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에게
문화재 보존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문화재 보존과학을 발전시키고
보존과학에 종사할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일일 것입니다.
오랜 세월이 경과하면서
완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문화재는 거의 없지만,
특히 땅속에서 출토된 매장문화재는
대부분 불완전한 상태여서
보존 처리 및 보수가 시급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문화재 보존 과학기술이 뒤떨어져 있고
또한 전문가의 수가 절대 부족입니다.
선진 각국에서는
자국의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서
일찍부터 보존과학에 주력해 온 결과
그 처리 기술이 선진화되어 있습니다.
문화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국가에서 보존과학 연구소를 설립해서
전문 과학자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우리의 보존과학 수준은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각지의 발굴 현장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 점의 유물들이 출토되고 있으나
이 유물들의 전부가 보존 처리를 거쳐야만 될 것들입니다.
훌륭한 유물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잘 보존하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전국 각 박물관에 수장되어 있는
수많은 유물의 완벽한 보존을 위해서는
시급히 보존과학의 육성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문화재 보존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문화재를 둘러싸고 있는 역사적 환경의 보존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오늘날 남아 있는 중요 유적들을 보면,
우리 선조들은 건조물이나 기타 시설물을 제작할 때,
주변 환경과 조화를 매우 중요시 하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경주 남산의 불교유적들은
예외 없이 주변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서
하나의 예술품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변의 환경이 파괴되면
유적의 가치가 반감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신라시대 유적이 밀집되어 있는
경주시 외곽지역에는
수백동의 고층아파트가 건립되어
도시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내에서는
신라의 유적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명산들이
빌딩에 가려서 보이지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신라 고도의 역사적 환경은
너무나 변해서
1970년대만 해도 느낄 수 있었던
고도의 유연함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경주 남산 밑을 통과하는
경부고속 전철 노선설정과 같은
무모한 계획은 절대로 재현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문화재를 잘 보존하려 하는 것은
우리 문화의 정통성과 독창성을 유지하여
민족의 동질성을 추구하고자 하는데
제일차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급격하게 밀려드는 외래문화의 홍수 속에서도
문화재가 잘 보존되어서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문화의 튼튼한 기초 위에서
해외문화를 받아들인다면
우리 것으로 흡수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 문화, 예술의 발전 방향도
우리 전통문화의 기반 위에서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21세기는
문화가 국가 발전을 리드하는 시대가 될 것이며,
문화발전이 국운을 좌우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예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문화재의 총체적인 재정비작업이
하루속히 모색되어야 하며,
이런 바탕 위에서
21세기를 대비한
참신한 보존대책과
창조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활용방법이 수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격조 높은 문화재를
해외에 보급하는 일도
활발히 그리고 꾸준히 전개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 문화의 해외 보급 사업은
우리나라의 문화적 이미지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한 나라의 문화적 이미지를 높이는 일은
그 나라의 경제 발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깊이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