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부정수급 근절, 감시 강화가 아니라 공공운영이 답이다
지난 10월 16일 정부는 “전자바우처 부정수급 뿌리 뽑는다”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바우처 부정 사용을 뿌리 뽑기 위해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전 과정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부정수급 관리강화 방안이 수급자와 노동자의 인권침해를 기반으로 할 뿐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마련은 방기함으로써 국가예산의 낭비만 초래하게 될 사업이라는 점에서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은 심히 우려를 느낀다.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보건복지부-한국사회보장정보원-각 지방정부가 전자바우처 부정수급을 관리하고, 부정수급탐지시스템을 이용한 이상결제 적발 등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나, 방문형 서비스의 관리감독이 어려운 구조, 부족한 부정수급 조사 인프라, 가벼운 사후제재 등을 이유로 관리체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부정수급 관리강화의 이유를 들었다.
이에 따라 부정수급 차단 체계 강화, 탐지시스템 고도화, 조사기반시설 확충, 제재 및 환수의 실효성 향상 등 바우처 사용 전 기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실행방안을 수립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동자와 수급자에 대한 정부의 감시와 인권침해가 도를 넘는다
부정수급 사전차단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은 ‘위치정보 검증’과 ‘QR, 생체인증 등 대체결제수단 적용·확대’다. 수급자와 노동자의 삶을 정부가 일일이 감시하겠다는 뜻이다. 사회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제공한다는 이유로 사생활과 인권을 일상적으로 침해당해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수급자의 인권침해는 더욱 심각하다. 수급자는 지문으로 생체인증을 해야 한다. 지문은 범죄자 식별이나 피의자 조사를 위해 사용되던 수단이다. 수급자가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라고 느껴 서비스 이용에 위축감이 들게 하려는 것이 정부의 의도인가? 신체의 일부를 기계에 강제로 내어주어야만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정부의 방안은 국민의 신체적 자율성과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야만적 발상이다. 일부의 부정수급을 잡는 것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보다 중요한가?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생체정보는 비밀번호처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 업무시스템이 수년간 해킹당한 사건이 있었고 오래된 일도 아니다. 이토록 취약한 전산망을 가진 정부가 무슨 자신감으로 국민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가?
부정수급만 예산 낭비가 아니다, 감시 비용도 예산 낭비다
부정수급을 신속하게 적발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탐지 고도화와 조사 인프라 확충이다. 부정수급으로 돈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더 쓰는 방법이다. 최신 AI 기술(딥러닝)을 FDS에 적용하여 부정수급 탐지기능 보완하고 부정수급 감시 조사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다. 예산을 많이 쓸수록 기대하는 효과에 근접할 수 있다. 국민감시를 위해서 예산을 사용하느니 차라리 부정수급으로 발생하는 비용 정도는 손실금으로 처리하시라 권하고 싶은 심정이다.
부정수급에 대한 제재수준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은 노동자로서 불쾌하기조차 하다. 노동자는 부정수급에 연루되면 귀책사유가 본인에게 없어도 임금을 환수당하고 최소 8개월의 자격정지를 당한다. 정부는 노동자는 조금만 실수를 해도 엄한 처벌을 하였는데, 기관에 대해서는 솜방망이만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종결된 파주시 사례가 있다. 사업기관이 업무지시를 잘못해서 활동지원사는 기록지를 제출하지 못했다. 지원사는 이로 인해서 급여 환수, 8개월 자격정지에 경찰 고발까지 당했다. 기관의 업무지시가 없었다고 항변하는 지원사에게 파주시 공무원은 기관과 민사로 해결하라고 말했다. 이 일로 기관이 받은 처벌은 고작 과태로 500만원이었다.
바우처 전달체계의 획기적인 개선 없이 부정수급 막지 못한다
정부의 부정수급을 차단하려는 노력은 당연하나 그 방향은 잘못되었다. 정부가 보도자료에서 적시한대로 방문형 서비스는 관리가 어렵다. 지금처럼 바우처를 전달방식으로 하는 한은 그렇다. 정부는 애초에 수급자에게 사회서비스를 바우처로 주면서 이용에 대한 권리라고 알려주었다. 자본주의적 소비시스템으로 수급권을 해석해 준 것이다. 그 바우처가 사회서비스를 권리로 이용하게 하지만, 담합에 의한 부정수급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를 포함한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공공재인 사회서비스를 자본주의적 소비재로 만드는 것에 반대하고, 정부 직접고용, 직접서비스 제공 등 공공운영을 주장하여 왔다. 그러나 정부는 사회서비스 시장은 확대시키면서 공공성 확충에 대한 요구는 격렬하게 막고 있다.
보도자료대로면 부정수급은 전체 비율은 0.99%다. 그 0.99%를 막으려고 사회서비스 바우처 이용자와 제공자의 개인정보를 털고, 정부 예산을 쏟아붓는다는 발상은 너무나 후지다. 그렇다고 0.99%밖에 되지 않으니 그 정도는 방치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돈 앞에 장사가 없으니 사회서비스 시장화가 확대되는 한 무슨 방법을 써도 부정수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방안도 용어는 거창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지금 사용하고 있는 감시시스템을 좀 더 강화하고, 개인정보를 지금보다 더 열심히 터는 것뿐이다. 사회서비스 수급자와 노동자는 취약한 조건에 있으니 정부 입장에서는 만만한 것이다.
부정수급을 막는 방법은 지금의 전자바우처 전달체계를 획기적이고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수급자에게 제공되는 바우처와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기관에 지급되는 운영비의 연결고리를 끊어서 관련자들의 담합을 막으면 된다. 바우처를 시장경제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직접운영하는 공공운영을 확충해야 한다.
지금의 바우처 전달체계는 부정수급 관리에 실패하였다. 재가서비스 공공운영은 부정수급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막을 수 있다는 성공사례가 있다. 지금은 폐지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재가서비스 노동자를 월급제로 고용하여 직접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4년간 운영되었는데 부정수급 적발건수가 0이다. 정부는 실패한 길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성공사례를 거울삼아야 한다. 지금 정부가 내놓은 관리강화라는 이름의 감시강화 방안으로는 부정수급을 막을 수 없다. 부정수급 근절의 해답은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다.
2026년 10월 23일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첫댓글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4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