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너와 나의 마라톤 --내가 몇 등 했더라~~?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서 한동안 마라톤을 잊고 지냈다.
회사 업무가 바빠서이기도 했지만, 하프를 달리고 나니 왠지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소원했던 친구들도
좀 만나고 미래와 만나는 시간도 많이 갖고 싶어서였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누구에게 들었는지 친구 녀석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너 마라톤 한다며? 네가 어떻게 마라톤을 다하냐? “
약간 예외라는 듯한 눈빛으로 물어보고 나의 반응을 살폈다.
”응? 거 마라톤 어려운 건 줄 알았는데, 꾸준히 달리니까 그렇게 힘들지 않던데.
10km도 완주를 했고 하프도 완주를 했거든. 이제 나의 장인어른께서 고대하시는
풀코스 마라톤만 완주하면 미래와 결혼하게 되는데 말이야. 어렵지 않을 것 같아.
자신감은 충분하니까...... 도전해 봐야지.^^ “
“야! 근데 너 마라톤 대회 나가서 몇 등 했냐?” “몇 등??? 그래 내가 몇 등 했더라.
에라~ 이 무식한 놈들아. 내가 선수도 아니고 그 몇 천 명 중에서 몇 등인지 알게
뭐냐? 내가 기록을 이야기 해주지. 10km는 1시간 3분이고, 하프기록은
2시간 8분이다.”
“그러니까 너의 하프기록이 이봉주의 풀코스 기록보다도 늦네.” “아무리 느림보라고
그렇게 못 달리냐. 내가 지금 연습 안 하고 달려도 하프를 1시간 50분 안에는 들어오겠다.
내가 군대있을 때 군장 20kg짜리 매고 무장 구보에서 10km를 48분에 주파를 했거든.
나뿐만 아니라 우리 소대 전원이 ATT 측정에서 10km를 50분 안에 들어와서 거뜬히
합격을 했지.
근데 너는 죽어라고 매일매일 연습을 하고 맨몸에 마라톤 팬츠 입고 가벼운 마라톤화
신고 달리는데, 1시간 안에도 못 들어왔단 말이지. 그게 마라톤이냐. 내가 걸어가도
1시간 안에는 들어갈 수 있겠다. “
“야~ 그거 군대 10km 순 엉터리야. 만약 군인들이 20kg 군장매고 10km를 50분 안에
들어오면 맨몸에 마라톤복장으로 달리면 40분 안에 전부 들어와야 되지 않나?
군인들이 전부 그렇게 잘 달릴 수 있을까. 어림 없을 걸." 친구 녀석들은 충분히
그렇게 들어올 수 있다고 하고 나는 못 들어온다고 하고 그렇게 옥신각신 하다
헤어졌다.
오랜만에 친구 녀석들 앞에서 마라톤으로 폼 좀 잡으려고 했던 나의 생각은
무참히 무너져 버렸다. "내 이 녀석들에게 풀코스를 완주하여 더 이상 까불지
못하게 해야지. 나 김현재 ~~미래의 남자 친구~~ 풀코스 마라톤 꼭 완주를 한다.
아자~~!"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8월 초순부터 드디어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한
훈련에 들어갔다. 마라톤 사이트에서 4시간 20분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그 훈련
프로그램에 따라서 준비를 하기로 했다. 무더운 여름 걷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달리기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열정이 필요했다.
사실, 내가 마라톤을 하게 된 동기는 미래 아버님 때문이었지만 지금의 훈련은
미래가 아니라 해도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 마라톤을
완주하게 되면 나에게 큰 힘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게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라톤 완주라는 게 아무나 할 수 없는 거고, 사실 알고 보면 지병이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마라톤이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고, 그리고
자신의 절제된 생활이 요구되며 신체적으로도 건강해지고 정신 역시 맑아
진다는 측면에서 뭇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라톤은 그렇게 나에게 나가왔고 나는 마라톤에 심취한 상태로
완주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8월 중순,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한 준비로 가장 중요한 장거리 훈련을
시작했다. 목표한 거리는 25km였다. 이미 하프대회에 참가를 해 완주를 했고
또 연습으로 20km를 2번이나 달려보았기에 25km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달려보니 20km가 넘어서니 무척 힘이
들었다. 마지막 3km를 남겨두고는 걷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걷다 뛰다
하면서 훈련을 마칠 수 있었다.
다시 2주 후에 30km에 도전을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25km 달릴 때보다
힘들지 않았다. 몸 상태가 좋아서인가 하고 생각해 보기도 하고 날씨가
조금 시원해서인가 생각해 보기도 하고........ 그러나 결론은 몸이 조금씩
장거리 훈련에 적응이 되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35km 장거리 훈련도 잘 마칠 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한 38km 장거리
훈련은 후반 5km를 남겨두고는 또 걷다 뛰다 하며 겨우 훈련을 마칠 수 있었다.
훈련을 할 때는 아주 느린 속도로 달렸으며 목표한 거리의 중반이 지날 때까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아주 천천히 달렸다. 항상 달릴 때는
쿠션이 많은 신발을 신었으며 무릎보호를 위하여 꼭 테이핑을 하고 훈련에
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