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이 올 들어서도 거액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이 업계나 학계뿐만 아니라 지경부 내부에서도 공식적으로 제기되는 등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한전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내부 구조조정을 하는 선을 넘어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전기구매가격을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전 적자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지경부에 따르면 3월 전력거래가격은 작년에 비해 LNG와 무연탄 등 주요 연료의 가격상승과 환율상승 영향으로 한전이 민간발전사로부터 구입하는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의 경우 14.9%, 평균구입단가(정산단가)는 18.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전은 1∼2월 중에만 1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발전연료가격 상승으로 전기구매 가격이 오른 만큼 전기요금도 이에 따라 조정돼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경부가 외부에 공개되는 공식자료에서 “전기요금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적인 전력구매가격 상승으로 한전의 영업손실이 확대됨으로써 전기요금 인상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이다.
사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공감대는 지경부 내부에서도 일찍부터 형성돼 있었지만 최근 경제상황과 맞물리면서 지경부 장관 역시 공식석상에서는 전기요금 인상 문제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이같은 점을 고려했을 때 한전의 적자가 이 상태로 간다면 전기요금 인상은 어떤 이유가 있든 간에 불가피하다는 것을 지경부 내부에서부터 공식화함으로써 요금 인상의 명분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윤호 지경부 장관 역시 지난해부터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었다는 점에서 한전의 적자가 전기요금 인상에 가속도를 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용량별 요금체계 개선과 용량요금간의 교차보조 해소 등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손질과 함께 연료가격 연동형 전기요금 체계 도입 등과 맞물리면서 전기요금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불을 지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전의 적자는 전기요금 인상에만 머물고 있지 않다. 한전은 전기구매 가격을 내리기 위해 전력시장 운영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오는 30일 전력거래소 주관으로 규칙개정실무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전이 전기구매가격 인하 조정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지역냉난방협회는 지난 8일 협회에서 전기구매가격 인하 조정 추진에 반대하는 회의를 갖고 10개 지역난방사업자들을 중심으로 강력히 대처해 나간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지역냉난방협회는 한전이 추진 중인 ▲발전기 자기제약 처리방식 개선 ▲PPA 발전기 정산처리방식 개선 ▲용량가격 차등제도 개선 ▲수력·양수 발전기 입찰 및 정산방식 등의 개정사항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협회는 자기제약(열제약)발전량을 가격결정발전계획시 우선 배분해 시장가격으로 정산하겠다는 발전기 자기제약 처리방식 개선안에 대해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열제약발전량과 그 초과분까지도 변동비를 ‘0’원으로 처리하는 결과를 발생시켜 시장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각종 편익으로 가격결정발전계획 반영 시 시장가격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는 송전 및 전압제약 등은 제외하고 시장가격 하락 효과만을 위해 자기제약만 가격결정발전계획에 반영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자기제약 시 가격결정 추가 포함 여부를 증분비 기준으로 결정함으로써 CHP소유지역난방사업자의 전력 시장가격을 하락시켜 결국은 열요금 인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PPA 발전기는 한계가격(SMP) 결정시 제외한다는 한전의 계획에 대해서도 실제 부하를 담당하고 급전지시를 이행하는 발전기를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가격결정발전기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용량가격 차등제도 개선안에 대해서도 기준 설비예비율 하락으로 인한 용량가격 하락과 최대발전용량 적용으로 인한 용량가격 하락이 예상되고 특히 한전 적자 보전을 위해 오히려 용량가격 하락을 추진하는 것은 발전소 건설투자 저해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태일 지역냉난방협회 상근 부회장은 “지역난방시설은 대부분 신도시에 설치된 도시기반시설로 사업초기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나 열수요는 포화까지 10년 이상 소요되므로 대부분 지역난방사업자들은 현재에도 운영결손 상태에 허덕이고 있다”면서 “이번 한전의 구매전력가격 인하 추진은 지역난방사업자의 경영악화를 더욱 심화시켜 열요금 인상을 초래할 수 있고 더구나 열요금 인상으로 연계되지 못할 경우 기업도산이 우려되는 등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