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고향의 봄
석야 신웅순
문인협회 여름 축제에 다녀왔다. 행사 브레이크 타임에 피아노 트리오 연주가 있었다. 고향의 봄이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왜 우리는 아리랑과 고향의 봄을 들으면 눈물이 절로 솟는 것일까.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이원수 작시, 홍난파 작곡
내 고향은 산골 마을이다.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꽃, 어렸을 적 친구들과 놀았던 산골 마을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왜 그리도 서러운지 모르겠다. 4분의 4박자에 내 어렸을 적 고향이 다 들어있는 것 같다.
하늘과 산은 4분 음표요, 강과 들은 2분, 8분 음표요, 우리 마을은 4분 쉼표이다. 뻐꾹새 소리 들려오고 강물소리, 솔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무대 뒤에는 산노을과 산그늘, 복숭아꽃, 살구꽃, 멀리선 흰구름 몇 점도 보인다. 피아노 3중주가 빚어낸 내 유년의 뛰놀던 마을이다.
이 지독한 향수병을 누가 내게 주고 갔는가. 풋복숭아, 풋살구를 그냥 따 먹었을 뿐 가슴은 왜 붉게 물이 들고 저려오는 것인가. 이제는 가슴을 경유하지 않고 가버리는 봄비, 봄바람, 저녁해들이다. 이제와 왜 그런 것들은 그냥 지나갈까. 서러운 게 있는가. 아픈 게 있는가. 고향은 이슬 같은 첫사랑, 빗방울 같은 사랑의 끝, 아니 우리들의 영원한 눈물 같은 사랑이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동안 고향은 너무 멀리 있었다. 아니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세상일 뒤로하고 인생 텃밭을 가꾸는 메마른 초로의 가슴이다. 내 무슨 면목이 있어 청산이 될 것이며 구름이 될 것이며 바람이 될 것이냐.
젊어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듣지 못했던 것들이 들려온다. 적막도 보이고 해조음 소리도 들려온다. 그나저나 이제 와서 만추의 외로움을 어찌 달랠 것이냐.
가슴에
일생
떠있는
달인지 몰라
가슴에
일생
떠있는
섬인지 몰라
그래서
하늘과 바다가
가슴에
있는지 몰라
- 신웅순의 「내 사랑은 12」
고향은 내 가슴에 일생 떠있는 달이며 일생 떠 있는 섬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하늘과 바다가 가슴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은 이슬, 빗방울, 눈물 같은 아슬아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여여재, 석야 신웅순의 서재, 2023.7.7.
첫댓글 고향의봄 !
어느누가 그봄을 못잊어하지 않겠슴니까
내고향 산촌 양지고을에도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 찔레꽃 개나리가 무리지어 피어 오르고
냉이 씀바귀 돌나물 쑥 민들레 머위들이 지천으로 널려있고 시냇물에는 장어 미꾸라지 붕어 가재 고동 우렁이 들이 그득했었슴니다
뒷동산에는 벌겋게 익은 알밤이 떨어저 딩굴어 다녔고 앞마당에는 배감이 홍시가 되어 바람 부는날에는 마당을 벌겋게 물들였슴니다
이따금 내고향 뒤뜰 호야나무에 매달렸던 달이 찾아와 가로등에 가려 밤늦게 집에 오는길을 흐미하게 비출때는 두고온 고향소식이
그리워질때가 있슴니다
고향은 모든이의 것이기에 모두가 그리워 하나 봅니다
좋은글 읽다보니 넋두리가 된것 같음니다 좋은글 잘읽었슴니다 다음글이 기다려 집니다
碩峰 蔡 聖 昭 (춘암)
삶이 고향도 멀게 하고 옛 친구도 멀게 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