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습니다! 회색옷 입은 손님이 근 십여년을 망설이면서 일을 할까말까 하다가 오늘 드디어 노느니 폐지라도 줍자고 나섰습니다. 본인 말로는 돈 벌 마음이 아니라 운동삼아 한다고 합니다.
보증을 섰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남은 것이라고는 매달 나오는 연금 50만원 정도입니다. 쪽방 방세 내고 나면 담배 살 돈도 터무니 없이 모자랍니다. 화도진 공원에 맥없이 앉아서 세월만 죽이고 있습니다. 살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게 사는 손님이 일년도 넘게 커다란 운동화를 신고 있습니다. 아마 안전화를 신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거워서 거의 끌다시피 신고 다닙니다. 신발 사이즈가 265입니다. 내일 마련해 놓겠으니 아침 드시고 센타에 가서 샤워하고 옷은 속옷부터 전부 갈아입기로 했습니다.
민들레 희망센터에서 샤워하고 옷은 세탁기에 돌려놓고 센타 간이복을 입고 식사하러 온 김♡일씨, 오랜만이라 했더니 재판 받느라 며칠 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술집에서 술을 먹었는데 이만원이랍니다. 아무래도 바가지를 씌우는 것 같아서 다투었답니다. 그래서 재판을 받고 벌금 백만원. 하루 갇혀 있었으니 십만원 빼고 90만원 내야 합니다. 돈은 없고 지금은 더워서 힘들고 가을에 선선할 때 구치소에 가서 아흐레 살고 나오면 된답니다.
가난한 사람들...
기온이 30도가 넘어가는 데도 겨울 옷을 입고 있는 손님이 있습니다. 냄새도 심하게 납니다. 오늘 샤워하고 옷을 속옷부터 모두 갈아입자고 했습니다. 오늘은 바쁘다고 합니다. 그럼 내일은요? 내일은 괜찮다고 합니다. 내일 오후 두시에 민들레 희망센터에 오셔서 샤워하고 옷을 전부 갈아입고 이발도 합시다.
손님들이 상추를 참 좋아합니다! 돼지 불고기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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