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 14호 : 부산항 패러다임
지은이 : 김대성, 김만석, 박유빈, 배수연, 이소회, 이향지, 구모룡, 박향, 안지숙, 구성철, 정고은, 정민구
쪽수 : 208쪽
판형 : 148*225
ISBN : 979-11-6861-766-7 (03800)
ISSN : 2765-7167
가격 : 16,000원
발행일 : 2026년 10월 27일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비평론
국내도서 > 잡지 > 교양/문예/인문 > 인문/사회
국내도서 > 잡지 > 교양/문예/인문 > 문예지
책 소개
▶ 개항 150년, 닫힌 표상 너머 여러 겹의 부산항
주류 담론에 반격을 가하고, 담론의 지형을 재구축한다는 취지로 2020년 6월 창간한 반년간 문예비평지 『문학/사상』이 14호를 발간한다. 14호는 개항 150주년을 맞은 부산항을 새롭게 사유한다. 1876년 개항 이래 부산항은 개항장의 유곽에서 해방기 귀환동포와 피란민의 달동네, 베트남전쟁 이후 ‘월남난민’의 임시 체류지에 이르기까지 타자와의 접촉 속에서 그 배열과 질서를 바꾸며 움직여온 공간이었다. 이번 호는 부산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부산항의 고유한 시간성을 펼쳐 보인다.
김대성의 「소가 하늘을 나는 항구—김동리, 「밀다원 시대」(1955)와 김숨, 『잃어버린 사람』(2023)을 나란히 놓아두고」는 ‘개항’ 150주년을 맞은 부산항의 공간성을 열림과 닫힘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읽는다. 김대성은 「밀다원 시대」가 피란도시 부산에 새겨 넣은 ‘땅 끝 의식’이 실제로 가장 많은 것이 드나들던 항구를 막다른 자리로 봉쇄한 서울 중심의 헤게모니 언어였음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이어 1947년 9월 16일 하루의 부산을 그린 김숨의 『잃어버린 사람』에서 주인공도 도착도 없이 인간과 비인간이 뒤섞여 흐르는 다중적 항구의 형상을 찾아낸다. 이 과정에서 소와 물고기, 콜레라 같은 비인간 존재들이 열린 항구의 중요한 행위자로 불려 나온다.
김만석의 「총파업과 ‘불(빛)’의 레이어—항구도시 부산의 역사적 정동으로서 불에 관하여」는 바다의 원리가 질적으로 변화하는 개항의 시점으로 되돌아간다. 김만석은 『조선국해관세목』(1883)의 해관 세칙과 동래부 연회 기록을 세심히 살핀다. 이를 통해 박래품을 단순히 이식된 상품이 아니라 식민지 근대 자본주의와 부산(항)이 조우하는 적극적인 번역의 흔적으로 읽어낸다. 나아가 1921년 부산 부두 노동자 총파업이 항구를 ‘정지’시키며 항쟁의 신체성을 배후지 전체로 확장한 사건이었음을 밝힌다. 그리고 홍사용의 「봉화가 켜질 때에」를 통해 타오르는 ‘마음의 불꽃’을 항구도시 부산의 역사적 정동으로 제시한다.
▶ 말과 침묵, 노동과 공동체 사이에서
시에는 박유빈, 배수연, 이소회, 이향지의 신작시를 각 2편 수록하였다. 소설란에는 박향의 「언어의 효능」과 안지숙의 「웅녀와 다이소 호랑이」가 실렸다. 「언어의 효능」은 아파트 게시판에서 ‘그러므로’로 정의(正義)를 설파하던 이웃과 요양병원 병실에서 욕설과 훈계로 맞서는 두 노인의 이야기를 겹쳐 놓는다. 그리하여 논리와 정의의 언어가 실패한 자리에서 비로소 작동하는 말과 침묵의 효능을 묻는다. 안지숙의 「웅녀와 다이소 호랑이」는 시력을 잃어가는 동화작가와 하루를 함께 걸은 그림작가의 시선을 따라간다. 떠나간 관계의 흔적과 붙잡힘의 감각을 통해 비어 있는 중심을 다시 그려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작가론에서 구모룡은 「사유하는 노동과 시인의 길―백무산의 시 읽기 초(草)」를 통해 백무산의 시집을 첫 권부터 차례로 다시 읽으며, 잘 알려진 ‘노동자-시인’의 잣대에서 벗어나 시간과 혁명을 사유해온 그의 시학을 조명한다. 쟁점-서평에서 구성철은 『문화대혁명의 혁명적 문화』를 통해 문화대혁명을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과 그 자기소진이 공존한 역사적 실험으로 다시 읽고, 그 실패가 개혁개방이라는 ‘역전’으로 이어진 과정을 짚는다. 정고은은 『부산지역 공동체운동의 원형을 찾아서』를 통해 야학에서 마을공동체운동에 이르는 부산 공동체운동의 역사 속에서 ‘자립’과 ‘기대며 살기’가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발견한다. 이어 정민구는 『포스트서정시의 징후들』을 통해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이라는 서정시의 신화를 들춰내고 새로운 시가 도래하는 자리를 탐색한다.
『문학/사상』 14호는 개항 150주년의 기념과 축제 너머에서 부산항을 통해 열림과 닫힘, 동원과 귀환, 노동과 저항, 인간과 비인간의 얽힘을 새롭게 묻는다. 배가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떠나기 위해 정박하듯, 이번 특집은 ‘땅 끝’이라는 오래된 표상 바깥에서 항구를 다시, 여러 겹으로 열어두는 비평적 정박이 될 것이다.
연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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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다만 그 절박함 하나를 항구 전체의 표정으로 걸어두는 순간, 우리는 그 계단 아래, 그 다방 바깥에 있었던 훨씬 많은 존재들—매축지의 소와 물고기, 이름을 얻지 못한 아낙들, 도착하지 못한 채 사고로 생을 마감한 이들—을 다시 지워버리게 된다. 150주년이라는 특별한 시간은 새로운 닫힌 기원 하나를 더 세우는 일이 아니라 이 항구를 다시, 그리고 여러 겹으로 열어두는 일과 이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숨이 내어놓은 『잃어버린 사람』이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절망도 희망도 아닌, 닫히지 않은 채로 견디는 법이다.
_김대성, 「소가 하늘을 나는 항구—김동리, 「밀다원 시대」(1955)와 김숨, 『잃어버린 사람』(2023)을 나란히 놓아두고」
계몽의 빛과 자본의 판타지, 마음의 불꽃이 완전히 구별되는 것일 수는 없다. 이 세 가지 빛과 불은 사실상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계몽과 자본이 취약함을 가려버리는 데 반해, 마음의 불꽃은 그 취약함을 통해서 밝혀지는 정동에 해당한다. 달리 말해, 계몽과 자본이 초래하는 착취나 수탈로부터 마음의 불꽃이 점화된다.
_김만석, 「총파업과 '불(빛)'의 레이어—항구도시 부산의 역사적 정동으로서 불에 관하여」
그만큼 시인의 시간은 많은 경험과 사유를 내장하는데 그가 만든 길과 “길 밖의 길”을 투사하고 나아가 타자의 입장에서 읽는 과정이 남겨졌다. 무엇보다 우리는 1984년 시인의 탄생을 노동자-시인이라는 신원과 동일시하는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험을 표현하고 사유를 통하여 시적 지평을 확장해 온 그의 시학을 다시 읽는 작업이 요긴하다.
_구모룡, 「사유하는 노동과 시인의 길—백무산의 시 읽기 초(草)」
저자 소개
김대성
비평가. 비평집 『무한한 하나』(2016)와 『대피소의 문학』(2019)을 펴냈으며 1인 출판사 '곳간'을 꾸린다. 『문학/사상』 편집위원으로 활동한다.
김만석
문학평론가. 『문학/사상』 편집주간.
박유빈
2000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났다. 2024년 《국제신문》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성질머리하고는』이 있다.
배수연
2013년 《시인수첩》으로 등단. 시집 『조이와의 키스』, 『가장 나다운 거짓말』, 『쥐와 굴』, 『여름의 힌트와 거위들』이 있다.
이소회
201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오오』.
이향지
1989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구절리 바람소리』,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내 눈앞의 전선』, 『햇살 통조림』, 『야생』, 『내 눈앞의 전선(복간본)』 등. 현대시 작품상 수상.
구모룡
문학평론가. 『제유의 시학』,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폐허의 푸른빛』 등의 저서가 있다.
박향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세계문학상 대상, 현진건문학상, 요산김정한문학상, 부산소설문학상, 부산작가상 수상. 작품집 『영화 세 편을 보다』, 『즐거운 게임』, 『좋은 여자들』, 장편소설 『얼음꽃을 삼킨 아이』, 『에메랄드궁』, 『카페 폴인러브』, 『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 누가 알겠어』, 『희주』, 에세이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 출간.
안지숙
신라문학상 수상 등단. 아르코창작지원 수혜, 요산김정한창작지원 수혜, 부산작가상 수상.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데린쿠유』, 『우주 끝에서 만나』, 『스위핑홀』 등 다수.
구성철
창원대학교 중국학과 강사이자 2026년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로, 평소 한중관계의 중장기적 변화에 주목해 왔다. 최근에는 반중정서의 기원 탐색과 정치적 진화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정고은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선임연구원. 2024년 「신자유주의 시대의 노동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랑하고 저항하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지은 책으로는 『광장 비판』(공저) 등이 있다.
정민구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지역의 시인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지역의 문학 현상에 대한 관심과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실천에 옮기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김남주 시인의 삶과 문학정신』(공저), 『문병란의 시와 세계』(공저) 등이 있다.
목차
『문학/사상』 14호를 내며
∏ 비판-비평
소가 하늘을 나는 항구—김동리, 「밀다원 시대」(1955)와 김숨, 『잃어버린 사람』(2023)을 나란히 놓아두고
김대성 문학평론가
총파업과 ‘불(빛)’의 레이어—항구도시 부산의 역사적 정동으로서 불에 관하여
김만석 문학평론가
∑ 시
유실물/수도원
박유빈 시인
사용자 환상/,
배수연 시인
날개의 언어/반경
이소회 시인
소용돌이 서사/땅 위에서의 서사
이향지 시인
∬ 작가론
사유하는 노동과 시인의 길—백무산의 시 읽기 초(草)
구모룡 문학평론가
∮ 소설
언어의 효능
박향 소설가
웅녀와 다이소 호랑이
안지숙 소설가
∞ 쟁점-서평
문화대혁명과 개혁개방이 가져온 중국의 역전
『문화대혁명의 혁명적 문화』, 알렉산드로 루소
구성철 창원대 중국학과 강사
‘자립’과 ‘기대며 살기’의 공존
『부산지역 공동체운동의 원형을 찾아서』, 부산지역운동사 발간위원회 엮음
정고은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선임연구원
서정시의 (비)동일성, 그 속살을 들춰내기
『포스트서정시의 징후들』, 오문석
정민구 전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