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수업하느라 회의하느라 바쁘기만 한 두꺼비산들학교 선생님들..
방학때는 공부도 하고 여행도 가고 문화공연도 보고..
일상을 느리게, 영혼을 맑게 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합니다.
오늘은 삼청동 국제갤러리 나무조각전시회를 보러 갑니다.
안국역에서 내려서 풍문여고, 백상기념관을 지나 미대사관건물 돌벽을 끼고 경복궁옆 갤러리골목으로 걸어갑니다.
옛날엔 매일 걷던길, 오랫만에 걸어가니 옛날 생각이 납니다.
첫직장이 있던 안국빌딩 12층,
매일 아침 종로에서 내려 인사동 긴 골목길을 걸어오면서 양옆의 고가구, 도자기, 공예품을 구경하느라
지각도 두려워않고 천천히 걸어왔던 일.
가끔은 늘 가는 인사동을 벗어나 현대미술관쪽 아담한 까페를 비밀의 장소인듯 이용하던 일,
민주화운동때 종로에서 시위하던 학생들이 경찰에 쫓겨 인사동골목으로 뛰어들어오던 일
갤러리길로 들어서니 큰 나무가 보입니다.
수령이 몇백년은 되어보이는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한참을 올려다봅니다.
갤러리 지붕의 발레하는 사람도 올려다보고..
아기자기 예쁜 골목길이 참 재미있습니다.
영국 조각가인 데이비드 내시의 개인전.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죽어간 나무들을 말리고 기다리고 다듬고 칠해서 작품으로 되살려 낸 작가.
삼나무, 주목나무, 호랑가시나무, 너도밤나무..로 자연스런 균열이 만들어낸 무늬에
작가의 거스르지 않은 손놀림이 '나무'처럼 향기롭고도 편안해 보였어요.
다른 전시장과 달리 '작품에 손대지 마세요'가 없는 작품들,
만지지 않고는 작품감상이 안되는 작품들.
산들학교 선생님들답게
무슨 나무인지, 어디를 잘랐는지, 우리도 만들수 있을지, 이야기숲에서도 만들수 쓸 수 있을지..를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렇게 말하네요.
“나무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가진 존재입니다. 각자의 삶을 살다 가지요.
나무의 죽음도 인간들처럼 다양해요.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듯 폭풍에 쓰러져 죽기도 하고, 뿌리부터 질병에 걸려 죽기도 합니다.
이렇게 기후나 질병으로 쓰러진 나무들에 새 삶을 주는 것이 나의 작업입니다.”
전시장을 나와 북촌으로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맛있는 것을 먹자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자연음식점 수제비집을 들어갑니다.
벽에 모시 조각보가 단아하게 걸려있고 천정은 자연그대로의 벽돌과 시멘트로 마감하였네요.
빈대떡같은 완자도 먹고 따뜻한 수제비도 먹고
나와서 북촌길을 걸어갑니다.
모자가게도 들어가 보고, 옷집도 보고 생활한복집에 들어가 조끼며 치마, 솜바지등을 보고 ..
마음에 드는 옷이 참 많은데 가격표를 뒤져보고는 얼른 놔 줍니다.
다시 찻집을 찾다가 맑고 깨끗한 한옥이 눈에 띄어 들어갑니다.
좌식을 기대하고 들어갔는데 집의 외형과는 다르게 자리가 모두 테이블과 의자네요.
가운데 마당도 있는 ㅁ자 한옥인데 참 아깝단 생각을 합니다.
차를 마시며 다음 나들이를 어디로 갈지 서로 의논하고, 곧바로 예약도 하고..
안국역에서 모두 광명으로 돌아가고
이야기숲교사들은 다시 회의를 하러 인사동 찻집으로 갑니다.
한옥 2층에 좌식으로 된 따뜻한 방
단팥죽과 대추차를 시켜놓고 회의를 합니다.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버스안,
잠을 자면서 오니 빨리 온것 같은데 시간을 보니 2시간이 지났네요.
하루가 참 빨리 가네요..
첫댓글 너무좋네요. 저는 개학하면 바로 갤러리나들이부터 가야겠어요. 한적한 문화생활이 너무 고프네요. ㅋㅋ이제 2주남았네요. 선생님들은 여유로운 충전이 되시고. 저희는 아이들에게 휴회없이 놀아주고 2월을 맞이하겠습니다.
그래요..
우리 서로 교대하면서 아이들도 잘 크고 우리도 즐겁게 살아요~~
불평않고 교대해 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요.. ㅎㅎ
삼청동 나들이가 왠말입니까.... 아주먼 고래쩍얘기만 같네요... 미술관은 더더더욱이나~~머나먼 얘기같습니다 ㅠㅠ
개학하면 솔이맘과 번개쳐서 가세요..
잠깐만 나가면 좋은곳이 참 많아요. 삼청동, 북촌, 부암동..
몸이 무거운건 마음이 무겁기 때문이예요.
언제나 마음을 맛사지 해서 윤기나게 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