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정성 사랑이 한 보따리였네.
솔향남상선/수필가
‘입은 은혜가 뼈에 새겨질 만큼 커서 잊혀지지 않는다.’는 ‘각골난망(刻骨難忘)’이란 단어가 있다. 또‘잊지 않고 늘 생각한다.’는 ‘존념(存念)’이란 말도 있다. 내 머릿속에는 오래 전부터 이런 몇 분들이 둥지를 틀고 사시는데, 그 가운데 서인숙(모니카) 교리 선생님이 걔시다.
나는 가톨릭 신자로 입문할 때 모니카선생님한테서 교리를 받았다. 선생님은 교리를 해 주실 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심(信心)이 돈독한 신앙인을 육성하기 위해 열성어린 집념으로 최선을 다해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실천궁행(實踐躬行)하며 사시는 선생님의 성실성에 감화를 받아 내가 신앙생활에 한눈팔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 생각이 났다. 이번에 출간한 6번째 수필집(‘보은의 오찬에 제자가 달아준 훈장’)에 작가 사인을 하고 멸치 1박스와 광천 재래 김 1톳까지 챙겨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반가이 맞아 주셨다. 차까지 준비해 놓으셨는데 바쁜 일정 때문에 인사로써 대신했다.
선생님은 정이 넘치고 베풀기를 좋아하는, 가슴이 따뜻한 분이셨다. 친정댁이 공주, 밤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매년 가을이면 공주의 명물 알밤을 1박스씩을 보내 오셨다. 근 20년에 가까운 세월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가을이면 알밤을 보내 오셨으니 아마도 그 분량이 적이 1가마는 됐으리라. 이번 가을도 공식적인 행사가 되다시피 그 일은 며칠 전에 있었다,
‘선생님 정성 사랑이 한 보따리였네.’
이번 방문애도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큰 보따리를 하나 주시는 거였다. 그 안에는 사과랑 배랑 감이 똬리를 틀고 있는 거였다. 그리고 선생님의 정성과 사랑이 진을 치고 있는 거였다.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신심이 깊고 훌륭한 교리 선생님을 만났기에 냉담하지 않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으니 말이다. 그 바람에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난관극복이 무난했는지도 모르겠다.
서인숙 산생님 얘길 하다 보니‘마중지봉(麻中之蓬 : 키가 크고 곧게 자라는 삼밭 속에서 자란 쑥은 누가 붙잡아주지 않아도 마(麻)를 닮아 곧게 자란 뜻으로 훌륭한 사람을 가까이 하면 그에 동화 됨 )’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마(麻)와 같으신 서인숙 선생님께 느꺼운 감사를 드린다. 쑥과 같은 존재를 참다운 교리로 곧고 바르게 살게 해 주셨기 때문이다.
선생님 생각에 책 1권 들고 찾아뵈었다가 사랑을 한 보따리 안고 돌아 왔다. 한 보따리 사랑에는 사과랑 배랑 감까지 거들어 이 울보를 어렵게 하고 있었다.
나는 선생님을 만나면서부터“사람의 성격은 곧 그의 운명이다.”라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명언의 뜻을 조금은 깨달아 알 수 있게 되었다. 서인숙(모니카) 선생님은 가슴이 따뜻하고 성실하며 바르게 살고 겸손이 묻어나는 분이시다. 그러기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한 몸에 짊어지고 사시는 분이시다.
마중지봉(麻中之蓬)!
삼과 같은 존재 서인숙 선생님!
이런 분을 만났으니 어찌 행운아가 아니겠는가!
첫댓글 "마중지봉"
삼밭에자란 쑥은 삼을닮아 곧게자란다.
좋은환경 이란 말이군요.
...
사람의 성격은 곧 그의 운명이다. - 운명은 역시 정해진 것이 아니고, 만들어가는 것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