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불현듯 뜨겁게 달아오르고
난데없이 딱새 한마리가 어둑한 정지간에 스며들어 몸을 푼 날이었다.
울산, 포항, 부산, 용인, 서울까지 촌각을 다투며 속속 모여든 도반들이
고택의 누마루방에 무릎을 맞대고 모여앉았다.
사탕 한바구니와 저마다 갈증을 공양물 삼아 법을 청한 시간.
지구 생존일 D-day 346일을 남긴 스승은
겨울에 꽃, 잎 다 떨구고 죽은 듯 가벼워진 나무처럼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는 시간과 공간을 살라한다.
사람들이 피라미드의 높이와 각도를 계산할 때 그 바닥이 얼마나 다져졌는지
바닥의 깊이를 재는 이는 드물다.
아무도 이름 불러주지 않는 세월 동안 목적과 지향도 버리고
그저 맨 바닥을 딛고 서서 터를 다지고 다지고
숨 한번 고르며 다시 한 칸을 올리는 묵묵한 행위. 행위 만을 쌓아가는 세월을 살라 한다.
명리공부가 주는 선물은 운명을 바꾸는 힘도, 수단도 아니며
외려 나를 보고, 알고, 변화시키는 시간이라고 묵직한 선물을 터억 안겨주신다.
오뉴월 염천, 불볕같은 실관과 다음날 이어진 불꽃같은 보강 수업까지
다시 오지 않을 경진월은 그렇게 지나갔다.
몸 추스린 길손 딱새는 날아가고 도반도 각자의 길로 헤어지고...
어느덧 신사월, 세상은 찬란한 여름이었다.
첫댓글 같이 보고 듣고 느꼈지만 표현은 이렇게 다르구나! ㅎㅎ
터를 다지고 다지고한 세월을 알지 못하였으니 그저 부러워만 했었습니다
함께 하여서 더 찬란하였습니다. ㅎ
열의가 전국적이었으니 참 대단하신 선생님이십니다.
우리 제자들도 더불어 숟가락 얹겠습니다.