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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썼던 글 생각 나서 공유합니다...
화석연료의 노름 자본금 효과
-귀농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생태 위기”에 대한 말씀
2011년 9월 장용창
010-9904-5224
http://blog.naver.com/wkwdydckd.do
yongchangjang@hotmail.com
1. 글 소개
이 글은 2011년 9월 27일에 사용하려고 만들었습니다. 가톨릭농민회 마산교구연합회와 우리농촌살리기 마산교구본부에서 주최하는 “제12기 경남생태귀농학교”에서 강의하려고 만들었습니다. 이 강의에 대한 소개는 아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cafe.daum.net/kskschool/9imT/34
2. 자기 소개
정말 자기소개를 하기가 부끄럽습니다. 이번 생태귀농학교에서 강의를 해주시는 다른 분들은 옳은 일을 삶으로서 실천해온 분들이라, 제가 존경해 마지 않는 분들입니다. 그 분들에 비하면 저는 뭐라고 보여드릴 만한 인생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궁금해 하실 테니 대충 말씀 드리면, 전에 회계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다고 그만 두고, 지금은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오션이라는 곳에서 일을 합니다. 이 단체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단체입니다. 일종의 시민단체라서 한달 만원씩 후원해주시는 회원들도 많습니다.
고향은 제주도이고, 서울, 대전, 창원 찍고 지금은 통영에서 살고 있습니다. 다섯살짜리 딸과 세살짜리 아들은 장인장모님이 키워주시고 저희 부부도 장모님댁 문간방에 얹혀 살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삶 그 자체로 보여드릴 게 별로 없기 때문에 저는 여러분들 말씀이나 좀 들어볼까 싶습니다. 제목을 생태위기로 잡았기 때문에, 생태위기에 대해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사실, 저보다 여기 계신 분들이 더 잘 아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강의를 안 하고 이야기만 들어보려고 합니다. 만일 말씀이 없으시면, 제가 어디서 주워들은 재미난 얘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될까요?
3. 본문
(1) 이야기 나누기
여러분들이 각자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강의 일정표를 보니 제가 두번째인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 한 달 넘게 열다섯 번이나 얼굴을 같이 보실 분들이니 이 기회에 인사도 더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사 겸, 자기소개 겸해서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생태위기는 무엇입니까? 여러분들은 왜 귀농을 하려고 하시나요? 여러분 각자가 귀농을 하는 것이 지구적인 생태위기 극복에 어떻게 기여하나요?
(2) 경제적 효율성
그래도 강의랍시고 왔으니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하긴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런데, 앞에서도 말씀 해주신 것처럼, 사실 지금이 생태적인 위기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현상적인 것들은 누구나 두 눈으로 목격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이 이렇게 돈을 내가면서 듣는 귀한 강의니까, 여러분들이 모르실 것 같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드릴 말씀은 식량의 에너지 효율성이라는 것입니다. 효율성이라는 것은 경제학에서 많이 쓰는 말인데요, 주로 투입비용 대비 효과가 얼마나 큰가로 측정을 합니다.
효율성= 효과 / 투입비용
이것을 쉽게 말하려면 사과 장사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사과 한 개를 1000원에 사서 1200원에 팔면 200원의 이익을 얻죠?
이때 효율성=1200원/1000원=120%가 됩니다. 이것을 회계학이나 경영학에서는 이익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효율성이라는 말이 더 일반적인 말이기 때문에 이 말로 써 보시죠. 효율성은 비단 회사 경영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운영이나, 생태계에서 생물들이 살아가는 것을 설명하는 데도 중요한 개념입니다.
자, 어떤 행위를 하는데, 효율성이 100%보다 낮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과를 1000원에 샀는데 800원에 파는 겁니다. 어떻게 될까요? 그 사과 장사는 망하죠. 이때 효율성=800원/1000원=80%가 됩니다.
(3) 식량의 에너지 효율성
이 효율성 개념을 식량의 에너지라는 것에 적용해 보실까요? 탄수화물 1g이 4kcal의 열량에너지를 준다는 것을 혹시 기억하시나요? 지방은 1g당 9kcal의 열량에너지를 냅니다. 중학교 생물 시간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초코파이 한 개의 열량에너지는 얼마나 될까요? 초코파이는 30g 정도 되는데, 이 중 탄수화물이 많고 지방도 조금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1g당 대략 5kcal를 내는 것으로 대충 계산해보면 30g*5kcal=150kcal가 됩니다.
자, 그럼 초코파이 한 개가 여러분의 입에 들어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열량의 에너지가 들어갔을까요? 맞춰보시겠습니까? 약 1,500kcal가 들어갑니다. 이런 걸 실제로 계산한 사례는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아침밥 대용으로 먹는 개밥처럼 생긴 콘푸로스트같은 걸 대상으로 연구해보니 소비 열량의 일곱 배 가량이 생산과 유통에 투입된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즉, 초코파이가 제공하는 에너지의 열 배가 들어갑니다. 왜 그럴까요? 초코파이를 생산하려면 우선 그 원료들을 여러 나라에서 수입해야 합니다. 수천 킬로를 운반하는 데 석유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걸 포장하는 포장 제지들도 모두 에너지들이고, 만든 다음 다시 여러분의 입까지 배달하는 데도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공장식품들이 이렇게 지구 몇 바퀴를 돌아 만들어지고, 포장에 포장을 거쳐, 다시 지구 몇 바퀴를 돌아 소비자의 입까지 들어갑니다. 그래서 제공하는 열량에 비해 생산되는 데 들어가는 열량이 다섯 배에서 열 배까지 들어갑니다.
자, 그럼 이제 효율성을 계산해 볼까요?
효율성=효과/투입비용=150kcal/1500kcal=10%입니다.
만일 이게 장사라면 어떻게 될까요? 벌써 망했어야 합니다. 이것은 마치 가을에 밥 한 공기를 먹으려고 봄에 밥 열공기어치를 볍씨로 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미친 집입니다. 사대강사업보다 더 심하게 미친 짓을 우리는 초코파이를 먹을 때마다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초코파이 장사하는 과자회사는 망하기는커녕 잘만 되고 있죠? 왜 그럴까요? 이 질문에 답하는 게 오늘날 생태위기의 본질을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해법입니다.
(4) 화석에너지와 원자력으로 인한 에너지 왜곡
선생님들이 예상하시는 것처럼 이런 에너지 효율성의 왜곡은 바로 화석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 때문에 발생합니다. 저런 식품은 물론 각종 공산품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데 화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라는 값싼 에너지가 투입됩니다. 그래서 제공하는 열량의 몇 배나 많은 열량이 투입되는데도 망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자, 이렇게 에너지 투입과 소비가 왜곡된 결과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원 낭비입니다. 화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가 너무나 싼 가격에 공급되기 때문에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물품의 가격이 그 진정한 가격보다 낮아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원을 낭비하게 됩니다.
저는 자원을 절약하고 낭비를 줄이자는 캠페인을 싫어합니다. 이런 캠페인은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모든 물품의 가격에 왜곡이 발생했기 때문에, 낭비는 “합리적인 보통 인간”에게는 매우 합리적인 의사결정입니다.
쉬운 예를 들어봅시다. 제가 처음 회사에 취직했을 때 종이를 낭비하는 것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면지를 재활용하자, 인쇄하기 전에 오류를 다시한번 검토하자 등의 제안을 좀 했었습니다. 그랬더니 무슨 대답을 들었는지 아십니까? 그 따위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똑바로 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회사 입장에선 아주 합리적인 충고입니다. 왜냐하면 당시 저의 인건비는 1시간당 2만원 정도였는데, 제가 종이 아끼느라 1시간을 써봐도 종이 절약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천원도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회사 입장에서는 천원을 써서 2만원을 살리는 게 가장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되는 겁니다.
이런 논리가 우리 모든 생활에 적용됩니다. 왜 식당에선 다 먹지도 못하는 반찬을 가득가득 제공해서 손님들이 버리게 만들까요? (사실 저는 식당에 갈 때마다 제발 반찬을 조금만 달라고 통사정을 합니다.) 반찬을 많이 줘서 손님을 많이 끌어모음으로써 얻는 이익이 반찬을 아낌으로써 얻는 이익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저나 선생님들처럼 비합리적인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합리적입니다. 그래서 이런 “합리적인”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합니다. 그러니 이런 사람들에게 자원을 아끼자고 캠페인을 해본들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즉, 결론적으로,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 때문에 모든 상품의 가격이 왜곡되어 있는 이 시대에 자원 낭비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이 두 에너지 때문에 인간은 지구에 있는 모든 자원들을 낭비해서 스스로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5) 화석에너지의 자본금 효과
자, 그럼 이런 식의 에너지 왜곡과 자원 낭비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아니, 다른 말로 하면, 쌀 한 톨 얻으려고 쌀 열 톨을 쓰고 있는 이 어리석은 짓이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이게 그토록 어리석은 짓이라면 왜 인류는 진작에 멸망하지 않을까요?
우선 인류가 아직 망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화석에너지의 자본금 효과”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복을 받으셨습니다. “화석에너지의 자본금 효과”라는 말은 제가 만들어낸 말인데, 여러분이 처음으로 듣고 계십니다.
자, 여러분이 돈 십만원을 가지고 사과 장사를 시작했다고 생각해보십시다. 회계학에선 이렇게 장사하면서 처음 투입한 돈을 자본금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좀 멍청해서 사과 한 개를 천원에 사서 백원에 파는 짓을 하는 겁니다. 그럼 여러분은 언제쯤 망할까요? 그렇습니다. 십만원을 다쓸 때까지는 그래도 안 망하고 버팁니다. 십만원으로는 사과 100개를 살 수 있는데, 여러분은 사과 100개를 다 팔 때까지는 안 망할 겁니다. 그게 바로 자본금 효과입니다. 자기가 지금 망하는 장사를 하고 있는데도, 자본금이 바닥날 때까지는 자기가 망하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겁니다.
제가 회계사 일을 하다보니 이런 사장님들을 몇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회계사들이 정말 진심어린 마음으로 충고를 했습니다. 지금 원료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이대로 장사를 계속 하시면 곧 망할 거라고. 그런데도 사장님은 저희 말씀 이해를 못하시고, 계속 하시다가 정말 망합니다. 이런 경우를 몇 번이나 봤습니다.
지금 인류가 하는 짓이 바로 이겁니다. 화석에너지는 일종의 자본금입니다. 석유는 3억년전에 식물들이 온통 지구를 덮고 나서 죽은 다음 화학적인 변화를 겪고 나서 만들어진 겁니다. 그렇게 3억년동안 만들어진 귀중한 에너지를 지금 인간은 1백년도 안된 시간에 다 써버리고 있는 겁니다. 마치 조상님들이 열심히 일해서 땅을 사놓았더니, 망나니같은 아들놈이 노름하면서 다 써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인류가 하는 짓을 한마디로 말하면 바로 이런 망나니짓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망하지 않는 이유는 조상님이 저축해놓은 그 자본금, 즉 화석에너지가 아직 고갈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금방 고갈됩니다. 금방 인류는 망합니다. 노름만 하던 아들놈이 땅을 다 팔고 나면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화석에너지가 고갈되면 인류는 곧 망합니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화석에너지의 자본금 효과” 때문에 자기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4. 결문
제가 너무 심각하게 말씀 드렸나요? 인류가 곧 망한다니, 갑자기 너무 두려워지셨나요? 심각해지실 것 없습니다. 종말이 다가왔다고 속였던 사기꾼들이 인류 역사상 많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런 사기꾼 중 하나입니다. 제가 미래 일을 어찌 알겠습니까? 그냥 지나가던 개가 짖었다고 생각해 주십시요.
하지만, 제가 이런 생각을 하고 난 후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저는 이제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아갑니다. 하루를 살아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하루를 살아도 제 앞에 있는 사람부터 사랑하면서 살아갑니다.
아마도 선생님들도 이상한 사람들 그룹에 속한 분들일 겁니다. 남들은 살아남아야 한다며 돈 버는 경쟁을 계속 하고 있는데, 아마도 여러분들은 그 경쟁에서 벗어나려고 이 곳에 앉아 계실 겁니다. 선생님들이 바로 저의 희망입니다. 선생님들처럼, 남들 보기에 이상하지만 옳은 일을 하려는 분들이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은 오고야 말 것입니다.
저의 어리석은 말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