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사들의 기풍 탐색--별명과 동물적 이미지
21세기 바둑의 나아갈 길, 최강의 기사를 탐구해 본다
제 5회 춘란배 결승 제 1국 감상기 --은근한 충격의 이창호 패배의 의미
춘란배 결승 1국 이창호 패착 5수를 검토해본다. ==> 결국 착각이란 게 드러났지만...^^;
(아래글, 진지한 마음으로 썼습니다만, 제 기력이 기력인 만큼 정말 많은 착오가 있는 글이었습니다. 그래도 도움이 될 조금의 건덕지가 있다고 생각되어 수정글 다시 올리게 되니 용서바라면서 뻔뻔하게 올려보겠습니다. 이미 예전에 보신 분들은 하반부만 참고하세요. 이 하수가 얼마나 많은 착각을 했는지 확인하면서, 역시 이창호는 든든한 기사임을 재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믿어집니다. ^^;)
2005년 3월 14일 월요일 밤, 중국 창사에서 벌어진 제5회 춘란배 결승 1국에서 이창호는 멋진 대국을 벌이고도 아쉬운 반집패의 소식을 안기고 말았다. 은근과 끈기의 화신 이창호와, 중국 이창호 저우허양이 벌인 이시대 최고 계산바둑의 진수를 팬들은 즐기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한집의 무서움을 전율하듯 감동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신산 이창호의 믿기지 않은 패배에 소리 없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번 대국의 흐름과 의미를 탐색해보기로 한다.
2004년 겨울부터 시작된 쟁쟁한 세계기전들이 이젠 마무리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한중세계기전 대격돌시대 무대에서는 이세돌(삼성, 도요타) 박영훈(준환) 이창호(농심)의 선전으로 한국이 압도하며 마무리한다는 느낌을 주던 순간 창하오가 독사 최철한을 잠재움으로써 중국팬들에게도 크나큰 위안을 주었고 중국바둑에 새희망을 주었으며 이제 이창호와 저우허양의 춘란배 대국만이 남게 되었다. (한국 독주시대의 핵심무대였던 LG배에서 장쉬와 위빈이 결승에 오른 것이 이변이라면 가장 큰 이변이라 할 수 있겠다.)
어제 춘란배 1국에서 이창호는 비슷한 기풍의 저우호양을 맞아 좋은 바둑을 아깝게 반집패하고 말았다. 양 기사는 모두 무리 없는 기풍으로 긴 바둑을 염두에 두었다. 재미면에서는 최철한의 저돌성과 물러나서는 이길 수 없다고 믿고 마음을 비우고 맞받아 친 창하오가 벌인 잉창기배에 비해 박력은 부족한 흐름이었으나, 그 끈끈함과 은근함은 바둑의 또 다른 재미를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조림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초반은 흑이 편한 바둑, 우변의 흑 두점머리에 붙인 백의 작전으로 실리와 뒷맛에서 만만치 않음을 느낀 이창호는 좌변 백 미생마를 공격하였으나 그 단호감과 결전성이 부족하였기에 중앙에서 백에게 두터움을 안기며 쉬운 타개를 허용해서는 백에게 흐름이 넘어간 국면. 또는 호각이리라. 선수를 얻은 흑이 어떤 전략으로 나올 것인가가 관심사였고 바둑의 큰 흐름을 결정할 것이었다. 하변 백진을 쪼개는 것이 무난한 흐름이었건만 그만의 관점으로 그는 중앙에 두터움을 쌓는 쪽으로 승부를 시도하였고, 이는 다른 기사가 흉내낼 수 없는 탁월한 그만의 승부수의 시작이었다.
하변 백진은 한쪽을 깨면 한쪽이 굳어져 폭파전략에 어려움이 많았기에 흑에게 어려운 흐름이었지만, 그만의 탁월한 수읽기로 무난하게 하변을 지워서는 미세하게 흑이 좋아 보이는 흐름으로 역전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그의 특기인 마무리. 하나 저우허양의 은근과 끈기가 이창호에게 부족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흐름이 되고 말았으니, 앞으로의 승부가 더욱 더 흥미롭게 되었다.
그 바둑은 사실 끝내기 국면 초입에서도 만만치가 않았다. 흑이 미세하게 두터운 바둑이었지만 실리면에선 낙관을 불허한 것. 섬세하고 오묘한 마무리가 요구되고 있었다. 한두집의 이익을 다투는 난해하고도 섬세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신경전이 가열되었고, 한 두집을 양보할 수 없는 양기사는 승부수까지 각오하며 부딛쳐나가 결국 우하변에서 큰 패가 발생하게 되었다. 백에겐 너무 막중한 부담이기에 백이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도, 저우허양은 어쩔 수 없다고 보았는지, 나름대로의 다른 생각이 있었는지 그 무서운 패를 감수하고 있었다.
이 거래의 최종 계산서는 어떻게 되었을까 ? 흑이 얻은 이익은 약 30여집, (사전 공작차원에서 중앙 이은 게 2집반 이익이고 중앙에서 한 점을 보태준 게 2집 손해, 공배를 메워 손해를 본 게 있으니 득실 샘샘이라고 계산하자.) 이로써 흑이 낙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을 뒤집고 실상 계가는 만만치가 않았다. 백은 죽었던 중앙말이 살아나면서 흑을 잡아 여기서 이익을 취한게 약 20집 가량 (당시 기억을 되살리니 정확하진 않다. 작아 보이는 곳이 생각보다 안팎으로 매우 컸다. ), 패를 하면서 중앙에서 2집을 손해보았고, 좌변에서 입구자 끝내기를 당한 게 7집 가량의 가치가 있어(역시 아마추어라 정확하진 못하다. 일선 젖이는 게 선수인자리는 선수 6집이라고들 하는데 그런 권리는 없지만 비마달리기가 남았다. 4+3으로 계산하였다. ) 백은 20+2+7= 약 29집의 소리 없이 만만찮은 이익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고 선수를 흑이 양보했으니 흑이 선수를 내주면서 얻은 건 거의 없었다. 잘봐 줘도 5집 이익은 넘지 못한다. 결국 흑이 이익을 보았다고 믿었으나 실상 한두집을 이익보려는 신경전에서 손해를 보았을 확률이 높았다.
사실 바둑에서 큰 자리는 상중앙의 마무리였었다. 여기에 선착하는 것만으로도 10집의 이익은 확실한 국면이었으니 선수를 잡은 백에게 국면 마무리의 칼을 내주게 되었다. 백은 예리했지만 전국적 관점이 부족한 상변이익을 확보함으로써 중앙에 흑의 대가를 허용해서는 오히려 흑에게 더 편한 바둑이 되었고(사실 백이 창하오였다면 전국적 관점이 좋아 중앙을 먼저 지우는 전략을 선택해 무난하게 백승으로 이끌 수 있었을 것 같다), 이창호의 실력이라면 무난한 승리가 예상될 수 있었다. 하나 그 우세는 미세한 편. 신중하고 섬세한 마무리가 아직도, 아니 더 필요한 국면이었다.
끝내기의 포인트는 우하변에서 패를 통해 확보한 흑 대마에 아직도 조금의 맛인 남아 있다는 것. 당시 패를 할 때에 그곳의 맛을 지우는 패를 백이 시도하게 했다면 이런 딋맛을 없앨 수가 있었다. 흑이 확보한 팻감은 좌변에서 4패감, 백은 우하변 살자는 패 2개가 더 있고 중앙에 패가 많았다. 흑이 좌중앙 패를 할 때에 먹여치면서 2집의 손해를 감수한 이유를 생각해야만 한다. 팻감 하나를 더 얻기 위해서 손해를 감수한 것인데, 그런 이유라면 중앙에서 패를 좀 더 버틸 수는 없었을까 ? 아쉽게도 그게 안되는 것 같았다. 백은 마지막까지 우하변패를 아낄 것인데, 흑의 패감수로는 이를 유도할 수 없었다.
끝내기 중반부, 좌변을 달린 백의 비마를 무시하고 선수를 잡은 흑이 하변에서 한점을 따냈다면 승리는 아마도 흑의 것 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창호는 조금 초조했나 보다. 좌중앙에서 선수로 대마를 끊자며 위협하며 한집을 이익보려 시도하였다. 사실 그 자리는 그렇게 급하진 않았다. 겨우 역끝내기 한집을 이익보려고 백의 손이 빨리 올 자리는 아니었으니까. 다만, 실전에서도 진행되었듯이 좌변 백대마가 한집을 더 내고 완생해서는 그 자리가 선수가 안된다는 것이 불안감. 그만큼 미세하고 만만치 않은 바둑이었다는 것이다.
백의 최대 승부수는 거기서 터졌다. 중앙대마를 연결해서는 선수로 한집을 손해보고 여전히 후수라면 흑의 손이 하변으로 향할 때 그는 질 것이라 계산했을 것이다. 아니 시간 부족으로 예감한 정도일지 몰랐다. 결국 그는 중앙에서 한집을 냈고 흑에게 선수로 좌상변에서 끝내기를 허용하고 다시금 중앙을 연결하고 말았다. 한데, 이 손해를 본 듯한 수가 실상은 승착 1호라 할 수 있겠다. 중앙에 한집을 내면서 공배를 메운 것이 중앙 맛관계상 선수였던 것.
결국 이 미묘한 신경전은 중요한 것만으로도 3번째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 백에게 승리의 가능성을 희미하게 열어두게 되었다. 백의 손길은 하변을 향할 수 있었고, 거기서 얻은 이익은 일단 선수로 6집(흑이 잡으면 집으로 6집에 후수 끝내기 한집 가능성이 남는다. 백의 권리가 더 강한 곳이니 정확하게는 6과 1/4집 정도 ? 편의상 6집으로 생각하자), 후수가 된다면 9집과 뒷맛이 덤으로 남았다. (백이 그곳에 손이 오면 흑이 바로막을 수 없고 또 가일 수가 또 필요했다.) 흑이 중앙에서 한집을 이익보려다가 이뤄진 거래계산서 결과는 어떠한가 ? 백은 좌상에서 흑에게 당한 7집을 빼고 , 흑에게 중앙에서 당한 1집을 더 빼고 중앙에서 한집을 낸 이익과 하변 이익을 합하면 ? 6+1-7-1=-1 또는 9+1-7-1=2 . 결국 한집을 손해보고 선수를 뺏거나 여전히 후수를 잡는다면 2집과 뒷맛의 이익을 남겼으니, 2집이상의 가치를 이익본 결과라 할 수 있겠다.
계산이 여기서 끝났다면 흑도 다행일텐데, 유감스럽게도 그게 그렇지가 못했다. 흑이 하변으로 손길을 돌리려 얻은 선수는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고 얻은 필쟁의 선수였던 까닭이다. 이게 지극히 미묘한 신경전 2탄이라 할만 했었다. 좌변에서 백이 비마달리기 끝내기를 했을 때, 거기서 받았줬다면 5집을 더 확보할 수 있는 자리였었다.(양재호9단 해설) 백에게 선수로 5집 (중앙에 가일수 하면서 반집을 내서 결국 4집반)을 당하는 아픔까지 감수하며 선수를 쟁취한 것인데, 그 선수를 하변에서 행사하지 못해 결국 2집이상의 손해를 본 셈이다.
사실 하변 끝내기가 큰 자리였었다. 약 9집 자리. 결과적으로 좌변을 받아줬다면 얻을 수 있는 4집 반을 포기하고 그렇게 얻은 선수를 좌중앙에서 신경전을 하다가 2집이상의 손해를 감수했으니, 그가 결국 선수를 얻기 위해 지룬 댓가를 7집 정도라 할 것이다. 거기서 얻은 선수를 활용해 이익을 볼 가치는 얼마인가 ? 아쉽게도 그는 중앙을 틀어막는 수를 선택했는데, 그 수는 역끝내기 1집에 뒷맛을 지운 정도인데 집으로 계산하면 대충 3집정도? 그 다음에 이어진 백의 수 가치보다 월등하지 못한 것이다. 흑 이창호는 거기서 약 5집 이상 손해를 보았으니 바둑은 초박빙으로 흐르고 말았다.
좌변 비마달리기에 손빼어 4집반을 손해보고 하변에서 9집자리를 한다는 애초의 계산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 될 수도 있었을까 ? 자체 집 계산만으로는 그럴 듯해 보인다. 시간도 촉박하여 유혹을 느꼈을 것이다. 한데, 이어진 다른 끝내기 가치와 비교해봐야 진정한 가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흑이 하변 9집자리를 차지하면 좌상변 7집자리를 백이 차지하게 된다.(사실 이곳은 8집 가치가 있었다. 그곳에 흑의 손이 올 수 있다면 중앙끊자는 1집자리는 확실한 선수 되기에.) 결국 선수의 가치는 1집과 뒷맛을 지운 정도인데, 좌변에서 4집반을 손해보았으니 3집 정도를 손해보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결국 좌변에서 손을 뺀 자체로 이미 잘못된 길을 접어들었고 계가가 더 빡빡해짐을 알게되어 시간에 몰려 초조해진 상태에서 이어진 악수 중앙 끊자는 수가 등장한게 더 큰 악수로 이어진 것이다. 초읽기에 몰린 이창호가 극히 난조를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좌변 비마에 이어 한칸 뛰기가 후수라고 착각했다면 이창호의 계산에 일리가 있었다. 선후수를 착각했다면 이 또한 난조의 해석. 집계산으로 시간에 너무 몰리지 않았을지. 그만큼 바둑이 어렵고 힘겨웠다는 반증이리라.
다른 방식으로 계산을 해보자. 일단 좌변 비마에 받아주었을 때. 4집반이 더 확보된다. 백은 우하 9집자리를 둔다. 흑은 우상변을 실전처럼 선수하고 좌상변 7집과 중앙 끊자는 선수 1집자리를 한다. 계산해보자. 4.5-9+8= 3.5집. 백이 선수라 하더라도 그 가치는 2집이상을 넘지 못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세하게 유리한 바둑이 초박빙으로 들어간 셈이다. 최일류 고수들도 시간이 부족하면 얼마나 힘겨워하는지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창호가 결국 간과한 점은, 중앙의 맛이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도 미리 확인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백이 공배를 메우며 한집을 낸 자리를 선수자리이지만 끊자고 들어가지 않은 것을 보아서. 백이 교묘한 타임에 그 공배를 지우면서, 손해를 보면서까지 선수를 쟁취할 것을 간과한 것이다. 백의 승착이라 할만 하겠다.
신경전 4탄, 227로 흑이 단수했을 때 백의 미묘한 수순이 등장했다. 일선에 젖히고 이어서 일선에 호구치는 수를 발견하기는 매우 힘겨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 손익 득실 계산이 매우 어려운 자리였다. 일선에 젖히지 않고 잇거나, 패를 감수하고서 흑이 집으려던 232자리를 먼저 두는 수가 일반적이었다. 각 경우 계산을 해보자.
먼저, 백이 단수된 곳 한점을 잇는다면, 한점을 따먹히지 않고 호구치지 않아도 좋으니 백 2집 손해, 대신 1선을 젖혔으니 2집이익. 우상에서의 계산은 같다. 다만 흑이 두려던 곳, 232자리를 먼저 두어 역끝내기 한집을 하고 상변을 젖혀이어 2집을 이익보고 원래대로 후수로 돌아갔으니 단수자리 잇는 것 보다는 3집 이익이었다. 다만 우변의 2집자리 젖힘이 2집자리이지만 양쪽의 권리가 같다면 1집을 확보한 것으로도 볼 수 있으니 총 2집 이익이었다. 반집에 눈튀어나올 시간에 엄청난 이익이었다.
다음, 단수된 곳을 백이 잇지 않고 32자리에 찔러 갔다면. 흑은 아마도 우변을 1선으로 젖힐 것이다. 그럼 백은 중앙을 찌를터이고 흑은 한점을 따서 단수로 몬다. 백이 패를 할 수는 있지만 버티긴 힘든 자리. 결국 잇는다면 흑도 중앙을 막을 것이다. 계산해보자. 흑 젖힘이 2집, 따냄이 한집, 백 이음이 또 한집, 그리고 백이 먼저 패를 따낼 권리가 있다. 실전과는 4집에 가까운 차이인 것. 막판에 큰 차이였다.
중반 패를 염두에 두면서 좌하중앙을 이어 끊자고 위협한게 백의 입구자 역공을 부른게 패착 1호(입구자를 당한 상황에서는 패를 결행한게 어쩔 수 없는 흐름 같다.) 좌변 비마에 손뺀게 패착 2호, 중앙을 끊자고 한 것이 패착 3호, 우상 한점 단수가 패착 4호일 것 같다. 그럼 여기선 어떻게 하는게 최선이었을까 ?
우변을 젖혀 잇는다. 그럼 2집 이익, 백은 한점단수를 막아 집을 확보하면 중앙집음 선수 끝내기를 당하고 상변 젖힘을 당할 것이다. 흑은 단수를 못침으로써 1집 반을 손해보지만 우변에서 2집, 상중앙 집음으로써 양선서 역끝내기 1집, 상변 젖힘으로 2집 이익을 본다. 2+1+2-1.5=4.5 대신 선수만 넘겨주는 것이다.
만약 백이 흑의 젖힘에 한점 단수되는 곳을 두지 않고 중앙 양선수자리 232를 먼저 둔다면 ? 흑은 한점을 단수할 것이다. 그럼 따내는 것이 선수가 되어 그곳에서 2집반의 추가 이익이 확보된다. 대신 중앙에서 백은 찔러올 것이다. 실전보다 백 한집 이익. 백은 또 상변을 젖힌다면 ? 계산 해보자. 2+2.5-1-2=1.5 이익. 실전과 비교해 보자. 흑은 중앙에서 한집을 손해본다. 대신 우변을 젖혀 2집, 한점을 따내 백이 잇는다면 1집, 총 2집의 이익이 나는 것이다.
결국, 흑의 우변 짖힘에 백이 어떤 대응을 해온다 하더라도 흑은 실전에 비해 상당한 이익이 나올 수 있었고 그건 바로 흑승이었다. 그래서 이점을 놓친 것이 흑의 패착 4호요, 이점을 간파한 백의 역공이 중요 핵심 승착이라 할만 하겠다.
필자가 마지막 패착으로 꼽는 곳은, 최종마무리 바로전 단계에서 중앙을 찝은 239수이다. 그 수를 놓지 않더라도 흑의 집은 줄지 않는다. 그 곳에서 한집을 백이 벌려면 백은 8집 손해 부담의 패를 감수해야만 했었다. 그 패를 백이 결행할 수 없다면, 최종 반패를 다투지 않고 같이 한점을 이어 결국 흑이 반집승을 할 수 있었다.
만약 그 1집이익을 보려고 8집 손해의 패를 백이 감행한다면, 이어지는 모든 수들이 흑의 패감이 될 것이며, 8집이하의 작은 패감은 무시해도 좋으니 백이 감행할 순 없다고 믿어진다.
다만, 흑이 그곳을 집지 않으면 상중앙에 백이 끼우는 미묘한 맛이 남는데, 흐름상 그 자리는 실전과 같이 흑이 갈 수 있었고, 또 그곳을 시도하려면 중앙한점 패를 백이 이기고 난 다음에 가능하기에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초절정의 프로가 두었고, 또 강호 양재호 9단이 집지 못한 자리를 아마추어인 필자가 지적하기엔 용기가 필요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그곳, 중앙을 집는 수가 최종 패착이라 보였다.
예전의 신산 이창호9단이라면 지기 힘든 바둑을 교묘한 수순으로 역전당해버린 허무감이 남고 그 충격파가 적지 않아 보인다. 신경전 2탄과 3탄 그리고 저우허양의 묘착으로 드러난 패착 4호와 최종 패착은 확실히 이창호 답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죄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 그리고 그 상대가 그에 못잖은 끝내기의 달인이라는 것. 역시 인간은 자연을 거스릴 수 없고,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인가, 하는 한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이젠 자신의 한계와 어려움을 스스로 알고 있기에 시간안배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들린다. 확실히 그렇다. 인간의 체력과 뇌는 마모되고 소모되며 그 기능이 약화되는 측면을 거스를 순 없으리라. 동영상 시대, 팬들의 흥미를 위해 제한시간이 짧아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바둑은 이미 스포츠이며, 시간은 기사가 싸워야하는 또다른 보이지 않은 적이 되고 있다.
스승 조훈현이 약한 곳 없는 무적의 기사라는 이미지가 있었음에도 결국 그는 나이가 들면서 끝내기에서 허점을 노출시켰고, 그는 자신의 결점을 보완키 위해 기풍변화를 시도하게 되었다.
요즘 이창호의 슬럼프와 그의 기풍변화가 화제거리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일면에서는 자연의 흐름에 따른 당연한 승부사로서의 변신이며, 또 한편으로는 더 멋진 바둑을 향한 기성 이창호의 자기정전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그는 사실, 필자가 알기에 90년대 중반부터 자신의 기풍에 변화를 추구하고 있었다. 탁구와 테니스를 좋아하던 그가 공격적 취향이 양자 승부에서 얼마나 우월한 스타일인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그가 포카까지 경험했다면 그 이유는 더 선명할 것이다. 상대하는 숫자가 작으면 작을수록 공격적인 스타일이 확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얼마나 유리한 포지션인지를. 칼날을 잡는 수비수가 되기보단 칼집을 잡는 공격자가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포지션인지를.
또 그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살피며 자신의 승리 전략을 수립하는 전략가로서 일가를 이룬 바둑으로써, 인생으로써의 탁월한 전략가이기에 정진하지 못하고 정체된 기사는 결국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승부세계의 진리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그는 아직도 미완의 대기이다. 그가 너무 빠른 나이에 정점에 올랐지만 그의 바둑이 이미 정점에 올랐고 이제 하향하는 퇴물기사라고 볼 수는 절대 없다. 그는 어차피 승부의 세계에 몸을 담으며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그러해야하기에, 그는 전략가이면서 승부사로서의 변신을 부단없이 추구할 것으로 믿어진다.
난 이창호 바둑을 좋아하는 쪽 보다는 인간 이창호를 존경하는 쪽이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바둑의 깊이와 심오함을 그만의 심미안으로써 보여주고 있었고, 거기엔 경탄과 감동까지 흐르곤 했었다.
하나 난 그의 기풍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인간 이창호, 앉아서 거대한 사색의 깊이를 탐구하는 인간 이창호를 존경했고 그의 바둑을 존경했음에도 그의 바둑, 기풍을 그렇게 좋아하진 못했다.
그렇기에 오래도록 그의 변화, 좀 더 공격적이고 좀 더 팬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다양하고도 놀라운 수들을 고대했던 것이다. 아직도 그 기대감은 줄어들지 않는다. 아니, 지금 그가 힘들어하기에 더더욱 그의 변신과 정진을 기대하게 된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필자는 춘란배의 이창호를 간략히 언급하고 일류기사들의 기풍과 그들의 이미지를 재밌게 얘기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21세기 바둑이 나아가야할 길을 생각해보고, 앞으로 최강의 기사는 어떤 기풍의 어떤 기사가 될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고 싶었다.
들어가는 말치고는 이 글이 너무 길어졌다. 이 글은 제 5회 춘란배 1국 감상기로 남기고, 본문에 해당하는 글은 다음글로써 다시 뵙고자 한다.
이 시대의 살아있는 신화, 기성 이창호의 끝없는 정진을 기원드리며...
(능력과 성의부족으로 기보를 곁들여 설명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전문 필자가 아닌 아마추어 감상문이라 생각하시고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기보를 띄워보면서 이 글을 감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2005 3 15 화 13:29
산책시간 강세진.
다음에 생각해 보니 패착2호라고 말했던 좌변에서 백 비마달리기에 손 뺀 수는 아주 큰 실수는 아닌 것도 같습니다. 그곳을 흑이 받아준다면 실전보다 4집반을 더 확보하게 되겠습니다만, 선수를 유지하는 백은 상변에 호구를 칠 것 같습니다. 지금 기보를 보지 않은 상태이지만 기억으로 생각하건데, 그 자리는 흑이 선수로 3집 이상의 가치가 있는 자리였던 것 같군요. 백이 둔다면 역선수 3집 이상에 해당하는 만만찮은 끝내기 자리였습니다. 결국 집으로는 1집 정도 손해입니다만, 상변은 맛이 좋은 자리였죠. 거의 무시해도 좋을 손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패착 2호 좌변 비마에 손빼기는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이후, 선수를 잡은 흑이 하변 한점을 따내 9집자리를 차지한다하더라도, 백이 좌상에서 7.5집짜리를 할 수 있으니(좌상귀가 7집짜리로 보이지만 백이 한집을 낼려는 시도를 하면 이를 흑이 저지해야하기에 실전처럼 패가 나는 자리입니다. 정확히는 6집 반짜리네요. 중앙에서 선수로 찌르는게 확실한 선수가 되니 1집을 더해서 7집반짜리로 평가합니다.) 두곳은 맛보기라 할 수 있겠지요. 다시 선수를 잡은 흑이 실전처럼 중앙을 틀어 막는 수, 3집 정도의 아주 작은 곳을 둘 수밖에 없다면(실재 집으로는 역선수 1집이지요, 맛관계로 기분상 3집 정도로 평가한 것입니다.), 좌변에서 손을 뺀 수가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군요. .
하변 한점 따냄이 필쟁의 큰 자리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좌상과 비슷한 자리 같아요. 실전에서 별반 손해는 없었나 봅니다. 왜냐하면 하변 한점 따냄이 백 선수로는 6집 자리이고 흑이 손을 뺄 때 9집이라 했습니다만 백이 일선에 젖혀와도 다시 손을 뺄 수 있나 봅니다. 백이 후수로 2수를 둬야 9집이나 실상 7집 정도의 가치일지 모르겠네요. 다만 뒷맛이 남아 중요한 패감이 된다는 잇점은 있지만 말이죠. 하변 빵때림을 놓치고 좌상귀를 차지한 것도 거의 손해가 없었다고 여겨지는군요. 패착 3호도 무시할 수 있겠습니다.
죄송하게도, 지금 다시금 생각해 보니, 패착 2호와 3호로 지목한 부분은 취소하는 게 옳을 것 같군요. 그럼 남아있는 패착으로 지목된 곳은, 중반전에 패를 감행하기 위한 사전공작인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여기서 손해를 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집으로는 미세하게 이익을 보았지만 선수를 놓친게 컸었죠. 다만 백이 제대로 두지 못해서 중앙을 다시금 흑이 확보할 수 있게 되어서는, 이 패착은 백이 용서를 한 셈이 되었습니다. ^^
결과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것은 당연한 듯이 모든 기사들이 생각했던 패착 4호가 핵심이었습니다. 좌상에서 227로 단수친 것이 실질적인 패착 1호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한집 반 이상의 손해를 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기사들이 놓친 자리이기에 흑, 이창호의 실수라기 보다는 백, 저우허양의 탁월한 끝내기가 돋보였다고 할 수 있겠죠.
이어서 239수로 반패맛을 없앤 게 최종패착이었구요.
오늘 위 글을 올리고 관련된 기사들을 보았습니다. 중반전 패에서 흑이 헛패를 썼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더군요. 이점도 두기사 모두 착각했고 해설자 양재호9단도 집지 못한 대목이기에 실수라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적이라는 기분도 이는군요. ^^
이창호9단이 어디서 왜 졌는지 확실히 모르겠다는 말을 했더군요. 왜 자신의 실수를 확인 못했을까 의문이 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금 생각해보니, 제가 지목했던 패착 2,3호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더군요. 일종의 선택의 문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취향이지요.
패착 4호는 이창호의 실수라기 보다는 저우허양이 워낙 교묘하게 탁월한 끝내기를 한 셈이었습니다.
제가 위에서 쓰기에 이창호가 난조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만, 다시금 생각해보니 실상 그는 거의 실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또, 백 저우허양도 실수랄까 손해를 가끔 둔 기분이었습니다. 212수 중앙에 끼운 점은 제가 보기엔 2집반의 손해였지요. (다시 보니 아주 어렵네요. 백이 이 자리를 후수로 213자리에 두면 3집반의 가치가 있네요. 더구나 차후 우변과 중앙 흑을 차단하면 우변에서 흑이 가일수 하게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전에서 우하귀에서 3집반 자리를 하는 것보다 나았을 것 같습니다.)
끝내기라는 이렇게 심오하고 어렵구나 실감하고 있습니다. 전 사실 모 사이트에서 아마5단으로 두고 있습니다만, 끝내기가 상당히 약한 사람이지요. 그래서 어제 바둑을 보면서 많은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오니 마음이 한결 편안합니다. 역시 믿었던 기성 이창호는 그렇게 허접한 인물이 아니었다는게 다시금 증명이 되는 기분입니다. ^^
우 어렵네요. 왜 패착 4호를 두었나 생각하는데, 제가 엄청 잘못 생각한 것만 같군요. 글 대부분을 어제 TV를 본 상상력으로 쓰고, 기보의 숫자만 참고했는데요, 다시금 보니 위 글에서 대단한 착각이 있었습니다. 이거참. 227로 단수 친 자체로 문제가 없네요. 우변을 젖히는 것보다 맛이 좋아 보입니다. 죄송. 다만 여기서 백의 응수가 아주 교묘해서 당할 것으로 여겨졌던 손해를 회피한게 대단히 잘 둔 수순이었습니다.
이왕 본김에 마지막 패착이라는 곳을 다시 보는데요, 아, 이곳도 제 착각. TV를 보면서 든 생각이 오산이었군요. 239로 집은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아, 미치겠습니다. 하수가 세상인들을 현혹하는 글을 올려 아까운 시간낭비하면서 기만한 심정이군요. 어떻게 처신을 해야할지 난감할 뿐입니다. 글을 지우는게 옳겠죠 ?
그러나 다시금 생각해서, 약간은 도움되는 부분도 있을지 모르니 일단 글은 유지한 채, 수정해서 올리겠습니다.
아,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지요 ? 프로를, 그것도 이창호 기성을 의심했던 제가 너무 원망스럽네요. 제 글 때문에 프로들이, 아마추어 강자들이 얼마나 웃었을지요. 끝내기 약한 사이버 5단, 기원에서는 한참 떨어지는 사람입니다. 양해...양해 부탁드립니다... ㅠㅠ....
결론적으로 이 바둑을 말하면, 양 기사 최선을 다해 둔 바둑이었습니다. 실수와 아쉬움은 조금씩 있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했던 실수 많은 바둑은 결코 아니었군요. 제가 보기엔 이창호 9단,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저우허양의 우상변 젖히기 228 230이 승착 같군요.
오늘 제가 실수가 많았습니다만, 나름대로 배운 점이 많았습니다. 왜 연구가 필요하고, 검토가 필요한지 알게 되었네요. 앞으로는 다른 기사들의 기보가 아닌, 제 기보를 보고, 제 문제점을 연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만, 전 제가 둔 기보를 단 한번도 검토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 검토와 연구의 소중함을 깨우친게 오늘의 소중한 교훈이었군요.
여러분, 아까운 시간 낭비하고 골머리 싸매게 해서 정말 죄송하구요, 앞으로 가끔씩 좋은 글로 다시 만나뵙겠습니다. 용서 부탁드립니다~~~ ^^; (사라져라 슝~~~~ ^^)
첫댓글 멋찌네용,, 대단합니다. 100점
이창호 홈피에서 먼저 읽었네요..산책시간님 오랜만입니다..^^
산책시간님 기력이???? 어떻게 이렇게 심도높은 글을 쓰실수 있는지. 0.0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내용입니다~
엄청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