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두 건강은 어떠신지요. 저는 심한 기침을 앓고 있어요. 따뜻한 물 자주 드세요. 모두...
1. 아는 여자애의 상처난 등을 본 일.
제가 얼마전 꾼 꿈입니다.
그곳은 누군가의 집같아요. 빌라이거나 한옥의 일부가 보여요. 꿈의 시작은 거실에서 방으로 들어가는 문을 통과하며 시작돼요.
주방겸 거실을 분리하는 식의 구조같기도 하고 문틀은 따뜻하고 온화한 나무색이고 유리는 두툼한 간유리라서
소음도 빛도 한톤 잦아드는 느낌이들어요. 그 문밖에서도 빛이 느껴져요. 한 낮의 따뜻한 빛이예요.
여자 셋이 그 방으로 들어가요. 그 방에 식탁이 있는 것 같아요.
아마 우리들은 누군가의 집에 간 것 같아요. 특정 모임을 이유로 잠시 빌린 집같기도 하고.집들이 같기도 해요.
그 중 한 여인은 저와 평소에 절친한 사이고 한 명은 우리 두 사람다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예요.
타인에게 평소에 상처를 주는 사람이라고 해야하나...
여하튼 그 여자분이 방으로 들어왔고 무슨 이유인지 제가 긴팔 티셔츠를 들어 올려 등을 보여줘요.
(이 꿈은 소리가 없어요. 빛과 형상들만 있어요)
등을 보니 무수한 상처들.
깊은 상처가 아니라 얕은 상처들이 등판 여기저기에 가득 해요.
누군가가 손톱으로 할퀸 것도 같고 얇은 톱니 칼로 긁은 것도 같고.
그 모습은 빗방울이 창을 할퀴며 떨어지는 그런 모습 처럼. 피가 맺혔다가 상처로 겹겹히 쌓여있어요.
어깨와 등 윗부분을 중심으로요.
그렇게 깊이 아파보이지는 않지만 그것이 검붉은 펜으로 등에 사선 체크무늬 그림을 그려놓은 듯 빡빡헤요.
딱지가 아물고는 있으나 어찌 해줘야 하는 상황 같아서
저는 그 등에 약을 바르는 것 같아요.
저와 함께한 절친한 여자분은 가만히 있어요.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앉아서 책을 보거나 티브이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는 등. 제 시야에서 약간 아랫쪽인데 나름대로 평온해보이고요.
제게 등을 맞긴 여자분은
제게 의존하려는 것도 같고. 아무 생각도 없는 것 같고 그냥 하나의 덩어리. 양감으로 다가와요.
기억에 남는 것은 속살이 생각보다 희고. 살갗이 두툼하고. 살이 꽉찬 몸이고 아직 어린아이 같은 그런 느낌이예요.
여성스러운 몸은 아니고 감정이 손상된 하나의 덩어리 같은 느낌.
평소에 남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인데... 정작 그 자신이 상처 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깨고 나서...
한편, 내가 그녀를 사랑해주어야 하나 고통스럽기도 했어요. 정말 힘든 사람이거든요.
2. 아는 동생 집에 가서 그 동생의 할머니와 남동생의 일상을 본 일.
이번 겨울 2월에 꿨어요.
한번도 가본적이 없지만 실제 친한 사이인 여동생 집에 제가 가 있어요.
그들 모두 제가 와 있거나 말거나 그리 상관하지 않고 자기네 일상대로 생활하고 있어요
그 집엔 그 여동생의 할머니, 남동생. 그 여동생이 있어요. 집은 낮이지만 전구를 하나도 켜놓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어두워요. 한낮의 어둠과 적요감.
그집은 아파트인데 내부는 신식이 아니예요.
거실바닥이 맨들거리고 그 위엔 놀이방 매트 같은 것이 (옥색) 깔려 있고
방이 있는데 미닫이문이고 유리문이예요. 그래서 바닥에 레일?이 있어요.
그 집 할머니가 창문 밖만 보고 있어요. 식당이나 상가에서 간이로 연기를 뺄때 쓰는 두꺼운 회색 파이프관 같은 걸
창문에 연결했다고 해야하나. 얼핏보면 아주 큰 천체망원경 같은 모양이예요.
딱봐도 그냥 허술하게 만들었구나 싶은 그것을 창문에 뚫어서 연결해놓고 그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는 거죠.
마치 세상을 탐색하듯.
관찰자 같아요.
약간 넋이 나가뵈시기도 하고. 창밖엔 구름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요.
그리고 동생은 방에 누워 있어요. 나이든 남동생이더라고요. 그냥 누워 있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그 여자동생은 자기 동생이 누워있는걸 보면서 그냥 지나다녀요. 그리 편안한 표정은 아니예요.
제가 아는 그 여동생은 주방을 들어갔다가 방에 들어갔다가 하며 들락거려요.
주방에서 음료같은 것을 (차) 가져다 먹고 컵을 들고 오가는 것 같아요
(그냥 이 꿈을 꾸고. 나중에 몇 사람 모인자리에서 그 꿈 이야기를 했더니.
제게 그 집이 자기 집과 같다고 했어요.
그런 문이래요. 집의 문이. 바닥에 매트가 옥색이 깔려있고. 할머니는 하루종일 통유리 베란다에 앉아서
밖을 보시기만 한대요 치매가 좀 있으시고. 남동생은 그런식으로 누워있고...
그래서 제가 왜, 그 할머니와 동생만 나왔을까 물으니.
자기가 가장 자기 집에서 신경을 많이 쓰는 두 사람이고 자기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사람이라고...)
3. 아는 언니가 동생들 머리 땋아주는 것을 바라보는 꿈
그 이야기를 하다가 기억난 꿈인데 이건 십 수 년 전 꿈이지만 선명해요.
학교 선배언니네 집엘 제가 갔어요. 물론 꿈에서요.
그집은 한옥이고 마당이 있는 낡은 집인데 마루에 그 언니가 앉아서 동생들의 머리를 빗어주고 있어요.
그 언니는 평소에 무척 예쁘고 깜찍하게 생겼고 당찬 언니인데 그 언니가 그렇게 다소곳하게 동생들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는 모습이 조금 생경해요.
동생들이 일렬로 서 있어요. 동생이라고 하는데 정말 많더라고요. 지금 기억이 안 나는데 당시 그 꿈을 꾸고 그 언니에게
몇 명인지 말했더니 자기 동생들이 그렇대요.
지금 기억으론 그 동생들이 일곱인가?
그런 동생중에 여동생들은 머리가 길고 언니는 그 여동생들 머리를 땋아주고
한 명의 머리를 다 땋으면 다음 아이가 머리를 땋아요.
저는 그것을 마당 대청마루에서 구경해요. 아무것도 안 하고 구경만하다가 깼어요.
그 꿈을 꾸고 아무생각없이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나서 언니에게 꿈 이야기를 하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자기가 동생 많은걸 밝힌 적이 없는데 제가 그걸 꿈에서 본것.
그리고 이번에 이사를 하느라 고생을 했대요. 동생들을 줄줄이 데리고 자기 혼자 이사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님 얘긴 서로 말하진 않았어요. 언니가 가장 노릇을 하는 것으로 보였어요 꿈에선)
"내가 혼자 많이 힘들었는데 네가 꿈을 대신 꿔주었구나."라고 언니가 말했어요.
평소 아주 친분 있는 사이는 아니지만 함께 영화 모임 같은 걸 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종종 나누기도 하는 사이였는데
그 꿈을 꾸고 난 뒤 유대감이 생겼어요.
첫댓글 과거 두 꿈들은 타인들의 삶의 풍경을 들여다보는 꿈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거같아요. 자분자분 얘기해주시는 시작님의 톤 때문에 나도 모르게 스르르 꿈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거 같아요. 첫번째 꿈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삶의 풍경까진 모르지만, 그 대하기 힘든 여자분의 내면의 풍경을 보여주는... 등이라는 표현에서 분명 감추고 싶은 내면의 상처가 느껴져요. 어쩌다 그렇게 성정이 강팍하게 굳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저렇게 아픈 생채기들을 등에다 담고 살다보면 거칠어지고 사나워지고 방어적이 되겠지요. 굳이 친하게 지내라고 하긴 뭣하지만, 모르죠, 어떤 기회에 어떤 유대감을 나눠가질 기회가 생길지.
하지만 이런 꿈을 꾸고나면 그분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시작님의 따스한 시선, 애정과 연민의 시선이 그 분 마음에 새 살이 돋게 하는 연고가 될 수도.. 애틋한 느낌을 주는 꿈이에요...^^
붉은 루핀님의 글에서 느껴지는 직관... 꿈을 통해 얽힌 마음을 풀어내고 닫혔던 마음을 열게도 된다니 꿈이 참 신비스럽네요. 그 꿈을 꾸고 난 뒤 그 사람을 볼 때 느껴지던 어둠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정도 묽어졌어요. 붉은루핀님 말씀대로 그분이 강팍하고 거친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자기상처가 아파서 그러는 것이구나. 라는 곳에 이르자 오히려 제가 미안하고. 모두 그를 피하라고 하는데도 제법 따뜻한 시선인 제 자신이 갑갑한 순간도 있엇는데. 이번에 저런 사람 쳐다도 보지 말자 다짐할 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꿈을 꾸고 난 뒤. 함꼐 꿈에 나온 사람에게 이야기 하니. 우리의 닫았던 마음을 지금은 아니더라도 열어보자고...
꿈으로 현실을 풀어가는 것...이 새로운 시도예요. 꿈속에서 저는 관찰자인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저도 하나의 주체가 되어 관계속에서 운동할 때는 새로운 느낌이 있어요.
등에 난 상처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타인에 의한 상처일 거란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고 뒤에서 모두 피하는 게 있는데 어쩌면 그녀도 그 시선을 등에 짊어지고 사는 것은 아닌가도 싶고요.
상처받을까봐 다가가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사라졌어요. 그냥 꿈에서처럼 염려하는 시선. 따뜻한 마음만으로도 사람과 사람은 회복되고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겨요.
오늘 갑자기 바람이 더 차갑네요. 봄인데... 감기 조심하세요.
내 꿈이라면 일단 세명이란 숫자가 가슴에 와 닿아요. 지난 시간에 신화 채팅을 할 때, 3이란 숫자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어요. 요즘은 숫자가 무언가 우주의 리듬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3은 어떤 의미에서는 온전한 우주를 구성하는 것 같아요. 셋이 모여서 하나의 온전한 우주를 구성하는 거지요. 나와, 상처입은 사람과. 상처에 무관심한 사람이 이루어내는 묘한 삶의 구조가 느껴져요. 셋이 묘하게 얽혀서 삶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 같아요. 남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등에 그 만큼의 상처를 안고 있어요. 등은 내 손이 닿지 않고 내가 볼 수는 없어요. 그러나 그 상처를 느낄 수는 있지요.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는
영역이 등인 거지요. 남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도 마음으로는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자신의 내면에 쌓인 분노를 어찌하지 못해 남에게 말을 해 대는 거겠지요. 무의식에 사로잡혀 상처 주는 말을 할 때가 있어요. 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는 몸이 유머러스해 지니까, 그렇게 남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도 그렇겠지요. 상처를 주는 사람은 지금 나를 사랑해달라는 절규를 그렇게 표현하는 것도 같아요. 참 어려운 일이에요. 꿈에 나오는 동성은 다 나의 그림자로 해석을 하더군요. 꿈꾼 나를 투사해서 등에 상처난 꿈속의 나(나의 내면)를 돌아보고, 일단 깊은 명상과 기도를 하면서
지금 내가 상처입었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는가를 돌아보고, 나를 위로해 주겠습니다. 이게 꿈 투사에서 분석을 거쳐, 꿈 명상으로 가는 꿈 공부의 길인 것도 같아요.
꿈에 나오는 동성은 나의 그림자...처음 알았는데. 문득 그 장면 세 명의 사람이 모두 나라는 관점에서 그 꿈을 보니. 정말 새로운 마음의 길이 열리는 느낌이네요. 타인의 상처는 감싸고 품으려고 해놓고 막상 제 자신의 상처에는 무심한 제 자신을 보게 돼요. 나를 위로해줄 용기는 나지 않아요. 저는 저를 많이 혼내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나를 먼저 사랑하지 않으면 타이에 대한 사랑도 절름발이겠지요. 그걸 아는데... 그걸 아니. 따뜻하게 나를 안아봐야겠어요. 오늘의 꿈 공부가 제게 큰 위안이 됩니다.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요. 천천히 멈추지 않고요.
상처로 '겹겹이' 쌓여있다는 말이 와닿아요. 제 꿈이라면 등에 난 상처는 내가 긁은 내 상처라고 보겠어요. 자기 자신이 볼 수 없는 등판은 내 그림자가 겹겹이 쌓여있는 거울의 뒷 면과 같아서요. 주변 사람이 그만하면 됐지, 라는 말을 용납 못하고 나를 공격하는 나, 다들 잘했다고 하는데 뭔가 미진해서 다음엔 더 잘해야지 하는 나, 작은 바늘로 무수히 찌르다가 그 다음엔 큰 바늘로 찔러서 피를 보고야 마는 나... 더 많았었어요. 더 많았었지요. 하지만 이젠 저를 조금씩 칭찬할 줄 알게 되었어요. 이제...누가 뭐라면 그건 네 문제라고 안면 깔 줄도 알구요, 조금 못했으면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말 할 줄도 알아요.
영화 '사이에서'를 보다가 넘어가고 또 넘어간다는 대사를 들었을 때 펑펑 울었지요. 내 꿈이라면 그 상처는 내가 보듬을 거예요. 내가 보듬지 않으면 지구 상에 있는 사람 그 누구도 보듬어주지 않아요. 꿈에서 나는 다행히도 내 등에 약을 발라주고 있어요. 이제 시작이예요 시작님. ^-^ 오늘따라 시작이라는 말이 참 좋군요. 제가 시 한 수 읊을 게 들어보세요. <봄날- 시인 진은영> 남자가 초록색 페인트 통을 엎었다. 나는 붉은 색이 없다. 손목을 잘라야겠다. 후후훗! 멋진 시예요.
헉.이런시가 있었나요? / 등에 난 상처가 내가 내 등에 난 상처라는 것이 마음에 남네요. 타인을 향한 손길이 약을 발라주는 손길이고 그 손길이 진짜가 되려면 내가 나 자신을 향해서도 어떠해야하는가 또 생각하게 돼요. 영화 '사이에서'?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요. 기회가 되면 저도 보고 싶어요.
진은영님은 평소에 제가 좋아하는 시인이랍니다. 요즘 같은 봄 어딜 가나 읊조리면 좋을 시예요. 주로 산천초목에게 이 시를 낭송해주고 있죠. ^-^ 그리고...사이에서, 좋아요. 인간의 통과의례가 담긴, 대무(大巫) 이혜경님이 출연하는 영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