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와 모욕의 언사는 어떤 경우든 쓰지 말자.'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10대 초반에 만든 '정신적 귀족(貴族)이 되기 수칙' 가운데 하나다. 워싱턴은 27세에 버지니아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40년 가까이 이 수칙을 철저히 지켰다고 한다.
▶처칠 전 영국 총리는 모욕을 유머로 갚은 일화로 유명하다. 영국 첫 여성 하원의원 낸시 애스터가 면전에서 "당신이 내 남편이었다면 당신 커피에 독을 탔을 것"이라고 쏘아붙이자 처칠은 "내가 당신 남편이었다면 그 커피를 마시겠다"고 응수했다. 노동당 여성 하원의원 베시 브레독이 "당신은 술에 취했고, 그것도 역겹도록 취했다"고 공격하자 처칠이 되받았다. "당신은 못생겼고, 그것도 역겹도록 못생겼다. 그런데 내일 나는 술이 깰 텐데 그때도 당신은 여전히 역겹도록 못생겼을 것이다."
▶우리 정치권에선 유머나 품위 있는 농담을 듣기 힘들다. 정적(政敵)에 대한 비하와 저주의 말들만 흘러 넘친다. 지금 여당이 야당일 때 한 의원은 대통령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한다'고 하고,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등신 외교'라고 했다. 지금 야당 의원들은 전(前) 대통령을 '쥐박이' '땅박이', 현(現) 대통령을 '바뀌네'라고 부르며 앙갚음을 했다.
▶새정치연합 장하나 의원이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당신은 국가의 원수가 맞다"고 했다. 한글 '원수'가 한자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거의 상반된 뜻을 가진다는 것은 어린 학생들도 다 안다. '元首(원수)'는 국가 최고 지도자란 뜻이고 '怨讐(원수)'는 '원한이 맺힐 정도로 자기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라는 뜻이다. 국민은 장 의원이 둘 중 어떤 뜻으로 이 말을 했는지도 다 안다. 장 의원은 교묘한 말장난으로 대통령에게 저주를 퍼부었을 뿐 아니라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 얼굴에 침을 뱉었다.
▶장 의원은 야당이 지난 총선 때 '새 피를 수혈해야 한다'며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뽑은 청년 대표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국정원 댓글 의혹을 이유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헌법을 지켜야 할 국회의원이 '헌정(憲政) 중단'을 불러올 주장을 한 것이다. 다른 청년 대표 의원은 SNS에 음란한 글을 올리고 "올해의 소원은 명박 급사"라며 대통령을 저주하는 글을 퍼 날랐다. 이들의 까마득한 정치 선배인 김재순 전 국회의장은 "견식이 깊은 사람일수록 적을 비난하지 않는다. 적이기 때문에 한층 후대하기도 한다"고 했다. 장 의원 같은 설익은 정치인에겐 '소 귀에 경 읽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