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촛불 집회 때
촛불을 안아주었던
종이컵들이
농부 아저씨를 따라
시골로 갔다
이듬해 봄
모종 컵이 돼
새싹을 안아주었다.
-이성자(1949~ )
조그만 종이컵이 일을 냈다. 촛불을 감싸 안아 시대 흐름을 바꾸었으니. 시골 가선 상추나 고추의 새싹을 보듬어 안아 어린 생명을 길러냈다. 안아주는 게 바로 이런 거로구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새 생명을 키우는 힘이구나. 별생각 없이 쓰는 종이컵에서 역사와 생명의 움틈을 읽었다. 짧지만 스케일이 큰 동시다.
1회용인 종이컵에 담긴 이런 의미를 미처 알지 못했다. 시인의 안내를 받고서야 알아차렸다. 재활용 종이컵의 존재 가치를 시가 재생산, 확대했다. 사람 쓰임새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누군가를 안아주는 사람이 삶에서 한 수 위가 아닐까. 그렇지, 우리도 어머니 품에 안겨서 자랐지. ‘안아준다’는 말 참 소중한 말이구나.
<박두순 동시작가>
출처: 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0/11/12/IQADRWHDFZACHHPVETOEITMH2M/
반갑습니다.
차근차근 씌어진
'종이컵' 태어나기까지의 이야기가
마음을 적십니다.
"마음을 적십니다."(설목)
코로나 때문에 웬만하면 저 혼자 시장을 봅니다.
둘 다 죽는 건 아무래도 심하고, 죽는다면 제가 먼저 담당하는 게 훨씬 낫겠다 싶어서입니다.
그 대신 마음대로죠^^
물건들을 보며 매번 불평을 해서 한 소리 했더니 그조차 수용하는 듯합니다.
우선 종이컵을 왕창 사다 놓았습니다.
몇십 개 종이컵이 각양각색 디자인으로 된 것도 있었습니다.
아껴야 하겠지만 사실은 가격도 저렴합니다.
전에 현직에 있을 때 연수회장 같은 데서 사용하던 '종이컵'은
지금까지 그 기억들을 묻혀 와서 그것 참........ 별 것 아닌 것들이 추억이 되어버리고
종이컵들이 말없이 되살려 주곤 합니다.
시하고는 다른 얘기여서 미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웬만하면 남편 혼자 시장을 봅니다.'
파란편지님 댁과 쌍둥이같은 설주네 집 풍경입니다. ㅎ
아~ 참 좋은 가장들께 찐~한 박수를~ 짝,짝,짝!!!
그런데 '둘 다 죽는 건 아무래도 심하고...'에서 완전 "푸하하" 더, 찐~한 웃음으로 시작했습니다.히히.
(덕분이라고 해도 되려나요? ㅎ)
시하고는 다른 얘기라셔도, 촛불집회 갔던 종이컵과 연수회장 종이컵끼리 다 사촌지간일 텐데,
뭐 어떻습니다. 하하..
그나저나.. 연수회장 '종이컵' 이야기도 꽤 궁금해지는걸요?? 호기심 발동....
(뭔가 냄새가 솔~솔~ 음... 궁금해서 호기심이 간질간질~)
종이컵의 현실과 추억, 흥미로운데요.
사모님을 무척 사랑하시네요. 질투납니다. 하하하
전 언제나 장을 같이 봐야하거든요.
@설주 남편 너무 부려먹지 마세요.
나도 남편 편이니까요. 하하하
@설주 "설주네 집 풍경"
문득 창호지에 비친 불빛 같은 느낌이 달려옵니다.
이쪽은 우스운 가장, 그쪽은 진~짜 가장.
우습기는요^^
죽어도 쌀 걸요?
그래도 방패 역할은 하고 싶으니 좀 알아주려나요?
연수회장 종이컵 사연은 가벼운 것들이겠지요?
그래서 더 좋을 것 같고요.
수없이 거쳐갔을 듯한.........
@설목雪木 무슨 사랑은요, 내 참........
질투 나거든 어디 사랑 한 번 해보시지 그래요?
내가 시인이라면 당장 그냥 있지 않을 것 같은데
시인들은 도무지, 시인들을 도대체 뭘 하고 들어앉아 있는지 원.......
장이나 함께 보고....
@설목雪木
시장 보는 남편!
왠지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을 것 같습니다.
@파란편지 댓글을 그림으로도 쓰시는군요.
상당히 앞서가시네요. ㅎㅎㅎ
혼자 시장을 보는 이유가 코로나 때문이라지만 댓글 속에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저도 시하고 거리가 있는 애기를 보태겠습니다.
지난해에 거둔 목화씨를 봄에 뿌렸는데 세 개가 싹을 틔웠습니다.
그도 떡잎 상태에서 죽고 목화 한 포기가 살아남았습니다.
더디게도 자라더니 9월에야 꽃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11월이 되어도 꽃봉오리를 열 생각을 안 하는 겁니다.
꽃도 못 피우고 한살이를 마치겠구나 싶어서 하루에 20번은 들여다봤습니다.
하도 걱정이 되어서 어느 분께 말했더니 거실 안으로 들여 놓으라는 겁니다.
따뜻하면 봄인 줄 알고 필거라나요.
그날로 목화 화분을 발코니에서 거실로 옮겨놓았습니다.
세상에~~~
3일 만에 목화꽃이 피었습니다.
얼마나 사랑스럽던 지요.
하루 만에 져서 서운했지만 아직 필 꽃봉오리가 남았습니다.
꽃을 보니 욕심이 생겼습니다.
한 알이라도 좋으니 목화씨를 좀 담겨달라고 부탁에 부탁을 합니다.
내년에는 화분 말고 종이컵에서 키워 옮겨 심어보겠습니다.
@나무늘보 하아~
사진까지 보니까 정말은 정말이군요!
그럼 저도 보태고 싶습니다.
오십 년이 가깝네요.
어디 산사로 소풍을 갔는데 함께 간 한 여성이 목화다래(?)를 몇 개 따주었습니다.
가져가라고 해서 '별 희한한......' 하고 주머니에 넣었다가 무심코 설합 안에 넣어두었는데
아이구 세상에....... 오랜 세월 후에 그 설헙을 열어봤더니
저 안쪽 구석에서 환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저는 기가 막혀 했습니다.
이미 그 여성에게 그 이야기를 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사진은 없습니다.
나무늘보님!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 추억입니다.
처음에는 저쪽이 미안해 하고, 나중에는 이쪽이 미안해 하고
그러면서 사는 세상이 결코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설목雪木 싱거운 표를 내고 싶어서요.
근데 왜 다녀가셨다가 도로 오셔서 거두어 가신 거죠?
나 참.......
@여우별 저는 십여 년 전쯤엔 "나도 오늘은 시장에 따라가볼게" 하고 나섰다가
시도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 받느라고 정신이 없는 걸 본 아내가
"저기 나가서 전화 받고 있으면 볼 일 다 보고 당신 찾아가지고 갈게" 했었습니다.
그랬던 것인데
한순간에 하루 종일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게 되어서
요즘은 전화기로 인터넷 서핑이나 하고 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여우별님!
쓴 걸 지우기가 또 그래서 그냥두겠습니다.
미주알고주알을 양해 바랍니다.
@파란편지 와, 이건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꽃 세계의 드라마입니다.
설합 속에서 목화꽃이 피다니요.정말로 극적입니다. 반전입니다.
한 편의 동화도 될 수 있고
소설도 될 수 있고
수필도, 시도 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너무 흥분했나요. 그렇다 해도 괜찮아요,
@나무늘보 거실이 한 뙈기 목화밭이 되었네요.
목화밭, 목화밭~~~노래가 나올 법도 해요.
@파란편지 글을 오독했어요,
원 참, 나이를 먹으니 그런 일이 생깁니다.
@파란편지 서랍 속의 추억이 목화솜처럼 폭신합니다.
'처음에는 저쪽이 미안해 하고, 나중에는 이쪽이 미안해 하고
그러면서 사는 세상이 결코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
좋아하는 빗소리를 들으며 읽는 이 글이 참 좋습니다.
나쁘지 않다면 좋은 추억이니까요.
서로 미안해하면서 사는 세상도 나쁘진 않다고 하신 말이 위안이 됩니다.
살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줄 수 없어 미안한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피지 않은 목화송이를 따서 놓아두면 안에 든 솜이 건조되면서 부피가 늘어납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껍질을 열고 솜꽃을 피웁니다.
그래서 저는 목화는 두 번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목화를 키워본 늘보의 경험에서 나온 상식입니다.
알면서도 매번 신기해하는데,
서랍 속에서 오랜 세월 후에 환하게 핀 목화송이를 만났으니 기가 막혔겠습니다.
미쁜 추억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설목雪木 맞아요.
그 노래가 있었지요.
우리 처음 만난 곳도 목화밭이라네~ 로 시작하는.
@나무늘보 "살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줄 수 없어 미안한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목화송이를 보며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땐 이쪽이 서러웠는데 결국 그쪽이 서러웠을 시간이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 많이 미안하고
이젠 어쩔 수도 없으니까 이 마음은 그대로일 것입니다.
목화를 재배해보신 나무늘보님 모습이 넒고 깊게 다가옵니다.
파란편지님, 설주님, 설목선생님~
모두 자랑하는 것 맞지요.^^
가족을 위해 장 보는 대한민국 가장을 위해 힘내라고 오늘 첫 꽃을 피운 동백꽃 올립니다.
뭐 어쩔 수가 없어서 이렇게도 살아간다는 얘기죠.^^
우리 학교는 종이컵 없는 학교지요
모두 개인컵을 가지고 다닌답니다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학교지요
종이컵이 1회용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전락되지 않고
생명을 불어넣어주기도 하고
쓰임새있게 다용도로 활용되어
어디에선가 꼭 필요한
역할로 거듭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참 잘하는 학교입니다.
역시 시인이 교장인 학교는 다릅니다.
또 하나의 시 열매가 어린이들을 맞겠군요.
수고하셨습니다.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학교, 멋진 학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