수있으니까 그사이에 기적이라도 일어나지않을까 하는 절실함뿐이였는데.. "
"마지막으로 만난 나의 친구가 계승자라니.. 나도 예상하지는 못했어.."
그는 씁슬히 웃으며 "역시.. 신은 신인가.."하며 나를 껴안았다.
난 그의 온기를 피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의 목덜미에 나의 얼굴을 깊숙히 묻어버렸다.
나는 말했다.
"하지만.. 난 너의 가족이 아니야"
"아까 얘기한말.. 그새 잊었어? 계승자의 다른조건을?"
나는 순간 아무말을 할수가 없었다. 감춰왔던것이 들킨 듯 얼굴을 붉어지고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다.
현실의 나를 생각하면 절대 받아드릴수 없지만 받아드릴수밖에 없는 이 미칠꺼 같은 순간과
현실에 온몸이 알수없는 감정에 부들부들 떨려왔다.
"나와 있는동안 신의 계시를 들었다는것은..곧 나와 공명했다는것.. 그리고 그 공명됨의 조건은..."
그는 얼굴을 천천히 들어올려 나와 다시 마주보았다 하지만 내 목덜미를 껴안고 있는 손은 풀지 않았다.
얀과 나의 얼굴은 서로의 호흡이 느껴질정도로 가까웠다.
그의 파란눈이 나의 눈을 슬픈듯이 바라보다 서서히 가까워졌다.
"고마워. 그리고..."
뒷말은 잇지 못했지만 나는 그가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를 이미 알것 같았다
그의 큰눈은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해져 있었고 그는 가늘게 떨며 울먹이고 있었다.
눈이 서로 마주치자 약속이나 한듯 얀과 나의 입술이 포개어졌다.
서로 뒤엉키는 입술과 혀사이로 얀의 눈물이 흘러들었다.
십년을 기다렸지만 단 하루뿐인 순간.. 나도 같이 울며 미친듯이 그의 입술을 부벼댔다.
-뎅. 뎅.
그순간 시계종이 11시를 알리는 종소리를 울렸다. 그는 나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한뒤 눈물을 훔치며 나의 품에서 일어섰다.
"이제 해야만해."
떨리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하며 피아노로 걸어갔다.
"얀. 안돼. 하지마! 그냥. 그냥..하루만이라도 더 기다려보자.!응? 혹시모르잖아.!!"
"나의 아버지가! 나의 할아버지가! 나의 증조부가! 그 위가! 그 위가!
피흘려 희생해가며 유지해왔던 이 가문의 사명을 오로지 나 하나만의 두려움으로!!...
또는 사랑으로.. 모른척 할수없어!!.."
"내가 없어져야 내일이 있어. 오늘 떳던해가 내일도 뜨고 또 지겠지.
그래..그렇듯 세상은 아무 변한게 없을꺼야.
....그러한 평범함이 선물이라는것을 인간들은 알까?"
그는 사명감과 인간으로서의 두려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두려움으로 떨리는 손 맞잡은채 가슴에다댔다가 고개를 치켜세우며 외쳤다
"지스카드 가문 19대 손 얀.K.지스카드!! 시작합니다!!!"
그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창밖의 달이 급격히 커지더니 꼭 그의 연주를 들으려 하는듯이 발코니 창가에 바짝 붙어있었고 달빛에 그의 몸은 푸르게 반사되며 주변을 환히 비추기 시작했다.
달이 그를 품은듯 그의 실루엣은 흡사 달 속에 그가 피아노와 함께 안아있는듯한 환상마저 심어주었다.
얀도 놀란듯하다. 그의 작은 어깨는 두려움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는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솔직히 무서워..이제 진짜 마지막이니까"
"얀!!"
그러나 그는 나를 외면하고 두눈을 질끈 감고는 다시 외쳤다.
"버림받은 자들의 절망!!"
"선량한자들의 아우성!!"
"희망과 사랑은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쓰레기와같아져 버렸지만!!"
"신이여!! 이 선율의 불꽃으로 내 영혼을 불살라 당신께 바치노니!!인류에게 평화를!!!"
그리고서는 비장한 음성과 함께 푸른섬광이 번뜩이는 눈으로 나를 보며 외쳤다.
"들려줄게. 나의 곡을!"
그는 가느다랗고 긴 손가락을 피아노 건반위에 올렸다.
잠시 짧은 한숨위에 건반이 울리며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의 말 그대로였다. 연주가 시작됨과 동시에 나는 정신이 환희로 아득해짐을 느꼈다.
눌리는 건반마다 형형색색의 음표들이 눈에 시각화가 되어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방향으로 같이
퍼저가는것이 보였다
그 음표들이 내몸을 때리며 소리를 낼때마다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기쁨의 절규를 짖어댔고 귀로 들리는 음악이 아닌 내 온몸으로 아니 내 영혼으로 음 하나하나가 스며들며 평생 맛보지 못한 쾌락으로 나를 이끌었다.
나는 극도의 카타르시스 속에서도 그을 바라보려 애를썼다.
얀은 미친듯이 건반을 쳐대고 있었다.
손끝이 갈라지고 손톱이 터져서 건반에 피를 튀겨가며 치고있었다.
그는 손끝의 고통을 아무 상관없다는듯이 미친듯이 건반들을 때리고 있었지만 정작 들려오는 음악은 감미로웠고 때론 조용했고 때론 웅장했으며 거침없었다.
얀의 음악은 인류의 전쟁으로 인한 선량한자들의 죽음, 기아로 허덕이는 아이들. 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연주하였으며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착한이들의 인내와 노력 부터 인류의 미래 평화를 소원하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 음악을 들으며 아니 느끼고 보며 나는 얀과 같이 웃고 같이 울고 같이 기도했다.
연주가 계속되는 동안 얀 주변에는 밝디밝은 둥근 원형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것들은 서서히 날개달린 인간형상을 뛰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번식 날개를 퍼덕일뿐 얀주변에서 연주를 조용히 들으며 연주가 끝나기를 기다리는듯했다.
어느덧 연주가 클라이막스를 지나 마무리 무렵 그중하나가 얀의 등뒤에 섰다.
그의 손에는 낫 처럼 생긴 작은 단검이 들려져있었다.
그는 한손으로는 얀의 머리 카락을 부여잡고 다른 한손에 든 단검으로 얀의 목에 가져다 대었다.
얀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주에만 집중하면서도 그의 손길에 따라 서서히 고개를 들어올리며 목을 내밀었다.
"나는...."
얀은 멍한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쥐어짜내듯이 말했다.
"..당신을... 원망합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한방울 뺨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 순간 얀의 손가락은 마지막 음표의 건반을 눌렀고 그 순간 등뒤의 천사는 얀의 목을 일직선으로 그었다.
- 쉬익-. 쉭.
갈라진 얀의 목에서 분수처럼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얀은 피를 한껏 뿜은뒤 제단 옆으로 던져진 염소 시체마냥 피아노 옆으로 풀썩 쓰러져 버둥대며
나뒹굴었다.
피는 계속 뿜어져 나와 바닥을 붉게 물들였으며 얀은 상처입은 작은새처럼 잠시 바르르 떨다가
이내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끼야야야야야악!! 끼야야야악!!!!
-꺅!! 끼야약!!
얀 주변의 천사들이 귀가 째질듯한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마치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듯한 소리? 정신이 다시 혼미해졌다.
차라리 기절해버렸으면 좋을정도로..
아니. 비명이 아니라 사실 그것은 그들의 기쁨의 환호성이란것을 나는 알수있었다.
그들은 얀이 뿜은 피안개 속에서 피를 뒤집어쓰며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눈은 결코 웃고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눈은 이제 나를 쳐다보기 시작한다는 것을 나는 분명히 알수가 있었다.
마치 다음은 너라는듯이..
오늘도 지구는 평화롭습니다.
첫댓글 하하 밤이라서 엄~청 무서웠는데 이거 보고 공포가 싹 가셨네요~.
응? 아니 잠깐. 이 소설 충분히 재밌고 무서운데 그럼 난 얼마나 무서운 생각을 한거지? (중얼중얼) 어쨌든 재밌습니다!
잘 보셨네요! 공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기묘하고 재밌는 그런 이야기로 풀어가려고 노력중입니다!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미있습니다.^^
제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