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 속절없이 무너진 거리두기… 밤마다 몸부림치는 청춘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전 서울 강남과 홍대 일대 클럽 등지에서는 코로나19 전파 위협에도 불구 여흥을 즐기려는 인파들로 가득했다. 지난 5월 2일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소재 여러 클럽을 방문,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의 황금연휴 기간 동안 밀접접촉이 예상되는 노래방, 클럽 등의 방문 자제를 거듭 권고했지만, 일탈은 여지없이 발생했던 것이다. 때문에 클럽 등 유흥시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강경한 관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쿠키뉴스는 4월 30일과 5월 2일 이틀에 걸쳐 유명 클럽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과 홍익대학교 일대를 탐문했다. 당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으로 유흥업소 등이 영업 시 의무적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행정명령이 발동되고 있던 시기였다.
♣ 강남·홍대거리는 다른 나라
“강남, 홍대, 건대는 코로나19와는 상관없는 지역 아닌가요? 코로나19에 감염돼도 클럽 출입은 어렵지 않다더군요. 입장할 때 전화번호를 받아두긴 하지만 가짜로 적어도 그만이니까요. 동선을 들키지 않으려고 현금으로 결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서울시가 클럽 영업을 막기 위해 행정명령을 내렸을 때에는 근처 술집에는 손님들이 넘쳐났었어요.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니까요.” 30일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택시기사가 혀를 차며 말했다. 술집과 클럽이 모여 있는 골목에 접어들자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인파로 가득했던 것이다. 모처럼 맞은 황금연휴에 이날 거리에 나온 이들은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핫스팟’으로 알려진 술집 앞에는 20대 중후반의 남녀가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술기운이 잔뜩 오른 취객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하하 호호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 중 누군가가 외쳤다. “오늘을 추억하자!” 시계바늘이 오후 11시를 가리키자 유명 클럽 앞은 수십 명의 젊은이들로 만원이었다. 알코올과 분위기에 취한 이들로 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길어졌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1미터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클럽에 들어가려면 두 가지만 갖추면 됐다. 마스크 착용과 신분증만 있으면 출입에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젊은이 대다수는 클럽에 들어서자마자 마스크를 벗었고, 업소 측의 출입명부는 형식적인 절차일 뿐 연락처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클럽 내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5센티미터나 됐을까.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지하 클럽에서 기자를 포함해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열 명 남짓이었다. 그러는 사이 클럽으로 사람들은 계속 밀려들어왔다. 클럽 내 손 세정제가 있긴 했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직원밖에 없었다.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클럽 앞의 줄은 짧아지지 않았다.
♣ 손세정제 사용자는 직원 뿐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는 십여 개의 클럽이 즐비해 있는데, 클럽들이 문을 여는 시간은 오후 9시30분. 소위 ‘잘 나가는’ 클럽 앞에는 이미 입장을 기다리는 클러버의 줄이 길었다. 5개월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유행의 여파에도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 못하는 젊은이들로 클럽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클럽 문화에 생경한 기자는 근방을 서너 차례 둘러보고 나서야 이른바 ‘젊은이의 거리’에 적응할 수 있었다. 그 사이 개장 준비를 마친 업소들은 오가는 젊은이들을 손짓했다. 인형 탈을 옆구리에 낀 클럽 직원이 담뱃불을 붙이다 말고 기자에게 말했다. “코로나19요? 에이 여긴 그런 것 없어요.”
“난 뉴욕에서 왔어. 홍대? 핫하잖아.” 한 손에는 맥주잔, 다른 한 손에는 담배를 쥔 금발의 청년이 담뱃불을 빌리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고도 곳곳에는 술병을 손에 든 이들이 많았다. 두 평 가량의 술집에는 외국인과 한국인이 살을 맞대고 술판을 벌였다. 그 가운데 잔뜩 흥이 오른 한 외국인이 두 손을 번쩍 들더니 “새러데이 나이트”라고 소리를 질렀다. 옆 자리의 여성이 자신의 얼굴에 튄 침을 닦으며 나무라자 이들은 일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술잔에 조명이 비쳐 일렁였다.
♣ 코로나19 우려는 온데간데 없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2030에게 클럽과 술집은 일종의 해방구이다. 이곳에서는 짙은 화장과 피어싱, 과감한 노출도 허용된다. 클럽 음악에 몸을 맞춰 춤을 추고, 알코올의 기운에 기댄 젊은이들로 가득한 토요일 밤. 내일의 불안과 코로나19의 위협일랑 이곳에서는 따분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윽고 자정이 되자 불야성을 이룬 번화가의 음악소리는 더욱 커지고 ‘헌팅 술집’에서는 술과 이성을 찾으려는 젊은이들의 줄은 더욱 길어졌다. 밤이 깊어질수록 취기와 밤의 흥분은 끝날 줄 몰랐다.
♣ 정부는 국민참여 믿고있는데…
당초 방역당국은 생활속 거리두기 체계로 전환 후 클럽 등 유흥업소와 다중이용시설의 방역을 시민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이었지만 이태원 클럽 사고이후 한달동안 전국 유흥시설에 운영자제를 명령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이태원 클럽에서의 집단감염에도 불구, 어느 한 사례로 행동 지침을 변경하는 것은 무리가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생활 속 방역은 일상 속 국민들의 협조와 참여에 기반을 둔 방역대책”이라며 “지방자치단체장의 행정명령에 따라서는 지자체별로 예외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도 “산발적인 소규모의 집단감염 사례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한 두건만을 놓고 생활 속 거리두기의 현 방침을 변경하거나 수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에 확진자가 방문한 5월 2일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된 때로 유흥업소 등은 영업활동 시 방역수칙을 준수토록 한 행정명령이 발동된 시기였다”며 “역학조사에서 방역수칙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었는지 등을 지자체 등과 점검해 위반사례는 적절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진 34명… 4월 9일 이후 최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영향으로 5월 10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4명 증가했다. 신규 확진자 수가 30명대에 다시 진입한 건 4월 12일 32명 이후 28일 만이다. 신규 확진자 34명 중 26명은 국내 지역감염, 나머지 8명은 해외유입사례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 0시보다 34명 늘어 총 1만874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신규 확진자 수는 4월 9일 39명으로 30명대에 진입한 뒤 연일 감소세를 보였다. 4월 12일에는 32명을 기록했고, 다음날인 4월 13일에는 27명으로 떨어져 계속 30명 미만을 유지했다. 이날 집계된 34명은 하루 신규확진자 수로는 4월 9일 이후 한달여만에 최고치다. 신규 확진자 34명 중 26명은 지역사회 감염 사례다. 초기 발병자로 추정되는 용인 66번 확진자(29)가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하면서 벌어진 집단감염이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12명, 대구 2명, 인천 3명, 경기 6명, 충북 2명, 제주 1명으로 확인됐다. 해외 유입 사례 8명 중 6명은 검역에서 확인됐고, 2명은 서울에서 보고됐다. 추가 사망자는 3일 연속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5월 7일 0시부터 이날 0시까지 총 사망자 수는 256명을 유지하고 있다. 평균 치명률은 2.35%다. 연령대별 치명률은 60대 2.73%, 70대 10.83%, 80세 이상 25.00%로 고령일수록 가파르게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확진자는 여성이 6천444명(59.26%)으로 남성 4천430명(40.74%)보다 많다.
연령별로는 20대가 2천998명(27.57%)으로 가장 많고, 50대가 1천960명(18.02%)으로 그다음이다. 이어 40대 1천442명(13.26%), 60대 1천357명(12.48%), 30대 1천180명(10.85%) 순이다. 완치해 격리에서 해제된 확진자는 42명 늘어 9천610명이 됐다. 치료 중인 확진자는 1천8명으로 줄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사람은 총 66만3천886명이다. 이 중 64만2천884명이 '음성'으로 확인됐다. 1만128명은 검사 중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매일 오전 10시께 그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일별 환자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나랏빚 879조원… 1인당 빚 1500만원
올해 국가채무가 87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민간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5월 10일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공개한 재정추계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 규모는 879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6.5%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를 0%, 올해 성장률을 -1.2%로 가정해 추정한 것이다.
이같은 추계는 지난해 정부가 밝힌 전망치보다 국가채무 비율이 3년이나 빨리 불어난 결과다. 정부는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20년 39.8%, 2021년 42.1%, 2022년 44.2%로, 2023년 46.4%로 전망했다. 현재 국민 한 명이 짊어져야 하는 나랏빚은 1500만원에 육박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국민 1인당 국가채무(D1)는 1484만398원(5월 10일 18시 기준)이었다.
국가채무시계는 중앙·지방정부채무를 기준으로 1초에 약 228만원 씩 늘어나도록 설계됐다. 추경호 의원은 “재정 지출이 선심성 현금 살포에 집중되다 보니 재정수지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며 “정부 경제정책과 재정운용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선 재정을 더 풀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중앙정부+지방정부+비영리 공공기관) 비율은 40.1%(2018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네 번째로 낮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라며 “적극적 재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정청은 이달 마지막 주에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의 역할에 대해 대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을 역임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장)는 “미국은 코로나19에 통 큰 재정 지출을 하는 상황”이라며 “자영업·제조업 피해 등을 고려해 확장적 재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심장마비에 걸린 세계경제, 올가을 2차 코로나19 대유행과 내년까지 장기화 가능성, 기업 파산 우려를 고려하면 올해는 적극적 재정으로 곳곳에 수혈을 해야 한다”며 “내년 이후에는 정부가 공무원 임금 상승률 조정, 국가채무 감축 등 5~10년에 걸친 국가재정적자 관리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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