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상태가 좋질 않아 시술을 했다. 스텐트 시술, 보다 정확하게는 심장조형 시술이다.
남들 다 한다는 간단하게 보이면서도 간단하지 않은 그 것을 경험하며 적잖은 걸 느꼈다.
그와 관련된 이른바 선입관이라는 게 참 우스운 것이구나 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그것에 관해 많은 말을 들었다. 그만큼 그걸 경험한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잘 알려진 얘기는 있다. 의학 100년 역사에 있어 획기적인 기술로 스텐스 시술이 꼽힌다는 것, 이 말은 맞다.
이 거 없었으면 많은 사람들이 심장병으로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쉽고 간단하다는 것.
아프지도 않고, 그저 잠시만 누워 시술의사의 말을 들으면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심장에 스텐스가 삽입돼 심혈관을 잘 가동기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틀렸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강도가 있어 옳고 그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그 말을 통한 선입관에 좀 기댄 측면이 많다.
말하자면 나로서는 스텐스 시술이 엄청 힘들었다는 얘기다.
별 거 아니라는 말을 믿고 시술대 위에 누울 때가지만 해도 힘들지 않게 금방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시술을 끝내고 수수장에서 나와 입원침대에 누워 아내에게 물었더니
1시간 30분이 걸렸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이 믿기질 않았다. 나는 최소한 두 시간 이상 걸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시술하는 그 과정이 나에겐 지겹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팔목 동맥혈관을 뚫어 관을 삽입해 심장에 혈관 확장을 위한 스텐트를 삽입한다는 게
획기적인 기술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얘기만으로는 이론적으로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관이 끼여진 팔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공포심까지 더해져 견딜 수 없는 무게로 심신을 억눌렀고,
그에다 살짝 보이게끔 한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는 나의 심장의 엉켜져있는 혈관, 그리고 움직이는 모습은 공포감까지 안겼다.
그리고 또 하나. 시술 받는 동안의 심장의 이런 저런 움직임에 따른 느낌이다.
두근거림이 어떨 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소리까지 질렀을 지경이었으니.
그리고 뭔가 말로 표현 못할 불쾌감은 팔목의 압박감과 겹쳐 고통스럽기 짝이 없었다.
또 하나 지적하고자 하는 건 시술하는 의사의 태도다. 의사마다 하는 스타일이 다를 것이지만,
내 시술을 맡은 일산 모 병원의 의사는 환자의 심장을 뒤적이는 숭고한 의료행위를
마치 아무렇지 않은 일을 하듯 그 일을 했다. 국부마취이니 나는 시술의 전 과정을 보며 들을 수 있다.
들어주기 어려웠던 건 시술하는 의사와 보조해주는 의료인이랄까, 스텐트만 다루는 전문의와 주고받는 대화다.
둘의 대화는 물론 전문적인 것이니 내가 잘 알아들을 수 있는게 별로 없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 주고받는, 그들의 감정이나 느낌이 가미된 사적인 말은 귀에 잘 들어왔다.
그게 잘 들렸던 건, 그들의 말이 일상적인 것에다 다소 농담적이고 가벼웠던 것들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술을 받는 환자인 나는 이런 저런 고통에 눌리고 있는데,
그들은 마치 아무런 일이나 하듯 얘기를 주고받고 있는 것인데,
뭔가 잘못됐음을 시사하는 말도 서스럼없이 주고 받는다.
예컨대, "어라, 이게 아닌데"라든가, "그냥 적당하게 그것으로 하지..."운운의 것이다.
뭔가 잘못돼가고 있음을 들었들 때 환자의 기분은 어떠할 것인가.
그들은 듣는 환자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런 말들을 서스럼없이 주고받는 것이었다.
아무튼 나는 그런 과정의 시술을 끝내고 하루 입원을 했다. 11층에 있는 4인용실이다.
스텐스 시술은 의무적으로 하루 입원하게 돼 있다고 한다. 상태를 관찰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입원실로 와서는 곧바로 지친 기력을 회복했다. 하지만 양팔의 불편함이 심했다.
오른 팔은 시술을 위해 동맥을 뚫었고, 왼 팔은 뭔가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장치의 굵은 주사바늘이 꽂혀있다.
게다가 오른 팔목은 지혈을 위한 강력한 장치를 해 놓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통증이 왔다.
시술이 끝나자마자 오른 팔은 퉁퉁 부어올라 통증을 가중시켰다.
입원을 예상은 했지만,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냥 몸만 입원실에 달랑 눕혀진 것이다.
아내는 입원실에 사적인 간병인을 둘 수 없었기에 그냥 내 보냈다.
이런 상태로 병원 입원실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지루한지 정말 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